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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신의 공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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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18.04.10 12:45
최근연재일 :
2018.05.18 13:3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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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4,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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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03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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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인형극의 거장(2)

DUMMY

“으윽.”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어제 너무 많이 마셨어요. 완전 고주망태가 되어서.”

“어제···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더라?”

드레인 도어, 의뢰, 술, 그리고 또 뭐가 있었더라···

“기억 안 나요? 하나도?”

“아니. 김기만이랑 술잔 기울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것까지는 기억하는데 그 뒤로는 안 나.”

나유영은 살며시 웃었다.

“저도 어제 술에 좀 취했어요. 아저씨만큼은 아니었지만 평소랑은 다른 기분이었죠.”

그 말에 덜컥 겁이 났다. 점점 우려가 현실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

“뭐, 걱정하지 마세요. 아저씨가 생각하는 일은 안 일어났으니까.”

“저, 정말?”

“김기만이 멋대로 아저씨랑 제 관계를 오해하고 방을 하나로 잡았더라고요. 한 술 더 떠서 찬일 씨도 시정조치를 하지 않고.”

약간 화가 난 듯 입술을 삐죽 내밀고 투덜거리는 나유영.

“저는 그나마 정신을 차리고 있었는데 아저씨는 완전 취해서는 몸도 제대로 못 가누더라고요. 그래서 대충 겉옷 벗기고 침대에다가 던져놨어요.”

나는 역시 술을 많이 마시면 안 되는 사람이었다. 물론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은 터라 기분이 싱숭생숭해서 술이 연거푸 들어갔다지만···

“그냥 뒤늦게라도 방 바꾸면 되잖아.”

“이 호텔이 나름 잘 나가는 곳이라 내줄 방이 없었는데 김기만의 손님이라 이렇게 열린 거래요. 그러니 뒤늦게 불만을 표할 수 없었죠.”

“노렸다고 생각되네, 어쩐지.”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너는 어떻게 잤냐?”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술에 쩔어 몸도 못 가누는 남자 옆에서 자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침대야 2인실이었으니 널널했지만 짜증나서 다른 곳에서 불편하게 잤을 가능성이 높다.

“저도 술에 취해서 기운이 없던 터라··· 널브러져서 잤어요.”

침대에서 잤다는 말인가.

“아, 동침이네. 남녀가 같이 자긴 했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 맞지?”

“뭐, 그렇죠.”

“푸하하핫, 누가 들으면 구라치지 말라고 하겠네.”

나유영은 내 재미없는 농담에 웃음을 보여주었다.

“일단 씻어요. 의뢰 받은 게 있다면서요? 내용 확인해 봤는데 따로 준비할 건 없나요?”

“···별로.”

아직도 혼미한 정신을 다잡으며 생각을 집중했다.

“검··· 검 한 자루면 돼. 있어?”

“검이야 많죠. 당장 제 인벤토리에도 몇 자루 있어요. 하나 드려요?”

“어. 그거면 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로 들어갔다. 고급호텔답게 욕실도 넓고 쾌적했다. 샤워를 하면서 정신을 차리고 옷까지 갖춰 입었다.

“언제 출발할까요?”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 오늘이어도 좋아.”

“좋아요.”

대충 호텔을 나갈 준비가 끝나자 나유영이 입을 열었다.

“아참, 이번에 찬일 씨는 가지 못해요.”

“어? 왜?”

그만큼 든든한 사람이 어디 있다고?

“비공식이지만 S급 헌터라구요? 멋대로 계속 데리고 다닐 수는 없어요. 제 전속이긴 하지만··· 여기저기 불려 다녀야 하죠.”

“아, 그런가.”

“강원도 삼척시까지 가야 해요. 간단하게 택시 타고 갈까요? 돈은 걱정 안 해도 되요.”

결국 택시를 타기로 결정이 됐고 우리는 나란히 강원도 삼척시까지 갔다.

아침을 먹긴 했지만 숙취가 제대로 풀리지 않아 택시에서 잠들었던 탓에 별다른 대화는 오가지 않았다.

“어서 오십시오.”

삼척시 초입에서 내리고 약속장소인 작은 마을공원으로 가니 미리 기다리고 있던 남자가 다가왔다.

장신이었지만 체형이 호리호리해서 허수아비 같은 느낌이 나는 남자였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출발 전에 김기만에게 연락을 넣었던 터라 이연경 측에서도 우리가 올 것을 알고 있었다.

“회장님께서는 차안에서 계십니다. 타시지요.”

나와 나유영은 시선을 한 차례 교환하고 이연경이 타고 있는 차에 몸을 실었다.

“안녕? 네가 그 유명한 ‘판도라의 상자’ 이재호구나.”

딱 보기엔 나보다 어리면 어렸지 많아 보이지 않는 여자가 초면부터 말을 까자 기분이 화들짝 했지만 참기로 했다. 대신 나도 말 깐다.

“네가 ‘스탬프’ 이연경이군?”

