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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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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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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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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양면19

DUMMY

한국의 보통관료 시험은 크게 1차, 2차, 3차로 나누어진다.


1차는 면접. 기본적인 인성과 능지에 문제가 없다면 대부분 통과하는 관문이다. 좀 과격하게 말하자면 자신이 멀쩡한 인간이라면 통과할 수 있다.


2차는 기본 과목 시험. 여기서 합격점을 맞아야 다음 시험을 치를 수 있다. 그 기본 과목은 국어, 기초수학, 도덕, 국사 네 과목이고 7급 보통관료 시험은 여기에 추가로 조직관리와 기초행정을 본다.


마지막 3차는 전공과목 시험. 예를 들자면 자신이 재무부 쪽을 지원하면 9급은 기본 과목 시험에 회계학을 추가해 시험을 보게 되고 7급이라면 여기에 경영학, 경제학 택1이 들어가게 된다.


물론 이 택1도 약간의 운이 필요했는데 과목마다 TO와 경쟁률이 달라서 어느 과목을 보는지도 중요한 요소였다.


대충 짐작이 가다시피 이 7급 시험은 9급에 비해 차원이 다른 난이도를 자랑했다. 우선적으로 기본 과목이 2개가 늘어났고 전공과목도 종류가 늘어났을뿐더러 난이도도 올라갔다. 하지만 그만큼 리턴도 컸는데 우선 7급부터 관료 생활을 시작하는 건 그만큼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증거였고 심지어 수석은 한 단계 윗급인 6급부터 시작했다.


이 수석합격이 굉장히 중요했는데 겨우 한 급 차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우선 경력에 영원히 남는 특별한 한 줄이 새겨지고 시작하는 것이며 7급과 6급은 주무관과 사무관이라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었다.


까놓고 말해서 6급부터 시작한다? 그럼 본인이 똥을 푸짐하게 싸지르지 않는 이상 관리관으로의 진급은 반은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본인이 어지간히 재능이 있다? 1급을 넘어 차관급도 꿈은 아니었다.


그에 반해 7급은?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우선 사무관이라는 벽을 뚫고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배로 빡세다고 할 수 있다. 15년 전만 하더라도 조직에 구멍이 이곳, 저곳 뚫려있었기에 승진이 훨씬 쉬웠지만, 지금은 조직의 구멍이 거의 완벽하게 메워진 상태였으며 그에 따라 승진이 어려워졌다.


그리고 오늘 치러진 건 3차 시험이었다. 시험이 끝나고 수험생들은 하나같이 지친 기색으로 시험장을 나왔다. 그들 중에는 기세 좋게 시험장에 들어갔던 당돌한 여성, 내은비도 껴 있었다.


“망했어어...”


주위에 있던 모두가 들었지만, 그 누구도 욕을 하지는 못했다. 왜냐? 그야 과기부, 특히 기계 쪽에 지원하려고 기계공학을 본 수험생 전부가 망했으니까! 그 증거로 다른 전공을 택한 수험생들은 그래도 밝고 어두움이 공존했으나 기계 쪽 전공은 그야말로 암흑 그 자체였다.


“그... 아가씨”


“아, 씨! 왜!... 요?”


그녀는 분위기 파악 못 하고 말을 거는 남자에게 빼액 소리치려 했으나 딱 봐도 ‘아 이새끼 기계 쪽 시험 쳤구나!’라는 분위기라 성질을 죽이고 온순하게 답했다. 따지고 보면 같이 말아먹은 동지 아니던가. 아마 2년 뒤에나 다시 시험장에 와서 시험을 치르겠지.


“아가씨도 기계공학 시험을 보셨나 봅니다.”


“예, 대차게 말아먹었죠. 우리 할매 얼굴은 어찌 봐야하나...”


그 사내는 안타까운 사연에 측은한 눈길을 보내... 진 못했다. 자신도 망했거든! 거지가 비슷한 거지한테 기부하는 일은 없지 않은가?


“나도 그렇소. 2년 동안 공부나 더해야겠지”


“그거야 다 비슷할 테니까요, 그래서 왜 부르셨죠?”


다시 말하지만, 이들은 어쩌다 보니 동지가 되었다. 2년에 한 번 있는 시험을 훌륭하게 조져버린 동지.


그리고 2년 뒤 7급 보통관료 시험에 과기부 기계공학 TO가 얼마나 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운이 나쁘면 열 명도 안 뽑는 경우도 있었으니까.


“거, 너무 날을 세우지 맙시다. 다 같은 동료 아니겠소? 동료끼리 주막이나 하나 임대해 뒤풀이나 하려 하는데... 오시겠소? 어차피 나중에는 다 얼굴 보고 지낼 사이가 될 텐데...”


