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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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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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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65,309

작성
24.06.15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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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통일13

DUMMY

발해는 남은 비단과 금은마저 알뜰살뜰히 챙겨가는 일등 며느릿감다운 행보를 보였다. 그래도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 하는 법. 발해는 약간의 곡식을 풀었다.


그래, 풀었다. 이 단어가 문제였다.


“도대체 이 무슨 짓이오! 식량을···. 식량을 저리 풀어버리다니!”


“애초에 굶어 죽는 백성들을 위해 한 교환이 아닙니까. 절도사께서도 응당 이리했을 것이지요. 허나 지금 상황이 힘드니 부득이하게 저희가 손을 좀 거들어 식량을 나누어 천조의 백성을 위무한 것에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이 정도 뻔뻔한 것도 재주가 아닐까? 유인공은 수염을 바르르 떨며 자신의 노기를 표출했다. 그런데 또 직접적으로 화를 냈다가는 여기 있는 오랑캐가 백성들에게 또 뭔 수작질을 할지 두려웠고(그리고 이 예감은 적중했다).


식량을 유인공이 받았으면 여러모로 운신의 폭이 넓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백성들에게 이리 뿌려버리니 이 식량을 건드리려야 건드릴 수가 없어졌다. 원래 줬다 뺏는 놈이 가장 나쁜 놈 아닌가. 잘못하면 자신들을 몇 차례나 털어먹은 발해놈들보다 민심이 나빠지게 생겼다.


거기에 발해놈들은 한술 더 떴는데


“아, 우리 일할 사람 필요한데 어디 열심히 일할 사람 없나”


라고 말하며 사람들을 우르르 끌고 갔다.


당연히 유인공은 이를 격렬히 항의했고 이에 대한 답이랍시고 돌아온 것이


“아니, 아국도 천조를 모시니 엄밀히 말하면 한 나라에 속해 있다 할 수 있습니다. 구제받지 못한 백성들이 다른 곳으로 이주하는 것은 흔한 일인데 어찌하여 반대하십니까? 혹시 절도사께서는 이들이 모두 죽길 바라십니까?”


였다. 그것도 만백성이 다 듣는 앞에서!


마지막 질문을 ‘죽길 바라냐?’라는 말로 마무리 지어서 차마 ‘아니오’라고 답할 수가 없었던 유인공은 조금만 더 건드리면 온몸이 빵 터져버릴 것만 같은 형상을 하고 있었다.


‘저게 인간 화약이 아닐까.’


인체의 신비에 잠시 감탄한 그는 제 할 일을 마저 했다.


“이로써 양국의 백성을 구하고 묵은 원한이 사라졌으니 천자께서도 기뻐하실 것입니다.”


그 와중에 또 말을 바꿔서 ‘양국’이라고 하는 것 보라지.


발해의 사신이 떠난 후 정확히 일주일 뒤, 노룡절도사 유인공은 새로 얻은 지병인 화병으로 쓰러졌다.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왕건은 진심으로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도 나름대로 분탕에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거늘 경력은 경력이라는 것일까? 백 년 넘게 분탕을 쳐온 국왕의 한 수에는 경탄만 나올 뿐이었다.


어찌 저렇게 말라 보이는 걸레를 비틀어서 물을 짜낸단 말인가. 이게 진정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닐까? 모든 지출을 털어내지는 못했지만 상당한 양의 지출을 털어냈다. 그것도 약간의 미곡으로!


“칭찬 고맙네. 역시나 좋은 일을 하면 재물은 뒤따라 오는군”


좋? 은일? 도대체 어디가?


“천조의 신민을 구해 아래론 신민을 위무하고 위로는 천자께 충성을 다했지 않나. 이 재물은 그런 자비와 충성에서 비롯된 당연한 것 아닌가”


...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 사람이 발해의 왕이라서 참으로 다행이라고. 만약에 당나라의 천자였으면 발해는 이미 말라비틀어진 멸치보다 수분이 더 없었을 테니.



=====



발해 재무부가 하늘에서 떨어진 비단과 금에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사이 서간도와 동간도는 공포에 질렸다.


정말 상상도 못 했는데 진짜로 예산안이 통과가 되어 지급까지 되어버린 것.


“이런 젠장”


그 말은 뭐냐. 세워놨던 일들을 몽땅 다 처리해야 했다, 그것도 억이 넘는 금액만큼


왜, 현대 한국에서 지자체 예산이 남으면 그건 그것대로 골칫덩어리 아닌가. 발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예산을 남기면 돌아오는 반응이


‘니들 뭐 하길래 이 정도나 예산을 남기냐? 제대로 계산 안 해? 숨질래?’


였고 숨지기 싫은 도지사, 시장들은 어떻게서든 정확한 예산을 책정하고 집행하려고 무딘 애를 썼다. 그리고 그 와중에 중간에서 빼먹는 것들은 곁가지로 쓸려나갔고.


근데 재무부에서 무려 억이 넘는 예산을 한 개 도에 할당했는데 몇백, 혹은 천만 원씩 남기면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재무부에서 고용한 청부업자가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사람 모아”


“예?”