“어, 맞아.”

말투에서 고스란히 느껴졌지만 여러방면에서 쿨한 성격인 것 같았다.

이연경은 상당히 화려한 인상의 여자였다. 복장도 어디 귀족부인들이나 입을 것 같은 레이스가 달린 검정색 롱피스 차림이었다.

“처리하지 못하는 S급 던전이 있어서 의뢰를 해왔다고 들었습니다.”

내 옆에 앉은 나유영이 사무적인 어조로 말했다. 나와 처음 만났을 때 보여준 예의바른 커리어 우먼이었다.

“맞아. 이게 참 골치 아픈 던전이더라. 보내준 자료 봤지?”

“봤지. 화이트 하우스··· 유령의 집.”

일반적인 몬스터가 나오는 곳이 아니었다.

분명 단독 보스존의 형태인데 포탈을 타고 들어가면 안개가 자욱한 언덕 위에 세워진 커다란 저택이 나온다고 한다.

그곳에 들어가면 흐릿한 형태로 이루어진 괴물들이 나오는데 일반적인 공격은 먹히지 않는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온갖 해괴한 현상들이 벌어져 이걸 단독 보스존이 아니라 함정형이라고 해야 맞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라고.

“시스템은 ‘단독 보스존’이라고 한단 말이지.”

이연경은 부드러운 의자시트에 등을 밀어 넣었다.

“아무래도 좋아. 문제는 거기 몬스터들이 공격이 안 먹힌다는 거야.”

양 손을 포개서 배 위에 올려놓은 이연경이 쯧, 혀를 찼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했던가? 그거더라고.”

사용 예시가 잘못된 것 같은데 무시하기로 했다.

“까짓 거 해보면 되지. 후딱 해치우면 되잖아?”

“호오, 엄청난 자신감이네. 과연.”

이연경은 주머니에서 전자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진한 박하 향이 차 안에 들어차기 시작했다.

“김기만에게 이야기는 들었겠지?”

“어.”

뭘 말하는지는 굳이 듣지 않아도 됐다.

“이거까지 클리어하면 찬성파 한 명이 이쪽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 잘해 봐.”

“쳇, 지들 멋대로···”

“어쩔 수 없잖아. 원래 영웅은 난세에 태어나는 법이고 언제나 곡해를 당하니까. 네가 뭘 생각하고 있든 간에 말이지.”

나는 이연경이라는 여자가 첫인상과는 다르게 점점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아니, 사랑은 아니고 그냥 말이 잘 통할 것 같은 상대?

애초에 이 여자 머리 위에 떠있는 숫자는 +15로 김기만보다 수치가 낮다.

“그 던전은 어디에 있죠?”

9에서 11로 수치가 상승한 나유영의 질문이었다.

“여기서 1시간 정도 달리면 나와.”

이연경은 시원스레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김기사. 출발해.”

“알겠습니다. 회장님.”

차가 출발했고 그 동안 잡담이나 나누게 되었다. 안 그래도 그녀에 대한 평가가 상승한 탓에 나도 적극적으로 잡담에 어울렸다.

“회장이라면 뭘 하는 회장이냐?”

“그냥 내 이름 걸고 회사 하나 굴리고 있어. 업무는 당연히 헌터 관련해서고. 내가 이름값이 비싸서 그런지 장사는 그냥저냥 잘 되는 편이야.”

정말 쿨한 여자다. 김기만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도대체 무슨 수로 그 답도 없는 던전들을 돌파한 거야?”

물론 이 여자도 내가 어떻게 S급 던전들을 돌파했는지 궁금해 했다.

“특히 그 불사의 괴물은 말이지. 아무리 죽여도 계속 살아났다니까? 말도 안 나오더라고. 신해준이 완전히 태워서 잿가루로 만들었는데도 살아났을 땐 다들 질려했지.”

그녀는 크큭 웃었다.

“신해준은 자존심이 강한 남자야. 아마 그 남자를 돌아서게 하는 게 가장 어려울 걸? 자신은 해결 못한 던전을 네가 끝내버린 사실을 굉장히 분해했어.”

젠장, ‘지옥불’이 나를 싫어한다고?

“거의 다 왔어.”

해당 던전 ‘화이트 하우스’는 동해안 근처의 깊숙한 산맥에 숨겨져 있었다. 다만 던전이 있는 곳 주변은 갈색으로 시들어서 황폐화된 상태라고 했다.

“가장 심한 곳은 어디인 줄 알아? 러시아의 노보시비르스크 제도에 있는 던전이야. 그곳은 섬의 반절 정도가 황폐화되었어. 사람이 없는 곳이라 이슈가 되지 않았을 뿐이지.”

이연경은 창가로 시선을 돌렸다.

“드레인 도어는 이대로 가면 분명히 세상을 멸망시킬 거야.”

“그 미라처럼 인류는 말라 죽으려나?”

“뭐, 그걸로 끝나면 다행이지.”

