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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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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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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3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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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용이 나뉘다11

DUMMY

발해가 인위적으로 일으킨 기근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건 그야말로 재앙이라는 말이 어울렸다.


겨우 싹을 틔우고 황금빛 곡식을 길러냈건만 누런 악마들은 인도주의적인 마음이라고는 없는지 식물이라면 뭐든지 쓸어갔다.


“이제 우린 끝이야···.”


화도 어느 정도 맞설 수 있는 상대한테나 나는 법이다. 항거할 수 없는 재앙을 상대로 화를 내서는 무엇을 할 것인가.


중원에서는 모든 싸움이 일시에 멈추는, 인류사에 다시없을 기적이 일어났다.


전쟁을 하더라도 얻을 것이 있어야 할 게 아닌가? 그게 금전적인 것이던, 정치적인 것이던, 안보적인 것이던.


그런데 식량은 없고 땅은 그저 사람이 두 발을 놓을 장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어버렸다.


그리고 중국의 수난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으니···.


“니혼진데스, 가진 거 다 내놓으라데스”


“뭣?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데”


“그럼 몸으로 갚으라데스”


수상한 일본어를 구사하는 왜구들의 침략이 시작되었다.


식량 부족으로 인해 방어 체계가 제대로 작동할 리가 없었고 이 왜구들은 지난날 연해도민이 가져오지 못한 패물들을 싹싹 긁어오기 시작했다.


“와, 진짜 이대로는 못 살겠다.”


식량 수급이 안되니 재산은 빠르게 동나거나 아니면 휴지 조각이 되는데 여기에 왜구까지?


“차라리 가진 게 있을 때 떠나는 게 낫지 않겠소.”


지금이라면 떠날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이 더 안 좋아지면? 떠나지도 못한다.


“우린 안남으로 간다!”


반쯤 죽으러 가는 길이었지만 뭐 어쩌겠나. 그렇다고 저 산밖에 없는 서쪽으로 갈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는 발해로 가자! 거긴 살만하다더라!”


안남에 비해 발해는 참으로 매력적인 선택지였다. 가깝기도 했고 오랑캐 치고는 그나마 중화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일본은···.


“니혼진데수”


저러고 있는 데 가는 게 미친놈이 아닐까?


또다시 난민들이 밀고 들어오자 발해는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아 씨발, 우리의 행정력이.”


그나마 다행인 건 서쪽의 지갑에서 돈을 두둑히 챙겨왔다는 것 정도?


“아예 이참에 간도 개발 대규모로 진행합시다!”


“신민권 얻으려면 십 년간 노동해라. 밥은 줌.”


공짜 노동력만큼 좋은 건 세상에 없다. 그리고 나름대로 동기도 부여했으니 공사비는 크게 감소했고.


“감히 우리에게 천하게 흙이나 묻히란 말이냐!”


“자, 이건 총이란 거야.”


아직도 세상 물정 파악 못 하는 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우수한 대화수단을 통해 설득했으며


“설마 우리 같은 늙은이들을 모두 죽이진 않겠지···.”


“죽이진 않고 속여서 고향으로 돌려보내 드립니다. 표지판 있는 것도 아니고 배 타고 어디로 갔는지 알 게 뭐람.”


국가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독거노인들은 집으로 고이 돌려보내 주었다.


“정 뭐하면 북해도에서 설탕 농사나 시켜.”


어차피 늙었으니 애 낳을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냥 한 십 년 이십 년 밥 주면서 부려먹다가 죽으면 대강 화장해버리면 그만이었다.


“어차피 쟤네들 본국에서도 그러고 살았는데 뭐”


그리고 그 무렵하여 일본에서 사절이 찾아왔다.


나름 유능한 다이고 천황이 대가리로 있는 만큼 사과와 보상이 깔끔하게 이루어지는 것에 발해는 내심 만족했다.


“아니, 그런데 이거 불안해서 살겠습니까. 대사관의 호위병력을 당분간 증강시키고 싶습니다만”


여기서 ‘언제까지’라는 문구를 넣지는 않았지만 지금 일본이 그렇게 따질 때던가. 무난하게 요구는 관철되었고 하나 더.


“일본이 필요로 한다면 군사고문단을 보내드릴 의향이 있습니다.”


지금 일본은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면 거절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걸 이용한 제안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일본 북조 입장에서도 군을 교육할 장교층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었고 군대의 전투력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나름 서로 주고받는 거래였다.


