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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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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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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09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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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양면10

DUMMY

“진급 말씀이십니까? 하지만 저는 중령 단 지도 이제 이 년 남짓한...”


“근속도 중요하지만, 능력은 더더욱 중요하네. 난 장 중령이 충분히 대령으로 진급할 만한 능력과 성실성을 갖추었다 평가했고 그건 장관의 의견과도 일치하지. 뭐, 서른 남짓할 때부터 장관이던 사람도 있고 그 이전에 별 단 사람들도 많은데 뭘 그러나”


지영은 느긋하게 고기 한 점을 집어먹으며 말했다.


“물론... 장 중령이 원치 않는다면 강제할 수는 없지만 나와 장관은 이번 일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네. 앞서 싸우고 지키며 빼앗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지하고 관리하는 일 역시 중요하거든. 그리고 이 둘을 모두 하는 것 역시 중요하지. 그리고 현재 장 중령은 북해도 관련해서는 최고의 전문가 중 한 명이기도 하고.”


... 그리고 당연하지만, 정치적인 이유 역시 존재했다.


그의 전적은 지금까지 무패. 그런 유능한 장교가 이번에 진급해서 북해도를 안전하게 지킨다! 라는 홍보문구는 쏠쏠히 써먹을 수 있는 것이었다.


뭐, 그가 아니어도 그의 부하들도 자연스럽게 무패가 되니 똑같이 홍보를 할 수 있긴 하지만 기왕이면 진품으로 홍보를 하는 게 낫지 않겠는가. 티도 안 나고.


“으음...”


“아까도 말했듯 선택은 자유라네. 자기 인생은 자기가 선택해서 설계하는 거지 뭐. 그 이야기는 그만하고... 그럼 북해도 원주민들의 말도 어느 정도 익혔나?”


“예... 간간히 필요한 단어는 익히긴 했습니다만 솔직히 알아들어도 무슨 뜻인지 해석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하긴, 아예 접점이 없던 곳이니까. 고생했겠군. 자, 한잔 더 받게나”


“그... 아직 낮이라 지나친 음주는...”


“가벼운 맥주일세. 아직 낮인데 왕이 술에 절어서야 되겠나.”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한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식사를 끝냈다.


“장 중령, 아까의 이야기는 일주일 안에 답을 주게나. 육군장관에게 말하면 뭐 알아서 해 줄 걸세.”


장 중령의 우렁찬 경례를 대충 손을 들어 받아준 지영은 느긋이 점심시간을 즐기다 이내 업무로 복귀했다.


업무로 복귀한 지 두 시간 정도 지났을 때쯤


“오, 총리. 어쩐 일인가? 요새 바쁜지 통 얼굴 볼 시간도 없더만”


“안타깝게도 이번에도 업무 관련한 이야기입니다.”


“아니, 업무 시간에 업무 이야기를 하는 건 당연한 거지.”


“... 좀 큰 이야기입니다. 급한 일정이 있으시다면 다음에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지영은 자신의 수첩을 슥 펼쳤다.


수첩에는 정갈한 필체로 일정이 적혀져 있었고 오늘은 급한 일정은 없었다.


새삼 자신의 비서실장들은 모두 필체가 좋다는 생각을 하며.


물론 지영의 필체가 썩 나쁜 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자필 레포트를 쓸 때를 생각한다면 정말 못 알아볼 정도로 좋아졌다. 이 시대의 기준으로도 그다지 나쁜 편은 아니긴 하고.


하지만 이상하게도 자신의 비서실장들은 필체의 느낌은 다를지언정 하나같이 달필이었다. 그래서 지영도 나름 시간을 쪼개서 필체 연습을 하긴 하지만 여전히 마음에 차지 않았다.


“오늘은 급한 일정이 없네. 느긋하게 듣도록 하지. 무슨 일인가?”


“... 서울이 너무 커졌습니다.”


2대 내무성 총리 신후는 고개를 저었다.


“그 정도가 아닙니다. 점차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커지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십 년 안에는 오십만 인구를 어렵잖게 넘길 겁니다. 한강 근처의 도시들의 인구 역시 어렵지 않게 백만을 넘길 겁니다.


솔직히 지금의 인구도 많습니다. 기껏해야 사백 하고도 오십만을 살짝 넘기는 나라에서 무려 칠십오만에 가까운 인구가 한강 근처의, 서울 근처에서 살고 있습니다.”


“... 그 정도로 심각한 사안인가?”


