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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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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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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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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 나뉘다 8

DUMMY

“허, 질리게도 싸워대는군”


일본 대사 권지현은 혀를 쯧 차며 창문을 닫고 커튼을 쳤다.


“그래도 대사관은 멀쩡하지 않습니까?”


“당연히 멀쩡해야지. 여긴 우리 땅인데”


대사관은 각국의 영토로 취급된다. 권지현이 느긋하게 전쟁 구경이나 하다 혀를 찾고 의자에 널브러져 있을 수 있는 이유였다.


“그너저나 대체 어디의 편을 들어야 하나”


“선택의 여지가 있습니까? 당연히 북조의 편이지요. 정통성도 그렇고 애당초 왕비께서 누구신지를 생각한다면-”


“그렇긴 한데 굳이 먼저 편을 들 건 없습니다. 우리도 전쟁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솔직히 북조의 정치적 환경은 굉장히 불안정합니다.”


다이고 천황의 기지로 그래도 나름 결속력이라는 것이 생기기야 했다. 하지만 원체 감정의 골과 불신이 뿌리 깊은지라 안정된 상황이라고 말하기란 어려웠다.


더구나 생산력 자체도 북조가 밀려버리고 이북에는 아이누가 적대적인 상태로 남아 있었다.


“최 장군님은 어찌 보십니까?”


주일대사관 국방무관(주재무관)을 맡은 최영 소장은(당연하지만 우리가 아는 그 최영은 아니다) 수염을 쓰다듬으며 느긋이 답했다.


“군사력 자체는 북조가 우세합니다만, 흠. 그렇군요. 앞에서 나온 것처럼 북조의 정치적 환경은 극히 불안합니다. 반면 남조는 군사력은 형편없지만, 정치적으로는 그래도 꽤 안정되어 있지요.


만약 제가 남조라면 절대 싸움을 받아주지 않을 겁니다. 승리하게 되면 뭉칠 테니까요. 다만, 솔직히 이 싸움은 한두 해 갈 싸움은 아닌 듯싶습니다.”


“그 이유는요?”


“이해관계자들이 사방에 퍼져있잖습니까? 온 지방을 들쑤셔야 합니다. 그것도 적들 앞마당을 하나씩 들쑤셔야 하지요. 북조든, 남조든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리고 종합적으로 양측의 전력은 팽팽합니다. 누가 먼저 결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초기의 흐름이 정해지겠군요.


그 이상은 들어오는 정보들이 좀···. 애매한지라 조금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맨땅에 머리 박아서 이 정도면 충분하죠. 우선 정보수집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겠군요. 그래도 최 장군님 뜻도 비슷하니 일단은 중립을 지키는 쪽으로 하죠.”



=====



“그래, 여송 섬에 국가가···.”


“국가라기보다는 도시 정도가 적당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빈 곳도 많고 적당한 항구 입지도 찾았으니 우선 그곳부터 건설을 시작했습니다.”


그럼 괜찮지. 빈 곳이 있다면 그곳의 장악할 방법 정도는 생각해 두었다.


“좋아, 지금처럼 계속 진행하라. 성과급을 줄 터이니 나갈 때 챙겨가는 것 잊지 말고.”


그들이 나가자 왕건은 내게 슬며시 말했다.


“지난번 말씀해주신 방법을 쓰실 요량입니까.”


“그렇지, 전비보다는 확연히 쌀 테니까.”


아무리 바닷길을 통해 군사를 보내는 것이 뭍길을 통해 보내는 것보다는 싸더라도 그 비용은 감히 무시할 만한 것이 못 된다.


적어도 한 개 여단, 아니지? 한 개 사단은 보내야 할 텐데 그러자면 동원해야 하는 수송대의 양도 장난이 아니고 비용도 만만찮게 깨진다.


무엇보다도 군을 감축하고 있는데 한 개 사단 정도를 뚝 떼어내 보내버리면 국내의 병력은 끽해야 세 개 사단이 전부일 터.


“그건 그렇고 셋째를 낳았다고?”


“예, 전하.”


“허, 내가 공만 한 것 업고 돌아다닐 때가 엊그제 같은데”


“크흠, 언제적 이야기를 하십니까. 저도 이제 세 아이의 아비입니다.”


“느그 아버지도 내가 업어 키웠어, 이놈아.”


그 한 마디에 왕건의 입이 꾹 닫혔다.


