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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신의 공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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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18.04.10 12:45
최근연재일 :
2018.05.1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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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4,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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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06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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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인형극의 거장(5)

DUMMY

전투는 오래 가지 않았다.

나유영과 이재호의 협공으로 ‘화이트 하우스’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애초에 그녀는 육탄전에 특화된 존재가 아니었다. 정기를 빼앗을 사냥감을 현혹시켜 저항하지 못하게 꾀어낸 다음 천천히 요리하는 게 주특기였다.

마치 거미처럼, 거미줄에 걸린 적을 여유롭게 처치하는 모양새였다.

게다가 ‘화이트 하우스’의 육체는 실체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높은 정신력을 가진 자만이 피해를 입힐 수 있었다.

이제까진 정신력이 적정수치에 미치지 못해 그녀에게 도달하기도 전에 무너졌고 설사 기적을 일으켜 도달한다 해도 공격이 먹히질 않아 좌절하는 결말뿐이었다.

하지만 나유영과 이재호는 전혀 아니었다.

확실히 이전과는 다른 적수였고 ‘화이트 하우스’가 준비한 모든 수가 막힌 시점에서 패배는 기정사실화 되어 있었다.

이제호는 이번에도 S급 보스 몬스터를 처치하고 막대한 보상을 챙겼다.

앞서 얻은 것들과 다른 건 없었지만 굉장히 큰 변화가 일어났다.

아무런 기능도 하지 않던 ‘조각’들이 모여 무언가로 형체를 이루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지의 파편’이 일부 모여 제한된 기능이 개방됩니다.>

<‘자격의 증명’이 일부 모여 내용이 조금 공개됩니다.>

<‘성숙의 책’ 사용으로 고유능력 레벨이 3단계로 올라갑니다.>


“하하하, 정말 대단해!”

한껏 텐션이 오른 이연경의 목소리가 허공에 퍼졌다.

“그래도 설마 했는데 이렇게 깔끔하게 처리하고 오면 믿을 수밖에 없잖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이연경이 자신의 옆에 이재호를 앉히고 깔깔 웃었다.

그런 두 사람의 앞에 앉은 나유영은 어딘가 못마땅한 기색으로 술을 들이키고 있었다.

‘화이트 하우스’를 해치우고 돌아온 두 사람을 맞이한 이연경은 국빈대우를 하듯 반갑게 맞이하며 한 상 거하게 차려 대접했다는 이야기다.

자연스레 술잔과 덕담이 오갔고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혼자서 술을 마시며 말을 걸어주어야만 짧게 대답을 하는 것으로 그치는 나유영을 제외하면 말이다.

이연경은 토라져 있는 나유영을 흥미롭다는 듯 쳐다보며 더욱 이재호에게 치근거렸다.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자꾸 이상한 걸 보여주면서 개수작 부리길래 그냥 부숴버렸지.”

“오, 대단해~”

어느 덧 어떻게 보스를 해치웠는가로 화제가 옮겨갔다.

“나는 몇 번 갔다가 전부 귀환석으로 도망치기 바빴는데, 이야, 쩔어 쩔어.”

입담은 ‘회장’ 타이틀에 알맞지 않은 그녀였지만 이재호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이상한 게 뭐야? 자세히 말해 봐.”

팔뚝에 자기 팔을 휘감으며 슬쩍 몸을 밀어붙이는 이연경에게 압도당한 이재호는 쩔쩔매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그, 그냥··· 여자와 남자가 그, 그런 짓을 하는 걸 보여주더라고.”

“그런 짓?”

알면서도 자꾸 캐묻는다. 이재호는 술을 힘껏 들이켰다.

“뭔지 알면 묻지 좀 마!”

“아하하, 알겠어~”

어쨌든 승리 후의 술자리는 즐겁고 가벼울 수밖에 없었고 그 분위기는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아주 적절한 때의 승전보야. 이제 그 녀석도 우리 쪽으로 끌어들일 수 있겠어.”

“누군데?”

“‘갓 핸드’ 정원석.”

이연경은 투덜거렸다.

“나참, 여기저기 간보고 다니던 녀석이라서 마음에 안 들지만 어쩌겠어? 그런 녀석도 전력인 게 현실인데.”

“남자가 강단이 있어야 할 텐데 말이죠.”

“응? 하하, 그러게.”

정원석이 언급되자 먼저 입을 연 나유영에게 이연경은 미소를 지었다.

“나도 강단 있는 남자가 좋아.”

그러면서 이재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렇지?”

“어? 어어. 남자가 뚝심이 있어야지.”

이미 술에 취해서 반쯤 정신을 놓은 상태의 이재호였다.

“아저씨. 저번에 취해서 필름 끊겨놓고 또?”

“에이··· 마시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

이연경은 피식 웃었다.

“아저씨? 호칭이 재미있네.”

“나, 남이 뭐라 부르든 뭔 상관이에요?”

“아무리 그래도 남자는 ‘오빠’를 듣고 싶어 하는 법이야. 안 그래, 오빠?”

“네, 네가 그러지 마. 술 확 깬다, 야.”

“하하, 나도 잘 알아. 어울리지 않는 짓 좀 해봤어.”

이재호는 졸린 듯 두 눈을 끔뻑거렸다.

“졸리다. 몇 시야?”

시간은 벌써 꼭두새벽이었다. 이대로 취해 잠드는 것도 나쁘지 않았지만 기왕이면 편하게 침대에 누워 자고 싶었다.

“자세한 얘기는 자고 일어나서 하자. 회장?”

이재호는 그녀를 회장이라고 불렀다.

“그러지 뭐.”

