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최근연재일 :
2024.04.22 13:25
연재수 :
298 회
조회수 :
159,076
추천수 :
2,578
글자수 :
1,482,298

작성
23.05.11 03:07
조회
179
추천
5
글자
11쪽

양면16

DUMMY

인정하던, 인정하지 않던 여기에 있는 연구원들과 의사들은 대부분 나사가 하나씩은 빠진 사람들이다. 하는 꼬라지를 본다면 그걸 부정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에게도 선은 있었다. 그 선이 일반인들보다 한없이 널널한게 문제였지만 어쨌건 있기는 있었다. 그리고 조금 전 강흠민의 발언은 그들에게도 ‘어? 이건 좀’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과격했다.


“소장님? 아무래도 그건-”


“그럼 자네들 중에 기쁜 마음으로 동참할 사람이 있나?”


있을 리가. 그들은 애꿎은 물만 벌컥벌컥 마시고 공기 중의 먼지를 세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런 모습을 강흠민은 그저 피식 웃으며 지켜봤고


“그러니 내가 나서겠다는 것일세. 아, 너무 걱정은 말게.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 비스무리한 것은 가지고 있으니. 그리고 원래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는 법이지. 그대들은 그냥 지금처럼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그만이야.”


“아, 알겠습니다.”


“좋아. 거기... 아, 구인산 연구원? 자네는 남아서 조금 더 이야기하도록 하지.”


열심히 ‘작은 생명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놨던 그는 얼굴빛을 밝게 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학자로서 자신의 이론이 받아들여지는 것이 기쁘기도 했고 무엇보다 그는 고작해야 6급 연구원일 뿐이었다.


물론 그것만 해도 이미 말단을 벗어난 위치였고 주무관급과는 다르게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생긴지 오래였지만 눈앞의 인물은 말단이라지만 관리관급에 위치한 인물이었다. 그와는 하늘과 땅 정도는 아니어도 산 밑과 산 정상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내 생각에는 자네가 생각한 것이 이게 끝이 아닐 것 같네만”


“흠흠... 그렇습니다. 몇 번 수혈에 참여하며 나름대로 정리한 것들이 있긴 합니다.”


“좋아, 아주 열정적인 젊은이로군. 아주 좋아. 어디 한번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보게”


강흠민은 흐뭇하게 웃으며 구인산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아무래도 자신과 뜻을 함께할 동반자가 있다는 것은 뿌듯한 일이었고 나름대로 살펴보니 명석한 편에 속하니 연구에도 나름대로 도움이 될 것 같아서였다. 물론 멍청한 놈이 연구원으로 관료 생활을 시작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긴 했지만 아무튼간에.


“우선 더 정밀한 도구가 필요합니다.”


“그야, 그렇지.”


“그리고 혈액에 대한 세밀한 관찰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그 혈액의 기능을 유지한 채 얼마나 길게 보관할 수 있는지, 보관해야 한다면 어디에 보관해야 그대로 보존할 수 있는지, 혈액을 보관한다면 어느 정도의 온도에서 보관해야 하는지.”


“그 말이 맞네. 아무래도 모든 상황에서 부모가 근처에 있을 것이라 믿는 건 어리석은 짓이지. 적어도 보관된 혈액이 있다면 이런 문제를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거야. 아무래도 내 과기부 산하 연구실에 연락해야겠군”


강흠민은 관리관급인 만큼 연구소장이나 연구소 부소장, 혹은 연구소의 수석, 차석연구원 급들과 연줄이 꽤 많았다. 아마 그들에게 목적을 숨긴 채 여러 가지 기구 등을 부탁하고 상의한다면 그다지 어렵지 않게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았다. 그 기구가 만들 수 있는 것이라는 가정 하에서.


“그리고 혈액을 보관하다 수혈하기 위해서는 역시 그 ‘작은 생명체’가 서로 일치하는지 확인할 방법이 필요합니다. 문제는 그 방법을 모른다는 것인데...”


“흠... 그것 역시 내가 어떻게 손써볼 방법이 있겠군. 확실하지는 않지만”


강흠민은 군에서 쓰는 망원경을 떠올렸다. 멀리 있는 물체를 크게 볼 수 있는 그 물건이라면 가까이 있는 물체는 훨씬 크게 볼 수 있으리라. 어쩌면 그 ‘작은 생명체’를 관찰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아, 그리고 자네는... 주변 동료들을 잘 다독여 주게나. 혹시 걱정할지도 모르는 일이니”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소장님? 이건... 그저 제 개인적인 호기심입니다만”


강흠민은 잠시 고민하다 이야기해보라는 듯 손을 까딱였다. 막혀 있던 연구에 일단 빛을 보여준 사람이니 극히 무례한 질문이 아닌 이상 답해줄 의향이 있었다.


“다른 연구에 비해 이 수혈 연구를 하실 때 더 열과 성을 다하시던데 무슨 이유라도 있는 것인지...”


