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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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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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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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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5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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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용이 나뉘다3

DUMMY

생각보다 필리핀은 가기가 쉬운 곳이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할 수도 있지만 우선 필리핀의 대략적인 위치를 알고 있기도 했고 대만을 가지고 있어서 명백히 중간 기항지가 존재했다.


그리고 이미 필리핀 북부는 예전부터 당나라랑 교역을 하기는 했고 오키나와에 들른 적도 있었으니 신대륙 탐사 마냥 난이도가 어려울 것도 없었다.


그러니 발해의 탐사대가 더듬더듬 찾아 올라가면 필리핀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바로 지금처럼.


“대장, 이건···. 진짜 좋지 않습니다.”


한 대원의 떨떠름한 말은 탐사대의 생각과 정확히 일치했다.


생각보다 규모가 큰 항구와 도시.


그냥 지나다니는 길목 정도로 치부하기에는 규모가 좀 컸다.


이는 적어도 도시 국가, 혹은 그에 준하는 집단이 이미 존재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았다.


“그래도 더 북부에는 아직 아무것도 없었다. 도시가 별거냐. 거기 적당한 곳에 항구 만들고 인력 끌어오면 된다. 그보다는 우리의 임무에 집중해.”


탐사대의 임무는 간단하다면 간단하지만 굉장히 중요한 임무들이었다.


루손 섬에는 어떤 세력이 있는가? 이곳에 있는 질병과 이에 대한 대책은? 이곳에서 많이 거래되는 물건은 어떤 것이 있는가? 빈 땅 중 최적의 항구와 그 배후단지 건설 입지는 어디인가?


“그래도 이 바다 근처는 치안이 유지되는 것 같습니다. 정말 좋지 않군요.”


자발적인 치안 안정이든, 혹은 국가의 업무든 어쨌건 근해에서는 해적을 몰아낼 무언가가 있다는 것 아닌가. 탐사대의 표정은 한층 더 어두워졌다.


대원들은 암담한 기색을 애써 감추며 계속해서 탐사를 이어나갔다.


“지금쯤 루손을 발견했을까.”


“확신할 수는 없지요.”


정찰기 유닛 뿌리듯 탐사대를 조직해 뿌렸으니 뭐라도 나오겠지.


어차피 지금 기술력으로도 발견하지 못할 건 없다. 애초에 삼국시대 때도 서쪽이랑 거래한 흔적이 있으니 못할 게 있나 싶고.


그리고 이제는 소식이 끊긴 비잔틴 상인으로부터도 여러 정보를 얻어 놨고 이를 주지시켰다.


“후, 그렇겠지. 아, 이러려고 부른 게 아닌데. 받게나.”


“이건 뭡니까···? 온양 온천 실태 조사?”


“어어, 그래. 그거나 좀 하라고.”


왕건은 의아한 듯 나를 바라보았다. 평소엔 똘똘한 인간이 왜 가끔 멍청해지는지 몰라.


“잘 좀 읽어 보게.”


“... 아, 감사합니다.”


“이제야 이해했나 보군. 자, 빨리 가서 인수인계 후 업무를 수행하게.”


“예, 전하. 정말 감사드립니다.”


왕건은 꾸벅 인사한 후 집무실을 나갔다.


그래서 왜 갑자기 뜬금없는 온양 온천이냐라고 물으면 이유는 없었다.


그냥 가족끼리 놀다 오라는 거지 뭘. 일종의 유급 휴가인 셈이다.


지난번에 보니까 왕륭 그 양반도 영 상태가 안 좋던데. 떠나기 전에 할 거 다 해야 하지 않겠나.


원래 떠나고 나면 아무리 많이 하고 시간을 많이 보냈어도 아쉬운 법이다.


기력이 좀 있다면 철도마차 타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구경도 할 것이요, 기력이 좀 많이 쇠했으면 서울 인근이나 좀 돌아다니면서 같이 시간을 보내겠지.


뭐, 알아서들 하지 않을까 싶었다.



=====



현재 발해의 국력으로는 남북 동시에 전력을 투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는 국가전략연구소에서 나온 최대한 중립적인 연구 결과였으며 정도는 다르지만 육군도, 해군도, 재무부도, 외교부도, 심지어는 국왕 지영조차 인정하는 사실이었다.


물론 이것이 남쪽을 선택하면 북쪽을 아예 포기하고, 북쪽을 선택하면 남쪽은 아예 포기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한 쪽에 집중하면 다른 한쪽은 제한적인 접근 이외에는 선택지가 없어진다는 건 확실했다.


그런 와중에 육군부에서 들고나온 것이 바로 신 요새화 계획이었다.


사실 육군도 이번 전쟁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


“우리는 비뢰포로 적의 구형 성벽을 깨고 신형 대포로 적의 신형 성벽을 깰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적 성벽의 진화는 생각보다 빨랐다. 만약 삼 년만 더 시간을 끌었다면 우리는 두 배 이상의 피를 흘려야 했을 것이다.”


