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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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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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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0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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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용이 나뉘다14

DUMMY

건국력 132년(서기 911년) 여름

서울, 월혜정


“왠일로 기분이 좋아보이는군”


“흠, 우수한 강재가 두 배로 들어오는데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


“하긴, 태웅은 늘 고품질 강재에 목말라 했지.”


이 시대의 기계식 시계라는 건 정말로 까다로운 물건이었다. 신뢰성도 영 낮고 제작하기도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그 들어가는 재료조차도 초강법으로 만들어낸 어설픈 강철로는 어림도 없었다.


그런 와중에 간도를 합병하고 거기서 나오는 자원을 활용해 코크스 제강로를 과감히 확장하자 온 발해의 공돌이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안타깝게도 비용상의 문제로 과감히 확장이라고 해봐야 겨우 연간 오백 톤 정도를 생산하는데 그치지만(발해의 연간 강철 생산량은 만 이천 톤임을 상기하자) 어차피 정밀기계부품에 고품질 강철이 무기 만들듯 들어가는 것도 아니니 확실히 숨통이 트인 셈이다.


“그래서 맨날 꼬장만 부리던 신 할배가 요즘은 조용했구만?”


“허, 말이야 바로 하랬다고 내가 괜한 곳에 심술을 부렸나? 시계는 아무나 만드는 게 아니야! 미세한 강철 부품 하나하나를 오차 없이 맞춰야 한단 말이야! 그런데 요즘 것들은 몸이 편하고자 에잉...”


“쯧, 그랬다간 제삿밥도 못 얻어먹네. 좀 성질 좀 죽이게.”


“관심 없네. 것보다 전세홍이는 오늘도 불참인가?”


김정필 삼화기계 사장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그의 불쌍한 친구를 애도했다.


“뻔하잖나. 왕실 기업을 경영하는데 시간이 날 리가?”


미르로 시작해 발해 왕립 기업집단으로 진화한 지영의 상단은 정말 온갖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생필품인 철강과 목화를 각 기업들에게 공급하며 그 지점들은 이곳저곳에 퍼져 기초적인 생활수준을 보장하게 해주는 일종의 편의점 역할도 하고 있다.


그뿐인가? 일본과의 철강 협약도 그렇고 남월과의 거래도 그렇고 어쨌건 발해 왕립 기업집단의 업무에 속하는 일이니 그 일이 오죽 많을까.


덕분에 지영도 처음에야 직접 경영에 뛰어들었지만 나중에는 진저리를 치며 전문 경영인 제도를 신설해 유능한 경영인을 고용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며 굵직한 틀 정도만 상의하고 보고받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면서도 좋다면서 다니는 것을 보면 신기할 따름일세. 제 기업도 아닌데 원”


“대신 명예가 붙잖나. 왕실을 등에 업고 일할 기회가 흔한 것도 아니고.”


그리고도 발해 내에서 가장 큰 기업이기도 했다. 아마 십 대 기업 중에 발해 왕립 기업집단과 얽히지 않은 기업은 없을 터였다.


하인 노릇도 고관이나 사장 집에서 하라는 말이 있듯이 남들 눈으로 볼 때는 고작해야 월급쟁이 사장에 불과하지만 그 뒤에 왕실이 있다면? 그리고 그 하인 노릇 하는 곳이 발해 최고의 기업을 넘어 아예 기업집단이라고 불리는 곳이라면?


‘아마 월급이 어지간한 기업의 사장의 수익 이상일 텐데’


김정필의 생각은 대강 맞아떨어져서 전세홍 최고경영자는 남부럽지 않은 월급에 더불어 막대한 성과급도 챙겨가고 있기는 했다.


“흔하지 않아서 더 심장떨려 죽겠네만”


“허? 안 올 줄 알았더니?”


전세홍은 고개를 젓고서는 술을 죽 들이켰다.


“늙은이들 슬슬 시체되기 전에 만나야지.”


“거, 세 살 정도 어리다고 유난은”


“가는 데는 순서가 없다 하였네.”


발해 최고의 부자들이, 서로 빨리 죽으라고 악담이나 하고 있으니 참으로 훈훈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쯧, 사람들 인성 하고는.”


