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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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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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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1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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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면22

DUMMY

‘아 참, 장관도 알고 있을 수 있겠지만 내가 재미난 함선 하나 연구 넣어놓았네. 한... 오 년 되었는데 지금쯤이면 최종 시험을 하고 있을 것이야. 한번 편제에 넣어 보게나’


명호는 지영의 말을 떠올리곤 고개를 갸웃했다. 재미난 함선이라니? 신무기처럼 해전의 판도를 뒤바꿀 수 있는 무언가일까? 아무튼, 지영이 건드리고 나서 제대로 된 건 거의 없다시피 했기에 명호는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국방과학연구소에 방문했다(지영이 건드린 건 보통 참신한 아이디어로 대작이 탄생하거나 혹은 괴작이 탄생했다. 중간값은 거의 없다고 봐야 했다.).


“오셨습니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알았는지는 몰라도 연구원들은 이미 명호를 기다리고 있었기에 별다른 말 없이 지영의 ‘재미난 배’를 보러 항구로 향했다. 그리고 거기서 명호를 기다리고 있던 아가씨는 이전에 한 번도 보지 못한 이색적인 아가씨였다. (이건 지영 때문에 생긴 문화였는데 지영은 배를 ‘여성명사’로 호칭하는 것이 자연스러웠고 그게 한국에 정착했다.)


“저건 도대체... 뭔...”


명호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배를 연구하고 설계해서 지금 저렇게 시험 운행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요즘 새로 나온 배들의 추세는 점점 평갑판을 갖는 것이긴 했다. 그래도 수송선을 제외한 대부분 배에는 선수와 선미 부분에 누각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 이유는 아직 화약 병기가 나오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해전에서는 백병전이 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평갑판도 정도가 있지 않은가. 저건 돛대가 달리고 배가 목재인 것을 빼면 이전과의 공통점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명호는 자신의 어휘력으로 저 이상한 배를 표현하지 못하는 것에 깊은 아쉬움을 느꼈다.


“우선 승함하시죠. 이래 봬도 이미 몇 차례의 항해를 거친 아가씹니다.”


“하아... 일단 그러지.”


명호는 찜찜한 마음으로 이상한 배에 탑승했다. 그래도 몇 차례의 항해를 거쳤다 하니 항해 자체에는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 믿고. 아무렴, 해군부 장관을 익사시키겠는가. 국방과학연구소에 괴짜가 많다지만 그 정도까지 미친놈은 없을 터였다. (정말 유감스럽게도 그 미친놈은 독극물 연구소에서 인체에 관한 데이터를 오늘도 높이 쌓고 있었다.)


“장관께선 수평선까지의 거리를 아십니까?”


“... 모르네만”


“우리가 보통 서 있을 때 보면 4km 정도라고 합니다. 저 배의 돛대에서 보면 높이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1km 이상 보인다고 하지요.”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는 알겠지만 그럼에도 이상한 건 이 배의 돛대는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평균 정도라고나 할까? 저기에 올라 망원경으로 바다를 본다 한들 다른 배와 큰 차이점은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이 배는 36km 이상 정찰할 수 있습니다. 그걸 위해 고배율 망원경도 함께 개발되었지요.”


“...뭣!”


명호의 반응에 연구원은 미소를 지으며 양팔을 활짝 펼쳤다.


“환영합니다! 최초의 정찰기 모함에 승함하신 것을!”


그와 동시에 그동안 지긋지긋하게 봐왔던 승강기에서 무언가 올라왔다. 승조원들은 익숙하게 바구니로 보이는 것에 쇠사슬 고리를 걸고 마찬가지로 갑판에 있는 고리에도 연결했다. 그리고 한동안 공기를 불어 넣고 연료를 채우고 야단법석을 떨기를 한참, 명호도 마침내 그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거대한... 풍등?”


“하하, 풍등이 아니라 열기구입니다. 저희 연구원이 아닌 사람으로서는 처음 보시겠군요. 어디, 한번 탑승해 보시렵니까? 이미 충분한 안전 검사는 마쳤습니다.”


후에 명호는 이건 ‘내 생에 가장 미친 짓이었다.’라고 회고하지만... 그렇지만... 하늘을 날 수 있다고? 이걸 참아? 명호는 심호흡을 크게 하고는 망설임 가득히 기구에 탑승했다. 그러자 옆의 연구원이 웃으며 망원경을 건넸다.


“... 같이 안 타는가?”


“그 열기구는 3인용입니다. 그럼, 즐거운 여행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명호는 뭔가 아닌 것 같아 무어라 말하려 했으나 옆의 조종사가 ‘가만히 계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는 말에 닥치고 가만히 있었다. (아마 배의 함장과 비슷하게 대우한 듯) 명호가 망설이는 사이 열기구는 서서히 떠올랐다. 돛을 완전히 접은 중앙 돛대를 지나 눈높이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자 명호는 긴장한 기색으로 난간에 손을 대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저 멀리 보이는 작은, 지금도 작아지는 건물들, 점차 확장되어가는 시야, 새잎이 기지개를 켜는 푸르른 숲과 흠 하나 없이 푸르른 바다가 명호의 두 눈에 각인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에도 열기구는 조금씩 조금씩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마치... 모형을 보는 것 같군”


“연구원들도 그 말을 하더군요.”


조종사는 연료를 넣고는 작은 송풍기를 불었다 멈췄다 하며 불의 화력을 조절했다. 그러고선 틈틈이 옆에 달린 풍속계를 보고는 풍속을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풍속계라 하지만 작은 깃발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기에 조종사의 역량은 굉장히 중요했다.)


“어떻습니까? 상공 150m에 도달하신 기분은?”


