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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신의 공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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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18.04.10 12:45
최근연재일 :
2018.05.1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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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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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4,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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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1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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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플레임 브레이크(3)

DUMMY

“좋아. 우리 대화 좀 하자.”

나는 흐릿한 눈동자의 신해준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도대체 왜 이런 짓을 벌인 거냐?”

“쿨럭···”

“빨리 말 해!”

화가 치밀어 올라서 하마타면 포션을 더 먹일 뻔했다. 더 먹였다간 회복하고 반격을 가할지도 모르는데.

“나도···”

“뭐?”

“나도··· 몰라.”

“뭐라고?”

신해준은 악동처럼 피식 웃었다.

“시켜서 했다.”

“시켜서? 누가?”

“누군지는··· 너도 잘 알 텐데.”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설마, 싶었지만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녀석은 단 하나였다.

“김철수?”

“하하, 잘 아는군.”

나는 녀석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그 새끼가 뭔데? 너··· S급 헌터 아니냐?”

공략집의 힘을 빌린데다가 방심한 덕분에 겨우겨우 빈틈을 노려 이런 상황을 만들어낼 정도이다. 그만큼 신해준은 강력한 힘을 가진 헌터였고 그가 진심을 다한다면 결코 이길 수 없었을 것이다.

“씨발··· 나도 모르겠다고.”

놈은 심장을 토해내는 느낌으로 말했다.

“김철수··· 그놈은 인간이 아니야.”

“인간이 아니라고?”

“도저히 인간이라고는 볼 수 없는··· 수준의··· 실력이었다.”

“제기랄!”

나는 놈의 멱살을 내려치듯 놓았다. 신해준은 지친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저대로 두면 죽지는 않을 것이다. ‘자가회복’이라고 재생력을 높여주는 스킬을 패시브로 갖고 있는 녀석이었으니까.

죽이긴 해야겠지만 당장은 괜찮으니 일단은 놔두기로 했다.

“유영아!”

그것보다는 그녀가 멀쩡한지를 봐야 한다.

몸을 돌려 나유영이 묶여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녀는 여전히 기둥에 묶인 채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유영아! 일어나!”

뺨을 찰싹찰싹 때리자 부스스한 눈을 뜬다.

“어··· 아저씨?”

이 여자는 나와 몸을 섞고서도 ‘아저씨’라는 호칭을 바꾸지 않았다. 귀엽게 애교 섞인 목소리로 ‘오빠’라고 불려보고 싶긴 했지만 저게 입에 붙어서 어렵다나.

“멍청하긴! 이게 무슨 일이야?”

“하하하··· 모르겠어.”

영혼이 빠져나간 것 같은 흐릿한 웃음소리.

“예지능력자라며? 미래를 내다보는 힘 아냐? 이렇게 될 줄 몰랐어?”

나는 힘이 없는 나유영의 얼굴을 부드럽게 만져주며 말했다.

“하하, 내가 이렇게 구하러 올 줄 알고서 그냥 당해준 거냐? 그래도 언질을 줬어야지. 걱정했잖아.”

“하아··· 재미없는 농담은 여전하네요.”

“일단 기다려. 바로 풀어줄게.”

“오, 대단합니다.”

나유영을 구속하고 있는 밧줄을 풀려고 손을 대려고 한 순간 굉장히 거슬리는 목소리가 등 뒤로 들려왔다.

“기, 김철수?”

급하게 뒤를 돌아본 나는 깜짝 놀랐다.

“어떻게?”

“네? 아~ 당신의 동료들을 믿었던 겁니까? 흠, 확실히 여럿이 뭉치니 제법이었습니다만 그래 봤자였죠. 그 열 배 정도는 왔어야 겨우 해볼 만한 수준이었을 겁니다.”

김철수는 어깨를 돌리며 몸을 푸는 동작을 취했다.

“죽이지는 않았습니다. 죽여서 딱히 득 볼 것도 없거든요. 지금쯤 포탈 근처에서 사이좋게 잠들어 있을 겁니다.”