“그에 더불어 무기도 구매하고 싶습니다만, 혹시 지난번의 제안이 유효한지요?”


“일부 유효합니다.”


“일부라 하심은?”


“귀국의 안보적 상황으로 보았을 때 국가 최중요 기밀인 화기 조병창을 건설하기엔 무리가 좀 있겠지요.”


총 몇 정이 넘어가는 것과 설비가 통째로 넘어가는 것은 달랐기에 한 말이었다. 그리고 틀린 말도 아니긴 했고.


“하지만 무기의 판매라면···. 흠, 차라리 이렇게 하시지요. 아예 군사고문단을 화기 담당으로 해서 보내겠습니다. 무기를 많이 사가시면 그만큼 군사고문단을 좋은 이들로 보내드리지요.”


“한마디로 산 만큼 군사고문단의 질이 높아지는 겁니까.”


“뭐, 그렇지요. 그렇다고는 하나 한 개 여단 규모 이하로는 판매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역시 돈이···.”


“양국은 우방국이니 귀국의 편의를 봐 드릴 의향은 있습니다.”


토오루는 한숨을 내쉬었지만, 어차피 이미 구매하기로 한 거 조총 육천 정과 탄약 육만 발을 결제했다.


대금은? 남조에 있을 전리품, 일부 자원에 대한 권리 등을 받는 것으로 끝냈다.


이런저런 부수기재까지 합쳐서 총 수익은 삼백오십만 원.


대포는? 팔지도 않았고 팔 생각도 안 했다.


대포가 화력의 핵심인 것도 있지만 바로 막대한 통화 유통량 덕에 구리 가격이 상당히 고가로 책정되어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단적인 예로 실제 조선의 물가를 여기로 가져오면 대략 700kg짜리 청동 대포 하나에 대략 9만 원 선이면 살 수 있다. 비싸기는 하지만 충분히 구매가 가능한 수준.


하지만 발해의 500kg이 채 안 되는 95mm 야포는 한 문에 30만 원 선이다. 이나마도 생산 라인을 최적화하고 해군까지 공유하며 대량생산을 이뤄낸 결과임에도 그랬다.


해군에서 괜히 좀 무겁더라도 철제 대포로 만들 수 없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그래서다.


어차피 배에서 운용할 함포라 무게 제한이 육군보다 자유로웠으며 배 한 척에 열 몇 문은 운용할 텐데 가격이 감당이 안 되기 때문이다.


“당분간은 짭짤하겠군”


어차피 화약과 부수기재는 전부 발해에서 수입해야 한다. 그리고 그게 다 돈이고 우리의 힘으로 이어지겠지.


그리고 무기를 많이 찍어내야 무기를 싸게 만들 수 있다. 어차피 조총이야 사냥용으로도 어지간히 풀어야 하니 싸면 쌀수록 좋지. 주기적으로 퇴치하고는 있지만, 우리나라에 잡아야 할 짐승이 한두 마리도 아니고.


“그 돈으로 학교를···.”


아, 학교. 맞다. 학교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교육제도는 확대된 엘리트 교육에 지나지 않는다. 기존의 엘리트 교육보다야 훨씬 많고, 다양한 실용적 지식과 경험을 쌓게 해주고는 있지만 그게 대중교육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지.


“흠, 장관. 현재로서는 급격히 학교를 증설하기 힘들어.”


교육자나 교수는 땅에서 솟는 게 아니다. 나름 고급인력인 데다 발해의 미래를 키워내는 곳이니 정부에서도 세심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하지만, 흠. 그렇군. 기본적인 글을 읽을 줄 아는 자들을 늘려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하네. 하니, 이렇게 하면 어떤가?”


“어···. 음, 이게 될지요.”


최 장관의 떨떠름한 표정에 나는 밝게 미소지었다.


“돈을 향한 인간의 욕망을 얕보지 말게.”


그날부로 각 지방의 지방관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명령서가 하달되었다.


“겨울 학교···?”


“농한기에 글을 가르치라고? 젠장, 겨울엔 농사를 쉬는 거지 우리가 쉬는 게 아닌데.”


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그들이었지만 뒷장을 넘기고는 환호했다.


“한 장의 글 정도만 읽으면 된다고? 허, 그러면 이 주 내지 삼 주면 충분하겠군!”


