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신의 공략집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18.04.10 12:45
최근연재일 :
2018.05.18 13:35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51,887
추천수 :
619
글자수 :
174,136

작성
18.05.02 12:56
조회
1,046
추천
12
글자
11쪽

인형극의 거장(1)

DUMMY

꿀꺽. 나는 침을 삼켰다. 이놈이 뭔 말을 하려고 이렇게 재는 거지?

“뭔데?”

“세계 구석구석에 비슷한 던전들이 널려 있다는 거요.”

“뭐?”

깜짝 놀라서 되묻자 김기만은 세차게 끄덕였다.

“이번에 처리한 쿼드라의 둥지만이 특별한 케이스가 아니란 말이지. 저마다 그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야금야금 자기들이 위치한 곳에서 생명력을 빨아먹고 있소. 형씨. 이건 심각한 거요.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되겠소? 지구는 사막처럼 황폐화될 거요.”

“황폐화로만 끝나면 다행이겠지.”

박찬일이 혼자서 중얼거렸는데 그 이상이면 과연 무엇일까.

“지금은 공장일대만 그렇지만 앞으로 영역은 더 확장될 게 뻔하지.”

김기만은 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냈다.

“내가 사정사정해서 받아낸 극비리 자료 중 하나인 희생자 사진이요. 여기저기 로비를 해댄 덕분이지, 에헴.”

나는 그것을 받아서 보았다.

“헉?”

사진 안에는 새카맣게 변해서 미라마냥 바짝 마른 인간의 시체가 담겨있었다. 해골만 덩그러니 있다면 덜 징그러웠겠지만 근육과 가죽이 얇게 남아있어 흉측했다.

“국가에서 사형수를 게이트 근처로 데려가서 강제로 버티게 한 결과 저렇게 되었다는 것을 담은 사진이요.”

“와, 씨.”

너무 놀란 나는 욕을 내뱉으며 푸르르 떨었다. 이게 사실이면 지구가 멸망할 날이 지금 이 순간도 카운트다운 되고 있다는 뜻이었다.

“얼핏 귀띔해주기로는 10년이 안팍으로 남았다는데.”

“아마겟돈···도 아니고. 진짜로 세계멸망의 시나리오가···”

김기만은 술잔을 가득 채우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살날도 많이 남았는데 나는 사실이라고 아직도 믿기가 싫소. 이미 최상위권 헌터들은 저마다 이 예정된 재앙에 대해 알고들 있수다.”

“국가는? 정부는 뭐하는데?”

“그들이 뭘 할 수 있겠소? 애초에 주변을 좀먹는 파장을 가진 던전은 기본이 S급이요. 입장인원도 제한되어 있고 헌터만이 출입할 수 있소.”

“그래서 이대로 눈 뜨고 당해야 하나?”

나는 술기운이 확 달아나는 것을 느꼈다.

“흐음, 실감은 못하지만 여러 조사를 통해 그 증거들이 속속 발견되는 중이니 어떻게든 대책을 생각중인데, 이게 세간에 알려지면 폭동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 어떻게든 정보가 통제되고는 있소.”

그렇겠지. 이게 만약 일반인들에게 알려지면 경제, 사회 모든 방면에서 난리가 벌어질 게 뻔하다. 던전이 세상을 좀먹기 전에 인간들이 스스로 무너지게 될 것이다.

“형씨. 형씨의 별명은 ‘판도라의 상자’야.”

“뭘 할지 몰라서라며?”

“그렇지.”

김기만은 술병을 내밀었고 나는 잔을 들어 받아주었다.

“하지만 이번 일로 확실해졌어. 첫 번째는 정말 운이 좋아서, 어쩌다보니 그러한 결과가 나왔다고 둘러댈만 했지만 두 번째는 이야기가 다르지.”

그가 잔을 내밀었다.

-쨍.

“우리는 그 희망이란 것을 발견했다!”

홀짝, 원 샷으로 처리한 그는 빙긋 웃었다.