나는 놈의 잡담 같은 말을 무시하고 나유영에게로 돌아섰다.

“그 밧줄은 제가 특별히 제작한 거라 풀리지 않을 겁니다. 힘으로도 제거할 수 없죠.”

“씨발.”

욕설을 내뱉으며 밧줄에 손을 올리고 힘을 내보았지만 무언가 묵직한 바위를 들어 올리려 하나 안 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흐음, 제 예상범주긴 합니다만 직접 보니 역시 놀랍네요. 그래도 신해준에게 6:4 정도로 기대를 했는데 말입니다.”

김철수는 헬쓱한 표정으로 바닥에 누워있는 신해준을 무심하게 쳐다보았다.

“지금 이 상황을 만든 건 오로지 네놈이로구나. 도대체 뭐가 목적이냐? 말해!”

“섹스 좋아하십니까?”

“뭐?”

갑자기 이 새끼가 뭔 소릴 하나 싶어서 얼이 빠졌다.

“뭐, 뭐라고?”

“바꿔 말하죠. 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난 놀이가 뭔지 아십니까?”

나는 입꼬리를 뒤틀었다.

“······.”

대답하지 않자 놈이 쓴웃음을 지었다.

“스포일러를 내보였군요. 네, ‘섹스’입니다. 다른 말로 성관계죠.”

“뜬금없는 소리로 남을 혼란시키는 게 네 재주냐?”

“끝까지 들어주세요. 유의미한 소리입니다.”

저런 놈의 개소리에 장단을 맞춰주긴 싫었지만 마땅히 취할 행동이 없었다. 나유영을 묶은 밧줄엔 아무리 기를 써도 풀 수가 없었고 ‘신의 공략집’을 발동시켜도 저 김철수 상대로는 공략할 수 없다는 무기력한 메시지만 도배될 뿐이었다.

“신(神)에 대해서 쉽게 연상되는 개념은 무엇입니까?”

“알 게 뭐냐, 씨발.”

“후후후, 전지전능, 불로불사, 무병장수, 영생, 이런 게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신은 정말로 그러한 존재입니다. 능력이야 둘째치면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지요.”

김철수는 뚜벅뚜벅 내 옆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기운이 빠져 힘없이 늘어져 있는 나유영의 뺨을 어루만졌다. 나는 순간 피가 거꾸로 솟아서 주먹을 내질렀으나 김철수의 면상 바로 앞에서 멈춰버렸다. 아니, 멈추게 되었다.

부들부들, 손이 거세게 흔들린다. 내 의지와는 무관계한 어떠한 힘이 철저하게 저지시키고 있기 때문이었다.

“영생을 아무런 굴곡 없이 누리는 신들에게 있어 가장 큰 유희와 낙은 ‘섹스’입니다. 특히 여신들은 남신들보다 더하지요.”

김철수의 표정은 웃음기 하나 없이 진지했다.

“끄윽!”

결국 주먹을 내지르지 못하고 억지로 떨쳐진 나는 바닥에 넘어졌다.

“조용히 제 이야기나 들으시죠.”

“허억, 허억···”

숨을 몰아쉬느라 대답할 여유도 없었다.

“그렇게 ‘유희’를 즐기는 신들의 비행(非行)은 끊임이 없었고 그 종류와 강도에는 제한이 없어 끝도 없이 쾌락을 탐닉하였죠.”

김철수는 생각하는 표정을 지으며 가볍게 끄덕였다.

“그 결과는 무엇이겠습니까? 당연히 끝도 없는 임신과 출산의 반복이었고 신의 피를 이어받은 강인한 신수(神獸)들이 ‘창궐’하였습니다.”

나는 도무지 집중이 되질 않아서 녀석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없었다. 그저 빨리 나유영을 구해야 하는데, 저 자가 방해를 해서 거슬린다는 생각뿐이었다.

