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최근연재일 :
2024.04.22 13:25
연재수 :
298 회
조회수 :
159,060
추천수 :
2,578
글자수 :
1,482,298

작성
23.06.10 07:24
조회
163
추천
3
글자
11쪽

양면25

DUMMY

“봤나? 우린 결국 성공했다네”


총 네 차례에 걸친 실험, 그 실험으로 부모의 피를 자식에게 수혈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밝혀낸 강흠민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밝게 웃고 있었다. 같이 힘쓴 구인산 연구원도 보람차다는 듯이 자료를 바라보며 웃었다.


“예, 결국 성공했지요.”


독극물 연구소는 의술, 인체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만들었지만 흠민이 생각하기에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바로 이 수혈이었다. 이제 근처에 가족이 있다면 적어도 수술할 때 피가 없어 맥없이 죽는 일은 줄 것이다.


“하지만 최근 감찰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흠... 예전에도 이런 일이 몇 번 있었지. 대부분은 예산이 모자라 단속을 하는 것이었는데 아마 이번에도 그럴 확률이 높아.”


만약 용도 외의 목적으로 사형수를 활용하는 것이 발각되었다면 소리소문없이 자신은 감찰부 지하감옥에 갇히리라는 것 정도는 잘 알았다. 어차피 죽은 취급 당하는 사람인데 도대체 뭐가 문제냐고 하면... 한국에서 사형은 결국엔 왕 혹은 왕의 인가를 받은 사람만이 선고하고 집행할 수 있는 제도다. 이런 사형수를 법률에 의거해 빼냈는데 만일 그 법률과 맞지 않는 용도로 활용한다면 이는 곧 왕에 도전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리고 사형수는 현 체재에 불만을 가진 사람일 확률이 높으니 이를 용도 외의 목표를 위해 활용한다면 반역죄를 뒤집어써도 크게 이상하지 않았다. 즉, 도덕적인 문제를 뒤로하더라도 현재 독극물 연구소가 행하고 있는 일은 왕의 권위에 도전하며 반역죄로 보이기에 충분한 일이라는 의미다.


“그래도 당분간은 조심해야겠어.”


어차피 이 연구 결과를 독극물 연구소가 수면 위에 드러나지 않고 공개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필요했다. 수혈이라는, 다른 사람의 피를 건네준다는 연구 자료는 아무나 발표할만한 주제가 아니었다. 그나마 가장 무난한 것이 군의관의 경우겠지. 거긴 온갖 상황이 다 발생하니까. 설득할 수 있을 때의 문제지만.


아무튼, 그들은 성공했다. 주어진 환경을 생각한다면 이 정도로도 충분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말할 수 있겠지. 다만, 이들의 성과에는 그 누구도 모르는 큰 결함이 하나 있었다. (여기서 ‘누구도’는 세상 사람들 전체를 의미한다. 즉, 문자 그대로 지구상의 인간 모두 모른다.)






한국에서 제일 빡센 연구소를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어디일지에 대한 토론은 있을 수 있으나 제일 답답한 연구소를 고르라면 누구도 예외 없이 농업과학연구소를 고를 것이다. 여기는 한 번 실험하는데 1년 정도 소요된다. 그리고 보통 유의미한 자료를 뽑기 위해서는 적어도 스무 번 정도는 결과가 나와야 하기 때문에 각지에 농지를 가지고 연구를 해도 보통은 한 연구 결과가 ‘쓸만한 게’ 나오려면 적어도 10년은 있어야 한다.


근데 그 10년 투자했다고 쓸만한 게 나오냐 하면 그건 또 아니라는 게 문제지. 농업에 변수는 너무도 많았고 아무리 지원을 빵빵하게 받는 농업과학연구소라 할지라도 이 변수를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래서 농업과학연구소에서 지금껏 나온 유의미한 연구 결과는 몇 개 없었다. 물론 그 몇 개가 목화 재배 성공, 미세하게 개량된 벼 종자, 비료 이용법 등 굵직한 것들이긴 했다. (그리고 목화 재배 성공을 제외한 나머지 성과는 아직도 연구 중이다. 개량 종자와 비료 이용법은 연구 도중에 ‘일단 이렇게 써보고 문제 있으면 알려줘.’라는 베타테스트에 가까웠다.)


그리고 이 농업과학연구소에서 또 하나의 연구 결과가 올라왔으니...


‘해초와 불가사리를 이용해 비료를 만들면 효과가 아주 좋습니다.’


“얘들은 농사지으랬더니 바다 가서 풀 뜯고 있냐”


“하지만 효과는 좋은 것 같습니다. 기르는 데 비용이 크게 드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이들은 제 나름대로 양식 방법까지 첨부해서 보고서를 제출했다. (놀랍게도 김의 양식은 조선 인조 때부터 행해졌다. 한반도의 자원환경을 고려한다면 그다지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뭐... 그래, 그렇다면 된 거지.”


