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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신의 공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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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18.04.10 12:45
최근연재일 :
2018.05.1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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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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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1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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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플레임 브레이크(5)

DUMMY

“그녀는 죽었습니다.”

김철수의 목소리가 쿵쾅거리는 심장소리에 섞여 들려왔다.

“내가 죽인 겁니다.”

삐이익, 하는 새된 소음이 귓가에 윙윙 울려댔지만 이상하게도 김철수가 하는 말은 똑똑하게 잘 들려왔다.

아무리 흔들어도 반응이 없다.

눈을 감고 축 늘어진 나유영의 몸에서 생기가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그 느낌은 마치 피곤해서 잠들어가는 사람을 부드럽게 안고 있는 것 같아 도무지 이 사람이 죽어버렸다는 사실에 공감할 수 없었다.

얼굴에 튄 피와 낭자한 혈흔이 아니었다면 나는 언제까지고 어서 잠에서 깨라고 그녀를 흔들어 깨웠을 것이다.

“제가 왜 이런 짓을 했을까요?”

퀴즈를 내듯 히죽 웃으면서 내 앞으로 다가온 김철수.

“······.”

대답할 여유 따윈 없었다. 눈에서 뜨거운 슬픔이 천천히 흘러내려 뺨을 타고 내려갔다.

“시련과 고통, 슬픔은 인간을 한층 성숙하게 만들어 줍니다. 이 놀이의 1막에 어울리는 피날레가 아닙니까?”

“·········.”

나는 고개를 들어 김철수를 노려보았다.

“역시 그 다음은 ‘분노’지요. 어쩜 이리 자연스러운지··· 감동입니다.”

“이 개새끼가아아!!”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저 개같은 면상을 쳐올리고 싶었지만 품에 안긴 나유영이 혹시라도 기절한 게 아닐까, 조금이라도 충격을 주면 어찌 될지 몰라 움직이지 못했다.

“슬슬 그만하시죠. 너무 그러면 추합니다. 당신도 알지 않습니까? 그녀는 죽었습니다.”

“크, 으으···”

이제 눈물은 거침없는 폭포수가 되어 쉬지 않고 흘러내렸다.

“왜···”

“네?”

“왜 이러는 거야··· 도대체 왜 이러는 거냐고!”

김철수는 뭘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 갸웃하다가 찬찬히 끄덕였다.

“제가 원망스럽습니까?”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냐··· 개자식아.”

“그러면 저를 죽이러 오십시오.”

“뭐?”

김철수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저는 신입니다. 저를 죽일 정도의 실력을 갖춘다면 그땐 더 이상 인간의 수준이 아니게 되죠. 즉 당신도 신이 부리는 권능을 손에 넣게 된다는 겁니다.”

나는 그의 말에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놈은 내 생각을 들여다보는지 바로 입을 열었다.

“맞습니다. 죽은 이도 살려낼 수 있죠.”

“가능하긴 한 거냐.”

아무리 그래도 신이다. 저놈은 그저 날 가지고 놀기 쉬운 장난감 취급하는 것뿐이다. 이 모든 말은 거짓이 아닐지라도 내겐 불가능한 경지가 틀림없다.

“가능합니다.”

“뭐라고?”

“이 세계에는 ‘게임’이란 게 참 다양한 방면으로 발전해 있더군요. 그 중에서 컴퓨터라는 물건으로 하는 RPG라는 게임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마치 우리 쪽 세계에 존재하는 용사의 전설 같았어요. 당신은 RPG 게임의 플레이어인 겁니다. 몇 가지 특권과 기반을 다져줄 테니 성장하면서 아이템과 능력치를 갖추세요. 그리고 최종보스에게 도전하는 겁니다. 승리하면 보상을 얻는 거죠. 모든 것을 되돌리고 사랑하는 그녀를 살려낼 기회.”

이 무슨 악마의 속삭임이란 말인가.

내 축축한 눈동자가 살며시 아래로 움직여 조금씩 식어가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살아있었던 사랑하는 여자를 살폈다.

가슴 깊숙한 곳에서 슬픔이 밀려왔다.

이 여자는 나 때문에 죽은 것이다. 문득 그런 생각까지 들었다.

“2회차라고 했지?”

“네?”

“유영이가··· 2회차 인생이라고 했잖아. 자세하게 이야기해봐.”

“아~ 네. 물론이죠.”

김철수는 간략하게 내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1회차 때의 나는 살인을 저지른 것을 계기로 범법자가 되었고 뒷세계에서 성장을 한 결과 잔혹한 독고다이 형태의 인물이 되어 고독과 고립을 자처하였다. 그 결과 다른 헌터들과 대립관계가 되었고 ‘드레인 도어’가 본격적으로 세계를 잠식하기 시작하자 큰 주목을 받아 활약하였지만 갈등이 고조되어 결국 뒤통수를 맞고 죽었다는 결말이었다.

“그때도 배신의 주축은 신해준이었습니다만.”

재미있다는 듯 크큭 웃는 김철수.

“당신이 사랑해 마지않는 나유영은 그저 방관자였습니다. 애초에 시간이 지날수록 도태될 수밖에 없는 고유능력이라 별로 주목받는 존재도 아니었죠. 하지만 세계가 멸망하는 시점에 자신의 능력이 어디에 쓰여야할지 깨닫고 자살하여 2회차로 넘어온 겁니다.”

“자, 잠깐. 3회차는? 유영이는 지금 3회차로 간 건가?”

죽어있는 나유영의 몸을 붙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아니요. 다른 차원의 시공을 조절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이번 2회차가 라스트이고 그녀는 정말로 죽은 겁니다.”

“하··· 하하···”

나는 힘없이 웃었다.

