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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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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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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1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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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발해9

DUMMY

“처음 뵙겠습니다, 성주님. 이번에 신임 영사로 부임하게 된 민합이라고 합니다.”


“오오, 그래. 새 영사가 부임한다는 소식은 들었소. 그래, 어디 오는데 불편함은 없었소?”


“성주의 병사들이 철통같이 호위하는데 불편함이 있을 리가요. 그저 경치 구경하면서 잘 왔습니다.”


그 말에 쿡 성주, 쿡트어주는 다행이라는 듯 고개를 위아래로 주억거렸다. 아무래도 베트남의 기후라는 것이 뭇 외지인을 괴롭게 했기에 혹시나 발해의 신임 영사도 그렇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다행스럽게도 민합은 이전 부임지가 유구였기 때문에 적어도 한반도에서 온 것보다는 쉬이 적응할 수 있었다. 물론, 그래도 덥긴 했지만, 전임자의 배려로 적어도 부임 시기가 한여름을 피했던 것도 이유였고.


“그래, 그리 말해주니 고맙구려. 자자, 여기서 이럴 것이 아니라 안으로 들어가십시다.”


신축되었다는 영사관은 민합이 보기에도 신경 써서 지었다는 티를 팍팍 풍기고 있었다. 화려하다, 웅장하다 이런 느낌은 없었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위엄은 지키고 있었으며 무엇보다 편하게 지낼 수 있게 이런저런 배려를 한 모습이 돋보였다. 그럼에도 더운 건 어쩔 수 없지만 덜 덥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의미가 있었다.


“영사관은 마음에 드시오?”


“제 집보다 훨씬 낫군요.”


“하하하!! 그리 말해주니 감사할 따름이오. 자, 편히 여독을 푸시고 이튿날 있을 연회에서 봅시다.”


흔한 금칠이라고 생각했는지 쿡트어주는 기분 좋게 웃었지만 민합은 반쯤 진심으로 말한 것이었다. 세상에 영사관보다 좋은 집이 얼마나 많을까를 생각한다면... 그리고 민합의 집이 그다지 좋은 편에 속하지 않는 것도 있었다.


하여간 가져온 짐을 주섬주섬 풀고 씻고 안남에서 받은 의복으로 깔끔하게 환복하고 나니 해는 어느새 그 자취를 감춘 지 오래였다.


연회 자체도 즐거웠다. 애초에 여행을 즐기는 그의 성격으로서는 새로운 문화와 음식, 사람과 풍경을 기껍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외부로 빙빙 도는 것이기도 하고.


거기에 흥을 돋울 악사와 무희들이 나와서 공연을 보여주는데 이 역시도 매우 흐뭇했다. 발해처럼 약간의 노출이 있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옷의 맵시가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의 눈짓을 슬쩍 받은 화가는 이미 남몰래 도화지에 슥슥 그림을 그렸다.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연회였다.


연회가 끝나고 이제는 일할 차례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행 온 기분의 그였기에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마뜩잖았으나 어쩌겠는가. 이 일이 끝나면 다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새로운 것들을 잔뜩 구경할 수 있거늘.


“안남의 부흥을 위해 전하께서 여러 유용한 물자들을 보내셨습니다.”


그의 뒤에 쌓인 상자에는 창날과 창대가 분리된 채로 있었다. 창을 통째로 보낼 수도 있었지만 어디에 밀정이 있을 줄 알고 그런 위험천만한 짓을 하겠는가. 그런데 애매한 모양의 창날과 건축재료라든지 도구의 손잡이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둘러댈 수 있는 창대를 분리해서 보내면 이런 위험한 시선을 조금이나마 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발해는 주도면밀하게도 실제로 농사에 쓸 괭이나 낫도 다 이런 식으로 보내버렸다. 그러니 당나라 밀정이 이걸 봐도 낫과 괭이들이 보일 뿐이지 이걸 ‘무기’라고는 보기 힘들었다.


면포 역시 마찬가지. 면포는 군수품이기도 하지만 생활필수품이기도 하다. 이걸 들여왔다고 ‘아, 이놈들이 전쟁하려나?’라고 의심하기는 힘들다. 더 가관인 건 발해는 아예 연철 주괴를 종 모양으로 만들어서 보내버렸다. 세상 누가 면포와 종, 괭이와 낫, 그리고 거기에 쓰일 목재를 보고 ‘아, 이것들이 실질적인 자치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들고 일어나려 하는구나’라고 생각하겠는가?


