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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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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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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2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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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4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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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양면23

DUMMY

“저희 연구동 이름이 왜 ‘삶은 만두’인지 궁금합니다만”


“에이, 선배님. 너무 딱딱하시다. 말 편히 하셔도 되는데”


“같은 급수라고는 하나 연구동장님한테 말을 편히 하면 위계가 서질 않습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치”


“그래서 아까의 질문은-”


“아, 그거 말이죠! 사실은 원래 찐 만두 연구동이었는데 제가 전하 앞에서 말을 저는 바람에 삶은 만두 연구동이 되었어요. 나중에야 알아채고 다시 말씀드리려는데 이미 현판을 주시는 바람에...”


은비는 정갈하면서도 힘 있는 글씨체로 쓰인 ‘삶은 만두 연구동’이라는 현판을 힘없이 바라보았다. 무려 국왕이 친필로 써준 현판이라 뭐라 하지도 못하고 그냥 어버버 받아왔다. 이제와서 고치는 건 아마 불가능하겠지.


“아하... 그렇군요.”


정말 알고 싶은 정보를 알게 된 정철은 ‘그래서 우리 뭐 하는 사람들인데?’라는 눈빛을 정중하게 쏘아보냈다.


“흠흠... 아무튼 우리 연구동이 왜 세워졌냐 하면... 바로 기계공학의 미래를 위해서죠!”


은비는 힘차게 외치며 자신의 설계도를 꺼내들었다. 이미 연구소 각지에서 몇 년씩은 구른 그들이 보기에는 허접해 보였지만 무슨 의도로 이걸 설계했는지는 대충 알 수 있었다.


한국의 기계공학은 상당 부분 산업공학과 동일시되는 경향이 적잖았다. 아니, 정정하자면 산업공학이 기계공학에 속해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기계의 70~80% 정도가 공장에 빨려 들어갔으며 그중 일부만 실험 기구, 시계 등으로 빠질 뿐이다. 대학에선 기계공학과와 산업공학과의 커리큘럼이 거의 흡사했으며 3학년 2학기 때부터야 비로소 차이를 보였다.


그러니만큼 이들은 모두 한국의 기계-산업공학 학계에 퍼진 파벌을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었다. 파벌은 크게 3가지로 나뉘었다.


첫째는 완전 대체파, 이들은 수력이라는 힘은 한계가 명확하기에 다른 동력원을 찾아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했다. 실제로 겨울에서는 북방의 물이 얼어 수력을 이용한 공장은 그대로 애물단지가 되거나 아니면 인력이나 축력으로 돌아가는 장치로 교체해야 했기에 수력의 한계는 누가 보아도 명확했다. 다만, 이들은 수력을 완전히 대체할 안정적인 동력원을 구하지 못했기에 ‘이상적인 이야기’ 만 하는 파벌로 여겨졌다.


둘째는 부분 대체파, 이들의 의견은 완전 대체파와 엇비슷했으나 차이점은 수력의 한계를 보완할 동력원을 찾자는 것이 차이점이었다. 즉, 수력을 주 동력원으로 이용하는 것은 그대로지만 이들을 사용할 수 없을 때 풍력, 축력 등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며 제주나 산간 지방의 풍력이 강한 곳을 개발해 공장을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찌 보면 가장 현실적이고 제주는 바람이 많이 부는 섬이니만큼 파벌이 달라도 어느 정도는 인정받고 있었다.


셋째는 수력 만능파, 수력은 가장 효율적인 동력원이며 지금의 문제는 수력에 관한 기반이 모자라기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여러 토목공사를 통해 안정적으로 수차를 돌릴 수 있게 기반을 닦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거 밖에선 입을 조심하고 다녀야겠군요.”


문제라면 부분 대체파를 제외한 두 파벌의 의견은 너무 극단적이라는 것, 수력은 아예 쓸모가 없다고 주장하거나 수력이 모든 것을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만큼 적도 많았다.


그런데 그런 극단주의 파벌에 속한 것처럼 보이는 이들이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받은 ‘국왕 직속’의 연구동에 속해 ‘여성 연구원’ 밑에서 연구를 한다? 물어 뜯길만한 구석 천지였다. 아마 승진에 눈이 먼 자들 눈에는 이들이 탐스럽게 방치된 고깃덩어리로 보이지 않을까 싶었다.


