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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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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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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2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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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02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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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발해

DUMMY

방금 막 훈련이 끝났는지 병사들은 땀에 전 갑옷을 벗으며 흩어지고 있었다.


“이제 막 훈련이 끝났나 봅니다.”


“누구... 엇, 비서실장님?”


“예에, 견 소장님. 지난번에 소장 진급식 때 뵈고 처음 뵙는 것 같습니다.”


소장을 보좌하던 장교는 깜짝 놀랐다. 비서실장은 젊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어리다고도 봐야 했다. 서른이나 되었을지도 의심스러웠다.


“말씀 낮추어주셔도 됩니다, 실장님.”


“아니요, 굳이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음... 아뇨, 이건 실례가 될 수도 있으니... 아무튼 소장님을 찾는 분이 계십니다.”


둘의 대화가 계속될수록 옆에서 보좌하던 부관직을 수행하는 장교만 죽을 맛이었다. 비서실장을 심부름으로 부릴 수 있는 사람이 이 발해에 얼마나 되던가. 그것도 말단이라지만 장군을 부르는 것을 보아 한 명밖에 존재할 수 없고 존재할 리 없었다.


“음... 아무리 그래도 이 모습으로 찾아뵙는 건 좀... 한 이십 여분 정도만 시간을 주시지요.”


비서실장은 그의 모습을 보고 납득했다. 아무리 급하게 불러오라고 했어도 소금기 잔뜩 머금은 옷을 입고 땀을 비 오듯 흘리는 사람을 데려가기는 좀.


소장은 빠르고 간단하게 몸을 씻고 머리를 감았다. 그러고 군복을 깨끗한 놈으로 갈아입고 나타나니 이제 좀 봐줄 만한 몰골이 되었다. 머리가 좀 젖어있긴 했으나 가면서 마를수도 있고 이 정도는 아마 별말을 없으리란 판단에 실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시지요,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말을 타고 달리니 어느새 아무도 없는 땅에 한 사람이 느긋하게 의자에 앉아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에 의아함을 느끼긴 했지만, 거기에 깊이 잠길 틈은 없었다. 비서실장은 어느새 ‘전하께선 독대를 원하셨습니다.’라며 빠졌고 거리는 가까워져 있었으니까. 그는 말에서 내린 후 심호흡을 크게 하고는 지영에게로 다가갔다.


“충!!! 성!!!”


“어이구, 기운차구만. 그래, 더운데 오느라 고생했네. 자, 여기 맥주 한 병 받게나”


얼음이 동동 떠다니는 물에서 막 건진 맥주병을 그는 공손하게 받아들었다. 이 더운 날에 바깥에 있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시원했다. 쥐고만 있어도 더위가 한결 가시는 걸 느낄 정도였다.


“그럼, 가세. 할 이야기가 있네. 보여줄 것도 있고...”


그 말에 그는 자연스럽게 지영의 약간 뒤에 붙었다.


“뭐 하나? 할 이야기가 있다 하지 않았나. 내 옆에 서게나”


“하지만... 아니, 알겠습니다.”


지영은 만족스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맥주병을 깠다. 목울대를 타고 넘어가는 시원하고 청량한 맛이 퍽 좋았는지 지영은 그를 바라보았다.


“뭐 하나? 사양 말고 마시게. 이런 날에 얼음까지 사용해서 시원하게 만든 맥주를 미적지근하게 먹으면 쓰겠나.”


그 역시 조심스레 맥주병을 열고 마시니 시원함이 몸 안에서 퍼지는 느낌이라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군대의 공백이 메워질수록 점차 소장에 진급하는 사람들의 연령대가 늘어났네. 사실 그게 맞는 것이기도 하지.”


그 말은 교육 때도 들었던 이야기라 그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 교육 때 나온 이야기를 지영은 실제로 겪었으니 경험담처럼 풀고 있다는 게 웃긴 일이었지만 발해의 그 누가 웃겠는가. 무려 한 세기 하고도 반을 존재하였고 그 외모는 여전히 청년의 그것을 유지하고 있는 업적만 한 꾸러미인 현인신이 말하는데.

(한국은 지영 즉위 100년에 발해로 국명을 변경했다.)