물론 그냥 보내는 것보다 가공하는데 폼은 조금 더 들겠지만, 괜히 당나라의 심기를 거슬러 서로 좋을 일은 없었기에 양측이 만족할 수 있는 거래였다.


차곡차곡 쌓이는 안남미를 보고 만족할 수 없는 사람이 있을까. 그 옆에 금은보화도 있다면 더더욱.


“고맙소. 내 마땅히 보답하겠소.”


두 나라... 아니, 한 나라와 나라를 꿈꾸는 한 세력의 교류는 아무튼 간 평화롭게 이루어졌다.


당나라도 이 소식을 접하긴 했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안남에 개입하기엔 실질적인 힘이 없었던 것이 첫 번째고 두 번째는 개입할 명분도 마땅치 않았다. 농사짓고 사찰에 종 달고 옷 지어 입는 것을 뭐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결국엔 수상한 움직임을 최대한 감시하라는 명령을 내릴 수밖에.








“... 혼인이라.”


“그렇습니다, 전하. 물론... 음, 전하께서 그... 범상치 않으심은 알고 있으나...”


그는 더 말을 이어가지 않고 말끝을 흐렸다. 어차피 국혼에 대해 언급은 했고 굳이 길게 말을 이어가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만큼 차라리 입을 닫는 걸 선택한 것이다. 말 한마디가 매우 무겁게 다루어질 수 있는 사안인 만큼 현명한 선택이었다.


“음... 그래. 그렇군...”


한편 지영으로서도 머리가 바쁘게 돌아갔다.


우선 아내들을 잃은 슬픔은 이미 가신 지 오래였다. 그들을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나기도 했고 무엇보다 첫 내무성 총리였던 설차의 유언에서 깨달은 것이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잊지 않고 기일에는 꼭 무덤을 찾아가지만 즐거웠던 한때를 회상할 뿐 굳이 슬퍼하려 애쓰지는 않았다. 그들 역시 지영이 기뻐하길 바라지 슬퍼하길 바라지는 않았으니까.


한편 이 국혼은 양국 모두에게, 특히나 발해에 이득을 가져다줄 여지가 컸다. 우선은 발일 관계가 더욱 밀접해지게 된다. 몇십 년 전에 사돈이었던 것과 현재 사돈인 것은 그 관계의 차이가 매우 크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라도 일본이 딴마음을 먹으면 굉장히 골치 아프기도 하거니와 이미 고구려 침공을 계획 중이고 그 후의 질서까지 생각 중인 지영으로선 거의 훨씬 자신의 편을 들어줄 나라가 있다는 것은 기쁜 일이었다.


그리고 그런 지영의 모습을 바라보는 스가와라노 미치자네는 속이 바싹 타는 진귀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읽을 수가 있어야지? 어떻게든 표정을 읽으려 애를 써보았으나 나이를 먹을 대로 먹고 경험도 쌓인 지영의 표정은 읽어내기가 힘들었다.


“그래, 성의를 무시하는 것도 예는 아닐 테니 우선은 장고해보겠네.”


답은 미묘했다. 승낙도, 거절도 아닌 일시 보류. 곧 일본으로 돌아가서 천황의 개혁을 도와야 하는 그에게는 영 시원하지 못한 답이었으나 답 그 자체만 놓고 보면 나쁘지는 않았다. 최상의 결과야 시원하게 받아들이는 것이겠지만 지영이 장고하기로 한 이 상황에서 결과가 승낙이던, 거절이던 어쨌건 일본과의 관계를 중요시한다는 걸 지영이 보여준 것이기 때문이다.


승낙이면 더 좋겠지만, 거절이어도 최소한의 목표는 이미 달성된 셈이다. 군주정에서 왕의 의지가 국가에 미치는 영향이야 더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거니와 지영은 아는 사람은 이제 다 아는 신인이 아닌가.








“호... 이게 바로 그건가요?”


“음... 그렇지. 썩 만족스러운 녀석은 아니지만...”


진심으로 하하하 어투로 말을 하자 옆에 있던 남자가 허탈하게 웃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세상에 손바닥만 한 시계가 어딨다고...”