지영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곳에 온 지도 무려 삼십 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으나 현대에서 경험한 스케일은 여전히 남아있다. 천만이 넘는 도시만 세계에 여럿이 있고 본인 역시 그 천만이 넘는 한국의 수도, 서울에서 살았기 때문에 ‘고작 사오십만 가지고?’라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걸 제외하고서라도 애초에 원 역사의 고려 수도 개성의 인구는 무려 오십만이었다. 물론 그 때는 전체 인구가 훨씬 많았기 때문에 비율로 따지자면 지금의 한국이 훨씬 높기는 하겠지만 아무튼 전근대에서 사 오십만이 적은 인구는 아니지만, 그 인구가 한 도시에 산다고 해서 걱정하며 이렇게까지 운을 띄우는 게 이해가 안 가는 건 어쩌면 당연했다.


“간단한 것에서부터 문제가 생깁니다. 위생사는 도대체 얼마나 두어야 합니까? 그들이 실수로 오물을 흘리기라도 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관리하는데 다 비용으로 들어갑니다. 아무리 우리 신민들이 위생사를 존중한다고 해준다 해도 이미 오물에 대한 정보를 이리저리 퍼뜨리신 덕에 피해 다니느라 길이 마비될 지경입니다. 도시가 커지면 커질수록 필요한 위생사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집니다.”


그리고 위생사가 생기면 그만큼 농업, 상업, 산업에 종사하는 인구수는 줄어들고 세금은 더 빠져나간다.


“서울, 인천, 하남은 어차피 놔두어도 알아서 커질 도시들입니다. 서울은 한국의 수도이며 하남은 서울에 딸린 최대 규모의 공업 도시이자 강원도와 서울을 잇는 길목 역할도 수행합니다. 인천은 서울에 딸린 항구이며 저 당에 맞서서 제해권을 수호하는 최전선입니다.


지금이야 그냥저냥 괜찮지만 십 년, 이십 년, 오십 년이 지났을 때도 효율적으로 도시를 관리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전하께서도 그걸 아시기에 이주민들을 분산시키고 서울에서 하남을 분리하신 것 아닙니까?”


불길한 예감이 스쳐 갔다.


나중에는 결국 서울공화국이 되어버리는 것 아닐까?


그렇게 된 것에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서울공화국을 만들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어차피 말마따나 서울은 어차피 계속 알아서 클 도시다. 그러면 성장 동력원을 지방에 적절히 분배하고 지방을 개발하는 것은 나쁘지 않아 보였다. 땅은 써먹으라고 있는 거니까.


“음”


“이미 서울시장도, 국토부 장관도 동의한 이야기입니다. 서울에서 일정 부분은 분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에 대한 계획이 있는가?”


신후는 기다렸다는 듯 서류철을 내밀었다.


“제2기 신도시 계획... 허, 아주 본격적이군?”


“총 세 차례, 각 차례당 십 년씩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무려 삼십 년짜리 계획이라는 말 되시겠다.


이 계획이 끝날 때쯤에는 총리가 한두 번은 더 바뀌어 있을 것이고 현재 총리, 장·차관을 맡은 사람들의 아들, 혹은 손자들이 지금의 위치에 있을 것이라는 걸 생각하니 묘한 느낌이었다.


괜히 서류철을 쓰다듬어 본 지영은 이윽고 첫 장을 펼쳤다.


“...? 이거 몇 년 전부터 계획한 건가?”


“아닙니다. 국토 개발 사업의 일부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몇 년짜리 계획일 리가 없지요. 저 총리 된 지 이제 이 년 정도 되었습니다.”


“하긴, 그건 그렇겠군”


“계획을 간략하게 설명드리자면 1차 계획에서 서부 해안의 도시 세 개를, 2차 계획에서 1차 계획을 보완하여 남부 해안의 도시 3개를, 3차 계획에서 동부와 북부의 도시 세 개를 개발할 계획입니다.


각 도시와 도시끼리, 그리고 수도권과 연계하는 도시를 만들어 궁극적으로는 한국 구도의 중심끼리 서로 연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각 계획당 십 년으로 충분하겠나?”


“서부와 남부의 도로망은 매우 훌륭합니다. 북부 역시 최근에 길이 이어졌죠. 할 만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지영은 그 말을 듣고 서류들을 계속해서 넘겼다.


