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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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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최근연재일 :
2024.04.22 13:2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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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82,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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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4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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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발해10

DUMMY

“윽... 우웁”


온 세상이 뒤집혀 보이며 하늘에 대고 안에 있는 내용물을 쏟아낼 뻔한 것을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참고 언제 가져다 놨는지 세안을 위한 물에 잠수를 한 번 하고 옆에 있던 꿀물을 조금 마시자 그제야 정신이 돌아오는 것 같았다.


겨우 눈에 초점을 잡자 시야에 들어오는 건 어질러진 이불과 헐벗은 여자 두 명. 으음... 꽤 괜찮은 여자들이었는데 이름이 뭐였더라.


에이, 모르겠다. 대강 옷을 걸치고 막사 바깥으로 나가자 바깥을 경계하던 친위 대원들과 여러 부족원이 내게 아는 체를 해왔다.


정작 그들의 큰 음성을 듣는 나는 다시 속이 뒤틀리는 듯한 기분이어서 손을 대강 흔들어 주었더니 눈치가 빠른지 어느새 조용해졌다. 참으로 다행이지.


“전하, 해장에 좋은 약차입니다. 쭈욱 들이키시지요.”


그래? 어디 마셔볼까?


우웁...


“웨에에엑...”


속에 있는 것들을 한 차례 게워내고 나니 세상이 밝아졌다. 원래 약이 이런 약인가?


그나마 다행인 점은 게워내기 전에 저 멀리 떨어진 곳에 달려가서 게워냈다는 것이지. 음, 아무래도 이런 모습은 딱히 보이고 싶은 모습은 아니니까.


그 후 아무래도 찜찜해 다시 몸을 씻고 옷을 말끔하게 차려입으니 한결 나았다. 머리야 아직도 아프지만 그래도 가볍게 활동하는 데는 무리가 크게 없을 정도.


“수석비서, 순방 일정은 이게 끝이던가?”


“일정은 오늘 중으로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이제 궁으로 돌아가실 일만 남았죠.”


음, 가려니까 좀 시원섭섭한데? 나름 북방 순방도 보람차고 재밌는 일이었는데


내가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난 여행이 좋다. 색다른 풍경, 사람, 음식, 문화... 이 모든 것을 직접 경험하고 즐기는 것은 깊은 여운을 주지.


북방의 이 모습, 발해의 영향인지 발해의 문화가 스며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고유의 정체성은 아직 살아 있었다. 물론 그거랑 별개로 이들의 충성심은 이미 확인했지만.


“이제 가십니까?”


“독 부족장, 그리고 모두... 이렇게 나올 것 없었는데”


“전하께서 가신다는데 어찌 나와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런가? 고맙네. 아주 즐거운 경험이었어. 덕분에 유람하듯 잘 즐기고 가네.”


“그리 생각해주신다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깊게 고개를 숙이는 그.


과연 다음번에 북방 순방을 올 때 그는 어떤 모습일까?


아예 머리가 새하얗게 되어 있을까 아니면 그래도 정정하게 서서 환영해줄까.


아니면 그를 똑 닮았던 그의 아들이 나를 환영해줄 수도 있겠지. 무엇이든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


“다녀오셨나요, 전하.”


이번에 새로 결혼한 세 번째 아내, 유키코가 다소곳하게 인사를 건네왔다.


음, 아닌가. 이미 앞선 두 아내는 죽었으니 남들이 보기엔 첫 번째 아내 같아 보일 수도 있겠다. 심지어는 나조차도 반쯤은 그리 여기기도 하니까.


아무튼... 되게 무덤덤하단 말이야. 감정의 변화가 적어 읽기가 까다로웠다. 그래도 특별히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아마 원만하게 돌아가고 있는 거겠지.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부인, 날도 추운데 어찌 나왔소.”


에이, 원래는 말을 더 편하게 해야 하는데 씁... 그녀의 분위기가 그걸 쉽지 않게 만든다. 하, 사석에서까지 불편하게 하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건만.


“부군께서 돌아오시는데 어찌 가만히 방 안에 있을까요.”


“음...”