“그래서 내 소장을 불렀다네. 소장 중에선 가장 젊고 그 어려운 육군대학에 입학해 수석으로 졸업한 육군 최고의 기대주 아닌가.”


“과찬이십니다!”


“난 그리 생각지 않네. 충분히 대단한 일이지. 아무튼, 그런 똑똑한 견 소장에게 좀 묻겠네. 우리 군은 당을 상대할 만큼 강한가?”


당연하게도 ‘그렇습니다!’라고 힘차게 대답하려던 그는 문득 떠오른 생각에 입을 다물었다. 과연 지영은 정말로 당을 치기 위해서 이런 질문을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 것이다.


소장쯤 되면 어느정도는 전략적인 식견을 가지긴 해야 한다. 그때부터는 단독으로 작전을 진행할 수 있는 여단장이 될 수도 있고 혹은 군단에 참모로 배속되어 전략적인 작전을 계획할 수도 있다.


평범한 소장조차 그럴진대 그는 평범한 소장은 아니었다. 육군 장교 중 상위 1푼만 들어간다는 육군대학에 들어갔으며 거기서 또 수석으로 졸업해 자랑스럽게 녹색과 적색으로 이루어진 장군 참모의 견장을 착용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교였다.


그리고 그걸 제외하고서라도 그는 충분히 대단한 인물이었다. 원래 그는 본 역사에서 후삼국 시대 가장 위대한 장군이자 한 나라의 창업 군주였으니까.


그런 그였기에 당을 친다는 것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물론 현재의 당은 위태롭긴 했다. 원 역사만큼은 아니었지만 황소의 난은 당나라에 큰 타격을 입혔고 당나라의 분열은 시작되어 심화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당을 쳐들어가서 발해가 뭐 얻어먹을 게 없었다.


기존에 점령한 영토처럼 주위에 아무것도 없는 것도 아니고 대륙 세력의 견제를 받아야 했으며 그걸 위해서는 기존의 영토보다 몇 배, 혹은 그 이상의 유지비가 들 건 분명했다. 전쟁이란 기본적으로 이익이 있어야 벌이는 일종의 사업, 그리고 지영은 절대 돈 안되는 사업을 일부러 벌일 사람은 아니었다.


그러니 그는 가만히 지금껏 발해가 해온 일을 상기하기 시작했다.


과감하게 내부를 쓸어 권력을 쥐었다.


그 권력으로 개혁을 단행하여 반도의 잠재력을 끌어올렸다.


연해도를 차지해 상업적인 이익과 기병 전력을 확보했다.


북해도를 차지해 설탕과 상업적인 이익을 확보했다.


유구를 차지해 부족하던 석탄을 일부 대체하고 목재를 빠르게 얻을 수 있는 길을 부족하나마 마련했다.


대만도의 일부를 집어삼켜 역시 부족하던 목재나 농토를 조금이나마 확보했다.


그럼 현재 발해에 모자란 것은? 발해가 미처 확보하지 못한 것은...


대규모의 농토

질 좋은 석탄

질 좋은 철광

점차 중요해지는 해군을 위한 풍부한 삼림자원


그것들은 어디에 있는가?


그는 삐걱대며 지영을 바라보았다.


“무언가 추론했군, 말해보게”


“설마, 설마 전하께선 북벌을...”


지영은 굳이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입가에 걸린 미소가, 그 흐뭇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답을 충분히 대신했다.


“그들은 만만치 않아. 그들의 장비도, 훈련도, 절대로 우리에게 크게 뒤처지는 수준은 아니겠지. 아니, 그들의 영토에서 전투가 일어날 테니 동등하다 봐야겠군. 그러니 우리에겐 비장의 무기가 필요하다네. 장군도 알다시피 이등병 하나 훈련하는데 삼 개월은 잡아먹네. 예비군이라 할지라도 최소 한 달은 훈련해야 하지. 손해가 누적되어 좋을 일은 없지.”


그 말에 그는 무어라 답하려 했으나 눈치챈 지영은 먼저 입을 열었다.


“내... 첫 왕비의 죽음 이후로 고구려와는 혈연을 맺지 않았네. 이제 와서 그 후손들과 고구려를 엮기에는 너무 멀지.