“아하, 그런 걱정은 하실 것 없답니다.”


은비는 생글생글 웃으며 주머니에서 허가증 한 장을 꺼내어 보여주었다.


“특급... 기밀시설?”


어지간하면 놀라지 않던 숙달된 기술자 정철도 허가증 앞에서는 낯이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이전에 들은 말이 있어 일이 좀 클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이 정도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특급 시설? 여기에 접근할 수 있는 인원은 몇 되지 않았다. 국왕, 비서실장, 접근을 허락받아 허가증을 소지한 관계자 끝.


위세가 드높은 감찰부? 잘못 건드렸다간 모가지가 역으로 날아간다. 애초에 권한도 없고. 국가 정보성? 거기에서도 지부장급이 건드리면 마찬가지로 모가지가 역으로 날아가 버린다. 총감이야 국왕 겸임이니까 그렇다 치고. (참고로 저 모가지가 날아간다는 말은 실존하는 목이 날아갈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발행될 일이 극히 드물며 특급 허가증을 가진 사람은 ‘해당 분야에서 국왕을 대행하는 사람’ 정도로 인식될 정도로 강한 권위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가려 뽑고 뽑았어도 찜찜한 기분이 남아있건 그들의 눈에서 그런 찜찜함이 완전히 사라졌다. 툭 까놓고 말해 국왕이 직접 보증한 사람이다. 그것도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보증한 사람이다. 거기에 대고 미묘한 강짜를 부릴 정도로 그들은 어리석지 않았다.


“후우... 일단 계속 설명해주시지요, 동장님”


“아, 그러죠! 요지는 지극히 간단합니다! 바로, 물을 끓여 기존의 수력을 대체할 생각입니다.”


“... 그게 가능합니까?”


정철은 의문 섞인 목소리로 되물었다. 타당한 생각이었다. 물을 끓여서 수차를 대신한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발상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이 몇몇 있었다.


이들은 요리 좀 해본 이들이었는데 이를 다른 말로 치환하면 효자 혹은 사랑꾼이었다. 이 시대에서는 남자가 요리할 일이 없었는데 지영이 직접 요리책을 쓰고 아내들과의 식사에 요리해서 내놓는 모습에 ‘사랑하는 이를 위해 정성을 담아 요리하는 남자’가 생겨난 탓이었다.


받는 이들, 주로 부인이나 연인의 반응이 나빴다면 모르겠는데 사랑하는 이가 정성을 담아 준비한 선물을 싫어할 사람은 거의 없었고 부모 역시도 자식이 정성껏 준비했다는데 걷어찰 위인은 없었다. 거기에 이를 처음 행한 당사자가 사회 최상층에 있는 국왕이지 않은가. 원래 유명인, 사회 최상류층의 행동은 유행이나 문화가 되기 쉬운 법이다.


하여간 그러니만큼 이들 역시 경험한 적이 있었다. 물이 끓으면 뚜껑이 들썩이는 현상을. 그렇다면 물을 많이 끓이면, 혹은 불을 더 세게 하면 그 힘으로 기계를 움직인다는 건 아예 허황된 발상은 아닌 것 같긴 했다.


“모르죠? 해보지 않으면? 그래서 제가 좀 여러 가지를 준비해 왔습니다!”


은비는 무언가가 잔뜩 적힌 자와 막대기를 올려놓았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곳에는 숫자와 여러 기호가 이리저리 적혀 있었다.


“계산자와 계산봉이라는 겁니다! 제가 몇 번 써 봤는데 주판보다 훨씬 편하더라고요!”


“... 실례지만 이건 어디서 나셨습니까? 지금껏 현장에서 본 적이 없는데”


“좀... 협조를 구했죠?”


그 ‘협조’과정이 대강 예상이 가는 정철로서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그녀를 보았지만 은비는 얼굴에 철판을 깔았는지 환히 웃고만 있었다. 저 ‘허가증’은 양날의 검이라는 걸 알기나 할까? 수석합격자인 만큼 모를 리가 없을 텐데


싱글싱글


...모를 수도...


“에이, 어차피 계산봉은 내년에 뿌려진다고 했어요!”


