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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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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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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15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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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전쟁10

DUMMY

고구려와 키탄의 관계도 나쁜 편은 아니었다.


필요한 물건 좀 주고받다가, 국경 문제로 가끔 투닥거리고. 그 반복.


그래도 이 키탄을 설득해 원군이라도 조금 받아내어야 할 터였는데.


“그건 좀 어렵겠소.”


“대인?”


야율아보기는 천연스럽게 말을 이었다.


“기근이 들었잖소. 있는 말도 잡아야 할 판인데 무슨 군을 움직이겠소.”


새로 사귄 친구는 이럴 때 쓰라고 적절한 핑곗거리도 만들어 주었다.(물론 야율아보기는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순망치한의 고사는 아시지 않습니까? 식량이라면 충분히 드릴 의향이 있사온데...”


“그대의 말에 어느 정도 공감을 하오만 안타깝게도 각자 사정이 있잖소. 우리는 지금 우리 앞가림에 바쁘오.”


그가 그렇게까지 말하자 고구려의 사신도 더 말해볼 수는 없겠다 싶었는지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


고구려로서는 굉장히 아쉬운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연합군의 단점이란 대가리 수가 많다는 것이었다. 체급이 크면 뭐하나, 머리가 많아서 통솔이 안 되는데.


그러니 이런 단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소수의 대가리를 가진 큰 세력을 끌어들이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그 적합한 후보가 바로 키탄이고.


위구르는 이미 갈가리 찢어져 있었고 당나라의 개입은 기대조차 할 수 없는 상황, 그러니 용병이든 원군이든 제대로 청할 만한 나라는 키탄이 전부였다.


심지어 지영의 분탕으로 인해 고구려는 백만이 넘는 거지 떼를 관리하느라 식량과 인력이 쭉쭉 빨리고 있는 상황인지라 전력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즉시 동원 가능한 병력이 절실했다.


물론 이런 고구려의 형편과는 다르게 키탄에게 굳이 지금 편을 정할 이유는 없긴 했다. 비록 초전을 유리하게 끌고 나갔다고는 하나 고구려는 강한 나라였으며 발해가 준 선물의 규모 등을 볼 때 전쟁 중에 이만한 여유를 부릴 수 있다는 건 발해 역시 만만찮다는 것을 의미했으니.


그리고 첫 만남부터 우호적인 관계로 시작을 했는데 굳이 그걸 벌써 뒤집을 필요는 없었다.


나중에 기세가 기울어지면 그때 ‘아 우린 하기 싫었는데 어쩔 수 없이’라는 핑계로 떡고물이나 좀 주우면 그만이니.


결정적으로 발해가 어떤 나라인지 정확히 알아보러 간 사신단도 아직 도착조차 안 했으니 우선 어물쩍어물쩍 뭉개며 시간이나 버는 것이었다.


...


며칠간 지속한 연회에서야 비로소 키탄은 사신으로 온 자가 장 차관급에 해당하는 아주 높-은 사람인 것을 알았다.


이 정도 급의 사람을 보냈으니 키탄도 아무나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야율아보기의 동생 중 한 명인 야율인저석을 대가리 삼아 사신을 보냈다.


“허어··· 참으로 번화한 도시로군.”


“이 정도면 장안에 비견해도 되겠습니다.”


이 시대에서 나올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었다.


그 규모야 두 배 정도 차이가 난다고는 하지만 솔직히 안에서 구경한다면 그걸 어찌 알겠는가?


“피곤하실 텐데 너무 소란스러운 듯하여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아니오, 오히려 활기차니 아주 보기가 좋구려.”


심지어 지금은 놀랍게도 전쟁 중이었다. 헌데 전선과는 완전히 뒤떨어진 이런 평화로운 분위기라니?


물-론 전쟁 중이라는 것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형제자매들! 우리의 소중한 가족들이 우리를 지키기 위해 나가 싸우고 있소! 우리 자발적으로 맥주 한 잔, 꼬치 한 개 먹을 돈을 아껴서 나라에 보탭시다!”


“비록 우리가 예비 인력으로 분류되었으나 할 일은 있습니다! 토요일을 반납하고 각자 맡은 바에 성실하게 임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같은 호소를 하고 이에 동의하는 신민들이라거나,


퇴역 군인들이 자체적으로 간단한 무예를 가르치는 광경 등, 전쟁 중이라는 것은 알 수 있기는 했다.