“끼리끼리 만난다 하지 않는가. 암울한, 무덤냄새 나는 이야기는 그만하고 자네 이야기나 좀 듣고 싶네만. 심장떨린다니?”


“거의 매일같이 국왕 전하와 독대하는데 심장이 가만히 있으면 그게 이상한 놈 아닌가?”


자주 만난다는 점에서는 일반적인 고관들이랑 같지만 정부는 엄밀히 공공기관이고 발해 왕립 기업집단은 놀랍게도 지영의 사기업이다.


준 공기업 취급이긴 하지만 일반적인 고관대작 한 명을 해고하는 것과 전문경영인 한 명을 해고하는 것의 무게는 엄연히 달랐고 전세홍 역시 이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물론, 지영의 성격상 그럴 일은 없다는 건 알고 있지만 쥐가 고양이를 무서워하는데 괜한 이유가 필요하겠는가?


고양이가 열심히 해바라기 씨를 쥐에게 줘도 태생이 고양이라는 건 변치 않는다. 그런데 그 고양이가 백 오십년 묵은 고양이라면?


“뭐, 말이야 그렇게 해도 할만 하다네. 보람차지 않았다면 진작 때려쳤지.”


“그렇다니 다행이군.”


“자자, 일 이야기는 그만하고 건배나 하세나. 벽에 똥칠하기 전까지만 살기를!”


“염병할”



건국력 132년(서기 911년) 여름

서울, 육군사령부


“아, 그래. 보고서는 잘 읽어 보았네. 그런데, 상관은 어디에 가고 귀관이 왔지, 유금필 대령?”


“현재 견훤 중장은 북방 방어선 시찰을 위해 출장 중인 상태입니다. 해서, 부득이하게 부대 내 최선임자인 제가 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철은 숨을 내쉬며 책상을 가만히 두들겼다.


“그렇군. 뭐, 좋네. 육군 내 최고 유망주 중 한 명과 깊게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흔치 않지. 차라도 한 잔 하겠나?”


“감사히 마시겠습니다.”


“음, 그래. 흠... 차 맛이 아주 좋군.”


김철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가죽 의자에 살짝 늘어지듯 앉았다.


“귀관도 좀 늘어져 있어도 괜찮네. 가끔 이렇게 여유를 부려줘야 뇌도 쉬고 그 뒤에 일도 잘 되는 법이니.”


당연하게도 유금필은 살짝 힘을 뺐을 뿐, 특별히 자세를 풀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런 반응을 예상했던지 김철은 쓰게 웃으며 차를 홀짝였다.


“슬슬 가닥이 잡혀간다는 이야기는 들었네.”


“예, 큰 틀은 잡혔고 세부적인 내용도 많이 조율되었습니다. 빠르면 내년에, 늦어도 내후년에는 전군의 편제를 바꾸고 장비를 지급하며 훈련을 시작하겠지요.”


“그건 마음에 드는군. 다들 신병기를 써보고 싶어 들썩거리고 있거든. 뭐, 그거야 되었고. 이건 귀관의 개인적인 생각을 듣고 싶어서 하는 질문이네만-”


김철은 아까까지 늘어져 있던 모습은 모두 거짓말이라는 듯 눈을 번뜩이며 물었다.


“신병기를 사용하면 우리 육군은 몇 만의 군대를 가져야 중원을 막아내고 부분적인 역습까지 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건 보고서에-”


“난 귀관의 의견을 물었네, 유금필 대령. 그리고 귀관의 대답은 내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닌 듯 하군.”


“... 부분적인 반격이 어느 선까지 예상하십니까?”


“낙양 함락 및 유지.”


유금필은 숨이 턱 막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김철 상급대장은 상대적으로 널널한 인사라는 평을 한 사람들을 모조리 쏴 죽이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느꼈다.


‘젠장, 저게 어딜봐서 물렁한 인사냐고.’


이래저래 자리가 비고 군 개편의 특수성 덕에 빠르게 대령의 자리에 오르기야 했지만 그래봐야 대령. 국가의 대계에 오늘날로 따지면 육군참모총장인 육군사령관 앞에서 이런저런 말을 붙이기란 상당히 어려웠다.