그렇다고 고구려를 더 이상 제어할 수 있는 것도 아니야. 면포로 제어하는 것도 한계가 있을 걸세. 고구려가 당과 전쟁을 일으키면 우린 언젠가 끌려갈 수밖에 없어. 우린 명목상으론 상호방위조약을 아직까진 갱신하고 있으니...”


지영은 맘에 안 든다는 듯 혀를 찼다.


왜 그리 당하고 못 싸워서 안달이란 말인가. 하긴... 북방에 붙어있으니 욕심이 나는 것도 이해는 간다만 그렇다고 그 욕심에 발해까지 끼어들어 가는 건 사양이었다.


“우린 더 강한 군대가 필요해, 하지만 그 수를 더 늘릴 순 없지. 그래서 장군을 불렀다네. 새로운 전략과 전술을 수용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젊고 그렇다고 지위가 그리 떨어지지도 않으며 능력은 출중한 사람이 딱 자네지 뭔가”


“아... 그, 감사합니다!”


“내 제안을 받아들이면 아마 기존에 배정된 보직에선 해임되고 이 일의 책임자를 맡게 될 걸세. 그럼 따라오게”


조금 더 걸어 도착한 곳은 거대한 건물이었다. 그 안에는 몇 개의 표적과 종이로 싸인 무언가, 그리고 십자궁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어째 몸체가 없는 물건이 반기고 있었다.


“흠, 말보다 직접 보여주는 게 빠르겠지. 이 갑옷, 저기에 세워 두게”


지영은 갑옷이 과녁에 걸리는 동안 탄포 하나를 들어 입으로 뜯고 화약 접시에 화약을 넣은 후 접시를 닫고 탄포째로 총구에 밀어 넣은 뒤 개머리판을 땅에 툭툭치고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사격 자세를 취했다.


거리는 대략 90m 정도, 현대식 소총에게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거리지만 전장식 머스킷에게는 절반의 확률로 빗맞을 거리다. 물론 몇 차례의 실험을 통해 원형 탄이 아니라 속이 빈 탄을 사용한다면 명중률이 향상된다는 걸 알았으니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다.


침착하게 조준선 정렬을 마친 지영은 방아쇠를 당겼다. 어두운 보랏빛을 띠는 부싯돌이 홈이 파인 금속 면과 부딪히며 불꽃이 일어났고 이제껏 인류가 듣지 못한 소리가 건물 안에 울렸다.


탕!!


어지간하면 놀라지 않는 강심장을 가진 그도 화들짝 놀라 지영을 바라보니 지영은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구름을 인상을 찌푸리며 손으로 휘휘 젓고 있었다.


갑옷? 그거야 뭐... 당연히 관통당했고. 양쪽을 관통당한 것은 아니었지만 사람을 죽이기엔 단면으로도 충분했다.


“철기고 나발이고 이거 한 방이면 모두 평등하게 보내줄 수 있다네. 배우기도 쉽지. 이를 모든 병사가 하나씩 들고 다닌다고 생각해 보게나. 혹은 이걸 거대하게 만들어서 적의 성문을 파한다고 생각해 보아도 좋네. 어떤가? 이 정도면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지 않겠나?”


“그럼... 방금 전하께서 사용하신...”


“소총이라 하게”


“예, 그 소총을 사용하는 전술을 연구하면 될지요.”


“... 이걸? 안 되네”


“... 예?”


지영은 택도 없는 소리 말라는 듯이 총을 흔들었다.


“이거 만드는 데 얼마 들어간줄 아나? 1,800원 들어갔네. 1,800원. 거짓말 좀 보태서 이 총을 전군에 보급한다는 소리는 우리 군대의 반을 기마병으로 만들겠다는 소리야. 감당 가능하겠나?”


그는 잠시 그 엄청난 양의 말의 비용부터 훈련, 먹어치울 건초의 양을 생각하다가 때려치웠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한국에 있는 말과 낙타를 모두 군용으로만 사용한다는 소리나 마찬가지였다. 그게 될 리가 없지.


“장군은 몰랐겠지만 보통 우리가 무기를 개발할 때는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좋은 무기에서 한 단계씩 급을 낮춘다네. 그렇게 적절히 가격과 성능, 그리고 생산성의 타협점을 찾지. 굳이 제일 비싼 무기를 만들어보는 이유는 그저 기술력을 시험하는 의미라고 생각하면 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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