그렇게 말하는 구인산의 눈에는 약간의 탐욕이 뒤섞인 의문이 머무르고 있었다. 그 눈빛을 마주하던 강흠민은 작게 탄식하며 답했다.


“... 그럴만한 사정이 있네”








“전하, 제가 감히 말씀드리건데 지금 당장! 목화밭과 면포 공장을 늘려야 합니다!”


“허, 이제 한 회사의 사장까지 하는 사람이 뭐 그리 급한가. 좀 진정하고 천천히 말해보게나”


지영의 말에 한국방직산업공사 사장은 콧김을 거세게 내쉬며 답했다.


“그리 담담히 받아들이실 일이 아닙니다! 이건 혁명입니다, 혁명! 제 생에 이보다 뛰어난 섬유는 비단과 일부 모직물밖에는 보지 못하였습니다!”


“아, 그래. 그건 나도 잘 아네. 해서 투자를 하기로 했지 않은가. 목화를 본격적으로 재배한 지 채 몇 년도 되지 않았네”


물론 그럼에도 국가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장려하여 일 년에 대강 25만 필을 뽑아냈으니 적게 뽑아낸 것은 아니었다. 그동안 개량해온 물레는 이제 한 번에 네 개의 바퀴를 돌려 실을 뽑아낼 수 있게 개량되었고 나는 북은 여전히 밥값을 톡톡히 하고 있었으며 조면기로 인해 효율적으로 목화솜과 씨를 분리했다.


그리고 그간 나는 북과 물레로 여러 섬유를 찍어내던 짬밥이 있으니 처음부터 괜찮은 수준의 생산 효율성을 보여준 덕이었다. 조선 성종 때의 일본에 무역대금으로 지불하던 면포가 대략 50만 필 정도였으니 면업 초창기라고는 믿기지 않는 생산량이었다.


“그 많던 물량이 겨우 한 분기도 안 되어 모두 빠졌습니다, 전하. 한 분기도 안 되어 천만 원을 벌어들였습니다.”


그쯤 되자 지영도 놀라며 자세를 바로했다.


“한 분기도 안 되어 모두 빠졌다고? 그게... 흠, 아직 가격 경쟁력이 모직물과 비슷한 수준 아닌가?”


“맞습니다만 면은 모직물이 하지 못하는 것을 할 수 있지요. 예를 들자면 솜이불이라든지, 방수 처리된 돛 등 말입니다. 군용으로도, 민간으로도 감히 목화를 대체할 물건은 없을 겁니다.”


그 말은 사실이어서 이미 국방과학연구소에서는 ‘야, 그 천 좋아 보인다?’라며 목화솜과 면포를 두둑이 챙겨가 새로운 갑옷, 침낭, 천막 등의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었으며 해군에서는 ‘아 빨리 방수 처리한 돛 주세요!’라며 생떼를 쓰고 있었고 저 추운 북방에서는 ‘그래서 솜이불 언제 줄거임?’이라며 동전 주머니를 가져가라 흔들고 있었다.


“공급이 지금의 열 배가 되어도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 겁니다! 단언컨대 이 목화야말로 한국의 하얗고 부드러운 황금이라 할 만합니다.”


“성과급이 욕심나는 게 아니라?”


지영이 장난스레 웃으며 말하자 사장은 껄껄 웃으며 능청스레 답했다.


“어이쿠 들켰습니까? 제가 황금 침대 위에서 자는 것이 꿈인지라.”


더 놀라운 건 그의 말대로 공급을 열 배, 스무 배로 늘리면 저 꿈을 넘어 방 하나 자체를 황금으로 발라버리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는 점이었다.


“쯧, 사장이란 작자의 꿈이 그리 작아서야 쓰겠나. 적어도 황금 저택 정도는 꿈꿔야지. 아무튼 그 건은 내 최대한 투자하겠네. 꿈을 이뤄 보게나.”


“감사합니다, 전하!!!”


돈 냄새 가득한 웃음소리를 흘리며 사장은 낄낄댔다. 지영 역시 가득 차오르는 국고를 생각하며 흐뭇하게 웃었다.


그리고 사절단이 당나라로 향했다. 겉으로야 뭐 황제의 탄신일을 축하한다는 이유로 가는 사절단이었지만 속내는 따로 있었다.


당나라에 도착한 사절단은 대강 황제의 비위를 맞추며 황제를 기쁘게 하다가 분위기가 무르익자 딱 봐도 ‘나 비싸요’라고 온몸으로 주장하는 작은 상자 하나를 바쳤다.


“으음? 이게 무엇이더냐?”


그리고 그 상자에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당 헌종은 상자를 받아들고 의아한 기색으로 사절단에게 물었다. 상자만 봐서는 천하제일의 보물이라도 들어있을 것 같았지만 거기에 들어있는 것은 보잘것없는 갈색 덩어리 몇 개가 전부였기 때문이었다.