지영은 문득 예전에 잘못 클릭해선 본 ‘해초 천연 비료’라는 상품이 있었다는 것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암, 무슨 좋은 성분이 있으니까 저렇게 천연 비료랍시고 팔았던 거겠지.


무엇보다 이 비료가 성공한다면 분뇨 사용량을 절약할 수 있다. 분뇨 사용량을 절약이라고 말하니 웃기긴 해도 굉장히 진지한 문제였다. 분뇨는 곧 초석 밭의 재료가 되는 자원이었고 더불어 비료의 재료로도 쓰이는 자원이었다. 그러니 식량 생산량에 타격을 받지 않고 이 분뇨를 초석 생산으로 돌릴 수 있다는 것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었다.


“한번 시범 운용을 해 보자고. 가까운 수도권 일대에서 내년 농사에 한 번 사용해보라고 하게. 농사가 망하더라도 책임지고 도와준다고 하는 것도 잊지 말고.”


이 시대의 농사는 1년짜리 도박이나 마찬가지였다. 그것도 자신과 가족의 생활을 건 도박. 그러니 농민들은 자연히 ‘이전에 쓰던 그나마 안전한 방법’을 사용했고 그들의 말에 따르면 고운 샌님들의 말은 듣지 않으려 했다. 물론 농업과학연구소의 연구원들은 연구원이자 숙달된 농부이기도 했지만, 상식적으로 ‘연구원’이라고 하면 농부의 이미지보다는 아무래도 샌님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이들에게 신농법을 전수하려면 적어도 신뢰도 높은 인간이 ‘이번 농사 망하더라도 내가 책임져줌. 그러니 나 믿고 ㄱㄱ’라고 보장해줄 필요가 있었고 다행히 한국 정부와 국왕인 지영은 신뢰도가 굉장히 높은 편이었다. 심지어 한국은 해외에서도 신뢰도가 높았다. 물론 그 평이라는 것이 ‘이 새끼들은 돈에 반쯤 미친놈들이지만 그럼에도 약속은 잘 지킨다.’ 이런 종류였지만 아무튼 그랬다.


그리고 또 다른 평가로는 ‘얘네 신기한 거 참 잘 만든다’였다. 그중 대표적인 게 바로 얼마 전부터 판매를 개시한 향수였다. 성인 남성의 손보다 작은 우아한 장식이 가득한 나전칠기 상자를 열면 아름다운 유리병에 있는 액체.


향낭처럼 차고 다닐 필요도 없었거니와 시중에서는 돌아다니지도 않는 희귀함, 그리고 유리병 하나만으로도 훌륭한 장식품이 되거니와 향 또한 훌륭했다. 그렇기에 각국 상류층 부인에게 알음알음 퍼져가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향수의 광고를 맡은 사람들은 다름 아닌 지영의 부인들이었다. 각국의 높으신 분들을 만날 때 자연스러운 홍보가 이루어졌고 그렇게 퍼져나간 것이다.


그렇기에 한국인들도 지영의 보장 아래에 ‘좀 신기한 비료’를 사용하는 걸 그렇게까지 이상하게 여기진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도 늘 그래왔으니.









삶은 만두 연구동의 기술자들은 의욕 넘치게 개발에 들어갔다. 아무래도 국왕이 주시하고 있는 사업이고 반쯤은 초법적인 권한까지 부여받았다. 기술자의 자부심이든, 출세를 위한 공명심이든 어느 쪽이든 간에 동기는 충분했고 보상 역시 충분할 터였다.


지원 역시 충분했다. 지영은 필요하다면 반 정도는 무제한적으로 비싸디비싼 도가니에 만들어낸 질 좋은 강철과 여러 금속을 포함한 모든 자재의 지원을 약속했고 이는 분명 고무적인 일이긴 했다. 그러니까... 그 재료들을 쓸 상황이 있다면 말이지. (도가니 제강법은 많은 문제가 있지만, 한국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최상급의 강철을 만들 수 있었다.)


지금까지의 발명은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이 있었다. 결국에 실패한 타자기도 지영이 극히 일부지만 알고는 있었고 제철법 역시 알고 있었다. 섬유 공장에 쓰이는 기계들도 대략적인 형태는 알고 있었고 배 역시 모호하나마 그 형태 몇 개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증기기관 같은 경우는 ‘응? 물을 끓여서 그 힘으로 수차를 움직일 수 있어!’ 정도가 지영이 아는 전부였다. 어떻게 생겼는지, 세부적으로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문외한이었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삶은 만두 연구동의 기술진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처음 나온 방안은 아주 간단했다. 바로 물을 끓여 그걸 좁은 통로를 통해 수차를 돌려보는 것. 그런 조잡한 물건으로는 활용할 수 없다는 건 당연했지만 그래도 그들은 하나 정도는 얻을 수 있었다. 마냥 허황된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


그렇게 그들이 뚜렷해 보이는 목표를 향해 달릴 때쯤 목표를 제시한 사람은...