“뭐, 쉽게 말해 형씨를 신용할 순 없지만 재앙을 막을 희망이 될 수도 있다는 낙관적인 해석론이라는 거요.”

“내가? 나는 하찮은 짐꾼에서 이제 막 D급 헌터가 된 놈인데?”

스텟은 D급이 아니었지만 아직 승급시험을 치르지 않은 상태여서 신분은 D급이 맞았다.

“후후후, 그러니 형씨한테 중차대한 일을 맡기려는 사람들에겐 좀 더 신용할만한 근거가 필요한 거요.”

“나에게 일을 맡긴다고? 뭘?”

“얘기해 드리리다.”

뭘 하려는 걸까.

“여기 한 가지 의뢰가 있소.”

김기만은 자신이 가지고 온 가방에서 서류뭉치를 꺼냈다.

“의뢰?”

“강원도 쪽에 발생한 S급 던전이요. 그 지역 관할 S급 헌터는 ‘스탬프’ 이연경인데, 그 여자가 만약 일이 잘 해결되면 이것도 부탁한다고 해서.”

“잠깐, 잠깐.”

나는 술잔을 내려놓고 미간을 찌푸렸다.

“이거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거야? 왜 멋대로 막 나가는데?”

“아, 미안하게 됐수다. 내가 설명이 좀 부족했군.”

김기만이 술병을 들었다. 조금 못마땅했지만 잔을 들어 받아주었다.

“사실 형씨가 ‘블랙 울프 헤드’를 해치웠을 때부터 우리는 빠르게 움직였소. 이 세상의 멸망, 즉 ‘드레인 도어’로 명명한 그것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했수다.”

“뭔데.”

“뭐긴 뭐겠수. 우수한 최정예 S급 헌터들을 모아다가 레이드 팀을 짜서 하나씩 부숴나가는 거였소.”

“하지만 쉽지 않았다. 맞지?”

잊을 만하면 박찬일이 한 마디씩 거들었다. 김기만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끄덕였다.

“당장에 ‘블랙 울프 헤드’만 봐도 답이 나오잖수. 그 죽지도 않는 불사의 괴물을 무슨 수로 잡은 건지 참. 알려줄 생각 없수?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빨리 다음 얘기를 해.”

“하하, 형씨도 참 성격 급하네.”

김기만은 안주로 불고기를 집어 입에 넣었다.

“세계의 최정예를 모아서 공략팀을 짜는데도 좀처럼 실적이 안 나오는데 D급 헌터인 형씨가 일주일도 아니고 하루 만에 후딱 끝내고 나오는 걸 보고 소문이 다 났다 이거요. 난 또 거기 들어가서 그 아가씨랑 떡을··· 아차차, 내 입방정.”

박찬일의 매서운 시선을 느낀 김기만은 허흠, 헛기침을 했다.

“그래서 내게 희망을 걸기로 한 거군?”

“맞소. 뿐만 아니라 이번에 쿼드라까지 해치웠으니 주가 폭등할 일만 남았소.”

내가 모르는 사이에 이야기가 거기까지 진행됐다고?

“뭐, 모든 S급 헌터들이 형씨한테 호의적인 건 아니요. 당장 여기 한국 땅에서도 파벌이 갈려 있수다.”

박찬일이 물었다.

“몇 대 몇인지는 알려줘야지?”

“3:2요. 3이 찬성, 2가 반대.”

박찬일은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감았다. 무언가 생각할 게 많아보였다.

“아, 복잡하네. 그러니까 정리하자.”

술 때문인지 몰라도 머리가 잘 안 돌아갔다.

“그 ‘드레인 도어’에 대항해 최정예 팀을 꾸리고 공략에 나섰지만 좀처럼 실적이 안 나오다가 내가 척척 해결을 하니 자연스레 주목받게 되었다. 다만 나에 대한 의견이 갈려서 찬성과 반대로 나뉘고 있는 중이다.”

거기까지 말하던 나는 흠칫 놀랐다.

“잠깐. 뭐에 대한 찬성과 반대야?”

