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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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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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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8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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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양면18

DUMMY

국명 논의는 의외로 흐지부지하게 끝났다.


각 관료도 그저 ‘이렇게 일이 될 것 같으니 준비합시다.’ 정도로 꺼낸 이야기였고 지영도 아직은 국명을 바꿀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해서였다.


여튼간 그런 식으로 후일을 기약하고 회의가 마무리된 후 지영을 골치 아프게 한 건 바로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올라온 ‘미래 한국의 국방전략’이라는 보고서였다.


보통 국방과학연구소를 생각한다면 무기체계 등을 연구하는 곳이라 생각하고 실제로 그게 맞으나 한국에서는 좀 달랐다. 그 무기체계와 장비 등과 연계하여 전략, 전술까지 연구하는 육군, 해군 미래전략연구소가 산하에 딸린 탓이었다.


그 덕에 국방과학연구소는 한국의 유일한 갑급 연구소이며 무려 차관급 관료가 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거대 연구소였다.


여튼 거기서 올라온 두툼하기 그지없는 보고서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현 한국의 대전략은 1군단을 이용해 적들의 공세를 돈좌시키고 그 사이에 나머지 여단 병력을 집결하여 격퇴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공세 때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상대해야 할 적은 아국에 비해 수십 배는 거대하고 큰 나라다. 만일 우리가 병력을 집결시켜 이들과 대치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우리는 전쟁에서 지고 있는 것이고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만일 서방의 적과 전쟁이 발발한다면 45일 이내에 반도에서 10개의 여단을 집결시키고 연해도에서 최소 4개의 기병여단을 집결시켜 표준적인 여단을 모루로, 기병여단을 망치 삼아 적들의 주력 병력을 일거에 포위 섬멸해야 한다.


그 후 아국의 우월한 수송력을 이용하여 최소한 5개 여단을 산둥반도에 상륙시켜 작전을 지원해야 하며 나머지 병력을 신속하게 장성을 넘어 적들의 지방군이 집결하지 못하게 하며 낙양을 함락시켜야 한다.


즉, 우리가 적을 진정으로 꺾기 위해서는 단기간에 국가의 총력을 집중시켜 적의 주력군을 와해시키고 적이 국력을 집중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현 전략처럼 전선 일부에서만 우위를 취하는 것으로는 적을 꺾지 못할 것이며 전쟁 초기에 반드시 모든 전선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비군 체계를 발전시킴은 물론이요 서해의 제해권을 반드시 잡을 필요성이 있다.’


“육·해군 부에서도 일리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확실히... 실행만 할 수 있다면 말이죠.”


“실행만 할 수 있다면 말이지...”


우선 확실히 짚고 넘어가자면 저 전략을 쓸 수는 있었다. 행정력을 쏟아부으면 45일 이내에 열 개의 예비군 여단을 집결시키는 것은 가능했다. 다만... 저 전략이 제대로 굴러가기 위해선 몇 가지 선행조건이 필요했다.


첫째로 예비군이 어느 정도 훈련이 되어 있을 것. 정규군 수준은 아니어도 훈련소를 갓 나온 신병 정도의 수준은 갖추고 있어야 했다. 그에 반해 한국 예비군 평균적인 수준은... 기껏해야 찌르기, 방패 들기, 모이기, 흩어지기 이 네 개의 동작만 아주 간신히 수행하는 수준이었다. 그나마도 모이기, 흩어지기도 제대로 굴러가지 않을 때가 많았고.


그러니 이 예비군을 전선으로 보내기 위해서는 편제 후 최소한의 훈련과정이 필요했다. 적어도 한 달 정도는 굴릴 필요성이 있는데 여기서 45일? 세상에나.