“계산자는..”


“우리에게 검증을 부탁하더라고요, 히히”


연구중이던 물건을 강탈해왔다는 소리에 정철은 눈앞이 캄캄해진 것만 같았다. 그리고 나름대로 잔뼈가 굵은 만큼 연구동에 소속된 이들이 누구인지 대충 알고 있었다. 이 중 반은 각 연구소나 연구동의 사고뭉치들(곱게 말하면 생각이 열려있는)이었다. 그리고 안타깝지만 연구동장인 은비 역시 나사 몇 개 정도는 헐거워져 있는 것 같았다.







“아이고, 선배님! 오래 기다리셨죠?”


“되게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사휴의 말에 장보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매번 바다에 떠 있으니까요.”


“고생이 많네”


장보고는 지긋지긋하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전투함이 문제에요, 문제. 인원이 많으니까 보급도 금방금방 떨어지고, 노 저을 공간도 많이 필요해서 공간도 많이 잡아먹고, 옛날 배다 보니 불안해요.”


“그래도 신형 전투함 개발 허락 받았다니까 조금만 더 고생해.”


“그나마 다행이네요, 아 선배님은 어떻게 잘 지내셨어요?”


사휴는 픽 웃었다.


“나야 못 지낼 게 있나. 돈방석 위에 앉아있는데”


장기 보존식이라고는 미숫가루, 건빵, 정말 더럽게 짠 염장 고기 같은 것들밖에 없는 상황에 사휴의 통조림은 그야말로 혁명 그 자체였다. 금속제 통을 사용하고 도금까지 해야 하니 가격이야 조금 비쌀지 몰라도 이 통조림이 사기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쥐가 갉아먹거나 벌레가 파먹는 일이 사라졌다. (애초에 선내 식량창고는 내부가 금속으로 되어 있어 옮기는 과정에서 벌레나 쥐가 없다면 적어도 식량창고 내에서는 쥐나 벌레가 없었다. 그럼에도 건빵에 서식하는 벌레는 여전했다. 쥐는 많이 사라졌지만)


육군도, 해군도 수요는 넘쳐났고 그건 다 돈이었다. 아예 압도적인 입지를 구축해버리니 그를 뒤에서 ‘낙하산’으로 욕하던 이들은 사라졌다. 그 대신 들러붙는 이들이 생기긴 했지만 적어도 뒤에서 이빨 까는 것보다는 훨 나아 그냥 그런갑다 하고 있었다.


“처음엔 육군부 장관 도전해보려고 했는데 이 정도 되면 아예 전역하고 사장 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아”


“에이, 그래도 곧 중장 진급하시면서”


“전하께 이름 받은 잘난 후배님만 할까”


본래 궁복으로 불렸던 그는 지영이 ‘장보고’라는 성과 이름을 지어준 상태였다. 왕에게 성과 이름을 하사받는다는 건 엄청난 의미였고(지금은 법으로 한국인은 누구나 성을 가져야 했기에 약간 퇴색되긴 했지만 그래도 아무나 이런 영광을 누릴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 자체로 이미 출셋길이 약속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아, 전하 뵈러 간다 했지?”


“예, 그럼 저녁에 뵙겠습니다.”


“오야”


장보고는 바로 그 길로 지영을 만났다.


“함대장”


“예, 전하”


“이미 그쪽은 많이 안정되었다며?”


“예, 북방항로 정책은 이미 궤도에 올랐습니다.”


“고생했네. 이제 슬슬 다른 데로 가야지?”


장보고가 알기론 다른 데라고 하면 남방항로 정책밖에 없기에 그저 눈을 끔뻑였다. (워낙에 신경 쓸 게 많아 한동안 중앙의 정보를 접하지 못했기에 장보고의 머릿속에 있는 정보는 몇 년 전 정보가 대부분이었다.)


“안정된 곳에다 굳이 유능한 장성 박아 놓을 필요 없잖아. 서부 항로로 갈 준비 하고 있으라고”


“서부 항로면... 대만입니까?”


“아니, 북해도도 다 못 먹었는데 대만은 무리고... 안남쪽이랑 안정적으로 교역 트려고.”


작가의말

원래는 찐 만두 연구동이라고 합니다. 마침 오늘 제가 먹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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