“수상하니 잡아들이자는데 찬성과 반대요.”

“이런 미친! 말이 돼 그게? 내가 뭘 했다고?”

“합리적인 의심이라고도 봐야지, 형씨. 이런 말도 안 되는 공략 난이도를 가진 S급 던전들을 듣보잡 D급 헌터가 척척 해치워나가는데 ‘흑막’이라고 의심해볼 수도 있지 않소?

나는 속이 타서 술 한 잔을 쭈욱 들이켰다.

“하 씨발. 기분 더러워지네. 그냥 다 때려 쳐?”

“그랬다간 반대파도 찬성으로 돌아설 거요. 형씨는 형씨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풍랑 한 가운데로 던져진 거니까.”

“하아, 씁.”

술을 다시 따라서 쭈우욱 들이켰다.

“그냥 계속 실적을 보여주쇼. 그럼 우리도 목소리가 커져서 찬성파를 압도할 수 있을 테니 말이우.”

“어이가 없구만.”

김기만은 그러려니 하라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니 이 의뢰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 주면 되는 거요.”

나는 힘없이 서류뭉치를 잡아들었다.

“던전명 화이트 하우스?”

“그렇수다. 이연경의 관할구에 있는 S급 던전인데 형씨가 그걸 클리어해주면 좋겠다고 보내온 의뢰요.”

“보수는?”

“잉?”

“이번은 내가 멋대로 왔으니까 상관없지만 그쪽이 부탁하는 거라면 보수를 받아야겠어.”

“아, 아아~ 흐음, 그건 형씨가 이연경 그 여자한테 직접 가서 말해보슈. 나는 모르는 일이니까.”

쳇. 잔머릴 굴리긴.

나는 대충 내용을 읽어보며 열심히 주판을 튕겼고 결국 받아들여야 한다는 쪽으로 점점 결론이 기울었다.

김기만의 말대로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어차피 고성장을 위해선 S급 던전을 찾아다녀야 했고 이것으로 나에게 유리한 분위기를 형성시킨다면 나쁠 게 없었다.

따지고 보면 S급 헌터의 관할구라는 암묵적 룰을 무시하고 멋대로 와서 클리어 해버린 건데 김기만은 그것에 대해선 언급하지도 않고 있었다.

“으으음.”

읽는 척 하면서 공략집으로 해당 던전을 검색했고 곧 찾아냈다.

“어떻소? 할 거요?”

찾았다. 공략법이 있는 던전이군.

“으으으으음.”

“빨리 말 좀 해주쇼. 사람 애타게 하네.”

음, 생각보다 어렵지 않겠는데? 이전의 두 개보다 훨씬 쉽겠어.

“알겠어. 콜!”

“와하하, 역시 형씨는 말이 통하는 사람이야. 자, 여기 술 받으쇼.”

그가 기뻐하며 내민 술을 떨떠름한 기분을 숨긴 채 받았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멋대로 무언가가 진행되어 강요받으면 기분이 나쁘겠지. 잘 알겠다만 세상일이란 게 원래 그런 거 아니겠소? 나도 원래는 어디에나 있는 흔한 밑바닥 깡패였는데 어쩌다가 S급 능력을 각성해서 이렇게 지내는 거니까.”

김기만이 마지막에 한 말은 어쩐지 마음에 와닿았다. 나도 짐꾼이었다가 이렇게 각성한 거였으니 말이다.

“여기 내 연락처요. 일단 기본적인 세팅은 다 해놓을 테니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하쇼. 가능한 선에서 처리해 주리다.”

“하, 알겠수다, 알겠어. 오늘은 너무 피곤하니 쉬고 다음에 이야기해.”

“어이쿠, 그렇다면 쉬어야지. 내가 고급진 호텔을 알고 있는데 거기 어떻소?”

나는 박찬일을 쳐다보았고 그가 고개를 끄덕이는 걸 확인했다.

“좋아. 거기로 안내해줘.”

