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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신의 공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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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18.04.10 12:45
최근연재일 :
2018.05.1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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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136

작성
18.05.11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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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어둠의 잔상(4)

DUMMY

유희(遊戱).

자신의 흥미와 심심풀이를 위해 노는 행위. 또는 장난.

대체적으로 이 유희를 즐기는 존재들은 지성이 있는 인격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동물이라고 유희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인간처럼 즐기고 향유하는 존재를 찾아보긴 힘들 것이다.

특히나 할 게 있어도 유희에 매달리는 게 인간인데 시간이 너무나 많아 주체할 수 없을 땐 어떤 유희를 즐겨야 좋을지 고민하는 수준에 이를 것이다.

“흐음, 아무래도 상대가 뭔가를 눈치 챈 모양입니다.”

이번에도 신해준의 사무실에 나타난 김철수는 그에게 대뜸 말을 걸었다.

“······.”

말도 없이 찾아와놓고선 저런 소릴 하니 신해준으로서는 뭐라고 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그의 계획에 대해선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이재호에게 의뢰를 하겠다더니, 놈이 응하지 않는 건가?”

“예. 응하지 않는군요.”

“나야 놈이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 상관은 없지만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나?”

김철수의 계획은 간단하면서도 음흉했다.

그는 신해준에게 ‘미지의 파편’과 ‘자격의 증명’의 쓰임새에 대해서 알려주었다.

전자는 모이면 모일수록 스텟을 올려주며 100%에 이르렀을 때는 엄청난 보너스가 주어져 한 번에 최강자가 될 수 있다고 했으며 후자는 언령(言靈)··· 즉 문자가 모여 특별한 힘을 발휘하는 구조라고 했다.

이미 상당량의 두 아이템을 모은 신해준은 김철수를 제외한 S급 헌터들 중에서 대적할 자가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실제로 붙어본 건 아니지만 붙으면 그렇게 된다.

이 아이템들은 S급 던전의 단독 보스존에서만 나오기 때문에 그 보스를 해치우면서 모아야 했다.

김철수는 이재호가 이것들을 모으고 있으니 빼앗아야 한다고 부추겼다.

어차피 김철수에게 대적할 수 없는 신해준으로서는 그가 하는 말에 따라야 했기 때문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말하자면 김철수의 꼭두각시인 셈.

하지만 어쩌겠는가. 힘으로 제압당한 상태인데다가 약점까지 잡혔다. 게다가 상대의 정체를 가늠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차라리 천방지축 날뛰는 양아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냥 뭣 모르고 개겼다가 깨지면 그만이니까.

아무튼 이유는 모르지만 이재호가 가진 그 아이템들을 탈취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S급 던전들을 종횡무진 돌파하는 떠오르는 신예라곤 해도 신해준 본인도 그런 D급 딱지를 달고 있는 놈에게 지기 싫었고 질 것 같지도 않았다.

“죽이지는 말고 그냥 혼내주는 식으로 하면 됩니다. 제압하면 아이템은 제가 알아서 빼앗아드리겠습니다.”

‘매지션’이라는 이명답게 상대가 인벤토리에 숨기고 있는 아이템도 빼앗을 수 있는 모양.

“체면이 안 서는데.”

김철수가 의뢰를 해서 이재호를 던전 안으로 끌어들이면 신해준이 난입해서 그를 힘으로 제압한다는 계획이었다.

“걱정 마십시오. 주변 통제는 제가 확실하게 해드릴 테니. 만약 당신이 그를 이긴다면 정말 뒤끝 없게 정리해드리겠습니다.”

“나도 간단하게 꺾는 네가 이재호를 처리하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러면 재미가 없지요.”

“재미를 위해서 이런 짓을 벌이고 있단 말이냐?”

“따지고 보면 그게 맞습니다만, 뭐··· 긴장감을 위해서라고 해야겠군요.”

신해준은 팔짱을 끼고 실실 웃고 있는 김철수를 노려보았지만 뭔가를 말해주지는 않았다.

도무지 속셈을 알 수 없는 괴물.

S급 던전의 강력한 보스 몬스터보다 상위 몬스터가 있다면 바로 김철수일 것이다.

“제가 한 의뢰를 거절한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겁니다. 짐작 가는 게 있습니다만 여기서 말씀드릴 건 아니고··· 흐음, 아무래도 끌어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억지로 나오게.”

심해준은 이놈이 또 뭘 꾸미는지 소름이 돋았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S급 중에서도 실력자인 자신을 때려눕히고 숨겨진 S급 던전들을 귀신 같이 찾아낸 것도 모자라 전부 털어서 아이템들을 가지고 온데다가 그것을 넘겨주기까지 했다.

이제는 떠오르는 신예 이재호를 때려눕히라고 사주하고 안 나오니 끌어내겠다며 실실 웃고 있었다.

“만약 내가 결정적인 순간에 배신하면 어쩔 거지? 예를 들면 이재호랑 싸우라고 했는데 내가 그와 연합한다던가.”

아예 작정하고 음모를 꾸밀거면 말을 꺼내선 안 됐지만 신해준은 김철수에게 묘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던 터라 시험해볼 겸 말하기로 했다.

일종의 보험이었다.

“호오, 재미난 소릴 하시는군요. 역시 신해준 씨도 자질이 있습니다.”

“뭐?”

김철수는 신해준의 말을 무시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뚜벅뚜벅 정신 사납게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렇게 돼도 재미있을 것 같긴 합니다만, 제가 실행하려는 거국적인 목표에서 궤가 지나치게 달라지는군요. 안 됩니다.”