특별한 거 없는 말이긴 한데... 원판이 워낙에 예쁘다 보니 말 하나하나가 특별하게 여겨진다. 그 꼬맹이 천황이 친서로 누나 자랑을 한참 떠든 이유가 있는 게 이상하지 않게 여겨질 정도로.


...


...


아, 이거 어쩔 거야 이 어색하고 난감한 분위기.


음... 으음, 그래 우선 밥이나 한 끼 하면서...


“...”


“......”


“...”


나와, 과거의 나.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잖아!


습... 어쩔 수 없지. 일단 가벼운 주제로 아무거나 던져보는 수밖에.


오늘 던질만한 건... 그래, 북쪽에 다녀온 이야기부터 천천히 풀어야겠군


“내가 이번에 북방에 다녀오면서 신기한 것을 봤다오...”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어째서인지 현대인 시절에 다녀온 미국의 이야기를 적당히 각색하여 들려주는 것까지 흘러갔다.


표정의 변화는 거의 없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눈이 커지거나 몸이 움찔대며 더 듣고 싶다는 듯 내가 잠시 이야기를 멈추면 빤히 바라보는 시선에서 대강 알 수 있었다.


그래, 잘 되어가고 있어!


나도 잘 몰랐는데 그녀는 이리저리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거기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친해지면 되겠지, 참 다행인 일이었다.


...


“어, 소대장님. 뭐 드십니까?”


“야, 아까 통조림 까놓고 또 먹게?”


“아니 열심히 일하다 보면 먹을 수도 있는 거 아냐?”


병사 둘이 토닥거리고 있자 소대장이 급히 말렸다.


“한창때 사내놈이 먹을 수도 있지 뭘 그러나? 양이 많으니 내 넉넉히 나눠주지.”


그 말에 두 병사는 너나 할 것 없이 손을 쫙 벌렸다. 마치 먹이를 바라는 아기 새 같다는 감상을 하며 소대장은 자신이 먹던 것을 그들의 손에 건넸다.


“...?”


“소댐? 이거... 에이, 장난치지 마십쇼.”


“먹을 것으로 장난이라니. 어찌 그런 천벌을 받을 짓을 하겠나? 자자, 사양 말고 쭉 빨아 먹게나 새콤한 맛이 아주 일품이라네, 하하하!”


두 병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손에 가득 들린 죽은 개미들을 다시 소대장에게 건넸다.


아무리 배고프다고 해도 개미는 좀... 차라리 좀 참다가 저녁때 통조림 하나 더 까서 먹고 말지.


“어이구야, 이리 맛있는 걸 마다하다니. 참으로 이상한 친구들이로구만!”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한 손에는 개미를, 다른 한 손에는 연필을 들고 지금까지 정찰한 내용을 지도에 표시했다.


대강 표시가 끝났는지 그는 남은 개미를 빠르게 먹고는 외쳤다.


“자, 슬슬 일어나라! 다시 일할 시간이다!”


주변에서 곡소리가 났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손을 두어번 탁탁 털고서는 낙타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갈 따름이었다.


...


치륜식 소총을 만지작거리던 이들은 이내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걸로 총검술은 도저히 무리다!’


정 급하면 할 수야 있다. 하지만 문제는 총이 망가지고 말겠지.


상대적으로 구조가 단순한 수석식 총기에 비해 치륜식 총기는 강한 충격을 주면 그만큼 부품이 망가질 확률이 늘어났던 것이다. 기계식 시계를 총에 달아놓았다고 생각해 보라. 얼마나 고장이 잘 날지.


당연하게도 모든 보병을 이 총기로 무장시켜 총과 창의 역할을 겸용하게 하는 안은 자연스럽게 폐지되었다. 총검술 한번하고 총을 수리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러니 자연스럽게 지영에게 올라간 보고서의 내용이란 게...


파이크 앤 샷.


조금 더 익숙한 말로 하자면 장창과 총병의 조합인 테르시오가 나온 것이다. 이걸 구현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둘째치고 우선 총기가 창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상은 최종적으로 이런 비슷한 방안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라면 총기의 수요량이 크게 줄겠군”


“물론 그렇습니다만...”


“음, 차라리 이게 나을지도 모르네.”


