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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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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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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2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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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7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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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면24

DUMMY

안남, 바닷사람인 장보고는 들어본 이름이었다. 거기에 직접 가보진 못했지만 적어도 어디쯤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그것과는 별개로 안남이라는 곳의 소문 정도를 들어보았을 때 한국이 안남과 교류를 해서 얻을 게 뭐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장보고의 생각을 읽은 건지 지영은 한숨을 푹푹 쉬며 한 장의 서류를 내밀었다.


“뭡니까?”


“읽어 보게. 어릴 때 나 많이 따라다니며 이것저것 봤잖나.”


그 말대로 장보고는 군 장성임에도 불구하고 수준 높은 행정 업무를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재였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도 이 서류의 내용은 정말 예상외의 것이었다.


“숫자가 하나 빠진 것 아닙니까?”


“나도 그랬으면 좋겠군”


장보고는 망연하게 서류를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눈앞의 국왕을 따라다니며 배우고 나중에서야 생각난 것이 ‘한국은 어떻게 이 많은 군사를 유지하고 있는가?’였다. 분명 한국은 약한 나라는 아니었고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군 6만에 나중에 추가된 해군 2만, 총 8만에 달하는 상비군을 굴릴 만한 체급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지금까지 문제가 없었기에 ‘아 역시 전하시다. 대단하시다’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그 실상이라는 것이


“유사시 전 부대가 4달을 작전하면 군량이 고갈된다니 이 무슨...”


“뭐 어쩌겠나, 쳐들어올 나라도 없는데”


“그럼 병력을 줄이면... 안되겠군요.”


여기서 병력을 줄여? 그럼 당나라한테 온갖 구라란 구라를 다 치고도 무사할 수 있었을까? 연해도 점령 때 안정적으로 작전을 행할 수 있었을까? 고구려와의 관계에서 미세하게나마 우위에 서 있을 수 있을까? 대답은 역시 ‘아니오’였다.


“그렇지. 보유 군량이야 잘 숨기면 숨길 수 있지만, 병력은 그렇지가 못하단 말이지.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했네”


“그래서 안남이군요.”


“음, 유사시 식량을 수입할 나라가 하나라도 더 있다는 건 아주 좋은 일이지. 그거 아나? 저 망할 안남은 삼기작이 가능하다네”


“...예? 뭐요? 삼기작?”


한국이 기를 쓰고 해봐야 이모작이 한계다. 그것도 기후가 비교적 온난한 한반도 중남부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뭐? 삼기작? 그럼 한 농지에 벼, 벼, 벼가 가능하단 말인가? 오 세상에... 장보고는 천지가 뒤집히는 듯한 충격에 휩싸였다.


“거기다 안남은 저 당이랑 사이가 좋지 않다네. 잘 구슬리면 당을 귀찮게 하는 데는 충분하겠지. 겸사겸사 비축된 구형 물자들도 좀 팔면서 말이야.”


사실 안남이 강한가? 라고 물으면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게 사실이었다. 차라리 일본이 강한가? 라고 묻는 게 나을 정도로. 실제로 고려 시대 정도 가면 일본은 고려보다 적어도 경제력만큼은 우월해진다.


하지만 질문을 살짝 틀어 안남의 기후와 풍토병이 강한가? 라고 물으면 지영은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었다. 감히 동북아 최강의 군대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만일 당이 이긴다고 해도 기후와 질병으로 인해 오가는 길에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된다. 한국으로서는 당이 안남 원정만 결정해도 이익이 된다.


“그럼 그리 알고 있게나”







한국은 강철의 나라다.


온갖 군데에 강철은 유용하게 쓰이고 있었고 그 생산량과 질 또한 나쁘지 않았다. 심지어 그 강철은 머나먼 로마라는 곳에서도 몇 번 사갈 정도로 대단했다. 강철은 언제나 한국 기술력의 대표였고 한국에서 공부 좀 했다 하는 사람들에겐 강철이란 그 자체로 하나의 자긍심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강철이 연간 4,000톤씩 쏟아져 나오니 가히 강철의 나라라는 말이 그리 틀린 것도 아닌 것 같았다. (신당서에 당나라가 약 800년경 관에서 생산한 철이 총 1,000톤이다. 물론 민간에서 생산한 것이 제외되겠지만 한국의 생산력이 당과 비교된다는 시점에서 이미 의미가 있다.)


