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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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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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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6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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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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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양면20

DUMMY

평소랑 모든 것이 똑같았다.


웃는 얼굴로 ‘내 강아지 왔어?’라고 맞이해주시는 할머니도,


한 솥 가득 쪄있던 커다란 만두들도,


만두를 베어 물때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거칠지만 부드러운 손길도.


문제라면 이걸 시험을 잘 보고 경험했으면 참으로 기뻤을 것이란 말이지.


내은비는 한숨을 푹 쉬며 만두를 한입 더 베어 물었다. 제 속을 모르는 게 분명한 이 커다란 만두는 언제나 그렇듯 풍부한 맛으로 보답해 왔다. 어떻게 만두가 먹어도, 먹어도 질리질 않는지. 하긴, 그러니까 시험 문제에 할머니 만두 찌던 이야기나 하고 있지. 어휴


그녀는 부디 2년 뒤 시험에서 기계 쪽 자리가 많이 나기를 기원하며 만두를 빠르게 먹어치웠다.




“비서실장, 이게 마지막 과목이지?”


“예, 기계공학 채점만 하면 끝납니다.”


지영은 눈두덩을 꾹꾹 누르며 시험지와 답안지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뽑기로 한 2배수는 왕과 비서실이 담당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기에. 물론 9급 같은 경우는 최종 검토만 간단히 한다지만 이건 7급, 정상적인 과정으로 관료 생활에 도전하는 최고 등급의 관문이었기에 이 정도는 할 필요가 있었다. 뭐, 애초에 이전의 채점 과정에서 적당히 걸러지기도 하니 전 국토에서 치러지는 시험의 규모를 생각하면 일의 양은 많은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기계공학 쪽에 여성 지원자가 있지 않았던가?”


“예, 한 명 있습니다.”


지영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미소지었다.


“기쁘십니까”


“그럼, 기쁘지. 나는 내심 십 년 뒤에나 이런 용기 있는 자가 나오리라 생각했다네”


물론 그녀가 시험에 합격하냐 마냐는 또 다른 문제였지만 어쨌건 도전장을 던진 것만 해도 꽤 기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던 한국은(사실 옆에 커다란 나라가 있어서 조급할 수는 있으나 한국의 인력은 적은 수준은 아니었다. 그게 부족하지 않다는 소리는 아니지만) 새로이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의 필요가 절실했다.


빈민 구제 사업도, 북해도에서 최대한 유화적인 정책을 펴며 땅을 삼켜가는 이유도 다 비슷하지 않은가. 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인구의 절반에 달하는 여성 인력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들을 1할만 끌어내더라도 최소 십만이 넘는 인력을 끌어내 활용할 수 있다. 빈민 구제 사업이 아주 잘 돼야 일 년에 만 명, 보통은 몇천 명씩 인구를 늘리는 것을 생각하면 최소 십만이라는 숫자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감이 오리라.


“기왕이면 보란 듯이 합격했으면 좋겠군”


지영은 그리 말하며 첫 번째 시험지를 검토 및 채점하기 시작했다.






현재 한국에서 운용되는 화물 상자, 그러니까 컨테이너는 일반적인 범선에 화물 상자만을 위한 적재 공간을 만들어 적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배가 커지고 복잡해질수록 이 방법에 대한 회의론이 하나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화물 상자 자체가 절대 작은 크기가 아니다 보니 이들을 대량으로 적재하기 위해서는 많은 공간을 할애해야 했고 이는 설계에 있어 분명 단점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면 화물 승강기가 있었다. 갑판에 도르래를 이용한 화물 승강기를 만들고 평소에는 갑판의 역할을 하게 하다가 적재, 하역시에는 이 승강기를 이용해 화물을 날랐다. 요즘에는 좀 개선되었다지만 화물 승강기가 망가져 긴급 수리해야 하는 일도 꽤 잦은 편이었고 그 자체만으로 이미 선내 공간을 잡아먹고 있었으며(도르래를 설치해 사람이 잡아당겨야 하기 때문에) 배의 건조 비용 자체도 올라가는 원인이 되었다.


물론 소소한 장점으로는 무게추 덕분에 배 밑바닥에 깔 돌을 찾는 수고를 덜 수 있었으며(오늘날의 밸러스트 탱크와 같은 역할을 한다.) 도르래를 찍어내다 보니 해당 기술이 발전했고 요즘에는 이 승강기를 어디다 써먹을지 고민하고 있다는 것 정도가 있겠다.