이연경도 이재호와 함께 소주를 열 가깝게 깠지만 멀쩡한 게 술이 아주 셌다.

“가자.”

자리에서 일어난 이연경이 비틀거리는 이재호를 부축해주었다.

“약속했었지?”

“엉?”

“내 가장 소중한 것을 주겠다고.”

“그랬···었지.”

“줄게. 내 처녀.”

“어?”

이재호는 진짜로 술이 확 깼다. 갑자기 이게 뭔 소린가 싶었다.

“그럴 생각으로 한 요구 아니었어?”

“아니, 내가 말을 좀, 하, 으음···”

혀가 꼬여서 말이 제대로 나오질 않았다.

뭐, 확실히 듣기에 따라선 이연경처럼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걸 진짜로 받아들이고 저렇게 말할 줄은 몰랐다.

“아무리 그래도 나도 남자다? 놀리는 것도 적당히 해.”

“농담 아닌데?”

“나는 그냥 쓸만한 아이템 있으면 달라고 한 말이었어. 아니, 내가 말을 제대로 하질 못 했네. 그건 온전히 본인 잘못이야. 미안해.”

분명히 잔뜩 퍼마시긴 했지만 저번의 실수도 있어서 조절을 했고, 정신력 스텟 덕인지 이성이 비교적 온전했다.

“하긴, 당황스럽긴 하겠다. 하지만 세상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 법이야. 그 중엔 만난 지 얼마 안 된 남자랑 하고 싶어 하는 여자도 있고. 이해 돼?”

“···풋, 재미있네.”

“뭐야, 나는 매력이 없다는 거야?”

이재호는 그 말에 이연경을 아래에서 위로 훑어보았다.

“아니, 매력은 충분해.”

몸매야 말할 것도 없었고 이재호가 듣기론 이연경의 나이는 이십대 후반이었다. 인터넷 프로필이었기에 진위성엔 의심이 가지만 겉보기에는 그게 맞아보였다.

“그럼 뭐가 문제인데?”

이재호는 ‘화이트 하우스’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냥··· 그런 일이 있어.”

거기서 멋대로 보여준 나유영의 정사현장과 무차별적인 유혹.

여기 옆에서 유혹하고 있는 여자는 몬스터도 아니었고 무언가 뒤통수 칠 게 걸려서 거절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이재호는 그때 그곳에서 ‘화이트 하우스’가 보여준 장면들을 분명히 ‘불쾌’하다고 느꼈다. 단순히 타인의 정사장면에 대한 혐오가 아니었다.

그는 이런 ‘감정’ 문제뿐만 아니라 도의적으로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제까지 함께 해온 파트너이자 든든한 조력자인 나유영을 놔두고 이 여자와 뜨거운 시간을 보내러 간다면 어떻게 될까?

어지간히도 무감각하고 철판이 아닌 이상은 이대로 그녀를 무시할 순 없었다.

“미안해. 쓸만한 아이템이 있다면 그걸로 만족할게.”

“후훗, 더 멋있어졌는데?”

이연경은 이재호의 뺨에 가볍게 키스했다.

“완전 멋대로지? 일방적으로 자러 가자고 해놓고 진짜로 그랬다면 실망했을 거라니. 여자는 원래 그런 존재야~”

그리곤 살짝 뒤돌아 나유영에게 찡긋 윙크를 했다.

“놓치지 마. 알겠지?”

“술에 많이 취했나보군요. 빨리 자러 가세요.”

“오호호, 재밌는 친구야.”

이연경은 손뼉을 쳐서 자신의 수하들을 불렀다.

“이분들을 최고로 좋은 호텔로 모셔다드리도록 해. 방은 합방으로 잡고. 알겠지?”

“네!”

이재호와 나유영이 나란히 항의하려 했으나 이연경은 재빨리 보내버렸다.

“그럼 차로 태워다줄게. 좋지?”

이후로 두 사람은 더 항의했지만 귓등으로 흘려들은 이연경이었다.


작가의말

신기하게 선호작은 조금씩 늘어나는군요.

오늘도 역시 연참입니다. 6시에 하나 더 올라갑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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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어둠의 잔상(2) 18.05.09 839 12 10쪽
32 어둠의 잔상(1) 18.05.08 870 12 9쪽
31 뒤바뀐 운명 18.05.06 913 9 11쪽
» 인형극의 거장(5) 18.05.06 924 15 8쪽
29 인형극의 거장(4) 18.05.05 889 13 10쪽
28 인형극의 거장(3) 18.05.04 925 10 11쪽
27 인형극의 거장(2) 18.05.03 963 14 11쪽
26 인형극의 거장(1) 18.05.02 1,047 12 11쪽
25 네 개의 술잔 18.05.01 1,001 15 9쪽
24 파상공세의 생물병기(4) 18.04.29 1,050 12 10쪽
23 파상공세의 생물병기(3) 18.04.29 1,077 14 8쪽
22 파상공세의 생물병기(2) 18.04.28 1,050 12 9쪽
21 파상공세의 생물병기(1) 18.04.27 1,149 13 10쪽
20 한 번 죽었던 자 +2 18.04.26 1,192 10 10쪽
19 불사의 괴물(5) 18.04.25 1,151 13 9쪽
18 불사의 괴물(4) 18.04.24 1,180 13 10쪽
17 불사의 괴물(3) 18.04.22 1,205 14 8쪽
16 불사의 괴물(2) 18.04.21 1,222 14 10쪽
15 불사의 괴물(1) 18.04.20 1,288 13 11쪽
14 검은 하늘(3) 18.04.20 1,381 1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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