그렇다고 지금 여기서 빼기에는 곤란했다. 김철의 눈에 서린 것은 대답을 듣고 싶다는 단호함과 동시에 어떤 대답이 나올지에 대한 기대가 서려있는 것을 읽어버렸기에-.


‘지른다.’


명쾌한 답을 내린 유금필은 냅다 질렀다.


“북방 방어선 사수에는 네 개 사단이면 충분합니다. 다만, 부분적인 반격에 대해서는 모든 발해의 남성이 총을 집어들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흠, 하긴. 중원을 상대로 버티려면 막대한 물자와 자원이 들어가지. 그렇다면 대령의 생각은 어떤가? 우린 중원을 상대로 어떤 전략을 펼쳐야 하는가?”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제 개인적 생각으로는 상대하지 않고 버티며 체급을 키우는 편이 낫습니다. 전하께서도 우려하셨듯 저들의 군사적인 역량은 시원치 않기 때문에 의외로 열 몇 개의 사단을 편성하고 밀어붙인다면 승리할지도 모릅니다만-”


“통치가 문제겠지. 흠, 알겠네. 많은 이들이 생각을 들어보았지만 대부분 의견이 일치하는군.”


김철은 김철 나름대로 육군 양한 이들에게 이런 식으로 은근히 물어보며 전략을 검토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도 현 전략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확신은 더욱 강해졌고.


“좋아. 뭐,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 유산탄이라는 것을 일반 대포에서는 발포가 불가능한가? 지금까지 시간이 꽤 흘렀잖나.”


“불가능합니다. 조병창들도 손을 내젓더군요.”


“만약 유산탄을 일반 대포에서도 운용할 수 있다면?”


“불발률이야 꽤 되겠지만 그래도 살상력이 획기적으로 올라갑니다.”


“쯧, 아쉽군. 그런데, 그 유탄. 그건 정말 쓸모가 있나? 괜히 생산만 복잡해지는 것 아닌가?”


“일선 중대장의 화력지원에 즉각적으로 응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입니다. 불안정한 면이 있다고는 하나 충분히 감당할 만 합니다.”


“흠, 그래봐야 40mm 짜리 아닌가... 나로서는 좀 의문이 드는 군. 이건 나중에 따로 확인하지. 그리고 그 저격수 건 말인데”


평양 조병창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위장복과 저격수는 사단에 편제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위장복이야 흠잡을 곳이 없었고 강선총이 비싸다고는 해도 사단에 고작해야 몇십 정, 정도를 배치하고 그 저격수들이 적 지휘계통을 타격한다는데 못할 것도 없었다.


문제는 그 먼 거리를 어떻게 저격할 것이냐, 라는 문제였는데 평양 조병창은 이를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해결했다.


‘그냥 멀리 볼 수 있는 사람을 저격수 시키면 조준경이 필요없다!’


‘그래서 그 멀리 볼 수 있는 사람은 어디서 구하냐고.’


‘연해도, 간도에 많던데’


그렇다. 어쨌건 그들도 유목민이고 몽골 초원에서 흘러들어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당연히 그들의 시력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 이상이었고 고작해야 사단 하나에 몇십 명도 안되는 저격수 인원을 충원하기엔 너무나도 충분하고도 넘치는 숫자였다.


“내가 직접 그들을 검증할 필요는 없겠지?”


문제라면 몽골 초원에서 흘러들어오는 간도 출신 유목민이 첩자가 아니라는 보장은 전혀 없었으며 저격의 특성상 제아무리 백전노장의 사단장, 군단장이라도 16.5MM의 납탄 앞에 시체로 변하는 것 이외에는 답이 없었다.


“물론입니다. 철저히 검증된 인원들만 뽑았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렇다면 되었네. 나머지 사항들은 보고서를 통해 확인했고... 흠, 즐거운 시간이었네. 이만 돌아가봐도 좋아.”


유금필은 그 말에 멋들어지게 경례를 하고는 사령관실을 탈출했다.


작가의말

눈에 스코프가 탑재된 사람들 ㄷㄷ;;;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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