그럼에도 화물 상자를 이용하는 것의 효율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그렇기에 한국 내에서는 활발히 써먹고 있었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간사해 이 ‘수송선’의 구조적인 문제만 해결한다면 ‘화물 상자’가 가진 잠재력을 온전히 끌어낼 수 있다는 생각에 연구에 매진하고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현대의 컨테이너선 역시 갑판뿐 아니라 선내에도 컨테이너를 적재한다는 걸 생각한다면 이들의 생각은 결과적으로 틀린 것이라 볼 수 있겠지만 반대로 갑판에도 적재한다는 걸 생각하면 아주 틀린 건 아니었다.


누가 그랬던가, 사람의 생각이란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 거기서 거기라고. 결국, 가장 먼저 나온 것은 역시 현대의 컨테이너선과 비슷하게 갑판 위에도 적재할 수 있는 형태였다.


다만 여기엔 몇 가지 문제가 생겼다.


“중앙 돛대를 도대체 얼마나 크게 만들 생각입니까? 화물 상자 전용선을 만드려면 중앙 돛대를 치워야 한다니까요?”


“그렇게 되면 너무 느리지 않나. 움직이지도 못하는 화물선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적재량에 손해를 보더라도 큰 돛대를 만들어 화물 상자 위쪽에 돛을 달아야 하네”


기선이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겠지만 지금 시대에서 배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동력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바람의 힘으로 나아가는 돛


둘째, 인력이나 축력의 힘으로 나아가는 노와 같은 장치.


여기서 두 번째 동력원은 탈락했으니 결국에는 바람의 힘에 의지해야 했다. 그리고 그걸 그들이 구성하는 전용선에 적용하려면 속도나 적재량 무언가 하나를 희생해야 했고.


“... 저에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음?”


“돛을 하늘에 다는 것이지요!”


좌중의 모두는 크게 한숨을 내쉬고는 이전의 대화에 집중하려 했다. 이후에 이어진 말만 아니었다면


“연을 날리듯 거대한 사각 돛을 날리면 되지 않겠습니까! 높은 곳이라면 바람의 힘도 더 거셀 것이니 중앙 돛대를 대체할 사각 돛 하나를 날리고 나머지 돛은 그대로 유지하면 됩니다!”


정말 병신같지만 나름 일리가 있어 보였다. 어차피 연을 기존의 돛처럼 고도의 조작을 하는 건 불가능할 테니 역풍이 분다 싶으면 그냥 얌전히 접고 전후 돛대에 있는 삼각돛을 이용해 지그재그로 항해를 하면 된다. 고도의 조작이 불필요한, 바람의 방향이 일정하거나 간단한 조작만으로 충분한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면 돛을 활짝 펼치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한다면 내부 공간도 절약할 수 있고 효율적으로 화물 상자를 실을 수 있으며 중앙 돛대를 제어하는 인원의 수도 감소할 테니 더 적은 인원으로 배를 몰 수 있게 된다.


마침 이들에게는 운이 좋게도 몇 가지 물품은 이미 준비된 상태였다. 길고 튼튼한 밧줄은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국방과학연구소 산하 연구원들이 만지작거리고 있었으며 요청한다면 방수 처리된 천을 받는 건 그다지 어려울 것이 없었다.


이미 만들어지고 있는 배 중 돛이 달리지 않은 배도 몇 척 있었으니 그 배에 일부 돛만 달면 대충 준비는 완성되는 셈이다.


분명 이상한 괴작이 만들어질 것임은 분명했으나... 이들의 눈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지금껏 화물 상자를 사용한 배나 운송수단이 있었던가? 지금껏 화물 상자보다 더 효율적인 화물 운송수단이 있었는가? 오로지 자신들만이 이 화물 상자를 연구하고 있다. 누가 보면 이상해 보일지 몰라도 오로지 선두만이 앞에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도전해야 하는 법. 지금 이 상황은 자신들이 천하에서 제일 앞섰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들은 그 사실이 못내 자랑스러웠다.










겨울의 끝이 보이기 시작할 때면 시험 결과가 발표된다. 그게 좋든, 나쁘든.


시험 결과를 무작정 걸면 지나가던 사람들이 모두 모여 결과를 확인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보통 결과가 나오는 당일에는 시험을 칠 때와 마찬가지로 시험장 안에 수험표를 확인하고 나서야 들여보내 줬다. 그리고서야 시험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고. 물론 다음날부터는 모두가 확인할 수 있었고 신문에도 쓰이지만.