둘째로는 제해권... 사실 이것도 문제가 많았다. 현재의 해전은 사실상 바다 위에서 싸우는 백병전 수준이었다. 이런 종류의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한 가장 좋은 조건은 다름 아닌 쪽수다. 괜히 란체스터 법칙이 있겠는가. 거기다 한국 해군이라 해봐야 고작 2만여 명. 그중에 5천여 명은 해안경비대 소속이고 500여 명은 전문 정비병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전투병력은 닥닥 긁어모아도 대략 15,000~13,000여 명 즈음 되는데... 이걸로 당의 해군을 상대하고 제해권을 잡을 생각을 하면... 음, 저게 될까? 싶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만일 저게 다 된다고 하자. 일정 이상 수준의 훈련을 받은 예비군을 충분히 동원할 수 있고 해군 역시 전투병력만 50,000여 명은 돼서 적어도 제해권을 다툴 정도가 된다고 치자고. 그럼 돈은? 인력은? 물론 이 악물고 댄다면 댈 수는 있겠지만... 한국의 발전은 반 이상 느려질 게 뻔했다.


그러니 저 전략은 어디까지나 ‘이상향’ 혹은 목적지에 불과했다. 그걸 알기에 지영이나 사혁이나 ‘음 좋은 보고서로구나.’ 정도로 저 보고서를 보고 있는데 아니겠는가. 문제는 저 좋은 이상향이 지영이 생각하는 판과는 완전히 달라서 문제지.


그에 반해 두 번째 보고서는 지영의 입맛에 알맞은 보고서였다. ‘미래 한국의 방위선’이라는 보고서는 장래 한국이 핵심적인 이익, 영토를 수호하기 위해서 본토처럼 지켜야 할 다섯 가지의 꼭짓점을 가르키고 있었다. 그 다섯 가지 꼭짓점이 무엇인고 하니...


연해도, 북해도, 유구, 대만, 천산 산맥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 점들을 이으면 이들의 목표가 뭔지 대강 파악할 수 있었는데 고구려를 방패 삼아 북방을 견제하며 일본을 확실한 한국의 영향력 아래에 두고 서해에서 혹시나 모를 서방의 침략을 막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걸 위해서 우선 일본을 확실한 우방으로 만들 필요가 있었다. 만일 일본이 적으로 돌아선다면 규모가 있는 북해도는 몰라도 유구, 대만 쪽 점령지는 순식간에 점령당할 게 뻔했으니까. 물론 아직 대만은 손도 대지 않긴 했지만 한국 입장에서 이 대만이라는 섬은 참 포기하기 아까운 섬이긴 했다.


“사실 이 두 보고서는 유용하긴 하지만... 음, 너무 멀리 본 게 아닐지요.”


“그건 맞군. 지금 우리 형편에 저 대만까지 진출할 힘은 없지. 대만은커녕 아직 북해도도 다 점령하지 못했지 않나. 유구야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있다고 쳐도.”


“하지만 전하, 한국에 새로운 우방이 필요한 건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유력한 대상은 다름아닌 일본이 되겠지요. 물론... 일본군이 얼마나 질적으로 뛰어날지 의문이 들긴 합니다만... 만일 저들이 일만여 명만 파견해줘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아니면 해군을 파견해 준다던지.. 한다면”


근래 고구려와의 관계가 영 소원해졌고 이에 따라 적어도 군사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나라를 고심하던 한국이었기에 지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그럼 일본을 슬며시 떠보지. 내 알기로 마침 27년 수송선 을형이 개발되고 있다 들었는데, 일본에 슬며시 이야기를 꺼내보는 게 어떤가? 개발금을 일부 분담한다면 건조한 수송선 일부와 일부 기술을 양도해주는 조건으로 말일세”


갑옷, 무기, 전투함 등은 이야기를 꺼내기 부적합한 소재였다. 저들은 누가 봐도 ‘아 저 둘이 군사적으로 관계를 맺으려 하는구나!’라는 게 보이지 않은가. 하지만 수송선은 이야기가 좀 달랐다.


물론 이 시대에 수송선에 병력 태우면 그게 전투함이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 우리 교역할게 많은데 배가 달라서 불편하더라고 ㅎㅎ. 그래서 배 좀 통일시켜서 편히 쓸라고, 왜?’라는 변명의 여지가 있는 탓이었다. 그리고 수송선에 병력 태운다 해도 아무래도 전투함으로 설계된 배와는 차이가 큰 것도 있었고.