“에이, 그래도 이놈은 너무 커. 정확하지도 않고...”


처음엔 굉장히 야심 차게 출발했었다. 들고 다닐 수 있는 시계를 만들자는 일념으로 제작에 몰두했지만 글쎄... 그게 그렇게 쉬울 리가 있나.


우여곡절 끝에 시계를 만들기는 했다. 성인 남성 손바닥 두 개를 합친 것보다 살짝 큰 시계를. 사실 이만해도 이미 대단한 일이기는 했다. 어쨌건 손바닥 두 개를 합친 것보다 살짝 크다는 건 손목시계나 회중시계처럼은 아니어도 휴대가 가능은 하다는 것이었으며 시계가 설치된 곳 이외에도 시간을 알 수 있다는 말이었으니까.


지영도 이걸 보고 잘 만들었다고 칭찬도 하고 훈장에 성과급까지 두둑하게 받아챙겼지만, 진성 장인인 그에게는 영 마뜩잖았다. 휴대가 편리하다는 조건과, 비교적 정확한 시간이라는 조건 둘 다 만족시키지 못한 애매한 실패작으로밖에 안 보였기 때문에.


실제로 이 시계에는 분침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미 기존에 만들어진 시계와 비교했을 때도 오차가 컸던지라 분침이 존재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이 시계조차도 못 만드는 장인이 허다합니다... 괜히 훈장 주고 그러셨겠어요.”


“허이구, 이놈아. 장인이라면 실패작으로 만족하면 안될 것 아니냐.”


“그럼 훈장이랑 성과급은 왜...”


“마누라 약값은 땅에서 솟느냐.”


참으로 현실적인 이유였다. 실제로 약값 문제가 해결되고 더 열심히 부품 깎고 설계하니까 생산 효율성은 올라갔으니... 괜찮은가 싶기도 했고.


“... 그런데 스승님?”


“뭐”


“약값이 문제라면 그 뭐냐... 이번에 군이랑 하는 거기 가셨으면 돈 벌었을 텐데...”


멋모르는 제자의 말에 스승은 혀를 끌끌 찼다.


“그놈들은 미친놈들이야.”


“... 예?”


“이것보다 배는 작은 시계만큼이나 정교한 기계장치가 있는 물건을 전장에서 써먹겠다고? 돈 버리고 시간 버리는 짓이지. 제자야, 넌 절대로 저런 거 하지 마라. 그럴 정신이 있으면 그냥 발 닦고 집에서 잠이나 자려무나.”


휠락 방식의 머스킷은 고장이 잘 난다. 근데 그걸 전장에서 써먹고 그걸로 탭 방식의 장전을 하고 총검술도 하려는 그들은 그의 눈에 미친놈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다. 기계의 ‘기’자라도 알면 저런 머저리 같은 짓을 도저히 할 수가 없을 텐데.


“아하, 그렇군요.”


“그래서 제자야, 어디를 가느냐?”


그는 참으로 뻔뻔하게도 자신의 집 방향을 가리켰다.


“그럴 정신이 있어서 집에서 발 닦고 자려고요.”


“그럴 정신이 없게 이 스승께서 친히 정신교육을 해주랴?”


종일 부품 깎고 설계하는 노인네답지 않게 양팔이 근육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자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아하하, 농담이에요.’따위의 헛소리를 하며 자리에 조신하게 앉아 부품을 깎았다.


“제자야, 넌 그럴 정신이 있든지 없든지 부품이나 깎으려무나. 에잉, 이걸 사람이 깎은 건지 원숭이가 깎은 건지...”


“에이... 그 정도는...”


불끈


“그 정도가 맞군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하...”


그럼. 본인이 깎이는 것보다 부품을 깎는 게 낫잖아, 그렇지?


작가의말

이 글은 8월 11일에 올라왔습니다...

막차긴 한데 아무튼 8월 11일임.


아참 그리고 소설이 1화부터 리메이크 될 예정입니다.

내용은 크게 달라지는거 없고 그냥 다듬고 깎고 할 예정입니다.

그러니 굳이 다시 안 읽으셔도 되겠죠.

연재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예정입니다.

당분간은 후기에 리메이크 상황 올라올듯... 근데 이거 리메이크 맞나... 스케일 너무 작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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