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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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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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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29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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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면13

DUMMY

“대사, 본인은 아직도 귀국이 건설하려는 도로 계획이 경제적인 수익성이 있을지 확신할 수 없소. 아마 이건 우리 재무부나 국토부에서도 비슷한 의견을 들으셨을 것으로 생각하오.”


다만 지영과 한국 정부에서 생각한 바로는 이 도로 건설 계획은 경제적인 목적보다도 정치적인 목적이 강하게 작용한 것 같았다. 실제로 한국도 도로를 건설하고 나서 더 넓은 지역에, 더 세밀하게 행정력을 행사할 수 있었으니까.


‘일본은 중앙 권력이 약하지... 사실상 왕이라기보다는 대표자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그러니 대규모 토목공사를 통해 권력을 강화하고 확장된 도로망으로 행정력을 행사해 공고히 한다. 선진 문물을 받아들인다는 명분도 있으니 경제성 하나 떨어진다는 것 빼면 나쁘진 않군’


물론 그 경제적인 대가가 꽤 크다는 걸 제외한다면 말이지만.


‘나였으면 어떻게서든 농법하고 항만 운영법이나 배워갔겠다... 그걸로 직할령 체급 좀 키우고 나서 도로 깔면 되지...’


생각이야 어쨌건 소중한 고갱님을 굳이 돌려보낼 생각은 없었다. 말을 안 한 것도 아니고 이미 한 번 반려했지 않은가. 이 정도면 동맹국에 대한 의리는 지켰으리라, 아마도.


“다만, 우리 한국은 동맹인 일본국과 천황 폐하의 의견을 존중하여 공사를 받아들이기로 하였소. 다행스럽게도 수정안은 아국 국토부에서 조사한 결과 충분히 타당한 계획이라고 하였으니 귀국의 준비만 된다면 공사를 준비할 수 있소.”


물론 이 공사비를 일본이 댈 수 있을지는 의문이긴 했다. 얼마 전에 찾아왔을 때랑은 다르게 한국도 기존에 논의되던 계획을 세부적으로 나눠 1, 2, 3차 하수도 계획을 통해 각각 10년 동안, 하남, 서울, 인천의 하수를 정비하기로 하였고 추가적으로 1, 2, 3차 신도시 계획 역시 승인되어 한창 입지를 고려하고 있었다.


당연히 양회와 그 양회가 재료인 콘크리트의 가격은 우상향했고 우상향할 예정이었다. 철근과 석재 역시 마찬가지로 가격이 오르고 있었다.


양회의 재료가 되는 석회 등의 원자재야 일본에서 채굴해서 현지에 임시 공장을 세운다고 쳐도 철근은 일본에서 생산이 불가능했다, 적어도 한국 철근의 퀄리티를 바란다면 말이다.


본래는 지영의 생각으로는 공사 대금으로 구리와 삼나무와 그 묘목 등을 받아 일정 부분을 감면해주려고 했었다. 하지만 유구(오키나와)의 대나무가 그렇게 좋다고 현지 관료로부터 보고서가 들어왔고 특히나 이 대나무가 종이를 만들거나 혹은 숯으로 만들어 코크스 대신에 고로에 집어넣을 수 있다는 걸 알자 삼나무의 가치는 급감했다.


그렇다고 삼나무가 아예 가치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이제는 대규모로 숲을 조성할 이유는 사라진 셈이었다. 상위 호환이 떡하니 있는데 굳이 꽃가루 풀풀 날리고 잘못 조성하면 삼나무밖에 존재하지 않는 숲을 만들 위험이 있는 삼나무를 택할 이유는 없었다.


일이 그렇게 되니 민간 분야에서의 교류와는 다르게 정부 대 정부로서 한국이 일본에게 받아낼 물건이라는 게 그리 많지 않았다. 기껏해야 구리나 유황 정도? 하지만 유황은 어쨌건 품질이 좀 낮기는 하지만 한국에서도 나는 물건이었다. 무엇보다 공사 대금을 다 저걸로 받으려면 도대체 얼마나 받아야 하는지 머리가 아파올 지경이었다.


“구리광산 하나를 더 채굴하실 생각은 없으신지요.”


“일 없소. 차라리 구리를 준다면 감사히 받겠소만”


“그럼 구리와 쌀로 공사금을 대도록 하겠습니다.”


“쌀로...? 못 해도 삼십만 석 이상은 될 것이오. 원화로 따지자면 삼천만 원, 그 언저리가 되겠구려. 구리로 일부 대체한다 하여도 적은 금액은 아닐 것이오. 그리고 귀국은 도로 건설 기술도 이전해달라 하지 않았소? 진지하게 그 금액을 내실 수 있는지 의심되는구려”


타카키 공사는 담담하게 말했다.