이 제안을 받은 일본도 대강의 사정을 눈치챘다. 일본도 한국과 고구려의 관계가 예전만 못하다는 걸 알았고 이번 기회는 한국과 더 밀접해지고 많은 걸 얻어낼 수 있다는 확신이 섰던 까닭이었다.


억 단위의 돈을 땅에 쏟아붓고 미래연구에 투자하던 한국이나, 그런 한국과 밀접해지고 싶었던 일본이나 이해관계가 일치하자 협정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한국은 일본에게 핵심기술을 제외한 몇 가지 운용기술이나 건조기술을 전수했고 일본은 그 대가로 개발분담금 250만원을 지불하고 추후 건조될 27년 수송선 을형을 마흔 척 받아가기로 했다.


27년형 수송선 기준으로 한 척당 대략 20,000~25,000원 하는 수송선 마흔 척 가격치고는 비쌌지만 기술을 받는다고 생각한다면 그냥저냥 지불할 가치는 있었다. 그렇게 809년 ‘한-일 수송선 개발 협정’이 발표되었다.


“아국에도 말씀해 주셨다면 서로의 무역에 더 도움이 되었을 텐데... 참으로 아쉽습니다, 하하”


“고구려와는 주로 육지로 통하지 않소? 이보다 더 무역에 도움이 되는 게 있을까”


고구려의 반응이야 어쨌건 한국이 진행중인 사업은 잘 되어가고 있었다(돈을 하마같이 먹는다는 점만 제외한다면). 그리고 그 돈을 상당 부분 메꿔주는 천사... 아니 큰형님이 계셨으니


“한국의 정성이 갸륵하니 일 년에 육 회 조공을 허락한다!”


“만세 만세 만만세!”


설탕은 거의 같은 무게의 금으로 바뀌어 한국의 뱃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조공할 때 설탕만 들고 가는 게 아니고 비싸디 비싼 한국 홍삼에 이런 저런거 잔뜩 들고가 돈, 동식물의 종자 등등을 한 아름 가져오니 지영의 입은 함지막하게 벌어졌다.


그렇다면 조공은 얼마나 돈이 될까? 간단히 알아보자. 보통 1회 조공 때마다 홍삼을 대략 600~1,000kg 정도 가져가는데 이게 최소로 이천 사백만 원에서 사천만 원 정도 한다. 정말 최소로 이천만 원을 잡는다면 홍삼의 판매액으로만 27년 수송선 800~1,000척을 건조할 수 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한국의 일 년 세수 중 반절 정도가 조공으로 생기기 시작했고 한국은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처럼 밀린 사업들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참으로 호황이었다.




지영이 즉위한지도 삼십 년이 다 되어간다. 그 말은 한국 초창기를 함께 이끌어간 삼십 대 중후반, 사십 대, 오십 대, 육십 대가 모두 사망했거나 사망을 앞두고 있다는 것이었다. 현재 사회의 주력 계층인 삼십 대 후반부터 오십 대 초중반의 사람들은 유년~청년 시절에 지영의 통치와 함께한 사람들이었다. 이십 대까지 내려가면 아예 지영이 통치하던 시기 이전의 시절을 전혀 공감하지 못했고 십 대 후반까지 내려간다면 현 삼사십 대가 부모인 세대라 유교적인 관념이 약해진 세대 밑에서 자라난 이른바 신세대였다.


그러니 그들 세대 중 일부는, 이런 사람들도 있다는 뜻이었다.


“뭐야...? 계집년이 시험을...”


“에잉... 쯧쯧”


자식, 손녀의 합격을 기원하며 같이 온 부모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혀를 차며 욕을 해도 그녀는 꿋꿋이 수험표를 내밀고 시험장 안으로 들어갔다. 중년의 관료 역시 탐탁지 않아 하면서도 법적으로 불법이 아닌지라 그냥 들여보냈고 그녀를 욕하던 소리는 점차 줄어들어갔다.


확실히, 세대는 바뀌고 있었다.


작가의말

따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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