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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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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최근연재일 :
2024.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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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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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 나뉘다5

DUMMY

조경은 두 가지에서 크게 놀랐다.


첫째는 바로 자신이 비서실에 소속되었다는 것.


비서실장인 왕건이 일을 원체 잘 했기에 비서실장이 되지는 못했지만, 수석비서까지는 되었다.


기존에 하던 자사, 그러니 도지사보다는 한 품계가 내려갔다고는 하지만 중앙직의, 그것도 국왕의 직속에 속했다는 것은 생각보다 엄청난 것이었다.


둘째는 당나라 출신 인사들이 생각보다는 눈에 띈다는 것이었다.


당-발해의 관계가 썩 좋지만은 않은 만큼 당나라 출신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굉장히 의외인 부분이었다.


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다.


‘중원이란 모든 것을 품어야 하는 법.’


지영이 들으면 박장대소할 소리였지만 나름 진지했다.


그가 아는 제국이란, 중원이란 천하의 중심이요, 만물을 포용하거나 다스릴 줄 알아야 했다.


그런 마인드 덕에 발해의 생활에 재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내심 걱정한 지영이 입맛을 다시며 술을 한 병 더 깔 정도로.


예절이 간소한 이유?


‘허례허식을 폐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공자께서도 예식을 복잡하게 하라고 하신 적은 없다.’


여인이 관료를 하는 이유?


‘자국민을 포용하는 것에 이유가 있을 수가 있나.’


돈을 밝히는 이유?


‘그래서 그 돈이 돌며 발해와 백성을 살찌우고 있지 않나.’


다만 한 가지 영 마뜩잖은 것이 있다면 바로 발해는 공창제가 합법화된 국가라는 것이었다.


‘아무리 국가가 관리한다고 해도 몸을 함부로 굴리는 것은 좀···.’


그가 생각기로 여성들은 정숙할 필요가 있었다.


그 정숙의 선이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남성과 접촉해서는 안 되며- 이런 것이 아니라 적어도 신중히 교제하는 연인이나 혹은 반려에게만 몸을 허락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럼에도 발해는 여전히 순항 중이었지만 딱히 달갑지 않음은 분명했다.


그것과 별개로 그 사실을 지영에게 보고하고 싶은 생각은 딱히 없었다.


왜냐? 애초에 금지할 것이었다면 애초에 금지하지 않았겠는가? 그렇다면 현재로서는 금지할 생각이 전혀, 혹은 그에 가깝게 없다는 것이 된다.


‘그런데 굳이 지금 긁어 부스럼을 만들 이유가 없다. 그리고 무슨 이유가 있겠지.’


다른 건 모르겠으나 적어도 그가 본 지영은 생각 없이 일을 벌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발해가 고구려와 치고받느라 생긴 상처에 조심스레 마데카솔을 바르는 동안 일본의 상황은 한층 더 급박하게 돌아갔다.


본격적으로 귀족파와 천황파로 나뉘게 된 것.


일본의 상황이란 조금 더 복잡해 후지와라 vs 천황의 구도는 맞았지만, 더 들여다보면 천황-원주민 연합 vs 후지와라-도래인 연합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했다.


어쨌건 일본은 섬나라였고 문명 전파가 늦었으며 선진 문명이 제일 먼저 전해진 것은 규슈 지방이었다.


그래서 일본의 신화를 보면 규슈 지방에서 점차 동쪽으로 이동하는 신화다. 한마디로 도래인이 점차 동쪽으로 퍼지는 것을 표현했다고도 할 수 있었다.


이 도래인들은 상당한 권력을 가지고 있었고 또한 유능한 기술자이며, 학자이고, 군사 전문가이기도 했다. 한반도에서 왔건, 중국에서 왔건 일본보다 더 기술적-사회적으로 발전한 문명 세계에서 온 것이었으니.


실제로 일본의 동서갈등은 꽤 심한 편이었고 원역에서도 이쯤에 동방에서 무려 신황(일본에서 내가 천황이 될게! 라고 하며 일으킨 반란은 없다.)을 자처하며 간토(지금의 도쿄 지방)에서 타이라도 마사카도의 반란이 일어난다.


여기서 무사도 끼어들었다. 지방에서 꾸물거리며 세를 불리던 무사들은 중앙 권력으로도 진출하고 싶어했고 이 분열은 위기만 잘 넘긴다면 좋은 기회였다.


여기서 다이고 천황은 천황이라는 입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동부의 세금을 완화하고 인재를 등용하겠다.”


“군공을 공정하게 평가하겠다.”


일부 재무 상황을 걱정한 신하들도 있었으나 다이고 천황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반문했다.


