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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신의 공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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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18.04.10 12:45
최근연재일 :
2018.05.1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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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4,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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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08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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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어둠의 잔상(1)

DUMMY

“이대로 가만히 있을 겁니까?”

서울의 한 빌딩에 있는 사무소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허공에 퍼졌다.

“······.”

그 목소리를 귀로 직접 들은 상대는 그저 턱을 괸 채 못마땅한 기세로 눈을 감고 있었다.

김철수는 그런 신해준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정원석마저 저쪽으로 돌아서버렸습니다. 우리의 입지가 상당히 줄고 있어요.”

“다른 곳에서는 뭐라는데.”

신해준이 눈을 떴다.

공격적인 눈매를 가지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예리함을 겸비한 미남이라 저절로 그림이 나왔다.

“주목하고는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관망하는 쪽이죠.”

‘다른 곳’이란 대한민국 외의 다른 헌터들을 말하는 거였다.

이들은 요즘 S급 던전들을 세 개나 돌파한 이재호에 관한 문제로 모여서 진중한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드레인 도어가 도래한 이후로 예정된 멸망을 관측하여 S급 던전들을 빠르게 처리해야 할 필요가 생긴 지구의 헌터들은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안을 논의하였지만 좀처럼 좋은 생각이 나오질 않았고 정체 중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난이도가 장난이 아닌 S급 던전의 클리어 방법과 거기에 투입할 헌터의 재목에 관한 문제였다.

물론 세계는 넓고 사람은 많으며 난세엔 영웅이 나오는 법이기에, 그 수많은 헌터들 중에서도 두각을 보이는 인물들이 속속들이 나타나 점차 활기를 띠고 있었다.

지금도 어딘가에선 S급 던전 공략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일부마나 공략이 완료되어 극비 보고서에 그 내용이 올라갔다.

하지만 이렇게 단기간에 3개씩이나 클리어한 인물은 전무후무하다. 그것도 어디서 본 적도 없는 근본없는 D급 헌터가 말이다.

“그 정도면 S급 헌터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데··· 정체를 숨긴 건가.”

신해준은 미간을 좁히며 혀를 찼다.

그가 이재호를 불편해하는 데에는 복잡한 이유가 없었다.

지금 대한민국에선 S급 헌터 중에서도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그였기에 최상급 헌터들 사이에서 회자되며 주목도를 높이고 있는 이재호가 너무나 거슬릴 뿐이었다.

결국 밥그릇 문제였지만 누구에게나, 언제나 중요한 문제긴 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이대로 간다면 좋을 게 없다는 거죠.”

그런 신해준의 옆에서 열심히 부추기고 있는 인물은 대한민국의 다섯 S급 헌터 중 하나인 김철수.

따지고 보면 이들도 전부 바닥부터 시작해서 여기까지 올라온 사람들이다. 물론 S급 고유능력을 각성했기 때문에 진정한 바닥이라 보기엔 어렵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자신들의 자리를 위협하는 존재에게 위협을 느꼈다.

“어차피 세계 멸망이니 뭐니, 좀 이상한 소리 아닙니까?”

문득 김철수가 웃으면서 어깨를 으쓱였다.

“실제로 확인된 문제이고 S급 던전의 게이트가 주변의 공간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게 증명이 되어 ‘드레인 도어’라고 명명이 되었지만··· 뭐 어쩌라는 걸까요.”

그의 눈앞에는 찻잔이 놓여 있었고 거기선 따스한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어차피 그런 건 알아서 잘 해결될 일이겠지요.”

“으음···”

아무리 자신의 이익을 중시한다고 해도, 헌터인 이상, 그리고 지금 인류에 닥친 위기의 무게를 생각한다면 저런 소릴 하면 안 됐지만 신해준은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다.

아니 하지 못했다.

“우리의 구역엔 S급 던전이 없어서 다행입니다.”

미묘한 억양으로 그리 말하며 찻잔으로 손을 뻗은 김철수의 눈동자가 곤란함으로 입을 다물고 있는 신해준에게 향했다.

‘제길··· 빌어먹을 새끼.’

신해준은 속으로 욕을 삼켰다.

대한민국 최강의 S급 헌터가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는 이구동성으로 신해준을 뽑을 것이다. 마치 존경받는 위인에 세종대왕과 이순신이 오르는 것처럼 공식인 셈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신해준만이 알고 느끼고 있는 감춰진 진실이 존재했다.

지금 자신의 눈앞에서 여유롭게 차나 호로록 거리며 마시는 김철수라는 남자였다.

세간에서 ‘매지션’이라는 이명을 달고 있는 이 남자는 언제 어디서 나타났는지 그 누구도 자세히 알지 못 했다.

S급 헌터들이 서서히 두각을 나타낼 무렵 그 속에 섞여 자연스레 5인을 형성하였다.

당연히 다섯 명은 서로 견제하며 누가 더 잘났는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기 시작했는데 그 중에선 당연히 신해준이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런 신해준에게 김철수가 찾아왔다.

‘저랑 한 번 싸워보시겠습니까?’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땐 무슨 소린가 했다.

S급 헌터들끼리 서로 경쟁하며 감정적이 됐을 땐 목숨까지 노릴 정도로 힘겨루기를 한 적이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던전 공략에 들어가서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경우였다. 당당하게 찾아와서 싸우자고 말을 거는 녀석은 완전히 처음이었다.

‘제정신이냐?’

한창 자신감에 차오르며 세계 랭킹에서도 빛을 내고 있던 신해준이었기에 그 누구도 두렵지가 않았다.