생각하는 얼굴로 손으로 턱을 받치던 그는 슥 신해준을 돌아보았다.

“제가 싸우게 만들 겁니다. 걱정마세요.”

“······만약 가기를 아예 거부하면?”

지가 뭐라고··· 아무리 강하다 해도 그렇지 저렇게 사람을 실 달린 인형 취급하면 참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정신간섭이라는 마법을 아십니까?”

“뭐라고?”

“대상의 자아를 조종해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만드는 겁니다. 물론 그렇게 할 경우 뇌에 부담이 가서 자칫 잘못하면 식물인간이 되거나 영혼이 부서져 제정신이 아니게 됩니다만··· 원하는 데에 동원하는 것에는 무리가 없겠죠.”

김철수는 히죽 웃었다.

“제가 그걸 좀 할 줄 압니다. 의심되시면 지금 보여드리겠습니다.”

“아, 아니. 아니다. 미안하다. 내가 자, 잘못 했다.”

꼴사나웠다. 싸움에 지고 꼬리를 말고 도망치는 개보다 비참하고 비굴했다.

그런데도 어째서일까.

그럴 수밖에 없다고 여겨졌다. 그 어떤 반론이나 이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육체도, 정신도 모두 김철수에게 겁을 먹고 필사적으로 도망치려 하고 있었다.

긴장과 두려움으로 몸이 굳어 움직이지 않을 뿐 제대로 움직였다면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을 지도 모른다.

필사적으로 억누르는 이 원초적인 감정들은 신해준 정도의 인물이 아니었다면 감당이 불가능하다고 할 정도로 엄청난 파도였다.

“아, 좋은 생각이 났습니다.”

김철수는 재미난 장난감을 가진 아이처럼 해맑게 웃었다. 그 순수하게 빛이 나는 표정은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천진하다고 칭찬할 정도였다.

“그 여자를 납치하면 되겠군요.”

후후후, 뭐가 그리 즐거운지 웃느라 바쁘다.

“끄나풀에 불과해서 좀 지켜볼 생각이었지만 이제 여기서 이러는 건 질리는군요. 그러니까 앞당겨야겠습니다.”

“뭐, 뭘 하려는 거냐?”

“일단 제가 나유영이라는 A급 헌터를 납치하겠습니다. 그리고 적절한 위치의 던전에 숨겨놓고 잡아놓고 있으니 구하러 오라고 통보하는 겁니다.”

“설마··· 납치범 역할은 내가 하는 거냐?”

“역시 머리가 좋으시군요. 바로 그겁니다.”

“씨발···”

이제 신해준에겐 물러설 곳 없는 낭떠러지뿐이었다.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너무 화가 나고 분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끄으으···”

가슴 깊숙한 곳에서 차오르는 분노와 끓어오르는 파괴본능.

무언가, 무언가에 대한 깊은 절망과 원망이 한데 어우러져 눈앞에 있는 대상을 향한 증오와 반항심으로 바뀌었다.

“저런··· 벌써 언령에 영향을 받는 겁니까? 확실히 재능은 좋군요. 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닙니다.”

그가 손을 내저으니 윽, 신음을 내뱉으며 자리에 쓰러져 버리는 신해준.

“자, 어느 쪽이든 그럴듯한 무대는 완성되었군요.”

김철수는 탁자에 있던 찻잔을 들어 남은 것을 들이켰다.

“그럼 나유영을 납치하러 가볼까요.”

소풍을 나가듯 느긋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작가의말

뚜둔! 악당의 정석 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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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플레임 브레이크(2) 18.05.13 993 9 13쪽
37 플레임 브레이크(1) 18.05.13 728 9 9쪽
36 어둠의 잔상(5) 18.05.12 756 8 11쪽
» 어둠의 잔상(4) 18.05.11 778 11 8쪽
34 어둠의 잔상(3) +1 18.05.10 837 14 11쪽
33 어둠의 잔상(2) 18.05.09 839 12 10쪽
32 어둠의 잔상(1) 18.05.08 871 12 9쪽
31 뒤바뀐 운명 18.05.06 913 9 11쪽
30 인형극의 거장(5) 18.05.06 924 15 8쪽
29 인형극의 거장(4) 18.05.05 889 13 10쪽
28 인형극의 거장(3) 18.05.04 926 10 11쪽
27 인형극의 거장(2) 18.05.03 964 14 11쪽
26 인형극의 거장(1) 18.05.02 1,047 12 11쪽
25 네 개의 술잔 18.05.01 1,001 15 9쪽
24 파상공세의 생물병기(4) 18.04.29 1,050 12 10쪽
23 파상공세의 생물병기(3) 18.04.29 1,077 14 8쪽
22 파상공세의 생물병기(2) 18.04.28 1,051 12 9쪽
21 파상공세의 생물병기(1) 18.04.27 1,149 13 10쪽
20 한 번 죽었던 자 +2 18.04.26 1,193 10 10쪽
19 불사의 괴물(5) 18.04.25 1,151 13 9쪽
18 불사의 괴물(4) 18.04.24 1,180 13 10쪽
17 불사의 괴물(3) 18.04.22 1,205 14 8쪽
16 불사의 괴물(2) 18.04.21 1,222 14 10쪽
15 불사의 괴물(1) 18.04.20 1,288 13 11쪽
14 검은 하늘(3) 18.04.20 1,381 1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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