“그게 될 것 같나?”


“...예? 분명 전하께서 제시하신 과제 아닙니까?”


“아... 분명 그렇지. 언젠가는 될 거라 믿고”


지영의 시큰둥한 반응에 양순은 의문을 표했으나 이어진 지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비서실장이 저 당나라의 모든 도시를 기어서 다녀와야 한다고 하자고. 가능은 하겠지?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 아니. 그야 그렇지만...”


“그거랑 비슷하네. 느리더라도 일단은 기어가기 시작해야 당나라를 돌든 말든 할 것 아닌가.”


“그럼 이전에 말씀하신 보상은...”


“아, 그들의 노고에는 충분한 대가가 주어질 걸세”


... 안 준다는 이야기군. 양순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만들지 못했으면 그 보상 역시 못 받는 게 맞지.


“그리고 그들이 연구하면서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는 느낌으로 잔 성과들이 하나씩은 나오지 않겠나? 내 타자기 개발할 때만 해도 그랬지.”


한국 최고의 금속기술자와 기계공학자 쉰 명을 동원했고 그 성과는 기계공학과 금속기술이 발달했다는 것 정도로 끝난 지영의 대표적인 삽질, 타자기 개발. 얻은 게 없는 건 아니라지만 그 인원과 그 자원을 갈아 넣고 나온 성과라는게... 흠.


양순은 진심으로 그때와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기를 빌었다. 뭐... 지영이 말하는 꼴을 보아하니 이미 그른 것 같기는 했지만.


“그건 너무 신경 쓸 필요 없네. 그것보다는 당에서의 공작은 그런대로 잘 되어간다고”


“예, 전하. 특제 약을 들키지 않게 대상들에게 섭취할 수 있게 유도하고 있습니다.”


지영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암, 이토록 가난한데 가족계획도 좀 해야지. 안 그런가?”


“타국의 신민들까지 신경 쓰시니 가히 성군이 아닐 수 없습니다.”


둘은 훈훈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이대로면 인구 성장률이 효과적으로 둔화될 것이라느니, 올해 목화 생산량은 더 높을 것이라느니 하는 이야기들. 당나라가 들으면 복장이 터질 이야기였지만 다행스럽게도 당나라가 들을 일은 없었다.


작가의말

한국 역사상(얼마 안 되지만)가장 실패한 개발사례... 타자기 개발...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다시쓰는 세계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42 평화를 끝낼 준비2 +2 23.09.16 152 3 11쪽
241 평화를 끝낼 준비 +2 23.09.11 176 3 11쪽
240 발해 15 +4 23.09.07 183 3 11쪽
239 개강(ㅠㅠ)한 기념으로 특별편(주요 국가 정보) +2 23.09.05 249 2 20쪽
238 발해14 +2 23.09.01 161 4 11쪽
237 발해13 +2 23.08.25 154 4 11쪽
236 발해12 +3 23.08.22 163 4 11쪽
235 발해 11 +2 23.08.17 182 3 11쪽
234 발해10 +2 23.08.14 184 4 11쪽
233 발해9 +2 23.08.11 199 3 11쪽
232 발해8 +2 23.08.08 183 4 11쪽
231 발해7 +2 23.08.03 202 4 11쪽
230 발해6 +4 23.07.30 203 5 11쪽
229 발해5 +2 23.07.19 200 5 11쪽
228 발해4 +4 23.07.13 195 5 11쪽
227 발해3 +4 23.07.08 197 5 11쪽
226 발해2 +2 23.07.05 200 3 11쪽
225 발해 +4 23.07.02 257 6 11쪽
224 양면28(1부 완) +2 23.06.29 207 5 11쪽
223 양면27 +4 23.06.26 169 4 11쪽
222 양면26 +4 23.06.16 176 4 11쪽
» 양면25 +2 23.06.10 164 3 11쪽
220 양면24 +2 23.06.07 160 3 11쪽
219 양면23 +2 23.06.04 171 3 11쪽
218 양면22 +2 23.06.01 171 3 11쪽
217 양면21 +2 23.05.29 171 3 11쪽
216 양면20 +4 23.05.26 167 3 12쪽
215 양면19 +4 23.05.22 179 4 11쪽
214 양면18 +4 23.05.18 170 4 11쪽
213 양면17 +2 23.05.15 173 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