내가 지금 왕씨 가문 삼대를 다 보고 있는데 무슨 헛소릴.


그래서 세간에서는 왕씨 가문은 왕의 최측근 가문이라는 설도 돈다.


“그 은혜야 항상 감사하고 있-”


“당연히 감사해야지. 아, 그건 그렇고 이제 퇴근하게. 인수인계도 다 되었을 것 아닌가? 한 몇 개월 진득하게 아내 곁에 붙어있다 와.”


“예?”


“어허, 아내가 출산을 했으면 당연히 남편이 붙어있어야지. 삼 개월간 출근 금지야. 사라져.”


겉으로는 싫다고 하면서도 입이 씰룩대던 건이 퇴근을 하자 지켜보던 조경에게 슬쩍 말을 걸었다.


“수석비서, 이제 나랑 한 삼 개월간 일 좀 해야겠군?”


“예, 전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조경이 본 왕건은 괴물이었다.


비서실장은 말이 차관급 관료지 실상 온 조직을 통솔하며 지영의 명령까지 전부 처리하는 자리였다.


까놓고 말해서 어지간한 일은 그의 손을 한 번이라도 거치지 않은 일이 없으니 왕건의 행정적 능력이 얼마나 우수한지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이 비서실장과 가까이 있노라면 왜 비서실장이 국왕의 최측근이고 유력한 내무성 총리로 대우받는지 확연히 알 수 있었다.


“좋군. 바로 일을 시작하지. 간도는 좀 어떤가?”


“엄청난 풍작입니다.”


“음, 그렇지······. 뭐?”


엄청난 풍작?


그럴 리가 있나. 땅은 좋아도 아직 개발도 덜 되었고 기후가 똥이라 결과적으론 똥땅인데


“새로 들어온 밀 종자가 이래저래 잘 자란다는군요. 여기 그 밀입니다.”


나는 그 밀 종자를 유심히 보고서야 풍년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놈이라면 그럴 만하지.”


그 밀의 정체는 다름 아닌 호밀이었다.


호밀을 쉽게 설명하자면 어디서도 잘 자라는 밀 종족의 잡초 같은 놈이다. 서방과의 교역 중 어쩌다 낑겨왔나 보군.


“이미 아시는 듯하지만, 이 호밀은 어디서든 잘 자랍니다. 식량 사정에 큰 보탬이 될 것 같습니다.”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가 알던 한자랑은 살짝 달라졌다. 아무 곳에서나 잘 자라서 좋다고 좋을 호자를 쓴다고.


어쨌간에 잘 자라기만 하면 그만이니 좋다.


“좋아, 문제는 일본 이놈들인데. 자네 의견은 어떤가?”


“크흠, 그러한 것은 아무래도 국무회의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옳지 않겠습니까?”


흠, 몸을 사리는 데 그럴 수도 있지.


“원래 정책 자문도 비서실장의 일이야. 자네 의견이 무조건 정책에 반영되는 것도 아니니 속 시원히 이야기를 해 봐.”


“흠흠, 소신의 생각으로는 즉각 개입하시는 것이.”


“북, 남?”


“북입니다.”


“이유는?”


“북조가 정통이기도 하고 전하의 처가되시는 분들입니다. 명분으로 보나, 일본 내를 보나 손을 들어줘야 하는 쪽은 명확하다고 생각됩니다.”


하긴, 이건 선택지 자체가 없다시피 하지. 고를 수 있는 건 개입의 수위와 타이밍인가.


할 일도 많은데 왜 이러는지.



=====



신임 국장으로 부임한 영호는 아주 의욕적으로 업무에 착수했다.


차별은 안 한다 안 한다고 해도 굴러온 돌이 밉보이는 일이야 천하 어딜 가도 흔하단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고 어쨌건 자신을 신뢰해 이렇게 고관직에 앉혀 놓은 것 아닌가.


적어도 인간이라면 은혜를 받았으면 보답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리고 그런 신임 국장의 눈에 띈 건 한강이었다.


서울에 살면 사실 한강이 가장 눈에 밟히는 게 정상이었다.


“한강 이내 1km는 주거 금지라고?”


“예, 아무래도 수해 피해가 좀 심해서···.”


“그렇다면 내가 나설 차례군, 자 가세!”


