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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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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최근연재일 :
2024.04.22 13:25
연재수 :
29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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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82,298

작성
23.05.06 03:11
조회
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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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양면15

DUMMY

토기 정수기는 큰 인기를 끌었다.


아무리 정부에서 열심히 물 끓여 먹기 운동을 하고 지영이 친히 나서서 물 좀 끓여 먹자고 떠들고 다녀도 귀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나마 요즘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존재까지는 몰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생명체가 병을 일으킨다.’ 정도는 알고 있었고 그 ‘작은 생명체’를 효과적으로 죽이기 위해선 물을 끓여 먹어야 한다는 주장을 주위에 퍼뜨렸다.


다만 이들은 이제 500만이 넘어가는 한국 인구를 고려한다면 소수에 불과했고 대부분은 끓여진 물이 없다면 ‘에이 한 모금쯤이야!’ 하며 시원한 물을 들이켜는 게 현실이었다.


물을 끓인다는 것이 귀찮기도 했고 연료가 들기도 했기 때문인데... 이것을 해결한 토기 정수기는 저녁에 물 떠놓고 기다리면 알아서 물을 정화해주기 때문에 훨씬 간편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가에서 위생사업의 일환으로 공짜에 가까운 금액으로 뿌려대고 있었고 심지어 1년마다 새로 준다고 하니 안 쓸 이유도 없었다.


그래서 각 가정에는 인원수에 맞게 토기 정수기가 배치되기 시작했다. 물론 그 대가로 1년에 10원씩 세금을 더 가져가기는 했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물 먹고 탈 나는 것보다는 1년에 통닭 한 마리 세금으로 내는 게 나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지금까지도 말 많던 상하수도 계획도 삽을 뜨기 시작했다.


공사 구역이 모두 갈아엎어진 건 당연한 수순이었고 이에 대해 항의하는 이들 역시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 넓은 땅을 모두 엎는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요!”


그리고 그런 자들에겐 여지없이 동전이 쏟아졌고


“암! 나라에서 신민들을 이롭게 하는데 내 어찌 협조하지 않을 수 있겠소?”


와 같은 반응이 나왔다.


물론... 아주 일부에서는


“조상 대대로 살던 땅이오!”


더 많은 동전이 쏟아졌고


“나라에 충성하는 것도 어찌 보면 조상님을 빛내는 것이지 않겠소? 허허허”

한국 관료들은 ‘일이 안 될 때면 돈이 모자란 게 아닐까 생각해보자’라는 귀중한 교훈을 얻으며 본격적으로 상하수도 공사를 시작했다.


상수도는 남동쪽의 수원에서 물을 끌어오기 위한 공사였고 하수도는 서울의 오염물질을 모아다가 한강 하류로 방류하기 위한 공사였다.


사실 중요도로 보았을 때 하수도 공사가 훨씬 중요했고 그래서 계획 이름도 서울특별시 1차 하수도 계획이었다. 상수도는... 약간 덤으로 따라온 느낌?


물론 그렇다곤 해도 상수도 역시 중요했다. 말마따나 물 뜨러 가는 데 너무 오래 걸리는 것도 문제였고 여름철마다 홍수가 나면 한동안 물은 많은데 마실 물은 부족한 상황이 펼쳐지는 것도 흔한 일이었기에 서울이 지금과 같은 상태를 유지, 확장하기 위해서는 상수도가 필요하기는 했다.


“예산은... 예산은 넉넉하니 기일 내로 하자가 없게만 공사하게나”


아무리 줄였어도 삼십 년간 팔십억이 넘는 예산을 지출해야 하는 지영의 목소리가 자신도 모르게 애처롭게 떨렸으나 안타깝게도 이훈의 귀에는 닿지 않았다.


어쨌건 처음 해보는 하수도 공사이니 시행착오는 무조건 있을 게 분명했다. 그런 만큼 기일 안에 끝마치기 위해서는 인력, 더 많은 인력이 필요했고 그걸 위해서는 예산이 아주 넉넉히 필요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전하. 한국 최고의 석학들과 기술진들이 달라붙었습니다. 반드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으음... 그래.”


‘그리고 기왕이면 만족할 만한 영수증도 함께 가져다 주길...’


지영은 이훈의 뒷모습을 보며 간절히 기도했다.








그렇게 한국은 야심차게 신년을 맞아 새해 계획을 시작했고...


천황이 죽었다.


‘원 역사에서도 이쯤 가긴 하지...’