하지만 결국 근본적으로 전쟁 중임에도 너무나도 풍족했고 이는 키탄인들을 매우 놀라게 했다.


유목민들에게 전란이란 항상 총력전의 상황을 의미한다. 물론 유목민 기병의 무서움은 이미 충분히 증명되었지만 그들의 수는 항상 모자랐고 이는 경제 활동이 가능한 성인 남성을 모두 군인으로 활용해야 함을 뜻했다.


하지만 발해는 어떤가? 지금 십만의 병력으로 공격했다고 들었다. 그것도 모자라서 이십 만의 인원을 추가로 징집하고도 언제든지 삼십 만의 인원을 징집할 수 있게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뒤의 삼십 만의 인원이야 아직은 허수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앞의 삼십만은 실제로 동원된 인력이다.


‘이 정도로 인원을 동원하고도 이리도 풍족한 나라가 지금까지 있었나?’


물론 이 정도로 풍족한 까닭은 발해가 금속을 은으로, 쌀로, 기타 물질로 바꾸는 연금술을 행했기 때문이지만 세상 누구도 이 진실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애초에 그 정도 인원을 동원했다는 것 자체도 의미가 충분하다. 동아시아 역사상 전근대에 삼십만이라는 인원을 동원한 나라도 그리 많지 않거니와 그 삼십만을 ‘한 전선에’ 몰아넣을 수 있는 나라는 더더욱 드물었다.


‘물론 수도이니 그럴 수도 있다지만··· 수도의 외곽도 번영하긴 마찬가지였다.’


야율인저석은 자신이 본 바를 꼼꼼히 기록했다. 과연, 이들이 쓰는 수첩과 연필이라는 물건은 참으로 좋았다. 떠오른 바를 그때그때 기록할 수 있으니 편리했다.


수도를 떠나 북방으로 향하니 겨우 지영을 만날 수 있었다.


북방의 신민들도 수도만큼은 아니지만 그냥저냥 평범하게 사는 것을 보자 야율인저석은 생각은 더욱 확고히 굳어졌다. 만일 군사 다루는 일도 이 정도로 한다면 발해가 전쟁에서 이길 것이라고.


“국왕 전하를 뵙습니다!”


야율인저석이 절하고 엎드리니 지영이 떨떠름한 목소리로 이에 화답했다.


“으음, 사신은 고개를 드시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이에 지영의 표정이 더더욱 미묘하게 변했다.


“음, 사신? 혹시 우리 발해의 예에 대해 듣지 못하였소?”


항상 이런 일이 있기에 외교부는 사신들에게 이런 사실을 숙지시켰다. 그렇기에 오랜만에 절을 받아본 지영은 내심 부담스러웠다.


“한 나라의 국왕을 뵙는 일이기도 하거니와 전하께서 저희 부족에 베푸신 것이 많아 외신도 모르게 그리했나 봅니다. 부디 너그러이 봐주시기를 간청드립니다.”


“으음··· 알겠소. 확실히 숙지했다니 내 더 할 말은 없군. 자자, 일어나시오.”


야율인저석은 그제서야 고개를 들고 지영의 눈을 마주할 수 있었다.


‘눈빛이 참으로 깊구나. 그 심계를 알 수가 없다.’


실제로 지영은 기발한 방법으로 이리저리 분탕을 쳤으니 그의 생각은 실로 옳은 것이었다. 그리고 사람이 백 년이 넘게 살다 보면 인생짬킹이 아니겠는가? 지영이 엄청 뛰어나지는 않아도 나잇값을 할 정도는 되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야율인저석은 조용히 답서를 바쳤고 지영은 한참을 읽다 이내 흐뭇한 표정으로 이를 돌려놓았다.


“그래, 야율 대인과 나의 의견이 같으니 좋은 일이구나.”


그 뒤로의 이야기는 아주 순탄히 흘러갔다. 야율인저석은 발해의 가능성을 확인했고 발해로서는 발해가 멀쩡하다는 가정에 따라 키탄은 개입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확신했다.


그리고 그 후에는 잘 이야기해서 우호 관계를 맺을 심산이었다. 미래야 어찌 될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그랬다.


...


“충성! 보고드립니다, 1 실험 여단과 8여단이 전투에서 승리했습니다!”


통신병은 그렇게 말하며 선발대에서 보낸 보고서를 지영에게 바쳤다.