“연평균 열 명은 죽어나갔군... 이걸 지금까지 몰랐다니”


유현철의 뒤를 이어 새로이 과기부 장관이 된 이홍은 착잡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과기부 장관이 되고 처음 맡은 큰일이 이렇게 안 좋은 일이라니.


“아무래도 전 장관은 관리자라기보다는 기술자에 가까웠으니... 그래서 원인은 밝혀냈나?”


“얼추 밝혀냈습니다.”


“그래, 원인이 뭐지?”


“수차입니다.”


지영은 그 말에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수차? 수차가 문제라고? 수차가 증기 기관과 비교도 안 되는 힘을 가진 걸 알고는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수차가 톤 단위도 아니고 10~30kg 정도 되는 쇳물에 공기를 불어 넣을 바람을 만들지 못할 정도인가를 생각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애초에 불어넣지 못한다고 한다면 한국은 베세머 공법을 사용할 일 자체가 없었을 것이다. 사용할 수도 없었을 것이고


복잡한 지영의 생각과는 다르게 그 이유란 참으로 간단하고 허탈한 것이었다.


“수위가 낮아지면 수차가 제대로 돌아가질 않습니다.”


“아”


일반 공장이야 상관없다. 치명적인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효율은 좀 떨어지겠지만, 축력으로 대체할 수 있다. 하지만 용광로는 아니다. 우선 만드는 것도 시간이 걸릴뿐더러 축력으로 그 힘을 안정적으로 낼 수 있는지도 의문이거니와 잠깐 중단하면 쇳물이 굳어 전로 자체가 쓰레기가 되는 것은 양반이고 오히려 쇳물이 역류할 수도 있었다.


그러니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제강 중이던 쇳물은 어떻게 해서든 끝을 내야 했고 그걸 위해 기술자들이 별별 일을 다 하다가 사고가 난 것이다.


연간 4,000톤의 생산량? 이것도 어디까지나 표면상의 생산량일 수밖에 없었다. 툭하면 사고 나고 죽고 그러는데 목표한 생산량이 나올 리가. 죽은 사람은 연평균 열 명 정도라고 하지만 그게 사고가 열 번밖에 일어나지 않았다는 의미는 아니지 않은가? 죽은 사람이 열 명이면 사고는 수십, 수백 번은 일어났으리라.


이 문제를 완벽히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놀랍게도 없었다! 애초에 한반도 하천의 하상계수가 큰 것은 현대에서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다. 지금 선택할 수 있는 건 그나마 덜한 곳에 공사를 열심히 해서 그냥저냥 굴리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아니면 새로운 제강법을 찾아내던가.


“... 해결 방법이 있나?”


“방법이 있긴 있습니다. 다만 이전과 같은 질이나 생산성을 담보할지는...”


“어서 말해보게”


“기록을 찾아보니 고대에는 녹슨 철가루와 선철을 잘 섞어서 강을 대량으로 제조했다고 합니다.”


이른바 초강법이었다. 초강법으로 질 좋은 강철을 얻을 수 있느냐... 라고 물으면 아니다. 오히려 지금 쓰고 있는 제강법보다도 질이 안 좋을 건 뻔했다. 하지만 값싸게 강철을 찍어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이었다.


“전하, 아무리 기술자들을 체계적으로 길러낸다고 해도 제대로 한 사람 몫을 해내려면 적어도 십 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 이들이 연간 열 명씩은 죽어나고 있습니다.”