헤이안 시대를 연 간무 천황. 얼굴 한 번 본 적 없지만, 아무튼 지영의 장인어른 되는 인간이기도 했다.


물론 그 말을 펑펑 우는 아사하라의 앞에서 할 순 없었기에 지영은 조용히 그녀를 끌어안고 위로해 주었다.


아사하라가 울다 지쳐 쓰러지고 지영은 착잡한 속내를 감추며 타카키 대사를 만나 위로의 뜻을 전했다.


“장관, 아무래도 그대가 특사로 좀 다녀와야겠어.”


동맹에 가까운 우호국 군주의 죽음이었다. 장관급 정도는 보내야 격이 모자라는 일은 없다. 그렇다고 한 명 있는 총리급 인사를 보낼 순 없었으니 지영으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알겠습니다.”


‘공작도 보내야 하나...?’


현재 한국에는 이럴 때 보낼 마땅한 왕족이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어딘가에는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영이 싹 갈아엎고 새로 작성한 왕실 족보에는 지영의 생물학적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현재 지영의 가족이 전부였다.


‘아버지란 작자도 얼굴만 아는데 무슨 사돈에 팔촌까지 신경 써야 해?’


그리고 삼십 년 전 숙청 때 왕족들 역시 상당수 쓸려나가서 찾으려면 정말 방방곡곡을 다 뒤져야 할 판이었다. 그리고 지영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그 수고를 감수하기 싫었다.


그러니 현재 한국에서 왕실을 제외하고 가장 격 높은 인간은 전 내무성 총리 설차 공작이었다. 다만 한 가지 사소한 문제가 있다면...


‘이제 나이가 좀...’


설차의 나이는 육십하고도 하나, 거기다 젊었을 때 지영의 밑에서 과로에 음주에... 건강을 해칠 일을 참 많이도 했다. 까놓고 말해서 이제 언제 갈지 모르는 사람이라는 것.


요즘 건강을 챙기고는 있다지만 무슨 건강이 물건 A/S 받듯 한순간에 회복될 리가 없었다. 그저 나빠지는 속도를 조금 줄여주는 수준이겠지.


그런 설차를 지영이라 할지라도 더 부려먹을 순 없었다(참고로 현재 재무부 장관 나이가 80 정도 되었다.).


‘배에 대포만 잔뜩 실었어도 한 번쯤 일본 가는 건데...’


지영은 아쉬워하며 이은을 특사로 삼아 일본으로 보냈다.







“하... 이거 골치가 아프구만, 다들 픽픽 죽어나가니 원”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생각이 아니었을지요. 사람의 피를 다른 사람에게 넣어서 살린다니...”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니! 개는 성공했어! 사람들도 저들과 비슷하게 피와 살을 가졌는데 어찌 말도 안 된다 생각하나? 그리고 몇몇 사람은 성공하지 않았나?”


강흠민은 연구자료를 펄럭이며 외쳤다.


그 말대로, 수혈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물론 그 방법이라는 것이 동맥과 정맥을 대롱으로 연결해 압력을 이용하는 방법 등의 아주 원시적인 방법이었지만 어쨌건 성공은 성공이었다.


“후... 지금껏 우리는 사람, 동물 총 육십 건의 실험을 했네. 지금껏 동물, 즉 개에서 문제가 되었던 적은 없었어. 그럼 사람이 문제라는 것인데...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나?”


“흠... 실험 결과를 통해 몇 가지 가설을 세워보았습니다. 물론 사람을 대상으로 한 건 서른 건에 불과해 완벽한 것은 아니겠습니다만”


강흠민은 젊은 의사의 말에 얼굴이 환해지며 어서 말하라고 독촉했다.


“첫 번째 가설은 현재 우리의 수혈 방법이 낙후되었다는 것입니다. 지금만 봐도 그저 무식하게 정맥을 열어다 대롱을 연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는 마치 수술을 돌칼로 하는 짓이나 다름없으니 이로 인해 실패했을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봅니다.”


“확실히... 일리가 있군요. 수혈 전용의 도구를 만들 필요는 있어보입니다.”


강흠민도 들어보니 그럴듯하다 생각해 필기하고는 물었다.


“그러면 두 번째는 무엇인가?”


“두 번째 가설은 사람마다 피가 다 다르다는 가설입니다.”


“조금 더 이야기해주게”


젊은 의사는 목을 축이고는 설명을 이어나갔다.


“음... 여기 계신 분들은 다들 배우신 분들이니 겉으로 같아보인다고 그 속까지 같으리라는 법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당장에 그...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생명체가 병을 일으킨다’라는 경우만 보아도 그 ‘작은 생명체’를 실제로 보신 분은 없지 않습니까? 그것과 비슷하게 사람의 피도 그런 것이 아닐지요.


