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최근연재일 :
2024.04.22 13:25
연재수 :
298 회
조회수 :
159,141
추천수 :
2,578
글자수 :
1,482,298

작성
23.07.13 10:37
조회
195
추천
5
글자
11쪽

발해4

DUMMY

“화승식은 안 되오.”


“그 말이 반대로 나올 줄 알았습니다만”


공동연구소장을 맡은 김휘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수석식의 성능이 좋은 걸 도대체 누가 모른단 말인가. 하지만 그 가격이 비싸고 생산성도 밀리는 데다가 무엇보다 부싯돌 구하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지금이야 대륙에서 부싯돌을 끌어모으고는 있다지만 소총이 등장하고 부싯돌의 수입이 막힌다면 그대로 생산할 수 없어지는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했다.


“물론 수석식 소총의 생산이 어려운 것은 알고 있소. 하지만 화승식 소총은 우리 군의 교리와 전혀 맞지 않소. 예를 들면 바람이 불어버리면 화승식 소총은 이용할 수 없소. 급박한 전투 때도 마찬가지. 야전에서 항상 불이 준비되어 있는 경우가 도대체 얼마나 되겠소?”


문제는 견훤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는 점이지만. 처음에는 충격 그 자체였던 소총도 몇 번 써보니 약점이 훤히 보였다.


우선 활에 비해 장전이 느렸다. 활은 작정하고 쏜다면 이삼 분 만에 화살집의 화살을 모두 비우는 것이 가능했다. 몇 발이 빗나가도 상대가 열 걸음 밖에 있다면 한 발 정도는 더 쏴볼만 했다. 물론, 그만큼 침착한 궁수여야 가능하겠지만 어쨌건 가능은 했다.


하지만 소총은 그게 불가능했다. 수석식 소총을 제아무리 빠르게 장전해봐야 분당 세 발에서 네 발 정도였고 실전에 들어간다면 최대치를 세 발 내지 두 발 정도로 잡아야 했다. 화승식은 더욱 암울해서 실전에서 최대치는 분당 두 발 내지 한 발 정도일 것이었다.


연기가 지나치게 많이 발생하는 것도 문제였고 화약의 취급 역시 문제였다. 그 외에도 비가 오거나 습하면 사격에 문제가 생긴다는 등의 문제들도 있었다. 물론 그걸 다 감안해도 압도적인 관통력과 살상력, 적에게 주는 충격과 활과 밀리지 않는 사정거리는 단점을 모두 희석해버렸다.


“하지만 수석식은 정말로 불가능합니다. 자체적으로 부싯돌을 구할, 혹은 안정적인 판로가 있지 않은 한 불가능하지요. 같이 결과를 확인했으니 알 것 아닙니까?”


“그렇다고 화승식을 군에서 사용하기엔 너무 애로사항이 많소. 차라리... 새로운 방식의 소총을 만들어 봅시다.”


견훤의 논리는 이랬다. 어차피 소총이라는 것이 어떻게든 불씨를 만들어서 화약을 점화시켜 그 힘으로 총알을 발사하는 무기 아니냐? 그럼 분명 화승식이나 수석식 말고도 불씨를 붙일 수 있는 방식이 분명 있을 것이다.


김휘는 그게 맞는 것 같냐며 표정으로 오만 욕을 다 했으나 견훤은 맞는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화승식은 영 아니었다. 만약 발해가 조선군처럼 산성에 박혀서 수비하는 군대였으면 견훤도 화승식을 채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발해군은 공격을 중시하는 군대였다.


발해군이 야전 축성을 중시하기는 했지만, 완성도보다는 신속함에 중점을 두었고 훈련 역시 방어 훈련보다는 기동훈련을 중시했다. 신속하게 요새를 짓는 것 역시 알박기해 놓고 방어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공격의 거점으로 사용하자는 것이었고 그래서 발해군은 미리 만들어둔 콘크리트 블록들을 들고 다녔다. (대신 이런 요새들은 적이 공성 병기를 끌고 온다면 취약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역시 군과 관련된 연구를 하면 피곤했다. 그만큼 얻는 것도 많았지만 그 이상을 피곤한 것 같았다.