보통 때라면 거절했겠지만 지금의 그녀에게는 이 꿉꿉하다 못해 곰팡이 잔뜩 슨 식빵 같은 기분을 털어버릴 자리가 필요했다. 그리고 정말 유감스럽고 다행이게도 이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하, 그랬으면 좋겠네요. 가죠”


“시원하니 좋구려. 갑시다. 마침 서울에 사는 동지가 있어 이 근처 통닭을 기가 막히게 하는 곳을 안다 하였소.”


“통닭에 맥주! 좋네요. 빨리 가죠.”


한 잔, 두 잔, 세 잔... 술이 들어갈 때마다 점차 그들의 이야기는 하나로 통일되었다.


“서술형 문제를 그렇게 내는 게 어딨어!!!”


이번 시험의 난이도 자체도 높긴 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서술형 문제였다.


특히나 마지막 서술형 문제. 이 서술형 문제는 도대체 누가 내느냐? 바로 국왕이 낸다.


전공과목 시험의 마지막 서술형 문제는 국왕이 직접 냈는데 배점은 무려 5점에서 20점 사이다. 즉, 만약 이 40번 문제가 배점 20점으로 나와버리면 이걸로 합격과 불합격, 수석과 턱걸이 사이가 갈려버린다는 것이다.


여튼 이 마지막 문제는 수험생들에게 ㅈ같기로 악명이 자자했다. 어찌나 자자했는지 별명이 ‘시험지 위의 단두대’일까. 그래도 또 생각할 여지는 많고 수준도 높은 편이라 문제의 퀄리티를 가지고 지적할 수가 없다는 게 문제였다.


그리고 이번 기계공학 시험의 40번 문제는 바로...


40. 기계공학을 발전시키기 위한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서술하시오. (20점)


... 푸는 입장에서는 제일 ㅈ같은 유형이 아닐 수 없다.


원래 2x+ y = 10일 때 x의 값을 대답하는 것은 쉬운 문제지만 방정식에 대해 자유롭게 서술하시오, 라고 물어오면 입이 턱 막히기 마련. 추상적인 것에 대해서 자유롭게 서술하는 문제는 항상 시험자를 고통받게 하는 마법과도 같았다.


그런데 서술형이 저것만 있느냐? 그건 또 아니다. 36번부터 40번까지 서술형이었고 그들의 난이도 또한 어려웠으며 주관식과 객관식 역시 까다로운 편에 속했다. 뭐... 한국도 이걸 알아서인지 난이도를 대략적으로 판별한 후 해당 회차의 합격자들에게는 승진에 있어 약간의 가점을 준다고는 하지만... 가점이고 나발이고 그냥 합격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이었다.


여튼 그들은 신나게 40번 문제의 욕을 하며 술을 퍼마시다 기절했다.








앞서 서술한 대로 한국은 약 7억의 예산에 3억에 가까운 조공 무역에서의 수익을 내고 있었다. 여기서 한국이 한 생각은?


‘아 이 새끼들 지갑이네 ㅋㅋ’이라는 생각도 분명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와 동시에 ‘우리한테 3억씩 퍼줄 여유가 있다고?’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무려 국가 예산의 50% 가까이 ‘하사’ 하는 것이다. 물론... 홍삼, 설탕 이런 것들이 고부가가치 상품은 맞았고 특히나 설탕은 지금 어디서도 구할 수 없는 귀물이 맞기는 했지만, 이 물건들이 다 합해서 3억이라는 데에는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지영은 조선이 왜 명에 고개를 바싹 숙였는지 알 수 있었다. 명분이나 정통성은 뒤로 미루더라도 그냥 압도적이었다. 군사력이 조금 뒤처진다고는 하지만 인구에서 나오는 수의 우위는 무시할 것이 못 되었고 경제력은 주변국 하나를 압살하고도 남았다. 실제로 고구려가 당한테 그렇게 망하지 않았는가.


이 정도 차이나는데 눈치 안 보고 개긴다? 나라가 통째로 공중분해 될 수도 있었다. 21세기에서도 미국에 개기는 나라가 몇 나라나 되던가. 중국, 러시아, 미친 북한 정도가 고작이지. 그리고 거기서 그나마 미국에 버틸 체급이 되는 건 중국 하나였다. 그 외의 국가는? 글쎄...