지영이 직접적으로 지휘를 하진 않지만, 우선은 최고 명령권자였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으음...”


지영의 표정이 미묘하자 1군의 시선이 모두 지영에게 쏠렸다.


뭐야? 승전보라며? 근데 왜 똥 씹은 표정으로 저러시지?


지영은 간단한 보고서를 아자개에게 건냈다.


“어리군, 아직은 어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읽어 보면 감이 올 걸세.”


아자개는 보고서를 훑고서는 무슨 뜻인지 이해했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분명 전투는 이겼다. 하지만 발해 쪽의 피해도 만만찮았다.


두 개 대대에 한 개 중대 규모였던 기병대는 많이 쳐줘야 대대 하나 규모로 확 줄었고 8 여단의 보병대도 한 개 대대 이상의 피해를 받았다.


분명 기발한 순간들도 존재했다.


예를 들면 총의 사거리가 200m는 되는 양 사격한 것. 어차피 고구려야 제원을 알 리가 없으니 명중률 30%대라도 충분히 속여먹을 수 있다. 전장에서 그거 일일이 세고 있을 것도 아니고.


포병대의 활용도 첫 실전치고는 좋게 이루어졌다고는 생각한다. 물론 그중 다섯 문이 터져나가는 약간 사소한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어쨌건 죽은 사람은 없었고 화력이 무엇인지는 확실하게 보여주었으니.


“사령관도 읽어서 알겠지만, 원군이 필요하네. 보병대도 좀 보충해주고 기병대도 증편해야지.”


“새로 훈련 중인 병력은 아직은 미숙하니 기존의 여단에서 차출해야겠군요.”


“병력이야 뭐 사령관이 알아서 뽑는 것이고, 내가 한 가지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네만.”


“하명하십시오.”


“에이, 하명이라니. 어디까지나 제안일세, 제안. 내 장군의 지휘권을 존중한다 하지 않았나.”


지영은 뒤에 서 있던 왕건을 흘깃 바라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그를 보조할 고위 참모가 필요한 것 같네. 특히나 신병기에 능한 참모가 필요해.”


“음··· 옳으신 말씀이오나 신병기 자체가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능숙한 고위 참모가 나오기에는···.”


“딱 두 명 있네.”


“누굽니까?”


“나.”


“제발 농담이라고 해주십시오.”


지영은 피식피식 웃으며 눈앞의 과자 하나를 집어 먹었다.


“당연히 농담이지. 뭐, 조건에 맞는 인물이기는 하네만.”


이래 봬도 소장급 교육까지 정식으로 이수한 지영이고 화약 무기에 대해서는 발해에서 손에 꼽을 정도의 지식을 가진지라 한다면 할 수 있긴 했다.


“하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비서실장? 자네가 나서는 건 어떤가?”


“...예?”


“예? 는 무슨. 자네도 고급 장교 교육은 마쳤고 내 옆에서 화약 병기와 전술에 대해서도 생각보다 깊게 익혔지. 자네의 군재도 뛰어나니 충분히 보조할 수 있지 않겠나?”


“흐음... 괜찮을 수도 있겠습니다.”


“역시 자네도 그리 생각하지? 그렇다고 저기서 일하고 있는 하남 조병창장을 끌어다 올 수는 없잖나.”


왕건은 눈을 감고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게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봐, 건아.’


‘예, 실장님.’


‘왜 비서실장 경력이 이렇게 화려한 줄 알아?’


‘모르겠습니다.’


‘그냥 이리저리 존나 굴러서 그래’


‘...에?’


‘존나 구른다고 개처럼. 비서실장, 말은 좋고 실제로도 좋은데 약간... 전하의 전속 노비같은 느낌이라.’


‘...’


‘욕봐라’


역시 전임자의 말이 옳았어.


작가의말

비서실장이 괜히 품계가 높은게 아닌...ㅋㅋ


tmi: 머스킷의 정확도는 대강 30moa 정도 합니다. 그니까 200m 정도면 대강 지름 1.5m~1.6m 원 안 어딘가 꽃힌단 소리죠. 일제 사격을 적 대열에다가 하면 아예 못 맞출 수치는 아닙니다. 실제로 1790년대에 영국에서 한 실험 결과가 이를 뒷받침하죠. 다만 굳이 이러기엔 수지가 맞지 않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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