“저는 이곳에 와서 많은 매체들을 즐겼습니다. 여긴 굉장히 즐거운 곳입니다. 인간들 중에 이렇게 ‘유희’에 특화된 종족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래서 그 중에 영생의 존재에 관한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만 우리의 상황은 딱 그겁니다.”

영생의 아이러니. 그는 그렇게 말했다.

“너무 오래 살았고 앞으로 죽을 일도 없는 존재에게는 모든 것이 허무하고 무의미합니다. 그래서 뭔가 말초신경을 자극해줄 강렬한 것에 이끌리게 되죠.”

“지금 벌이고 있는 짓이 그런 거라고 말하는 거냐.”

“바로 그겁니다.”

“개새끼야! 네놈의 그 쓰레기 짓거리에 우리가 놀아나야겠어?!”

“저는 사생아를 임신시키고 버린 적이 없고 버리라고 한 적도 없습니다. 어쩌겠습니까. 저도 수많은 신들 중 하나일 뿐입니다. 제게는 그들을 막을 권리도, 힘도 없습니다. 오히려 일방적으로 휘말린 인간들에게 반격의 기회라도 만들어주는 부정파 신들과 비슷한 위치라고 생각됩니다. 동기와 이유는 다르지만요.”

김철수는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정말 표정이 다양한 작자였다.

“거기에 살짝 제 취향을 끼얹었을 뿐입니다.”

“그래도! 그래도 굳이··· 죽여야 했어? 죽여야 했냐고! 신이라며? 신이면 살려내! 빨리 살려내란 말이야!!”

“저는 삶을 관장하는 신이 아니라서 말이죠. 제가 여자를 죽인 이유는 간단합니다. 당신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입니다. 만약 그녀가 안 죽고 살아있었다면 어찌했을까요? 당신은 그녀와 함께 여기 남아서 ‘드레인 도어’를 막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을까요? 아니, 십중팔구 그랬을 겁니다.”

그건 정말 무의미합니다, 라고 그는 웃으면서 중얼거렸다.

“지금 당신은 기분이 어떻습니까? 저를 찢어죽이고 싶겠죠. 그리고 이곳에 대한 미련이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을 겁니다. 당장은 아닌 것 같아도 조금씩 깨닫게 될 겁니다.”

“······.”

인정하기 싫어서 매우 화가 났지만 저놈의 말이 맞았다. 틀린 게 없었다. 드레인 도어고 나발이고 다 필요 없었다.

복수와 증오가 끓어 넘쳤고 이 모든 일의 원흉을 제거하고 싶어졌다. 맘대로 떡을 치고 사생아들을 낳아 유기해버린 무책임한 쓰레기들에게 단죄를 내리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다.

가능하다면. 정말로.

“뭐, 억지로라도 보낼 생각이었는데 표정을 보니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 보이는군요. 자, 그럼 묻겠습니다.”

김철수가 내게 바짝 다가왔다.

“게임을 수락하시겠습니까?”

뒤에 한 마디를 덧붙인다.

“신들을 죽이러 갑시다.”


작가의말

으음, 히로인을 죽일까 말까 고민했지만 전자가 낫다고 생각해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만, 그다지 좋아보이진 않네요. 차후 방향성에 대해 고민해 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공모전도 내일로 끝이군요.

의도한 건 아니지만 공모전 마지막 날에 에필로그가 올라갈 예정입니다.

그리고 에필로그가 올라가도 1주일에 1편 정도 번외편을 연재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것저것 생략한 요소들도 많아 끝까지 읽고 따라와주신 독자님들께 드리는 소소한 심심풀이가 될 것 같습니다.

번외편 연재와는 별개로 차기작도 준비 중입니다. 하하핫;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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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플레임 브레이크(4) 18.05.16 670 6 9쪽
39 플레임 브레이크(3) 18.05.15 701 5 9쪽
38 플레임 브레이크(2) 18.05.13 993 9 13쪽
37 플레임 브레이크(1) 18.05.13 728 9 9쪽
36 어둠의 잔상(5) 18.05.12 756 8 11쪽
35 어둠의 잔상(4) 18.05.11 778 11 8쪽
34 어둠의 잔상(3) +1 18.05.10 837 14 11쪽
33 어둠의 잔상(2) 18.05.09 839 12 10쪽
32 어둠의 잔상(1) 18.05.08 871 12 9쪽
31 뒤바뀐 운명 18.05.06 913 9 11쪽
30 인형극의 거장(5) 18.05.06 924 15 8쪽
29 인형극의 거장(4) 18.05.05 889 13 10쪽
28 인형극의 거장(3) 18.05.04 926 10 11쪽
27 인형극의 거장(2) 18.05.03 964 14 11쪽
26 인형극의 거장(1) 18.05.02 1,047 12 11쪽
25 네 개의 술잔 18.05.01 1,001 15 9쪽
24 파상공세의 생물병기(4) 18.04.29 1,050 12 10쪽
23 파상공세의 생물병기(3) 18.04.29 1,077 14 8쪽
22 파상공세의 생물병기(2) 18.04.28 1,051 12 9쪽
21 파상공세의 생물병기(1) 18.04.27 1,149 13 10쪽
20 한 번 죽었던 자 +2 18.04.26 1,193 10 10쪽
19 불사의 괴물(5) 18.04.25 1,151 13 9쪽
18 불사의 괴물(4) 18.04.24 1,180 13 10쪽
17 불사의 괴물(3) 18.04.22 1,206 14 8쪽
16 불사의 괴물(2) 18.04.21 1,222 14 10쪽
15 불사의 괴물(1) 18.04.20 1,288 13 11쪽
14 검은 하늘(3) 18.04.20 1,381 1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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