“그래... 앞으로도 그 정도의 손실을 감당할 순 없지. 하지만 버리기엔 너무 아까운 기술인데”


말이 십 년이지 지금 들어오는 인재들은 초등-중학교 때부터 교육을 받기 시작해 대학까지 진학한 후에 온 인재들이다. 그런 인재들을 계속해서 소모한다는 건 굉장한 부담이었다. 나중에 제강소의 규모가 커진다면 사상자도 더 많아질 것이 아닌가. 지영은 더 이상 붙잡고만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기존의 제강법은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곳을 물색하게. 그리고 문제가 있는 곳은 초강법으로 대체를 하되 초강법의 개량에도 힘써야 하네.”


“물론입니다, 전하. 초강법이 대단한 기술이라고는 하나 이미 몇백 년 전 기술입니다. 확실하게 개량해보겠습니다.”


이홍이 나가자 지영은 마른세수를 하며 한숨을 푹푹 쉬었다. 식량은 부족했고 잘 나가던 철강은 예상치도 못한 문제로 주저앉았다. 그리고 이 두 문제 모두 해결할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식량이 부족하다는 의미는 비축된, 비축할 식량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그나마 기대해볼 만한 건 초석 생산이 궤도에 오르면 식량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인다는 것 정도인데... 이미 인분, 깻묵, 오줌 액비, 골분(뼛가루. 동물의 뼛가루를 쓰며 한국에서는 주로 닭이나 오리의 뼈를 사용하였다.), 잿가루, 석회 등등 여러 비료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초석 하나가 추가된다고 한들 얼마나 큰 효과를 볼지도 의문이고 아무리 기억에 남았던 엘랑-식 초석 밭이라고는 하지만 여기는 한국이었다. 아무리 콘크리트로 건물 만들고 그 안에 환경을 조성했다고 하지만 온도와 습도를 완벽하게 조절할 수는 없었다. 특히나 그게 장마철이면 더더욱.


그래서 초석 밭은 주로 북방의 강수량이 적은 곳을 찾아서 만들어졌다. 여튼 중요한 건 우연의 일치로 ‘초석이 만들어진다’ 정도는 알아냈지만, 최적의 조건을 찾기 위해서는 매우 긴 시간이 필요했다. (물론 이러니저러니 해도 집에 있는 흙 긁어다가 하는 것과 비교할 바는 못 된다.)


강철도 마찬가지. 지영은 ‘약간의’ 지식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지식과 지금까지 한국이 쌓아온 기술력으로는 가격 상승과 질적 하락, 둘 중 하나는 피하기 어려워 보였다. 혹은 그 둘 다일 수도 있고. 한국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에 흠이 가는 것은 썩 좋은 일은 아니었다.


... 물론 이 두 문제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빠르게 성장했고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지금껏 잘 해오다가 갑자기 제동이 걸리니 마치 속이 얹힌 기분이었다.


“... 담배 피고 싶네”


정말 오래간만에 담배가 그리웠다.









본국의 사정이야 어쨌건 그걸 모르는 한국 육군과 해군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었다.


“여긴 정말 낙후된... 음, 부락밖에는 없는 모양입니다.”


“오히려 잘된 것 아니겠습니까? 조직적인 저항도 없으니 피해도 거의 없고 순응도 빠릅니다. 저들의 수준이 심각하게 의심되긴 하지만 그래도 우호적인 현지인이 있고 없고는 크지요.”


구흠민은 만족스러운 듯이 지도를 보았다. 이미 반 이상의 부족은 교화되었고 가장 큰 섬은 완전히 손에 떨어졌다. 마을도 그냥저냥 만들어지고 있고 중앙에서 요청한 대나무 숲 조성도 착실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가을만 되면 오는 거센 태풍이 문제지만 그건 구흠민이 어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 그저 복구하기 쉽게 목재로 집을 짓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흠... 이제 굳이 여단 단위 부대가 주둔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주둔군을 축소해도 될듯합니다.”


그 말에 여단장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확실히, 총독님의 말씀대롭니다. 하지만 아직 남은 섬이 많으니 여단을 나누어 임무를 수행하는 방향으로 건의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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