지옥불이라는 이명답게 상대의 능력까지 상쇄시켜버릴 정도로 강력한 화염 능력은 정말 불의 화신이 도래했다고 칭송받았다.

하지만 김철수는 어렵지 않게 신해준을 무릎 꿇렸다.

‘흠, 제법 많은 힘을 발휘하시는군요. 재능이 있습니다.’

여유롭게 개소리를 지껄이며 힘이 빠져 바닥에 쓰러진 신해준을 내려다보았던 그 날.

‘오늘 일은 비밀로 해드리죠. 그리고 저는 당신의 밑에서 일하겠습니다.’

당연히 의문이 들었다.

왜?

최강의 S급 헌터들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자신을 이렇게 쉽게 짓밟아놓고 왜 저런 이해가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걸까?

‘궁금한가 보군요. 얼굴에 다 쓰여 있습니다. 뭐, 나중에 천천히 알게 될 겁니다.’

개소리 중의 개소리였지만 힘으로 굴복당한 터라 말없이 수락했다. 이미 이룩해놓은 자신의 명예와 이름값이 어디서 왔는지도 모를 남자에게 파괴당하는 꼴을 차마 볼 수가 없었던 탓이었다.

그래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인데, ‘드레인 도어’가 대두되고 난 이후에도 김철수의 말도 안 되는 행보는 계속되었다.

‘서울에도 S급 던전이 발생한 모양이더군요.’

김철수는 지나가는 투로 말했다.

‘제가 처리하고 오겠습니다. 그리고 선물을 가져다드리죠.’

얼마 안 있어 정말 S급 던전을 클리어하고 왔다.

자신의 구역에 생긴 S급 던전이라 빠르게 파악했던 바로는 아무리 자신이라 하더라도 어려운 수준의 것이었다. 특히나 자신과 상성이 안 좋은 수 속성 몬스터였는데 아직 제대로 연구조차 되지 않은 녀석이었다.

김철수는 그 괴물을 반나절만에 해치우고 돌아왔다. 혹시나 의심이 되어서 확인해 보았는데 게이트가 소멸한 게 증거였다.

‘선물을 가져온다고 했죠?’

김철수는 그리 말하면서 신해준에게 아이템을 내주었다.

[미지의 파편]

[자격의 증명]

이게 뭐냐고 묻는 그에게 김철수는 본인에게 도움이 될 아이템이라고만 간단하게 말했다.

‘물론 당장은 효과가 없고 파츠를 모으듯 여러 개를 모아야 합니다. 이 나라엔 S급 던전이 유독 많은 편이니 모으기엔 어렵지 않겠죠.’

이런 식으로 몇 차례에 걸쳐 S급 던전이 돌파되었다. 처리한 사람은 당연히 김철수였고 이 모든 공은 신해준이 한 걸로 돌아갔다.

“하아.”

과거를 되짚어보던 중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고 만 신해준이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짐작도 할 수가 없다.

“최근에 생겼던 S급 던전 ‘블랙 울프 헤드의 거처’는 좀 의외였습니다.”

한숨을 내쉬든 말든 모르는 척 하면서 대화를 이어나가는 김철수가 더더욱 가증스럽게 느껴진다.

“그렇게 도시 한복판에 떡하니 생겨나면 몰래 가서 처리할 수도 없으니 말이죠.”

신해준은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목적이 뭐냐. 뭘 원하는 거야? 그게 가장 궁금해.”

김철수가 부지런히 모아다준 덕분에 [미지의 파편]과 [자격의 증명]은 진작에 파츠가 모여 진정한 실체를 가졌다. 이것은 이재호보다 앞서나가는 영역이었다.

“내용을 봤으니 아실 테지만, 이건 일종의 테스트입니다.”

“뭐?”

“이재호라는 남자는 앞날이 창창합니다. S급 던전 공략에 특화된 존재이기 때문이죠. 이대로 간다면 당신의 명성까지 위협할 수준까지 갈 겁니다. 게다가 그때쯤이면 힘으로도 제압하기 어려워지겠죠.”

“···?”

김철수는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았다.

“이제 순위권을 매길 때가 된 겁니다.”


작가의말

여기까지 따라와주신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제 글이 취향에 맞으셔서 다행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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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어둠의 잔상(2) 18.05.09 839 12 10쪽
» 어둠의 잔상(1) 18.05.08 871 12 9쪽
31 뒤바뀐 운명 18.05.06 913 9 11쪽
30 인형극의 거장(5) 18.05.06 924 15 8쪽
29 인형극의 거장(4) 18.05.05 889 13 10쪽
28 인형극의 거장(3) 18.05.04 926 10 11쪽
27 인형극의 거장(2) 18.05.03 963 14 11쪽
26 인형극의 거장(1) 18.05.02 1,047 12 11쪽
25 네 개의 술잔 18.05.01 1,001 15 9쪽
24 파상공세의 생물병기(4) 18.04.29 1,050 12 10쪽
23 파상공세의 생물병기(3) 18.04.29 1,077 14 8쪽
22 파상공세의 생물병기(2) 18.04.28 1,050 12 9쪽
21 파상공세의 생물병기(1) 18.04.27 1,149 13 10쪽
20 한 번 죽었던 자 +2 18.04.26 1,192 10 10쪽
19 불사의 괴물(5) 18.04.25 1,151 13 9쪽
18 불사의 괴물(4) 18.04.24 1,180 13 10쪽
17 불사의 괴물(3) 18.04.22 1,205 14 8쪽
16 불사의 괴물(2) 18.04.21 1,222 14 10쪽
15 불사의 괴물(1) 18.04.20 1,288 13 11쪽
14 검은 하늘(3) 18.04.20 1,381 1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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