미래인에게나 주어질법한 약 백 오십년의 세월은 지영에게 의도치 않은 업적들을 하나씩 만들어주었다. 그중 하나는 바로...


‘서부의 보안관이 되어 정의를 수호하라, 배앵!’


‘다양한 종족의 영웅이 되어 승리를 쟁취하십시오! 핫스스톤’


‘올해의 게임! 일에 지친 당신에게 무한한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문명 2!’


보드게임카페 겸 북카페였다.


사실 원래 지영에게 일을 이렇게까지 벌일 생각은 없었다. 그저 처음엔 지루하단 이유에서 기억에 남는 놀이들을 하나씩 꺼냈다. 할 게 많은 현대에서 이곳으로 오니 정말 지루했던 탓이었다.


지영도 안 놀아본 건 아니었다. 몇 번 정도는 여자들을 불러다가 질펀하게 놀아보기도 했고 아리따운 무희들의 춤과 공연도 구경했다. 경기장에서 검투나 경마도 좀 구경해보고 그랬는데 했던 것만 계속하니 재밌을 리가 있나.


그래서 시작된 것이 기억나는 보드게임이란 보드게임은 다 꺼내본 것이었다. 보드게임은 만들기도 그렇게 어렵지 않았고 규칙도 대강은 기억나는 데다가 짧은 시간에 즐기기도 쉬워서 식사 후 쉬는 시간에 궁에서 당구 등과 함께 즐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그렇게 궁에서 퍼지고 퍼지다가 이내 외부로 유출되었는데 이게 또 나름대로 재밌는지라 소설과 보드게임이 차츰차츰 퍼지게 되었고 싸돌아다니던 지영에게 우연히 포착되었다. (엘프, 드워프와 같은 개념 자체가 없었기에 규칙과 배경 소설을 써서 동봉했다.)


여튼 일이 커지자 지영은 아예 간단한 음료와 간식을 파는 현대의 보드게임카페처럼 놀이방을 전국에 깔았고 할 만한 여가생활이 많이 없던 사람들은 가격이 저렴하고 시간은 널널하며 종류가 다양한 보드게임다방에 몰리게 되었다.


그도 그럴게 지영의 지시로 경마, 검투 시합 등이 경기장에서 열리기는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서울에서나 누릴 수 있었고 그마저도 매일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야시장이 열리고 여러 공연이 이루어지긴 했으나 이 역시 매일같이 일어나는 일은 아니었다. 그러니 이 시대의 사람들은 매일 소소하게 누릴만한 여가가 없다시피 했고 그 공백을 메꿔줄 여가로 보드게임과 당구 같은 스포츠는 제격이었다.


한 몇천 개 찍어내고 전국에 보드게임다방을 죽 깔아놓으면 평소에 즐길만한 여가가 그냥저냥 완성되는 셈이었으니까. 그리고 보드게임을 지영만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었던지라 지영이 굳이 매달려 있을 필요도 없는 셈이었다.


규모가 좀 큰 보드게임다방에는 보드게임과 당구, 볼링, 궁술 시합 등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이 있었고 작은 보드게임다방에는 보드게임과 당구 정도를 즐길 수 있는 시설이 준비되어 있었다.


“아앜! 이 망할 카드가!”


“하하하, 정의는 반드시 승리하노라!”


“이건 말도 안 돼! 무언가 잘못되었어!”


“이번 모임에선 총리가 한턱내야겠군.”


그 말에 총리는 고개를 삐걱이며 지영을 바라보았다. 두 눈으로 안 된다는 듯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냈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법!


“그러니 누가 배신자 하랬나. 좋은 배신자는 죽은 배신자 뿐이라네”


“이럴 순 없어... 세상이 이 몸을 버리는도다.”


지영은 일말의 자비도 없이 배신자에게 죽음을 선고했고 주변의 사람은 하나같이 낄낄댔다. 이들의 재산에 한턱 내는거야 아깝지도 않고 부담되지도 않았지만 내기에서 이긴 공짜 식사와 술은 맛있는 만찬 아닌가.