“그래서 그 잘난 동부의 세금은 도대체 얼마나 오고 있소?”


거기에 답할 수 있는 신하들은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천황 면전에서 ‘거기서 세금 안 옵니다’라고 말할 순 없지 않은가.


인재의 등용? 이것도 문제가 될 건 없었다.


어쨌건 후지와라씨를 굴복시키려면 대체할 무언가가 필요하기는 하다. 즉, 좋든 싫든 인재는 등용해야 했다.


‘더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관료학교부터 건설한다.’


발해는 나름대로 교육 체계에 대해 일본에 알려주긴 했다. 문제는 늘 그렇듯 시간


‘대체 언제 초등학교부터 고등, 대학교까지 건설하고 교육한단 말인가?’


심지어 발해도 개혁 초기에는 임시로 관료를 찍어내 실전에서 깨져가며 배우지 않았나.


‘교육은 백년대계다.’


반대로 말하자면 최소한 십몇 년 정도의 중장기 계획이 아니라면 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은 최소화하는 것이 오히려 나았다.


그리고 발해.


발해에게 직접적인 지원을 바란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 어떤 국가보다 발해 근처에 있으면서 보고 배운 것이 있지 않은가?


어차피 자신의 명령은 먹히지 않는다. 왜냐? 명의가 이중 삼중으로 얽혀 있으니 고쿠시들은 세금 정책에 관여하지도 못하니까.


하지만 이게 참 오묘한 것이 어쨌건 명령은 내려졌지 않은가? 원칙적으로는 따라야 한다. 그게 바로 천황이 가진 가장 강력한 힘이었다.


“그들은 틀림없이 짐의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것이오. 허니 그대들이 가서 다토와 묘슈를 비밀스럽게, 잘 도와주시오.”


이건 일종의 거래였다.


무사들이 비밀스럽게 분탕을 치며 지역에서 명성을 쌓고 그 명성과 영향력은 최종적으로 천황이 승인한다.


그 대가로 천황은 동부 지역의 최종적인 지배권을 공고히 한다.


당연하게도 천황이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서는 안 되었으며 그 비밀스러운 움직임은 무사들에게는 최적의 역할이었다. 어차피 그들은 아직 중앙 차원에서 주의깊게 보는 존재가 아니었으니까. 그저 심부름꾼 정도였지.


그리고 천황 자신의 혈통도 아주 교묘하게 얽기 시작했다.


“짐은 십제 출신에게 강한 동질감을 느끼노라.”


그 근거인즉슨 간단했다. 원래도 백제 왕가와 일본 천황가는 연관이 있었다. 그 사실은 이 지구에서도 똑같았다.


“뭐? 그럼 우리가 천황 측근이 될 수 있나?”


천황의 이 말이 알려지자 도래인은 더는 같은 도래인으로 묶일 수 없었다.


동일한 실력을 가졌다 하더라도 천황의 최측근인 것과 아닌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였다.


“지금 백성들을 차별대우하겠다는 겁니까!”


“아니, 뭐 저기에 짐과 혈연인 자가 있을 수 있지 않나. 그걸 확인하고자 하여 그들을 부르려 하는데 혹시 경은 감히 황가의 일에 개입하려 드는가?”


여기서 다이고 천황은 무적 황가 방패를 사용하며 교묘히 공격해오는 칼날을 빗겨내는 묘기를 보여줬다.


“원래 정치란 건 어 다르고 아 다르더라.”


천황에게 훅 세대를 연속으로 쳐맞은 후지와라가는 얼얼했다.


“뭐야, 진짜 해보자는 건가?”


하지만 안타깝게도 다이고 천황은 공세를 멈출 생각이 없었다.


“짐은 건강하고 지병이 없으며 삶과 어진 통치를 펼치는 대에 의지가 강하며 자살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저격하는 겁니까!”


“찔리는가? 혹시···?”


말만 안 했지 이미 천황은 말한 셈이었다.


“둘 중 하나는 끝이 나야 한다.”


그리고 이 들리지 않는 말은 후지와라를 비롯한 귀족파에게 아주 확실히 들렸다.


“우리도 대비해야 한다.”


아마 천황은 틈을 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우선 세력을 확실히 끌어모으고 바로 받아칠 준비를 해야 했다. 일본에 전운이 조금씩 감돌기 시작했다.



=====



발해가 당나라에게 사실상 판정승을 거두자 신이 난 것은 안남이었다.


발해의 강성함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분명 강한 나라였고 발전한 나라였다. 발해와의 거래는 안남의 투쟁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었다.


하지만 당나라한테서 판정승을 얻어낼수 있었던 것은 발해가 강했던 탓이라기보다는 당나라가 그만큼 망가진 탓이 컸다.