여튼 기계공학 시험을 치른 사람들은 한숨을 푹푹 쉬며 시험장으로 발걸음을 어기적어기적 옮겼다. 그도 그럴 만한 게 망한 시험의 결과를 확인하는데 기쁠 리가. 그나마 희망을 걸자면 모두가 망했으니 ‘나 나름 다른 문제 잘 푼 것 같은데... 혹시?’라는 상상을 할 수 있다는 거? 안타깝게도 이 사실은 그들에게는 큰 위안이 되지 못했는지 그들은 죽은 동태 같은 눈으로 멍하니 기계공학 시험 결과를 확인하러 갔다.


기계공학 전공 시험 결과

수석합격. 수험번호 809021911-2139. 성별 여성. 연령. 19세. 이름. 내은비

차석합격. ......


“허, 그 아가씨. 엄살이란 엄살은 다 피우더니...”


몇 번을 봐도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꺄아아아아악!!”


그는 피식 웃으며 자신의 이름이 다행히 저기 스물네 번째 칸에 적혀있고 ‘합격’이라는 결과를 보고 안도했다. 운이 좋았든지 아니면 다른 이들이 다른 문제의 성적이 좋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건 자신은 합격했고 늦어도 이틀 안에 정부에서 연락이 오리라.


정부는 친절하게도 집에서 서울까지 태워다 주고 서울에 집이 없다면 정부 소유의 숙소를 대여해 줬으며 관복도 맞춰 주고 신분증도 새로이 발급해주는 등등 합격자의 온갖 편의를 봐줬기에 합격자가 챙겨갈 건 한 달 동안 생활할 생활비를 여유 있게 챙기고 자신의 짐 몇 가지를 챙기면 그만이었다.


“나이 서른에 이제야 합격하는구먼”


물론 옆에 마흔쯤으로 보이는 사내가 있으니 큰 소리로 떠들만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감회가 새로웠다. 사실 그의 열정을 비웃으려는 건 아니었지만 마흔 정도 되는 나이면 7급에 붙어도 크게 기뻐하긴 일렀다.


그 나이에 7급, 그것도 일반 합격을 해 봐야 올라갈 수 있는 상한선은 보통 5급 정도가 최대였으며 그걸 두고 크게 성공했다고 보기도 애매했다. 특히나 나이 마흔이면 적어도 열다섯, 스물 때부터는 공부했다고 보는 게 일반적인데 그동안 투자한 시간, 자본을 생각한다면... 글쎄? 차라리 기준을 낮춰 빠르게 9급에 합격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다. 상한선은 엇비슷할지 모르나 투자한 시간과 자본은 한없이 적어지니까.


물론 그건 그가 신경 쓸 사안은 아니었고 저기서 어릴 적 아버지가 이야기해주신 돌고래 울음소리와 비슷한 소리를 내는 그녀에게 다가가 축하 인사를 건네러 갔다.


모두의 예상을 깬 시험 결과는 그대로 다음 호 신문에 대서특필 되었다.


‘여성의 시대 진정으로 열리나? 천하가 그대들의 도전을 원한다!

진소화 한은 총재에 이어 두 번째 여성 관료가 탄생했다! 그녀는 809년에 치러진 7급 보통관료 시험 기계공학 전공에서 수석합격 하였으며 3월부터 본격적으로 과학기술부의 연구원으로 근무할 예정이다. 최근 들어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활발해지는 가운데 그녀의 수석합격 소식은 다른 이들에게도 충분한 용기를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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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스카이세일.jpg

놀랍게도 배에 연을 달아서 움직이는 대형 화물선들...

물론 온전히 저 힘으로만 가는 건 아닙니다만 사용 연료가 줄어듭니다.

학과가 학과인지라 한두다리 건너 알게 되었는데 무려 2008년부터 실용화 된 기술이라고 합니다...


작가의말

이건 우리가 원했던 범선의 모습이 아니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 작성자
    Lv.85 sn****
    작성일
    23.05.27 03:16
    No. 1

    배에 연을 달아서???? 상상잘 안갑니다! 드디어 여성인력이 등장하기 시작하는군요!
    지영아 축하한다 업무노예 숫자가 늘어나는구나...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3 몽쉘오리진
    작성일
    23.05.27 12:30
    No. 2

    삽화를 올렸습니다! 참고하시면 이해하시는데 조금은 도움이 되실 거에요!

    그리고 슬슬 별종들 하나 둘씩 등장할 때 되긴 했죠. 여자들도 조금씩 진출시켜야...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5 sn****
    작성일
    23.05.27 13:58
    No. 3

    진짜 신기한 기술들이 많이 있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3 몽쉘오리진
    작성일
    23.05.29 17:47
    No. 4

    정말 상상도 못한 기술들이 있더군요 ㅎㅎ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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