“총리님, 배신자 좋다 하시지 않았습니까?”


“카드가... 카드가 나를 배신했네! 하필 거기서 망할...”


“흠, 그러니 나처럼 정직하게 보안관을 했어야지.”


“아니, 전판에 무법자 하신 분이 무슨...”


지영은 그 말에 최대한 얄밉게 웃었다.


“꼬우면 이기지 그랬나.”


티배깅은 예로부터 승자의 권리였고 지영은 신나게 승자의 권리를 행사했다. 승리란 이토록 달콤한 것이었다.








“전하, 3/4분기 예산 집행안입니다.”


두툼한 서류 더미를 힐끔 확인한 지영은 손짓으로 왕건을 불렀다.


“오늘부턴 예산 집행안 검토 보조도 하도록”


“... 제가 해도 되는 겁니까?”


“내가 하랬는데 누가 뭐라겠나? 원래 비서실장 경력 쌓이면 하게 되어 있네”


그 말에 재무부 장관은 드디어라는 표정으로 왕건을 바라봤다. 사실 지영이 왕건을 비서실장에 앉힌 후로 뒷말이 없던 건 아니었다. 고위 관료에 속하는 차관급 관료인 비서실장, 특히나 실질적인 권한은 장관급, 혹은 그 이상으로도 평가받는 자리에 겨우 스물세 살짜리 애송이가 앉은 것이다.


그걸 지영도 의식했는지 어쨌는지 비서실장으로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업무 몇 개는 직접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뭐야, 북해도 예산을 왜 이렇게 많이 집행하나?”


“214쪽을 봐 주시지요.”


“으흠, 4/4분기 예산을 미리 집행하는 것인가?”


“아무래도 추우니까요. 공사를 못 할 정도는 아닌데 그렇다고 굳이 겨울철에 해야 할 필요는 없는지라”


지영은 서류에 확인 표시를 하고는 휙휙 넘겼다. 왕건은 그 옆에서 넘겨진 서류들을 다시 한번 검토하고 있었고. 사실 예산 집행안 확인은 이전에 예산안 편성 때 한 작업과 비교하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그다지 어려울 것도 없었다.


“전하, 이... 삶은 만두 연구동은 도대체 뭐 하는 연구동이랍니까?”


“새로운 동력원을 찾기 위한 연구동일세. 뭐... 성과는 백 년 가까이 전무하지만”


재무부 장관과 왕건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이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아무리 봐도 젊은 청년처럼 보이는 왕이 가끔 내뱉는 말은 적응이 되려야 될 수가 없었다.


“그러시다면 지원금을 줄이는 것이...”


“연구개발의 일환이라 생각하게나. 현재도 좋지만, 미래를 준비하는 게 얼마나 큰 힘을 내는지 다들 알지 않나.”


왕이 그렇다는데 뭐 어쩌겠는가. 그렇다고 그 왕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었다. 한국의 성장세에는 과거에 미래를 대비해 노력한 것도 큰 영향을 끼쳤으니까. 혹시라도 그런 게 아니라도 이 정도 금액이면 왕의 사치든 혹은 왕실 재산으로 삼든 크게 문제 삼을 것도 못 되긴 했다. 생각해보면 지영이 지금까지 이렇다 할 사치를 부린 것도 아니기도 했고.


과거에 몇 번 여자들을 끼고 놀았다던 이야기도 있기야 하지만 원래 왕족을 늘리는 것도 왕의 임무 중 하나니 크게 타박할 것도 못 되었다. 아니, 오히려 첩실을 늘렸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세상에 어떤 왕이 지금까지 첩실 한번 둔 적이 없는지 신기할 따름이었으니까.


“아, 그리고 해군 예산 추가 집행안입니다만...”


“해군?”


“아무래도 해군의 함대 수가 모자란 모양입니다. 아국의 세력권이 커져 함대를 이곳저곳에 배치할 필요성이 있으니까요.”


“아아... 지난번의 해군 증강 계획의 그거로군. 네 개의 호위 전대를 증편해 한 개의 함대를 만든다라... 이러면 호위 전대의 수가 모자라지지 않는가?”


