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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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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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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1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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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건함 계획5

DUMMY

“그나마 이놈들은 이야기가 잘 통해서 좋아, 그렇지 않나?”


“하하... 제가 원정 당시에 있지를 않아서”


진하는 넌더리가 난다는 듯이 몸을 떨었다.


“지독했지. 밤이건 낮이건 가리지 않고 우리의 약한 부분을 덮쳐댔다네. 콘크리트가 아니었다면 큰 희생을 치렀을지 모르겠군”


“확실히 기물이기는 했습니다.”


“건물이 조금 멋대가리가 없다는 것만 빼면 말이야”


현대의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수많은 아름다운 건물들을 보고도 저런 말이 나올지는 의문이었지만 적어도 진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도 나름 요새고 성이지 않은가, 그러면 석조로 지어서 조금 중후한 멋이 나야 하는데 이것들은 그냥 벽이라는 느낌밖에는 들지 않았다.


뭐, 애초에 그냥 벽을 두르려고 했던 한국군의 목적에는 정확히 부합하는 물건이었지만 사람 심리라는 게 끝을 모르는 거 아닌가.


“아, 내가 이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었지... 정작 심각한 이야기는 따로 있는데”


“심각... 말씀이십니까?”


진하는 혀를 쯧 차며 답해주었다.


“본국에서 흉년이 들었다네”


“... 이런, 큰일이군요.”


“꽤 심각하다더군. 생산량이 몇 년 전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하는데? 후... 이번 겨울은 유달리 추운 겨울이 되겠군”


이 몇 년 전이라는 게 국토개발 사업 하나를 뒤로 물리는 수준인만큼 큰 타격인 것은 분명했다.


간단히 셈만 해 봐도 세수가 적게는 80만 석에서 많게는 100만석도 넘게 감소했을 테니까.


“감축보급과 배급제를 시행하겠습니다.”


“그래, 우선 현재 있는 보급품들과 양식을 최대한 아껴야지.”


“예, 총독 각하.”


“... 그 소리는 몇 번을 들어도 익숙해지지가 않아. 전장에서 창이나 휘두르던 사람이 총독이라니? 쯧, 팔자에 안 맞는 일 하려니 영 죽겠군”


궁복은 그런 것치고는 적성에 맞다는 말을 하려다가 꾹 참았다.


진하가 진심으로 답답하다는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 그래도 팔은 조심하셔야지요. 전하께 들었는데 한 번 다친 자리는 예전만 못하다 하더군요.”

그 말에 진하는 주위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 장난스레 미소지었다.


“그 이야기 말인데... 재밌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네. 들어 보겠는가?”


궁복은 불안해 했지만 뭐 어쩌겠는가? 하늘 같은 상사가 이미 입을 털기 시작했는데


“사실 이 팔은 약으로 치료한 게 아니라네”


“예?”


보통 화살을 뽑거나 고름을 째는 행위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병은 약으로 치료한다.


이건 당연한 사실이었다. 그런데 진하는 지금 그게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었고.


“내가 왜 불만 없이 까라면 까는 줄 아나?”


“... 그야 당연한 충성의...”


“그건 맞는데...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기 때문이지.”


진하는 킬킬대며 말을 이어나갔다.


“사실 이 팔의 사분지 일의 뼈는 완전히 으스러졌었다네”


“... 예?”


“당연한 것 아닌가. 범, 그것도 무지막지하게 큰 범에게 물렸는데... 사실 뒈져버리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지”


진하는 그때 생각만 하면 끔찍하다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헌데 어떻게 팔이 그렇게...”


“멀쩡하다고? 전혀, 그렇지 않네. 내 언제 다친 팔로 병장기를 휘두르는 걸 보았나? 음식을 먹을 때도 조금은 어색하지 않던가?”


궁복은 가만히 되돌려 생각해 보니 실제로 그러했다.


숟가락과 젓가락을 사용할 때도 어딘가에서 딱딱한 모습을 느꼈고 다친 팔로 병장기를 휘두르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 그러고 보니 이상하다 했지요. 왜 장군께서 단창을 쓰시고 있는지.”