즉, 발해가 판정승을 얻어냈다는 것은 당나라가 그만큼 망가졌고 그렇기에 안남에 대한 지배력이 훅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소리였다.


거기에 최근에는 한이라는 국가가 새로 독립하면서 서남지방의 지배력은 굉장히 약해진 상태였기에 기뻐할 소식만 그야말로 한가득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지금 안남의 전력으로 당나라, 하다못해 한나라하고 붙는 것도 위험했다.


그리고 어차피 당나라랑은 갈 데까지 갔지 않은가. 그간 지배받은 세월만 천 년인데 적어도 당나라를 견제할 수 있는 나라랑 친분을 더 적극적으로 쌓을 필요가 있었다.


“발해야말로 진정 본받을 나라다!”


이러한 상황이 맞물려 안남에서는 친 발해파가 득세하고 있었다. 객관적으로 보아도 지금 현재로서는 당나라를 향해 견제구라도 날릴 수 있는 그나마 유일한 국가였기도 했기에 안남은 힘차게 요구했다.


“더욱 깊은 관계를 맺기 원합니다! 더 직급이 높은 외교관을 파견해 상호 협력합시다!”


이 제안을 받아든 발해는 심히 당혹스러워했다.


더 직급이 높은 외교관, 즉 공사를 파견하자는 제안이었는데 문제는 공사 정도 되면 영사와는 다르게 직급이 상당히 올라간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그저 자치를 누리는 자들에게 파견하기에는 격이 너무 높았다. 거기에 공사쯤 되면 위치가 상당한지라 영관급 장교 정도 되는 주재무관에 호위 병력도 적어도 한 개 중대 정도는 보내주어야 했다.


문제는 어쨌건 명목상 자치라 실질적으로는 당나라 땅에 군대를 무단으로 보내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던지라 증거는 없었지만 이미 몇 번의 전과가 있던 발해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꺼려지는 제안이었다.


“우리도 세간의 인식이 있어 현 상황에서는 그게 최선이다. 왕이 등장한다면 그 이상의 관계를 진지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


발해의 역제안을 받은 안남 지도부는 심히 당황했다.


“독립? 지금?”


하지만 생각해 보니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누가 봐도 당나라는 지금 분열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미 한나라의 등장으로 남쪽 지방의 지배력을 상실했음은 명확해 보였다.


그렇다면 차라리 지금이라도 독립의, 다시 왕국의 기를 높게 들어 선포하는 것은 어떨까?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다른 때였으면 어림도 없었겠지만 지금이라면, 당이 심히 어지러운 지금이라면!


“이제 대업을 이루소서!”


“““이제 대업을 이루소서!”””


쿡트어주의 아들이 쿡하오는 잠시 망설였으나 이내 곧 옥새를 잡아들었다.


대를 이어 이곳을 다스리며 백성들과 고난을 함께했던 그였다.


이미 그는 중원인이 아닌 남월인이었다.

909년 기준 지도(14-5).png


작가의말

베트남 만세!

삽화는 현 화 기준 지도입니다. 포도향이 더욱 진하게 나는군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58 루이미너스
    작성일
    24.06.30 10:18
    No. 1

    이야... 옆의 마음만 대국인 소국이 쪼개지고(역시 대륙은 여러개로 나눠야 제맛이지)

    옆의 섬나라 뱀도 쪼개지네(뱀은 머리랑 꼬리가 쪼개지면 죽을텐데?)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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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6 통일8 +2 24.06.01 56 2 11쪽
305 통일7 +2 24.05.29 66 2 11쪽
304 통일6 +2 24.05.27 59 2 12쪽
303 통일5 +2 24.05.22 73 2 11쪽
302 통일4 24.05.17 74 2 11쪽
301 통일3 +4 24.05.13 72 3 11쪽
300 통일2 +2 24.05.09 74 2 11쪽
299 통일 24.05.06 88 2 11쪽
298 남북전쟁50 +2 24.05.01 90 2 11쪽
297 남북전쟁49 +2 24.04.22 87 2 11쪽
296 남북전쟁48 +2 24.04.19 77 2 11쪽
295 남북전쟁47 +2 24.04.16 85 2 11쪽
294 남북전쟁46 +2 24.04.12 74 2 11쪽
293 남북전쟁45 +2 24.04.08 81 2 11쪽
292 남북전쟁44 +2 24.04.03 79 2 11쪽
291 남북전쟁43 +2 24.03.30 84 2 11쪽
290 남북전쟁42 +2 24.03.26 86 1 11쪽
289 남북전쟁41 +2 24.02.29 9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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