우선 이거 하나는 명확하게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수석식 총기, 치륜식 총기, 화승식 총기... 심지어는 뇌관식 총기까지 나온다고 할지라도 지금의 발해는 이 총기들을 단기간에 보급할 수 없는 실정이다.


아무리 시제품이고 고급품이라지만 총 한 정 이천원 정도 했던 것을 생각한다면 육·해군 전군에 보급하기 위해선 최소 이억원은 있어야 한다. 그것도 예비 물자를 생각하지 않고 병사들에게 총 한 자루만을 쥐여주었을 때의 이야기다.


여기에 총탄을 보급하고 예비 물자까지 감안한다면 발해가 전군에 총기를 보급해 전투 가능한 상태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비용은 못해도 사억은 된다.


발해의 예산이 넉넉해졌다지만 단기간에 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못 해도 십 년, 이십 년 이상은 잡아야 한다. 또, 총만 보급하나? 포는? 그에 따른 부속 장비는? 하나하나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질 정도다.


그런 의미에서 총기를 덜 보급하더라도 더 많은 병력을 열병기를 사용하는 군대로 바꿀 수 있고 군사들 사이에서 혼란도 덜한 테르시오 체재는 적어도 지영의 마음엔 쏙 드는 것이었다.


무기 보급도 보급이지만 병사들도 아예 새로운 무기로, 새로운 대형을 훈련해야 하는 건데 당연히 불만을 가질 병사들도 있을 테고 적응하는데도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


“좋아, 그렇다면 실험적인 여단 창설을 허가하지. 어차피 기존에 해체하던 여단이 있으니 마침 잘 되었군.”


“감사합니다, 전하.”


“문제는 총기일세, 총기. 아무리 실험적인 여단이 창설되고 나름의 성과를 낸다고 한들 총기가 겨우 여단 하나 무장시킬 정도로 보급이 힘들다면 곤란해, 장군이라면 잘 알겠지.”


군에서 좋은 무기는 최고의 무기가 아니다.


적절한 성능에 적절한 가격, 무엇보다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고장 잘 안 나는 무기가 최고의 무기다.


이는 발해군 장군, 하다못해 장교들도 공감하고 있는 사안이었고 견훤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음, 나가보게.”


집무실을 나오자 견훤의 입에선 땅이 꺼져라 한숨이 나왔다.


아니, 그걸 누가 모르나? 안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장군 된 입장으로선 무조건 치륜식 소총을 도입해야 한다. 성능과 편의성의 차이가 크니까.


하지만 차마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낼수가 없는 처참한 생산성과 비싼 가격,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눈앞을 깜깜하게 할 뿐이었다.


아니, 갈구면 된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래서 열심히 갈궜다. 최대한 독려하고 독려했는데 결과는 영... 음...


오히려 연구실의 연구원들에게 뒤에서 욕만 먹는 결과만 나왔다. 지금도 뒤에서 열심히 씹어대고 있겠지.


“단기간엔 어렵습니다. 장군. 아무래도 연구는 연구대로 하고 보급은 화승식으로 시작하시는 게... 어차피 총기 생산에 대한 경험도 쌓아야 하니...”


그리 말하는 김휘의 눈에서는 이거 안 받아들여 주면 연구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깃들어 있었다.


무엇보다 이미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녹초가 된 견훤은 더 이상 가망이 안 나오는 치륜식 총기를 생산해서 보급하자는 말을 꺼내기가 싫었다. 이야기해 봐야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 그렇게 합시다...”


작가의말

견훤: 갈구면 된다며!
지영: 갈구는 것도 다 노하우가 있는 법이란다.




리메 근황
다음 연재 전까지는 1부가 전부 리메이크 될듯 합니다.
원래 계획은 리메이크 하고 바로 올리려 했는데 그러기에는 회차끼리 이야기가 연결이 안 되는 부분이 많아서...
다 되면 한꺼번에 이전 화를 수정하는 방식으로 해야겠어요...
방학 중에 최대한 빨리 끝내놔야겠네요.

--------수정합니다--------

1부가 아니라 1 챕터입니다.

써놓고 보니 오해하기 좋게 해놨었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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