“흠... 지금부터 말하는 것은 기밀 사항이다만... 뭐, 전하께서 직접 키우고 있는 너라면 괜찮겠지.”


기밀 사항이라는 말에 궁복은 당장 저 움직여대는 입을 꿰매버리고 싶었지만 이미 늦었다.


“사실 이 팔의 뼈는 내 뼈가 아니라네.”


“사람이 뼈 없이... 예?”


“한국의 최고 금속 기술자들이 정교하게 본뜬 최고급 품질의 강철 뼈지.”

궁복은 더 이상 대화를 따라가지 못해 무수한 갈고리를 수집하고 있었다.


“사실 나도 좀 놀랐어. 하지만 전하께서 설득을 하셨지. 어차피 잘라낼 팔이라면 도박이라도 한 번 해보지 않겠냐고 말이야. 어이가 없었지. 느껴지는 건 고통 뿐인데 도대체 무엇을 하겠다는 건지”


“...”


“전하께서 그리 말씀하시더군. 고통이라도 느껴진다면 아직 할 수 있는 게 있을 수도 있다고, 늦지 않았다고 말이야. 뭐... 그리 말씀하시는데 내가 뭐라 하겠나? 나도 의수보다는 내 팔이 더 마음에 든다네.”


“전하께서는... 정말... 대단... 하신... 분이...”


“놀라긴 이르지. 그 뒤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떻게 한 지 아는가? 내 팔을 갈라내서 부서진 뼛조각들을 최대한 치우고 그곳에 강철 뼈를 넣었다고 하더군. 내 듣고 어이가 없었지. 그런데... 더 어이가 없는 건 뭔지 아나?”


“... 지금보다 더 어이가 없을 게 있습니까?”


“내가 전장에서 사람을 죽인 수보다 그들이 사람 몸을 갈라본 횟수가 훨씬 많다는 거야. 정말 어이가 없었지. 그들은 그걸 외과 수술이라고 부르더군.”


궁복은 머리가 어지러워짐을 느꼈다.


진하의 저 말은 그 존경하는 전하께서 사람 몸을 가르라 지시를 했다는 것 아닌가?


“전하께서도 말씀하시더군. 잘못하면 실험체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하면서... 그런데 뭐 어쩌겠나? 어차피 팔은 잘라낼 팔이었어. 팔꿈치 아래가 없는 거나 어깨 아래로 없는 거나 어차피 나같은 무인에게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야. 그러면 뭐라도 해보고 뒈져야지. 그렇지 않나?”


진하는 웃으면서 보란 듯이 팔을 툭 두들겼다.


“그래도 결과는 이만하면 꽤 성공적이지. 물론 정기적으로 그들의 검사를 받아야만 하지마는. 내 그래서 이제 후방 참모부로 빠지기로 한 거라네. 왜 의무대가 그렇게 뺀질나게 왔다 갔다 했는지 대충 알겠지?”


잘 해 주었지만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몰라 언제 팔을 잘라내야 할 수도 있다고 진하는 투덜거렸지만 그래도 안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그래도 적어도 지금 몇 년은 더 썼지 않은가. 그거면 충분하다고 그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아, 방금 이야기는 기밀일세. 뭐 나중에 전하께서 너한테 설명할 일이... 음, 없었으면 좋겠군.”


“... 이만 물러가도 좋겠습니까?”


“아, 워낙에 충격적인 이야기였을 테니 이해하네. 그럼 돌아가서 일 보게”






궁복은 지영에게 여러 가지 지식 들을 보고 배웠다.


그곳에서 궁복이 지영에게 느낀 것은 일종의 경외감과도 같았다.


끝을 모르고 쏟아지는 다양한 분야의 완전히 새로운 지식들, 조금만 생각하면 떠올릴 법한, 그럼에도 누구도 쉽게 떠올리지 못하는 새로운 발상과 그 시선들...


그런 전하시니 강철부터 시작하여 온갖 기물과 여러 사업을 진행하셨으리라... 그리 생각했다.