“응?”

박찬일이 했던 말이랑 비슷해서 반응하고 말았다.

“차라리 남자로 태어났다면 이렇게 심각하게 두려워하지 않았을 텐데.”

“여자는 뭔가 더 있어?”

“···말이 너무 많았네. 다 왔어.”

때마침 도착해서 차가 멈춘 터라 우리의 대화도 거기서 끝이 났다.

“끝나면 제대로 보답하도록 하지.”

“맞다. 보상! 외뢰 대가로 보상을 받아가야겠어. 내 말 틀린 거 없지?”

“그렇긴 하네. 비즈니스를 하는 주제에 날로 먹으려 하면 안 되겠지. 그래, 뭘 원해? 들어줄 수 있는 선에서 다 들어주마.”

나는 고민했다. 뭘 달라고 하지? 돈? 아냐, 너무 근시안적이야. 돈은 얼마든지 벌 수 있다.

“너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나에게 다오. 가능하냐?”

내뱉고 나서 너무 추상적으로 말했음을 깨달았다. 나는 뭔가 쓸만한 아이템이 있다면 달라고 할 생각이었다.

“좋아! 멋지게 해결하고 나오면 줄게!”

“어? 정말?”

그런데 상대가 너무 쉽게 승낙하니 내가 제대로 말했나 싶었다.

“그래. 네가 마음에 들었으니까!”

“고, 고맙다.”

차에서 내린 우리는 30분 정도를 산을 타고 올라갔다.

산세가 좀 험하긴 했지만 스텟을 얻고 강해진 육체라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화이트 하우스야 저게.”

정말 입구까지 와버린 나는 ‘드레인 도어’의 실체를 직접 보게 되었다.

쿼드라의 둥지가 있던 곳은 폐공장이라 뭔가 자연스러운 느낌이었는데 여긴 산 한가운데라 그렇지가 않았다.

푸른 녹음 사이에 새카맣게 썩어버린 죽음의 풍경이 덩그러니 놓여 있으니 너무나 어색했다.

그 안엔 새하얗게 타오르고 있는 던전 게이트가 있을 뿐.

“후딱 끝내고 와. 밥도 맛있는 걸로 사줄 테니까.”

“참나··· 나보다 누나냐?”

“후후, 비밀이야. 여자 나이를 알려고 하다니, 매너가 없네.”

아무래도 상대는 내 프로필을 알고 있을 것이다.

나도 S급 헌터들의 신상에 대해 자세히 조사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알겠어. 간다.”

“다녀와.”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나와 나유영은 던전 앞에 섰다.

-푸석.

제대로 된 땅에서 붉은 빛깔을 머금은 부분으로 발을 올리자 느껴지는 불쾌한 감각.

“냄새도 영 안 좋은 것 같네.”

썩은 내라고 해야 되나, 음식 상한 냄새가 나서 짜증이 났다.

“그런데 너, 왜 그리 조용했냐? 나 혼자서만 떠들었네.”

“딱히 제가 할 말은 없잖아요.”

나유영은 조용히 대꾸하고 앞서 걸어갔다.

뭔가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데 아마 이곳의 오염된 자연 때문이겠지.


[S급 던전 화이트 하우스에 입장하시겠습니까?]


YES.

익숙한 감각과 함께 우리는 던전 안으로 전송되었다.


작가의말

이 글을 마무리 지으면 다음 것은 확실하게 트렌드에 맞춰 써볼까 합니다. 갑질! 사이다! 먼치킨! 또 뭐가 있더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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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어둠의 잔상(2) 18.05.09 839 12 10쪽
32 어둠의 잔상(1) 18.05.08 871 12 9쪽
31 뒤바뀐 운명 18.05.06 913 9 11쪽
30 인형극의 거장(5) 18.05.06 924 1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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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인형극의 거장(3) 18.05.04 926 10 11쪽
» 인형극의 거장(2) 18.05.03 964 14 11쪽
26 인형극의 거장(1) 18.05.02 1,047 12 11쪽
25 네 개의 술잔 18.05.01 1,001 15 9쪽
24 파상공세의 생물병기(4) 18.04.29 1,050 12 10쪽
23 파상공세의 생물병기(3) 18.04.29 1,077 14 8쪽
22 파상공세의 생물병기(2) 18.04.28 1,050 12 9쪽
21 파상공세의 생물병기(1) 18.04.27 1,149 13 10쪽
20 한 번 죽었던 자 +2 18.04.26 1,192 10 10쪽
19 불사의 괴물(5) 18.04.25 1,151 13 9쪽
18 불사의 괴물(4) 18.04.24 1,180 13 10쪽
17 불사의 괴물(3) 18.04.22 1,205 14 8쪽
16 불사의 괴물(2) 18.04.21 1,222 14 10쪽
15 불사의 괴물(1) 18.04.20 1,288 13 11쪽
14 검은 하늘(3) 18.04.20 1,381 1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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