“걱정은 감사하나 아국은 이미 충분한 준비를 마쳤습니다.”


“좋소. 그렇다면 자세한 건 관료들과 논하시오. 한 가지 아쉬운 건 유학생 중에 토목공학과로 진학한 학생이 없구려. 그에게 전달한다면 가장 좋았을 것인데...”


일본 유학생들은 대부분 경영학과, 회계학과, 외교학과 등에 진학해 있었다. 내심 공학이나 과학 쪽에도 많은 유학생이 몰릴 것으로 생각했던 한국 정부의 예상과는 반대되는 결과였다.


“이번 기회를 통해 배워가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너무 아쉬워하지 마소서.”


“... 그래,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은 걸 얻어가시길 바라오. 내 자랑 같아 말하긴 뭐하지만, 우리 한국은 지난 삼십 년간 매년 삽질을 해오며 뚝딱거린 나라요. 감히 단언컨대 이 관련 기술은 한국이 천하일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오.”


타카키 대사는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다름 아닌 일본이 한국의 기술을 배우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은가. 근 삼십 년간 거의 매년 토목공사를 하며 보란 듯이 번영을 이뤄낸 한국의 기술에 관심이 없다면 거짓말이었다.






“애미, 이 하얀 가루 하나 만들려 그 지랄을 했다고?”


어느새 5급 연구원이 된 김진호는 바닥에 침을 탁 뱉으며 투덜거렸다.


“넌 만들어놓고도 그러냐...”


“아니, 어이가 없잖소, 어이가. 무슨 군사시설이라길래 뭐 대단한 무기라도 나올 줄 알았는데 뭐 하얀 가루, 덩어리 찔끔 나오고, 똥 무더기는 무슨 몇십 개씩 다 다른 조건으로 관리하고. 씨발, 연구원 좋다는 새끼들은 이거 지들이 해봐야 한다니까.”


강명진은 한숨을 내쉬며 하얀 가루들을 그러모았다.


‘씨발 누군 안 실망스러운 줄 아냐...’


몇 년간 개같이 고생해서 만들어낸 게 이 하얀 가루들. 그것도 자신들의 연구동만 있는 게 아니라 전국에 한 수십 개 있다던가? 겨우 이 가루를 만들기 위해 이런 연구동과 연구원들을 수십 명씩 몇 년간 썩힌다는 게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럼에도 강명진은 이 연구동의 책임자였고 마지막 실험을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실험 지침서에 쓰인 대로 숯과 좆같은 흰 가루, 그리고 유황을 적절히 섞은 뒤 심지 하나를 꽂아놓고 심지에 불을 붙였다.


“옛다, 방패나 들어라”


“애미, 이게 뭐하는 짓거리인지...”


김진호는 투덜거리면서도 곱게 방패를 들고 거리를 유지한 채 타들어 가는 심지를 바라봤다.


퍼엉-!!!


한 차례의 작은 폭발.


하지만 이 두 사람은 확실하게 느꼈다. 이 작은 폭발을 시작으로 기존의 질서가 무너질 것을.


“이런... 미친...”


겨우 한 줌이다, 열 줌, 스무 줌, 혹은 한 가마니가 터진다면 결과는 흉악할 것이 분명했다. ‘성공했나?’와 같은 바보 같은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저게 성공이 아니면 도대체 어느 결과가 나와야 성공이란 말인가.


“진호야, 출입하는 사람 있으면 다 막아라. 보고서 빨리 쓰고 뒷정리 해야되니까.”


“알았수”


대강 보고서를 쓴 뒤 뒷정리를 끝낸 강명진은 김진호를 돌아보며 말했다.


“진호야”


“말하소”


“니 당분간 술 먹지 마라, 뭔 말인지 알지?”


만약 이걸 외부에 발설해서 혹시라도 이 비법이 누출된다? 그럼 볼 것도 없이 바로 반역죄에 이것저것 붙어서 불귀의 객이 될 것이다. 그러느니 얼마간 술 참고 입 꾹 닫고 있는 게 낫다. 술 좀 못 먹는다고 죽지는 않으니까.


“허 참, 걱정하지 마쇼. 우리 선배께서 나 이리 걱정하는 건 또 오랜만이네”


“씨벌, 니 걱정하는 게 아니라 나 걱정한다, 나. 니 주둥아리 잘못 놀리면 나까지 황천길이여, 알간?”