여튼 지영은 죽기 싫으면, 혹은 큰 피해를 입고 성장이 둔화되기 싫으면 그냥 얌전히 ‘당나라는 높은 산봉우리 같은 나라, 중국몽 함께하겠다’를 시전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이미 한 번 개겼던 한국으로선 더더욱. 군사적 충돌? 약탈? 이런 문제가 아니었다. 한국은 ‘조약’이라는 체계를 들고 나왔고 이는 ‘중국’이라는 세계관과 패권에 도전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랬기 때문에 지영이 중국 동남부 해안 약탈이라는 초강수를 둘 수 있었다. ‘어차피 지른 거 먹을 거라도 먹자’라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제대로 된 조공을 바치며 당을 인정한 것은 그냥 ‘아 우리 얌전히 살게요’라는 뜻도 담겨 있지만 ‘우리는 너희 중국 세계관의 패권을 인정하고 거기에 순응한다.’라는 의미가 더 강했다.


또한, 이 ‘중국’ 세계관은 아주 독특했는데 이 ‘중국’ 세계관에 따르면 자기네 당을 포함해 조공을 바치는 위구르, 한국, 안남, 토번(형식상으로는 조공 책봉이긴 하다.)등 역시 중국에 포함되어 있는 나라들이었다. 그러니 아편전쟁 끝나고 영국한테 ‘너희도 이제 황제에게 조공을 바치는 나라니 이제 잘 하자’라는 드립을 쳤지.


즉, 패권 인정과 더불어 ‘우리도 이제 중국의 일부가 될게요. ㅎㅎ’라는 뜻 역시 담겨 있다는 것이다. 자기네들 세계관에 따르면.


물론 이 당시 조공 책봉이라는 게 현대의 인식과는 달라서 당나라 힘이 강할 땐 ‘아 저 님의 조공국 할게요. 황제 짱짱맨, 역시 중국이야. 대단해!’라고 하며 기다가 좀 약해지면 ‘뒤통수는 치라고 있는 것이다!’를 시전했다가 안될 거 같으면 다시 ‘아 우리 오랑캐라 못 배워먹어서 그래요. 미안해요 ㅠㅠ 역시 중국이 짱인 듯. 오랑캐가 이리 교화되잖아요.’로 태도를 바꾸는 게 일상이었다.


조선 시대 때 조공 책봉은 워낙에 힘의 균형이 정해져 있으니 그렇게 하지 못했던 거고 당, 송 이때만 해도 힘의 균형이 오락가락하던 시절이라 이게 가능했다.


물론 이 와중에도 한국은 꿋꿋이 정삭(황제가 정한 시간, 연호를 생각하면 쉽다)을 표면적으로만 지키며 유교적 신분제와 질서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었고 조약 역시 ‘아 그냥 우리끼리 약속한거임 ㅇㅇ’이라며 퉁치고 넘어가고 있었다.


몇 가지는 당도 파악하고 있었고 몇 가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한국과 고구려가 이보다 더 적극적으로 연대할 경우 상대하기 끔찍한 적이 탄생하기 때문에 이 정도에서 ‘그래 그 정도면 됐다. 니가 오랑캐라서 못 배워먹어서 그런 거 인정함. 그래도 앞으로 노력해라’ 정도로 끝낼 수밖에 없었다.


서로의 생각이 어떻든 간에 오늘도 동아시아는 그럭 저럭 잘 굴러가고 있었다. 아마도


작가의말

중국 세계관은 보면 볼수록 자부심 넘치는게 느껴져요...
근데 저같아도 거의 몇천년간 동아시아의 패권국이자 세계의 패권국이면 국뽕 넘쳐흐르긴 할듯...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 작성자
    Lv.85 sn****
    작성일
    23.05.22 23:45
    No. 1

    허지만 그 자국역사 문혁! 해버렸죠? 저런거 보면 어메이징 쭝궈 긴해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3 몽쉘오리진
    작성일
    23.05.23 00:21
    No. 2

    진짜... 자국 역사를... 세계 4대 문명의 역사를 저렇게 한다는 건...참;;;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7 루이미너스
    작성일
    23.05.23 09:01
    No. 3

    자부심이 너무 넘친 나머지 옆나라의 것도 자기들것이라 우기기 시작하는데....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3 몽쉘오리진
    작성일
    23.05.23 14:53
    No. 4

    사실... 이해가 안 가는건 아닙니다.
    중국 인구의 8%가 소수민족인데 차지하고있는 영토는 60%정도 되거든요.
    이들이 독립의식을 가진다면 중국은... 아마 망하겠죠. 그리고 중국의 목표는 1900년대 초반부터 '중화민족'을 완성시키고 부흥시키자가 목표라 더더욱 그럴 겁니다. 물론 다른 이유들도 있겠죠. 그러니 이해...는 하겠는데 그와 별개로 굉장히 꼴보기 싫습니다;;;ㅎ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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