“아국의 왕께서 천자께 진상하기 위해 특별히 만든 물건이옵니다. 보잘것없으나 미욱한 번국의 정성을 봐서라도 한 번 드셔 주시기를 간청드리는 바입니다.”


절도사 토벌도 나름대로 잘 되어가고 있었고 오늘은 자신의 생일인데다 최근에는 저 골칫덩어리인 한국도 살살 기는 모습을 보이니 기꺼웠던 당 헌종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그리 하겠노라’라고 웃으며 갈색 덩어리를 입에 넣고 녹였다.


입에 넣고 헌종의 안색이 살짝 굳자 환관들이 나서려 했으나 이내 헌종은 손을 들어 막았다. 이미 살짝 굳은 표정은 어디로 팔아먹었는지 바다 위의 해파리마냥 흐물흐물해진 지 오래였다.


‘한국산 백설 설탕 맛 좀 봐랏!’


순수한 단맛에 뭔가 이상한 환청이 들린 것도 같았지만 헌종은 거리낌 없이 설탕을 한 조각 더 입에 넣었다.


한참을 그 맛을 음미하던 헌종은 허허 웃고 점차 사라져가는 단맛에 탄식하더니 이내 작게 내뱉었다.


“... 이것에는 감동이 있구나. 내 오늘 천하에서 제 자태를 뽐내는 보물들을 산처럼 받았거늘 그 보물을 모두 합해도 이 한 조각만 못 할 것이다.”


엄청난 호평에 탄신일 연회를 즐기던 외국의 사신들, 신하들, 기타등등은 모두 황제를 쳐다보았다가 이내 눈을 깔았다. 물론 헌종은 이들을 신경조차 쓰지 않고서는 부드러운 눈매를 한껏 뽐내며 제 궁금한 것이나 풀었다.


“그래, 이 귀물의 이름은 무엇이더냐?”


“비록 그 생김새는 보잘것없으나 그 맛은 새하얀 눈처럼 사람을 경탄하게 하고 한순간의 꿈처럼 덧없이 사라짐에 눈 설 자에, 설탕 탕 자를 써서 설탕이라 하옵니다.”


“허... 마치 그 이름과 같구나. 실로 그 이름이 아깝지 않도다.”


어느새 두 조각밖에 남지 않은(상자가 워낙에 작아 원래 네 조각밖에 없었다.) 설탕을 안타까운 눈으로 보던 헌종은 이내 말을 마쳤다.


“한국왕의 충성을 잘 받았노라. 짐이 오늘 받은 이 충심을 결단코 잊지 않겠노라고 전하거라”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황상 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


헌종이 흐뭇하게 사절단과 설탕 상자를 번갈아 바라볼 때 한국에서는...


“아, 이걸로 불을 붙이면 끈적하게 들러붙습니다! 이것도 좋은 연료가 될 것 같습니다!”


“당나라 놈들 다 뒤졌다!”


아무튼 그러했다.


작가의말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ㅠㅠ
요즘 현생이 좀 바쁜 바람에..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다시쓰는 세계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42 평화를 끝낼 준비2 +2 23.09.16 152 3 11쪽
241 평화를 끝낼 준비 +2 23.09.11 176 3 11쪽
240 발해 15 +4 23.09.07 183 3 11쪽
239 개강(ㅠㅠ)한 기념으로 특별편(주요 국가 정보) +2 23.09.05 249 2 20쪽
238 발해14 +2 23.09.01 161 4 11쪽
237 발해13 +2 23.08.25 154 4 11쪽
236 발해12 +3 23.08.22 163 4 11쪽
235 발해 11 +2 23.08.17 182 3 11쪽
234 발해10 +2 23.08.14 185 4 11쪽
233 발해9 +2 23.08.11 200 3 11쪽
232 발해8 +2 23.08.08 184 4 11쪽
231 발해7 +2 23.08.03 202 4 11쪽
230 발해6 +4 23.07.30 203 5 11쪽
229 발해5 +2 23.07.19 200 5 11쪽
228 발해4 +4 23.07.13 195 5 11쪽
227 발해3 +4 23.07.08 197 5 11쪽
226 발해2 +2 23.07.05 200 3 11쪽
225 발해 +4 23.07.02 257 6 11쪽
224 양면28(1부 완) +2 23.06.29 207 5 11쪽
223 양면27 +4 23.06.26 169 4 11쪽
222 양면26 +4 23.06.16 177 4 11쪽
221 양면25 +2 23.06.10 164 3 11쪽
220 양면24 +2 23.06.07 160 3 11쪽
219 양면23 +2 23.06.04 171 3 11쪽
218 양면22 +2 23.06.01 171 3 11쪽
217 양면21 +2 23.05.29 171 3 11쪽
216 양면20 +4 23.05.26 168 3 12쪽
215 양면19 +4 23.05.22 179 4 11쪽
214 양면18 +4 23.05.18 171 4 11쪽
213 양면17 +2 23.05.15 173 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