“신의 자식들은 공교롭게도 무척 포악하고 괴팍하였으며 결코 세상에 우호적이지 않았습니다. 그들도 욕망에 충실했고 살육과 파괴를 일삼았죠. 보통 마물들도 아니고 무려 ‘신수’였으니 피조물들의 힘으로는 감당이 안 되었죠. 그래서 부모인 우리 신들은 책임감을 통렬히 느꼈고 결국 일정한 형태의 결계에 가두고 다른 세계로 보내버린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빨리 풀어주기나 해! 개소리 그만 지껄이고!!”

“저런. 아직 정신을 못 차리셨군요. 이야기가 끝나면 풀어줄테니 잠자코 들으세요.”

김철수는 뒷짐을 지고 천천히 걸어다녔다.

“이제 아시겠습니까? 이 세계에서 벌어지는 이상현상인 게이트와 던전 포탈의 발생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는데.”

“빨리··· 빨리 풀어주기나 하라고!”

어서 밧줄에서 풀어주고 축 늘어져 있는 나유영에게 기운을 복돋아 주고 싶었다. 저 봐라, 척 보기에도 생기가 없어. 꼭 안아주면 차가울 것 같다. 따뜻하게 만들어 줘야 한다.

“답답하군요.”

김철수가 손가락을 딱 튕기자 밧줄이 풀리며 나유영이 바닥에 쓰러졌다. 나는 급하게 달려가 일으켜 세우고 포션을 먹였다.

“읍, 으으···”

“밧줄에 생기를 빼앗는 기능이 있어서 저렇게 되었군요. 죄송합니다. 얌전히 있게 만들고 싶어서 어쩔 수 없었네요.”

“먹어! 포션을 가져왔는데 왜 먹지를 못해!”

나는 축 늘어져서 제대로 받아먹지를 못하는 게 너무 답답해서 입에 머금은 다음 그녀의 입으로 가져갔다.

“뜨거운 장면이군요. 재미있습니다.”

남은 포션을 털어넣고 나서야 좀 생기가 도는 게 보여서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 되었습니까?”

“······.”

계속 무시로 일관했다.

“아직 이야기가 좀 남았는데··· 안 들을 겁니까? 당신도 모르는 나유영이라는 여자에 대한 건데 말이죠. 장담컨대, 당신은 이 이야기에 관심을 가질 겁니다.”

“어쩌라고! 그딴 거 관심 없어!”

“2회차라면 어떻습니까?”

“뭐?”

“지금 당신의 품에 곤히 안겨있는 여성은 한 번 죽었으나 다시 살아난, 그러니까 2회차 인생을 플레이 중입니다.”

“2···회차라니?”

“관심이 가나보군요. 계속할까요?”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무언은 긍정의 뜻이기도 하죠. 그럼 계속하겠습니다.”

김철수가 여유로움이 묻어 나오는 미소를 지었다.


작가의말

호메로스 저, ‘오딧세이아’에서 정사를 즐기는 참신한 방법들이 다양하게 나옵니다.

아무래도 독자분들이 고구마 좀 드시고 떠나시는 구간이 있나보군요. 물론 어디인지 알고 있습니다.

별로 기대도 안 한 글이 선작 100이 넘고 200을 바라보고 있다는 게 놀라울 뿐입니다. 제 보잘 것 없는 글을 여기까지 따라오며 감상해주신 분들께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일단 장기연재를 하기엔 무리가 있기 때문에 미리 예고했듯이 1권 분량으로 마무리 지을 생각입니다. 뒷이야기가 더 있는 이상 아무래도 완벽하게 매듭짓지는 못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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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파상공세의 생물병기(2) 18.04.28 1,050 12 9쪽
21 파상공세의 생물병기(1) 18.04.27 1,149 1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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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불사의 괴물(5) 18.04.25 1,151 13 9쪽
18 불사의 괴물(4) 18.04.24 1,180 13 10쪽
17 불사의 괴물(3) 18.04.22 1,205 14 8쪽
16 불사의 괴물(2) 18.04.21 1,222 14 10쪽
15 불사의 괴물(1) 18.04.20 1,288 13 11쪽
14 검은 하늘(3) 18.04.20 1,381 1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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