“식자율에 따라 성과급에 승진 점수 추가?”


“이거 할 만하다!”


나는 각 지방의 보고를 듣고는 픽 웃으며 결과를 교육부 장관에게 건네주었다.


“이게 적절한 돈의 힘일세.”


이건 고작해야 교육이 확대되는 수준이 아니다.


지방관들로서는 겨울 학교를 위해 기본적으로 행정력을 더 꼼꼼하고 확실하게 투사하려고 노력하겠지.


즉, 곧 중앙의 행정력 강화와 세수 증대도 기대해볼 수 있는 사업인 셈.


그리고 신민들에게도 그리 나쁜 이야기는 아닌 것이 글을 배우면 식자 감세 혜택은 그대로 받는 데다가 만약 집에 어린애가 있다면 보내서 식비도 절약할 수 있다. 물론 무료는 아니라지만 원래 급식으로 대량조리, 대량배급을 하면 자연히 저렴해지는 법.


발해 교육은 정규교육인 초등학교~대학교와 속성 교육인 겨울학교, 투트랙 전략으로 갈 셈이다.


초등 의무교육하면 좋기는 하겠지만 그것도 아무나 하는 건 아닌지라, 지금 이 시점에서는 이게 최선 아닐까.


물론, 이 모든 건 겨울학교 사업이 잘 굴러간다는 가정하에서지만 적어도 내 대가리 속에서는 현 예산과 행정력으로 이 이상의 정책을 뽑아낼 수 없었다.



“다행히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군요, 참으로 다행인 일입니다.”


일본과의 군사적 마찰이 일어나지 않아 가장 환호했던 부서는 역설적이게도 육군부였다.


“허, 천하제일의 육군부가 그렇게 약한 말해도 되나?”


“껍데기만 천하제일입니다, 전하.”


“하긴, 그렇긴 해.”


남들이 들으면 기겁할 소리였지만 나와 견훤은 아무렇지도 않게 입 밖으로 내뱉었다.


“사단 편제로 바꾼 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새로 도입한 삼각 편제도 이곳저곳을 다듬고 고쳐나가고 있는지라···. 냉정하게 말해서 작전 수행능력이 거의 절반으로 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뭐, 어차피 연극 아닌가.”


이런 사실을 일본 대사에게 은근히 흘리면 그것도 나름 압박이 된다는 건 모두가 동의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상층부가 아무런 액션도 없다면 사기가 어떻게 될지는 뻔한 일 아닌가.


“그래도 견 장군 덕분에 일이 빠르게 진행되는구만”


이건 진짜다. 나 혼자 했으면 시간이 배로 걸리지 않았을까.


신무기를 도입하고 편제 자체도 뜯어고치며 발해 역사상 처음으로 사단급 부대를 지휘하는데 이걸 나 혼자 하라고?


사람들이 대단히 크게 착각하고 있는 게 있는데 총이 등장한다고 해서 군인을 단기간에, 대량으로 찍어낼 수는 없다.


총은 어디까지나 ‘민병대’를 단기간에, 대량으로 찍어낼 수 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총 쏠 줄 안다고 무조건 군인이 되나? 그건 또 아니거든. 내 기억하기로 조선군의 문제가 그거였지, 아마? 조선군은 총 쏘는 사람은 많았을지언정 대열을 갖춰 야전 기동을 할 수 있는 군대는 없었다. 정묘-병자호란 때 탈탈 털린 이유기도 하지.


적어도 정규군 수준의 군대를 길러내기 위해선 최소 일 년 이상은 투자를 해야 한다.


그런데 그것도 훈련시켜 줄 사람이 있을 때고, 맨 처음 가보는 길인데 누가 알려주나. 큰 그림이야 내가 대강 밑그림을 그린다고 쳐도 그걸 완성하는 건 결국 실무진들이니 하나하나 시도하며 개량하는 수밖에는.


“그래도 조금 아쉽기는 합니다. 원래 실전을 겪으며 문제점을 고쳐나가는 것이 제일인데-”


어쩌면 필리핀에서 국지전 정도는 일어날 수도 있지? 솔직히는 원치 않는 일이라 굳이 입 밖으로 내뱉을 생각은 없지만···. 글쎄? 세상 일이란 모르는 거니까.


작가의말

돈: 대다수의 경우 인간을 홀릴 수 있는 만능 물질. 유혹에 실패한다면 돈이 부족했을 확률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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