“그니까 잘하쇼, 응? 내가 이 주둥아리 한 번 놀리면 그냥 확! 마!”


“에이, 저딴 걸 후배랍시고, 시벌...”


그들이 보낸 보고서, 보고서는 단 한 줄로 압축 요약되어 왕궁으로 보내졌다.


‘초석을 쌓았다.’


그 보고서를 본 지영이 직접 연구동에 방문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보고서의 내용은 직접 확인했네. 정말이지 고생 많았어, 맨땅에서 실험하느라 쉽지는 않았을 텐데”


그 말 많던 김진호도 입을 꾹 닫고 고개만 숙이고 있자 강명진은 속으로 한숨을 푹푹 내쉬며 나섰다.


“풍부한 지원 아래에 이뤄낸 성과입니다. 전하께서 살펴주시지 않으셨다면 불가능한 결과였을 겁니다.”


“그리고 오직 그대들만 성공해냈지. 같은 재원을 활용하여 결과를 내는 걸 능력이라 부른다네. 그리고 자네들은 그 능력을 증명했지. 굳이 겸손 떨 필요는 없네. 지나친 겸손은 오히려 자랑스러운 위업을 보잘것없게 만드는 법이니. 아무튼... 공을 세웠으니 응당 상을 내려야겠지. 원하는 것이 있는가?”


호의를 가득 담아 웃는 지영의 얼굴을 보면서도 두 연구원은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했다. 두 사람쯤 되면 한국에서도 나름대로 윗물에서 논다고 할 수 있었지만, 상대는 하늘 위에 국왕이 아닌가.


“이거야 원, 상을 준다는데도 뭘 그리 어려워하나. 어서, 원하는 것을 말해보게. 이런 기회 정말로 흔치 않네”


지영은 여차하면 작위까지 뿌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만큼 초석의 개발은 한국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었고 미래의 번영을 앞당길 중요한 물건이었다.


“이런... 두 사람 모두 검소하구먼. 원하는 것이 이리도 없다니. 허나, 이런 공을 세운 이들에게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아서는 아니 될 법이지. 강명진 연구원은 수석연구원으로 임명하여 전문농업연구소의 소장을 맡기겠네.그리고 김진호 연구원은 차석연구원으로 임명해 전문농업연구소의 부소장을 맡기지. 추후 작위는 따로 내려질 것이고... 물질적인 보상은 이 정도면 되겠는가?”


얼떨결에 받아든 종이엔 정갈한 글씨체로 금 백만 원정이라고 적혀 있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냥 귀중한 종이를 낭비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나 저 ‘금 백만 원정’이라는 글씨가 국왕의 친필이고 그 밑에 왕의 도장이 쿵 하고 찍혀져 있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배, 배, 배, 배 백만... 끄르르...”


“공이 하나, 둘, 셋...”


백만 원, 현대 한국이라도 어지간한 사람에게는 적은 돈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저런 반응을 보일 정도로 큰돈인가를 생각한다면 고개가 갸웃해지긴 하지만 말이다. 한국에서 저 반응이 나오려면 백만 원이 아니라 백억 원 정도는 들고 와서 내밀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곳에서 백만 원의 가치는 완전히 달랐다.


금괴 1kg 하나에 대충 3만 원 언저리, 총리급 관료의 연봉이 성과급까지 모두 받는다고 한다면 대충 3~4만 원 정도, 질 좋은 최상급 군마 한 마리에 대충 5~6천원, 쌀 한 섬(160kg)에 백 원 언저리 정도다.


간단히 쌀로만 계산한다면 백미 만 섬 정도 되는 거금이다. 거기에 2계급 특진에 작위 수여 예고까지. 조금 전까지 상류 언저리에서 놀던 이들이 순식간에 누가 뭐라 해도 당당한 한국의 지배층이 되는 것이다. 몇 년 구르고 이 정도 보상이면 충분히 구를 만했다. 그런 그들에게 지영은 웃으며 한 마디 덧붙였다.


“그 정도면 그동안의 노고와 그대들의 침묵으로 충분한 값이 되겠는가?”


그 말에 두 사람의 정신머리는 순식간에 현실로 되돌아왔다. 강명진은 갑자기 목이 바싹바싹 타는 것을 느끼며 등 뒤로 흐르는 식은땀을 애써 무시한 뒤 가능한 공손히 답했다.


“저희는 전하의 신료일 뿐이옵니다. 어찌 전하께서 우려하시는 일이 일어나겠습니까? 부디 심려치 마소서.”


작가의말

와 초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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