상상 이상으로 빠른 건축술의 발전은 발해군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리고 이쯤에서 든 생각은 바로


“우리의 성벽은 과연 안전한가? 언젠가 적들이 우리의 동격의 무기를 얻었을 때 우리는 충분한 요새의 효과를 노릴 수 있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답변은 부정적이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들의 적이었던 고구려는 성벽 진화의 초석을 보여주었다.


“참호란 비스듬히 건설하는 것이다.”


“성벽을 낮고 두텁고 경사지게 하면 적의 포격에 대항할 수 있다.”


“적의 망루에는 포격 효과가 감소했다. 성벽을 각지게 만들면 같은 재화로도 더욱 강한 방어력을 얻을 수 있다.”


이 초석들을 조합해 육군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기존의 높은 성벽으로는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미래의 성벽은 마땅히 대포를 탑재해 적 대포나 공성병기를 견제하기 효율적이어야 하며 낮고, 경사지고, 각져 적 포격에 대한 방어력을 충분히 갖추어야 한다. 또한, 총기가 보급될 것을 예상하면 적이 성벽을 파고들 때 사방에서 일제사격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결론을 도출한 육군부는 그날로 부산 조병창을 쪼아댔다.


“우리에겐 중포가 필요하다.”


육군이 봐도 95mm는 좋기는 했지만, 성벽을 전담해 공격하는 무기는 아니었다. 엄연히 야전에서 보병과 같이 기동하며 적절한 화력을 제공하는 무기였지.


그리고 적 성벽을 공격하는 무기가 굳이 보병과 같이 기동할 필요는 없다는 데에는 모두가 공감했다.


물론, 그렇다고 그게 지나치게 무거워서 나르기도 힘들다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겠지만 원래 공성이라는 것이 하루 이틀 하는 것도 아니니만큼 한 며칠 늦는 건 큰 문제는 아니라 여겼다.


“이 톤 이하의, 사거리 1km 이상을 가진 중포가 필요하오.”


이 무렵 부산 조병창은 나름 섭섭하던 차였다.


아니 육군이고 해군이고 왜 다들 95mm만 찾는단 말인가. 더 작거나 큰 대포들도 얼마든지 설계를 하고 시험품도 조금씩 나오고 있는데.


95mm라고 할지라도 화력이 부족한 때도 있지 않겠는가? 그럴 경우를 대비해 조금 더 강력한 화포를 조금이라도 도입해야 한다고 이들은 진심으로 그리 생각했다.


그리고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그 말이 맞긴 했다. 95mm 포라고 할지라도 모든 상황에 대처 가능한 것은 아니었으니 하나 정도는 더 필요했고 육군은 일단 공성용 포를 도입해 성벽 포격 저항 시험이나 혹은 자신들이 운용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튼 육군의 요구는 전해졌고 부산 조병창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중끼얏호우~~~!¡!!~~~¡!”



=====



댕-댕-댕


“자, 오늘 작업은 여기까지입니다! 다들 장비들 정리하고 모이세요!”


내세울 것은 몸뚱이밖에 없는 청년 김길수는 종소리를 듣자마자 장비들을 주섬주섬 정리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종소리가 들리면 방금까지 넘쳤던 힘이 쫙 빠지는 기분이었다. 어른들이 말씀하길 발해놈들은 도깨비를 부린다니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자,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오늘 일당은 항상 받아가시던 곳에서 받아가시고 이틀 뒤 세 번째 종소리가 울리기 전까지 나오시면 됩니다!”


“어이, 길수! 오늘 한 잔 적셔야지!”


어디서 일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흙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그의 모습에 길수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


“돈이 급한가벼?”


“어허, 땡길 수 있을 때 땡겨야지. 당장 다음부터 돈도 안 주고 부려먹으면 어쩌나”


글쎄, 길수의 생각에는 딱히 그럴 것 같지도 않았다.


아직 도로는 한참 남았고 무슨 탄광도 지어진다고 했으며 도시 내에도 이런저런 건물들이 잔뜩 들어서고 있었다.


“뭐, 그래도 마시긴 마셔야지!”


내일은 무슨 일요일? 이랬나? 아무튼, 쉬는 날이란다. 원래는 토요일도 반쯤은 쉬는 날인데 일이 바빠서 동의하에 돈을 더 주고 부려먹는 거라고.


“아, 김길수씨랑 윤연씨. 오늘 고생하셨구요. 자, 이거 받아요.”


일당을 나눠주던 관리는 옆에 가득 쌓인 상자에서 흰 무언가를 꺼내 주었다.


“이게 뭐요?”


“옷이요, 옷. 이번 겨울철 때 입으시라고. 크기는 대충 맞을 것 같기는 한데 너무 작거나 크다 하시면 찾아오시고 그거 아니면 그냥 부인한테 수선해달라고 하세요.”