“하지만 통째로 함대를 하나 더 만들기 위해서는 대충 만 명의 인원이 필요합니다. 해서 해군부 장관과 조율을 통해 호위 전대를 몇 개 통합해 추가 증편하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그래... 군을 더 늘리기엔 무리가 있긴 하지. 알겠네, 승인하지.”


지영은 재무부 장관이 가져온 모든 서류에 서명하고는 돌려주었다.


재무부 장관이 나가고 나서 왕건은 아무래도 염려되는지 은근히 물어왔다.


“전하, 군이 너무 비대하다고 생각됩니다. 11만이 넘는 상비군이라니요.”


“그만큼 세입도, 인구도, 지켜야 할 영토도 늘었네. 너무 걱정 말게. 오히려 예전보다는 상황이 나으니”


작가의말

보드게임 개꿀잼입니다. 애들이랑 같이 가면 몇시간은 그냥 녹일 수 있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 작성자
    Lv.85 sn****
    작성일
    23.07.13 13:06
    No. 1

    보드게임은 부르마블 이 왕도 아니겠습니까!
    견훤 이 원하는게 뇌홍 단 샤스포 같은건가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3 몽쉘오리진
    작성일
    23.07.14 20:14
    No. 2

    부르마블은 보드게임 근본이죠. 저거 빼놓고 언급하는 거 자체가 실례죠 ㅋㅋㅋㅋ

    뇌홍은 너무 먼 이야기고요 견훤이 요구하는 건 \'어떻게든 화승식 안쓰게 양산해줘 빼애액\'에 가깝습니다 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7 루이미너스
    작성일
    23.07.14 09:42
    No. 3

    이 쪽의 돌 게임에도 사제놈이 인성질을 하나요!?

    이제 왕씨를 굴리는군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3 몽쉘오리진
    작성일
    23.07.14 20:16
    No. 4

    여기서도 인성질은 여전합니다 ㅋㅋ
    후삼국 시대 배경이라 굴릴 사람이 많아서 좋아요 ㅎㅎ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다시쓰는 세계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42 평화를 끝낼 준비2 +2 23.09.16 152 3 11쪽
241 평화를 끝낼 준비 +2 23.09.11 176 3 11쪽
240 발해 15 +4 23.09.07 183 3 11쪽
239 개강(ㅠㅠ)한 기념으로 특별편(주요 국가 정보) +2 23.09.05 249 2 20쪽
238 발해14 +2 23.09.01 161 4 11쪽
237 발해13 +2 23.08.25 154 4 11쪽
236 발해12 +3 23.08.22 163 4 11쪽
235 발해 11 +2 23.08.17 183 3 11쪽
234 발해10 +2 23.08.14 185 4 11쪽
233 발해9 +2 23.08.11 200 3 11쪽
232 발해8 +2 23.08.08 184 4 11쪽
231 발해7 +2 23.08.03 202 4 11쪽
230 발해6 +4 23.07.30 203 5 11쪽
229 발해5 +2 23.07.19 201 5 11쪽
» 발해4 +4 23.07.13 196 5 11쪽
227 발해3 +4 23.07.08 198 5 11쪽
226 발해2 +2 23.07.05 200 3 11쪽
225 발해 +4 23.07.02 257 6 11쪽
224 양면28(1부 완) +2 23.06.29 208 5 11쪽
223 양면27 +4 23.06.26 170 4 11쪽
222 양면26 +4 23.06.16 177 4 11쪽
221 양면25 +2 23.06.10 164 3 11쪽
220 양면24 +2 23.06.07 161 3 11쪽
219 양면23 +2 23.06.04 172 3 11쪽
218 양면22 +2 23.06.01 172 3 11쪽
217 양면21 +2 23.05.29 171 3 11쪽
216 양면20 +4 23.05.26 168 3 12쪽
215 양면19 +4 23.05.22 180 4 11쪽
214 양면18 +4 23.05.18 171 4 11쪽
213 양면17 +2 23.05.15 174 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