그곳에는 개발 후보지에 올라온 도시들, 간략한 도시의 개발 방향, 만일 제대로 계획이 진행되면 얻게 될 이득과 비용을 비교한 경제성검사 결과 등등... 한순간의 충동이 아닌 철저하게 준비한 계획임을 깨달을 수 있는 건실한 내용이 꽉 차 있었다.


“돈이 장난 아니게 들겠군”


“새로 얻게 된 주조차익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동전임에도 주조차익이 높을 수 있었던 이유엔 몇 가지가 있다.


첫째는 공법의 우수함.


주조가 아니라 압인 공정을 이용해서 제작 기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둘째는 한국의 동전이 금속화폐와 신용화폐의 부분을 동시에 갖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대부분 금속화폐는 가치 있는 귀금속이나 구리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베네치아의 투캇은 순도 98%의 금으로 만들어졌고 로마의 데나리우스 은화는 그냥 동전 모양의 순은이었다. 명나라의 원보, 혹은 마제은이나 고려에서 유통했던 활구, 조선의 상평통보 등등... 대부분 구리나 은, 금으로 만들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화폐 자체가 어느 정도 가치를 가지고 있어 지폐에 비해 신뢰성이 높긴 하다. 지폐는 발행권자가 안 바꿔줘! 라면서 배를 째 버리면 할 수 있는 것이 없지만 동전은 어쨌건 금속 그 자체로도 가치를 가지긴 가지니까. 정 안되면 녹여서라도 팔아먹을 수 있지 않은가.


문제는 이 멀쩡한 동전에 돈 좀 더 벌어보겠답시고 약을 타는 순간 문제가 커진다. 아까도 말했듯 동전 그 자체에 가치가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금속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지는 화폐만 돌아다니고 멀쩡한 동전은 집에서 잠자고 있는 현상이 생긴다.


간단히 생각해 보면 당연한 건데 금화와 은화가 같은 가격으로 거래된다고 생각해 보면 누가 미쳤다고 거래하는데, 금화를 쓰겠는가? 은화만 사용하고 금화는 녹여서 팔아먹든 뭘 하든 하겠지.


대표적인 사례가 모두가 아는 당백전. 상평통보 100배의 가치를 지녔지만, 실제 금속의 가치는 열 배도 채 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상평통보는 시장에서 씨가 말랐으며 당백전만 돌아다녔다.


이걸 그레샴의 법칙이라 하는데... 문제는 지영은 경제와는 큰 연관이 없던 사람이라는 것.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이 법칙을 해결 할 방법이라고는 양화만 유통하는 방법밖에는 모르는 사람이다.


그렇게 되면 또 다른 문제가 바로 금, 은, 구리 등을 그만큼 확보할 수 있느냐? 라고 물으면 또 그건 아니다.


그렇기에 한국에서 머리를 굴려서 낸 방법은 다음과 같다.


강철로 주조하고 금액에 따라 동, 은, 금을 일정한 비율로 도금하여 최소한의 가치를 보증한 뒤(어쨌거나 강철은 타 국가에서는 귀한 물건이고(실제로 철을 화폐로 쓴 나라도 꽤 많았고) 도금한 금·은·동도 벗기면 가치가 있긴 하다. 물론 최소한이긴 한데...) 부족한 신용은 그동안 쌓아온 국가의 신용으로 메꾸는 방식이었다.


모든 국가 관료의 세금을 동전으로 거두고 월급도 동전으로 주며, 그 짓을 한국에서 좀 나간다 싶은 기업들이 모두 시행하여 동전의 신용을 보장해주며 무엇보다 그동안 한국은 잘 빌리고 잘 갚았다.


여기까지 이야기만 들으면 참 좋은 것 같긴 한데... 가장 예상이 가지만 예상하기 싫은 문제라면 바로 국가의 신용에 금이 간다면 기껏 만들어놓은 화폐 체제가 도대체 어떤 식으로 망가질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즉, 한국은 지금의 질서를 유지하려면 꾸준히 신용 스택 잘 쌓아서 화폐가 잘 굴러다니도록 할 수밖에 없었다.


여튼, 원래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렇듯 기본은 철에다가 도금한 것이니 금속화폐치고는 주조차익이 상당히 높을 수밖에 없었다.


작가의말

그레샴의 법칙과 한국의 화폐 정책에 대해서는 저희 학교의 경제학 가르치는 교수님께 도움을 좀 받았습니다. 저 역시 경제에 대해서는 그리 해박한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그런 이유로 오류가 있을 수 있으며 심각한 오류일 경우엔 피드백을 받아 수정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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