처음에는 딱히 믿음직스럽지 못했지만 영호가 조목조목 이곳저곳을 짚어나가자 휘하 관료들은 그가 단순한 낙하산이 아님을 눈치챘다.


갑자기 국장 자리에 앉은 것이 꼴받기는 해도 그만한 능력은 갖추고 있었다.


영호는 영호대로


‘얘네들 수리 기술이 좀 별론가?’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막상 주어지는 철근 콘크리트와 시멘트 등은 그런 생각을 날려버리기엔 충분했다.


거기에 여러 서적이나 자료들을 보건대 발해의 토목기술은 절대 뒤떨어지지 않았다. 문제가 있다면 경험.


“아니, 국장님. 아무리 그래도 저희가 쌓아온 기술이 있고 건국 이후에는 그 기술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는데 경험이 모자라다뇨.”


“경험이 모자라단 소리로 한 게 아니었소. 하지만 나는 대운하며, 황하며 하던 곳에서 일하던 몸이요. 발해가 그런 대규모 수리시설을 건축하고 운용한 바가 없잖소. 전하께서 나를 국장 자리에 앉힌 것이 이해가 되는구려.”


그 말에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제아무리 한강이 한반도에서는 큰 강이라고는 하나 황하나 대운하를 들고 와버리면 이야기가 또 달라졌다.


특히나 한강도 까탈스럽기 그지없는 강이라지만 황하는 더했다. 그런 곳에서 낑낑대다가 온 사람이니 그 경험을 경시할 수 있는 자들은 적어도 이곳엔 없었다.


“자료를 보니 황하도 황하지만 한강도 만만치 않더구려. 그러니 차라리 넘치는 것을 전제로 하고 계획을 하는 것이 나을 것이외다.”


영호는 황하에서 부대끼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안 되는 일은 어차피 안 되는 일이니 그것까지 해결하려고 하면 답이 없다는 것을.


지영이 주변 1km 이내에서 살지 말라는 이유도 아마 그것과 관계있을 터였다. 어차피 홍수를 막을 수 없으니까. 실제로 현대에서도 한강은 종종 넘쳐서 난리를 일으키기도 하고.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한강변 300m에 둔치를 조성한다는 장대한 계획이었다.


“어차피 기본은 해 놨지 않은가. 그리고 기술도 발전했으니 굳이 1km를 다 홍수 방비용으로 버려둘 이유는 없음이야.”


“어···. 하지만, 국장님? 이건 좀 너무하지 않을지. 어찌 건물이 몇 개의 기둥만으로도 지탱이 가능하답니까?”


“... 자네들 발해에서 한평생 살지 않았나? 어찌 이런 훌륭한 재료를 썩히고 있나?”


영호가 보기에는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었다.


아니, 홍수가 무서우면 아예 1, 2층에는 기둥만 두어 지탱하면 될 것이 아닌가? 철근 콘크리트라는 희대의 재료는 두었다가 어디에다 써먹게?


“물이 넘칠 걸 걱정하지 말고 아예 물이 이짝까지 넘친다는 걸 가정하고 건물을 지으란 말일세. 이른바 수상가옥이라는 것이지.”


수상가옥 외에도 영호의 아이디어는 말 그대로 쏟아져 나왔다.


“강 근처에 인공 수로를 만드세. 공간이야 있으니 좀 깊게 파면 홍수의 피해를 줄여줄 것이야. 그리고 수로 위에 아까 말한 수상가옥을 올리면 그늘도 생길 테니 만일 더우면 그곳에서 더위를 피할 수도 있잖은가?”


“토사가 흘러 들어가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네. 한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하천들은 한강만큼 크질 않으니 강변을 콘크리트로 깔끔히 정리하면 토사도 덜 흘러 들어가니 좋을 것 아닌가? 만일 숲이 보고 싶다면야 그 위에 조성하면 되는 일”


같이 의논한 것이지만 확실히 생각대로 굴러가면 꽤 좋아 보였다. 그리고 자신들이 보기에도 생각대로 굴러갈 확률은 높아 보였다.


다만 항상 그렇듯


“이게 과연 예산이 내려올지···.”


아무리 봐도 이게 일이년으로 끝날 공사가 아니지 않은가. 적어도 십 년, 이십 년은 붙들어야 할 것 같은데 이게 예산이 지금 나올까?


작가의말

황하가 좋긴 한데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큰 단점도 있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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