그렇기에, 그 위대한 지식들의 파편이나마 맛보았다고 할 수 있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그만한, 정교한 기술을 확립하기 위해 적어도 십 수년은 사람의 몸을 가르고 시험해 왔으리라고.


‘... 아무리 내가 유학도가 아니라지만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또 한편에서는


‘아니지... 전하께서도 다 복안이 있으시니... 내가 되려 이상하게 생각을 하는 것이겠지...’


지영이 민생과 기술, 그리고 명분에 있어서 지대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을 궁복이 모르지 않았다.


분명 무슨 이유가, 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그대로 잊기로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옳은 것 같았다.


꺼려지는 일이기는 했으나 그런 사소한 것으로 지영이라는 경외의 대상을 놓칠 수는 없었으니.








“쯧, 이리 흉년이 들 줄은...”


진짜 장맛비가 미친 듯이 쏟아졌다.


한반도가 지형이 참 ㅈ같은데다가 기후도 여름철 수분 몰빵이라가지고 물 관리가 정말로 힘들다.


그나마 국토개발 사업 하면서 가뭄으로 인한 피해는 상당히 줄었으나... 홍수는 그렇지가 못했다.


“그래도 다행히 인명 피해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맞습니다, 전하. 아무래도 강 주변에 살지 못하게 한 것이 크지 않나 싶습니다.”


한강은 상당히 큰 강이다.


폭만 해도 세계에서 순위권에 꼽히며 하상계수는 한반도 하천들이 으레 그렇듯이 악랄할 정도로 높았다.


이걸 종합하면 무슨 뜻이냐?


홍수 나면 감당이 안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강 주위에서 살지 못하게 법으로 지정해 버렸다.


이게 무슨 미친 짓이냐고 할 수 있는데 댐과 같은 현대적인 건축물과 과학이 있는 현대의 서울에서도 홍수 한 번 났다 하면 한강 공원들 싹 다 잠기는 건 심심찮게 있는 일 아닌가.


제아무리 둔덕을 높게 만들고 보와 저수지를 확충했고 풍부한 삼림 자원이 있다고 한들 불안했다.


“공치사는 됐고. 식량 상황부터 읊어 보게. 올 겨울, 날 수 있겠나?”


“크게 어렵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사업 몇 개 줄이고 대부분의 자원을 복지와 구휼 쪽으로 돌리긴 해야 하긴 합니다마는”


“그나마 다행이군”


“예, 그나마 일부 지방에만 홍수가 난 게 그나마 다행인듯싶습니다. 전국적으로 홍수가 났었더라면 상당히 가혹했겠지요.”


보통 이럴 때를 대비해 국가에서는 비축식량을 쌓아두고는 한다.


다만 여기서 문제가 된 건 한국은 최근에 남연해주 작전과 국토 개발사업을 동시에 하며 상당량의 쌀을 소모했다는 것이었다.


현대에서야 농업이 나라의 경제의 극히 일부이지만 여기는 농업을 제외하면 경제가 솔직히 남는 게 없다.


현대에서야 농사가 망해도 채권은 팔리지만 여기선 농사가 망하면 개미들은 채권은커녕 먹고 살기도 힘들어진다.


“우선은 최대한 예산 안에서 신민들을 먹여살리도록 하지. 그리고 안 되겠다 싶을 때 비축 식량들 아끼지 말고 푸시오.”


“... 예, 전하. 그런데 연해주... 아니지, 이제는 연해도 식량 지원은 어찌합니까?”


“줄여야지, 뭐 어쩌나? 어차피 연해도 사람들은 아직 태반이 유목민이라 이곳보다는 식량 사정이 조금은 낫겠지”


아니라 해도 아직은 본국 8도가 우선이다.


그들 대부분은 이제 합류한 불안한 구성원인데 반해 본국 8도의 신민들은 충실한 나의 지지자요 나의 세력이다.


당연히 나의 것 먼저 챙겨야지...


작가의말

천운을 뚫고 성공한 수술...
대체 사람 팔을 몇이나 짼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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