분명 사람은 동물과 어쨌건 유사한 부분이 있지만 그럼에도 차이가 없다고 할 수는 없지요. 그 차이 중 하나가 만약 혈액에 그 ‘작은 생명체’가 존재하고 그 ‘작은 생명체’가 서로를 거부한다면... 개는 점차 경험이 쌓이며 높은 성공률을 보이는 것과 달리 사람의 경우는 아직도 초기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이 설명이 됩니다.”


“그럼 성공한 이들은 그 ‘작은 생명체’끼리 거부하지 않았기에 성공했다... 이런 이야긴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눈으로 볼 수도 없거니와 서로 거부하는지 받아들이는지 검사할 방법도 없습니다.”


“흠”


“물론... 아주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여기서부터는 제 생각입니다만”


“?”


“자식은 흔히 부모의 피와 정기를 물려받는다 하지 않습니까”


그 말에 비인도적인 생체실험에 익숙해진(이들은 의학 발전이랍시고 여기지만) 이들조차 안색을 찌푸렸다. 암만 그래도 부모자식간은 건드리기 껄끄러웠던 것이다.


“... 계속해보게”


“예, 아시다시피 자식의 피와 살은 모두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입니다. 당연히 장기도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겠지요. 저는 피 안의 ‘작은 생명체’가 심장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여기 계신 분들은 모두 아시다시피 심장이야말로 이 몸에 피를 구석구석 보내주는 중심이니까요. 그리고 심장 역시 부모로부터 온 것, 즉... 부모의 ‘작은 생명체’와 자식의 ‘작은 생명체’는 서로를 받아들일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그거 일리가 있군!”


강흠민은 이제야 좀 개운해진다는 듯이 껄껄대며 웃었다.


“그래! 그걸 검증할 방법이 있는가!”


“... 거기서부터 문제입니다. 보통 이 연구소에 부모자식이 함께 오는 경우는 없지요. 애초에 여기 오는 자들은 다 사형수이니...”


강흠민은 자신도 모르게 이를 뿌득 갈았다.


직감적으로 저 젊은 의사의 가설이 옳다고 느끼는 그였다. 그야말로 운에 맡기던 이전의 결과와는 다르게 확실히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문제는 애초에 ‘독극물 연구소’에 할당된 인적 자원은 굉장히 제한적이었다. 한국의 범죄율은 높은 편이 아니었고 그마저도 어지간한 중범죄도 노동 교화형으로 몸에서 범죄의 기운을 싹 빼주기 때문에 사형수는 극히 드물었다.


그리고 그 사형수도 대부분은 정상적으로 형이 집행되었고 몇몇 인원만이 독극물 연구소에 배정될 뿐이었다. 그리고 그 인원 중 적어도 반은 독극물 연구에 할당해야 했다. 만약 아무런 실험 일지라던지 자료가 없다면 수상쩍게 여긴 감찰부에서 ‘까꿍’하고 들이닥칠 테니까.


‘하지만... 그렇다 하여 이 연구를 포기할 순 없다!’


분명 성공만 한다면, 그렇다면 수많은 사람을 살릴 초석이 되리라. 바로 이 의미 있는 연구 결과를 위해 그간 힘차게 달려오지 않았는가. 강흠민은 의지에 불타는 눈으로 모두를 바라보며 내뱉었다.


“내게 불효자 한 놈이 있네”


작가의말

대체 어디까지 가시는 겁니까 의사 선생...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 작성자
    Lv.85 sn****
    작성일
    23.05.06 07:51
    No. 1

    수혈...혈액형... 저거 실험 왕 허락받고 하는건가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3 몽쉘오리진
    작성일
    23.05.06 16:26
    No. 2

    양면 1화중 강흠민이 \'태양이 어찌 작은 그림자를 보겠나?\'라는 언급을 합니다.

    그리고 사실 독극물 연구소는 규모가 작은 연구소에 속하는지라 지영이 여기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캐치하기란 어렵죠... 연구소 특성상 사형수들이 죽어나가는 일도 이상하지 않고...

    여튼 요약하자면 주인공은 모르는 일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7 루이미너스
    작성일
    23.05.08 10:29
    No. 3

    의사 양반....자네는 너무 멀리가고 있어...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3 몽쉘오리진
    작성일
    23.05.08 11:03
    No. 4

    여러모로 멀리가는 의사양반...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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