“하하하, 알겠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엄청난 피로도를 느꼈다. 뭔가 실감이 나질 않아서 그냥 술자리에서 농담을 주고받으며 떠들다 나온 것 같았다.

이대로 한 숨 자고 일어나면 어제 무슨 이야길 했는지 다 까먹을 정도로 현실감이 없었다.

술을 너무 많이 마신 모양이다.

평소에 이렇게 많이 안 마시는데, 그만큼 그 자리에서 나눈 이야기가 정신적으로 부담을 잔뜩 준 탓이겠지.

드레인 도어라고? 세상의 멸망? 모르겠다, 모르겠어.

세상이 빙글빙글 돈다. 그런 것보다는 당장 내 몸을 편하게 눕히고 이 찡찡 울리는 머리를 어떻게 진정시키고 싶었다. 구역질나는 속도 좀 추슬러서 편하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인지 다음 날 눈을 떴을 땐 이미 해가 중천이었다.

술에 취해 어떻게 잠든 지도 모른 채 잠을 자버렸다는 결말이다.

“아저씨. 이제야 일어났어요?”

당연히 이럴 경우 ‘필름이 끊겼다’라고 하며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말끔하게 지워져 있기 마련이다.

“어···”

그런 고로 실내복 차림의 나유영이 멀뚱하니 날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바닥에 널브러진 내 옷가지와 한쪽의 옷걸이에 걸린 나유영의 옷들까지!

이건 뭐 빈자리에 딱 들어맞는 퍼즐조각이었다.


작가의말

제 글이 취향에 맞는 독자분들이 있기에 계속 써나갑니다.

무려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니까요!

주인공이 호구 같다는 댓글을 보았습니다. 그 부분은 어쩔 수가 없네요. 성장을 하기 전 단계라서 비굴해야 할 때였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신의 공략집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안녕하세요. 리자드킹입니다. 18.04.10 1,414 0 -
42 약속된 운명 18.05.18 720 5 8쪽
41 플레임 브레이크(5) +1 18.05.17 696 6 8쪽
40 플레임 브레이크(4) 18.05.16 670 6 9쪽
39 플레임 브레이크(3) 18.05.15 700 5 9쪽
38 플레임 브레이크(2) 18.05.13 993 9 13쪽
37 플레임 브레이크(1) 18.05.13 728 9 9쪽
36 어둠의 잔상(5) 18.05.12 756 8 11쪽
35 어둠의 잔상(4) 18.05.11 777 11 8쪽
34 어둠의 잔상(3) +1 18.05.10 837 14 11쪽
33 어둠의 잔상(2) 18.05.09 839 12 10쪽
32 어둠의 잔상(1) 18.05.08 870 12 9쪽
31 뒤바뀐 운명 18.05.06 913 9 11쪽
30 인형극의 거장(5) 18.05.06 923 15 8쪽
29 인형극의 거장(4) 18.05.05 888 13 10쪽
28 인형극의 거장(3) 18.05.04 925 10 11쪽
27 인형극의 거장(2) 18.05.03 963 14 11쪽
» 인형극의 거장(1) 18.05.02 1,047 12 11쪽
25 네 개의 술잔 18.05.01 1,001 15 9쪽
24 파상공세의 생물병기(4) 18.04.29 1,050 12 10쪽
23 파상공세의 생물병기(3) 18.04.29 1,077 14 8쪽
22 파상공세의 생물병기(2) 18.04.28 1,050 12 9쪽
21 파상공세의 생물병기(1) 18.04.27 1,149 13 10쪽
20 한 번 죽었던 자 +2 18.04.26 1,192 10 10쪽
19 불사의 괴물(5) 18.04.25 1,151 13 9쪽
18 불사의 괴물(4) 18.04.24 1,180 13 10쪽
17 불사의 괴물(3) 18.04.22 1,205 14 8쪽
16 불사의 괴물(2) 18.04.21 1,222 14 10쪽
15 불사의 괴물(1) 18.04.20 1,288 13 11쪽
14 검은 하늘(3) 18.04.20 1,381 14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