호기심을 못 이겨 탑승한 명호지만 지금만큼은 전혀 후회되지 않았다. 이토록 아름답고 환상적인 풍경을 보았는데 후회될 게 무에 있을까 싶었다.


“환상적이군...”


“여기서라면 대강 43~44km 정도 보실 수 있습니다. 한번 봐 보시지요. 그걸 위한 20배율 망원경입니다.”


명호는 그 말에 정신을 차리고 망원경을 빼어들었다. 이 열기구는 원한다면 얼마든지 탈 수 있으리라.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망원경으로 한참을 휘적거리며 본 명호는 이 환상적인 기구가 한국 해군에 엄청난 전술, 전략적인 이점을 가져다줄 것을 확신했다.


현재의 함선의 속도를 고려한다면 대충 2~3일 정도를 적보다 먼저 식별할 수 있게 된다. 그 말은 수송함대 같은 경우는 아예 교전을 회피한다는 선택지를 택할 수 있게 되고 만일 교전하게 된다면 어지간한 경우가 아닌 이상은 풍상을 점해 유리한 지점에서 전투를 시작하게 된다. 무엇보다 풍상을 확실히 점하게 되면 노를 유지할 필요가 크게 감소하게 된다. 노를 아무리 빠르게 저어도 풍상을 점한 범선의 속도를 압도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그 말은 같은 수의 전투원이면 더 오래 작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고 같은 작전 기간을 상정한다면 더 많은 전투원을 탑승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현재의 해전은 기본적으로 배 위에서 치러지는 백병전이고 당연하게도 배 위에 더 많은 전투원이 탑승했다면 적을 압도할 수 있다는 건 상식이었다.


함대에 한 척씩만 배속되어도, 하루에 한두 차례만 기구를 띄워도, 한국 해군은 무조건적인 정보의 우위를 가지게 된다. 더 적은 배로 더 많은 구역의 항로를 감시할 수 있었고 더 적은 병력으로 더 많은 병력을 상대할 수 있게 된다. 이게 얼마나 큰 가치를 가지는지는 굳이 자세하게 설명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정말 대단하군...”


“하핫, 국방과학연구소의 회심의 역작입니다!”


물론 이 배도 대단했다. 한 척만으로도 보통의 전함 몇 척의 역할을 해낼 테니까. 하지만 그것보다 더 대단하게 느껴지는 건 지영이었다. 사실 열기구의 원리는 맥빠지게도 간단하다. 당장 저 옆 나라에서 풍등이 떠다니고 있지 않나. 이 배도 마찬가지, 그저 열기구를 띄우기 위해 공간을 만든 배일 뿐이다.


하나하나 까놓고 보면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었다. 높이서는 멀리 볼 수 있다. → 풍등은 높이 난다. → 풍등을 크게 해서 사람을 높이 보내자 → 해상에서 운용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배가 필요하다. →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정찰기 모함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이고 재력이 된다면 누구나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건 이걸 알게 된 뒤의 이야기, 모를 때는 누구도 쉬이 생각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리고 지영은 그걸 밥 먹듯 해내고 있었다. 그게 대작이 되었건 괴작이 되었건 간에. 생각의 폭이 한없이 자유롭고 넓었다. 부러워질 정도로.






“전하, 이만 취침하시는 게 어떠십니까? 벌써 자정이 지났습니다.”


지영은 시계를 흘깃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지만 두 시에 다시 알려주겠나?”


“... 젊으신 옥체라지만 지속해서 혹사하시면 몸이 버티질 못합니다. 적당히 완급을 조절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전하.”


지영은 이 시대 사람으로는 드물게 밤 한 시, 두 시까지 공부하는 사람이었다. 현대에 살았던 지영에게 이건 일종의 습관이나 다름없었고 이 습관은 아직도 고쳐지지 않았다. (하루를 바쁘게 보냈던 조선 시대의 왕도 스케줄상으로는 11시 정도에 취침했다.)


“난 대신 아침까지 푹 자지 않은가.”


지영은 그리 말하고는 다시 펜을 들고 사각거렸다. 비서는 익숙한 듯이 ‘20분 정도 일찍 알려드려야겠군’이라 중얼거리며 물러났고 지영은 중간중간에 홍차를 마셔가며 공부에 매진했다.


많은 사람이 지영을 신인이다, 하늘이 내렸다며 칭송하지만, 지영은 자신의 본질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은 절대 대단한 인물이 아니라는 걸. 지금 여기서 자신이 대단해 보이는 것은 그저 현대인의 지식을 적당히 끼워 넣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적당히 끼워 넣는 것도 어느 정도 머리가 굴러가야 가능한 일이겠지만 지영은 그만큼 실패작도 많이 만들어내지 않았던가. 요즘엔 좀 줄었다지만.


어느 정도 머리는 있다. 나름 한국에서 통상적으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학에 들어갔고 성적도 좋은 편이었다. 주변에서 ‘얘 정도면 공부 잘하지’라는 소리도 종종 들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천재, 신인? 너무나 과분한 표현이었다. 자신의 재능은 좋게 표현해도 수재의 맨 끝자락 정도였고 그도 아니라면 범재 중에서 좀 잘난 수준에 불과했다. 한국에서야 좋은 대학이다 어쩐다 할지 몰라도 전 세계로 보면 그만한 대학에 합격한 사람들은 넘쳐났으니까.


그러니 남들과 비슷하게라도 달리기 위해서는 배우고 익혀야 했다. 다행스럽게도 지영에게는 무한에 가까운 시간과 미래의 지식이 주어졌다. 이 두 가지 무기를 잘 활용한다면 부족한 재능을 만회할 수 있었다. 있어야만 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를 더 수월하게 완료하기 위해서도 이 두 무기를 활용하는 것은 필수적이었기에 지영은 오늘도 공부에 매진했다.


작가의말

하늘... 날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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