길수는 손을 최대한 문대 깨끗하게 만든 뒤 솜옷을 조심스럽게 만져 보았다. 나름대로 두툼하고 따땃한 게 이불로 써도 될 지경이었다.


“오늘 일당은 이겁니까?”


오늘 주막에 못 가는 건 아쉬웠지만 이런 옷이라면 오늘 일당 정도야 포기할 수 있었다. 심지어 한 벌도 아니고 두 벌이나 주었고 아무리 생각해 봐도 오늘 일당보다 이 옷이 더 비싸 보였다.


“어, 아뇨? 그건 간도인 생활 수준 증진 정책으로 나온 복지품입니다. 무료니까 가지셔도 되고. 자, 자루 벌리세요. 일당 넣어줄라니까.”


참으로 기묘한 놈들이 아닌가. 아무리 봐도 꽤나 고급품인 것 같은데 그냥 무료로 뿌려버린다니.


그건 그렇고 이 솜옷 생각보다 무거웠다. 힘이 빠져서 그런지 아니면 솜옷이 무거운 건지 모르겠지만 이런 상황에서 굳이 쌀로 받아가고 싶지 않았다.


“전 돈으로 주십쇼.”


“아, 예예. 엥? 돈으로?”


“미쳤냐? 쌀 대신 쇳덩이 몇 개 받고 끝나겠다고?”


그 말에 열심히 일하던 관료는 왜인지 힘이 쭉 빠진 듯 의자에 걸터앉았지만, 길수의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이미 일 년 가까이 이렇게 쌀을 뿌린 놈들이다. 아마 거짓은 아니겠지.


“돈으로 주십쇼.”


“아아, 예. 우선 두 분 여기에 솜 옷 받았다는 뜻으로 확인 좀 해주시고. 아이고, 먼지야. 돈이 먼지에 잠기겠네.”


먼지가 풀풀 날리는 상자를 열고 나온 것은 그가 말한 대로 쇳조각 여섯 개.


“자, 육 원입니다. 원래는 주말 초과근무 비용까지 해서 오 원인데, 돈으로 받아가시니 이 할 정도 더 넣었어요. 한글 읽을 줄 아시죠?”


“예에, 그 무슨 특별수업인지 뭐신가에서 배웠습니다.”


길수는 그 날의 기억만 생각하면 어이가 없었다.


뙤약볕에서 일해야 하나 내심 투덜거리고 있었는데 이게 웬걸. 일터 대신 천막과 의자가 잔뜩 있는 거 아니겠는가.


심지어 거기 관료가 한 말은 더 웃겼다. 글을 배우란다. 거기에 평소처럼 일당도 주겠단다. 요즘 날이 더우니 혹서기 대책 겸 간도인 문맹 퇴치 사업도 동시에 진행하겠단다.


한 보름 배우고 그 뒤로도 나눠준 책자 가지고 하루에 조금씩 연습하니 나름대로 어지간한 글은 모두 읽고 깨우칠 수 있었다.


“예, 좋네요. 자, 여기 책자입니다. 돈 사용법이야 여기에 있으니 숙지하시고. 간단히만 말씀드리면 본토에서 온 사람들은 전부 돈 받을 겁니다. 여기 간도는 아직 안 받는 곳도 있는 것 같기는 한데-”


괜찮겠냐는 눈빛에 길수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자신이 나눠주고도 불안해하다니.


“걱정 마슈. 오늘 안주는 피자라서.”


자신있는 척 했지만 길수는 나름 불안했었다. 지금이라도 쌀로 달라고 할까? 하지만 저 관료의 실실 웃는 얼굴을 보라. 차마 이걸 취소할 낯이 없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철 쪼가리를 주니 피자와 술이 나왔다.


참으로 이상한 나라였다.


작가의말

참고로 단순 노무자가 일당 육 원이면 굉장히 좋은 수준입니다.

하루에 쌀 10kg 정도를 받은 셈이죠.

물론, 주말 수당에 돈으로 지급받으니까 보너스까지 더해진 금액이라 평소에는 저렇게 많이 벌진 못하지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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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57 루이미너스
    작성일
    24.06.25 10:26
    No. 1

    사실 철쪼가리 하나에 피자랑 술이 나온다는건 물가가 현대보다 몇배는 낫다는거 아닐까!?

    그리고 작가는 저녁에 피쏘나 피맥을 했다는게 아닐까!?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3 몽쉘오리진
    작성일
    24.06.27 15:20
    No. 2

    피자를 먹은 것은 정답!
    그리고 발해의 물가는 뒤죽박죽입니다. 현대의 것보다 싼 것도 있고 비싼 것도 있어요.
    피자는 상대적으로 싼 편이고 치킨은 굉장히 비싼 편입니다.
    발해에서 치맥을 하려면 모텔 숙박비 정도는 줘야 가능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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