“사람 모으라고! 박박 긁어모아! 이 망할 도로부터 싹 엎는다!”


그렇게 한국의 유구한 전통 보도블럭 뒤엎기···. 가 천 년은 앞선 발해에서 시행되는 순간이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보도블럭 뒤엎기는 단순히 예산을 땅에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나름 이유가 있는 행위였다. 우선 인도 밑에는 전선과 수도관, 통신선 등이 지나기에 이들을 관리해줄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인도에도 수명이 있는 법, 깨진 블럭은 빼내고 멀쩡한 블럭을 끼워넣는 등의 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볼일 다 보고 최대한 원래의 보도블럭을 살려 넣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인프라 관리인 셈.


아무튼, 발해의 관료들은 발로 뛰기 시작했다. 고구려인들이 발해어를 알 리가 없던지라 발해 본토나 북해도처럼 한가롭게 방문을 붙인다는 선택지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말 타고 돌아다니면서 확성기에 대고 목이 터져라 외치는 수밖에.


우호적인 고구려의 유민을 옆에 끼고 계속해서 외치니 일부 고구려 출신 신민들이 밑져야 본전이지라는 심정으로 나와서 삽과 곡괭이를 잡기 시작했다.


사실 일이 이렇게 까다롭게 흘러간 이유는 몇백 년 전의 당나라 때문이었다. 당나라가 고구려 유민을 강제로 끌고 갔었고 이게 시간이 흘러도 어느 정도는 입으로 전해져 넘어왔기 때문.


생각보다 이러한 것들이 오래 가는 것이 무려 현대에서도 제주도 출신 어른들이 정부 말 안 들으면 죽는다고 하는 것들을 보면 알 수 있다.


“고생하셨습니다!”


“... 임금이나 제대로 주시구려”


“쌀로 드릴까요, 돈으로 드릴까요. 아니면 반반? 참고로 돈으로 받으시면 조금 더 드려요!”


“전부 쌀로 주시오.”


관료는 아쉽다는 듯 약속된 쌀을 배급했다. 결국, 여기도 돈을 굴려야 하는데 이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기존 발해인들이야 화폐를 신뢰하지만 새로 편입된 이들은 아닐 테니까. 그렇다고 이걸 강제로 해버리면 문제가 생길 테니 어쩔 수 없었다.


결국, 그 관료는 종일 비워지지 않는 돈 상자를 보며 침만 쩝쩝 다셨다.


간도에서 대규모 공공사업이 벌어질 동안 발해 내부도 바쁘게 움직였다. 이제 장차관들도 대부분 자리를 잡았겠다 본격적인 전후 처리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우선 전사자에 대한 예우부터 확고히 해야 합니다. 현충원에 추모탑을 세우고 묘지를 만듭시다. 그리고 유가족 및 상이군인 연금도 검토해야죠.”


“군축과 신무기 개발은 궤도에 올랐습니까? 이제 당나라와 관계를 국경을 접한 이상 이 부분도 분명히 신경 써야 합니다.”


“이번 전쟁으로 이민자가 굉장히 많이 늘었습니다. 국경을 몰래 통과한 난민도 분명 있을 것이고요. 대대적인 호적조사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음, 이 정도면 서류로 작은 책장 정도는 채우겠군. 아무래도 장관급까지 올라와 검토하고 건낸 서류니 최대한 요약된 것이겠지만 그래도 그동안 밀린 일이 있으니 아무래도 그렇겠지.


“우선 급한 일부터 하는 게 좋겠군. 우선 호적조사는 지금 당장 진행이 힘들 것 같은데. 음, 어차피 국가 복지를 누리려면 주민등록을 해야 할 테니 우선 두고 보지.”


“신무기는-”


“중한 문제는 맞지만 당장 올해에 시작해야 하는 문제는 아니지 않나? 개발 자체는 각자 예산 한도에서 시작하시오. 전사자 관련해서도 관련 부서랑 합의해서 진행하고. 다만, 개인적으로는 추모탑이라고 해도 많은 사람이 오고 기념할 수 있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네. 그래야 신민들이 보고, 잊지 않지. 이 부분만 좀 확실히 반영되면 괜찮겠군.”


솔직히 그래. 멋들어지게 만들어 놓고 아무도 안 오면 그거 관리비만 들지. 와서 추모도 좀 하고 나중에 가족들끼리 공원 나들이 오듯이 오면 좋잖아. 이미 우리 현충원이 그런 식으로 관리되고 있기도 하니 알아서 잘 하리라 생각한다.


“전하, 일본에서는 아국의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비용 문제만 해결된다면 언제든 도입할 의사가 있다고 하며 역으로 관료 양성에 대한 경험을 좀 전수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토번측에서 북방 초원을 통해 은밀히 특사를 보내고 싶다고 했습니다만”


토번, 토번이라. 토번은 지리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국가긴 하지. 토번이 우리와 우호관계를 맺으면 비단길의 안전성이 크게 높아진다. 비록 이집트 지역이나 혹은 중앙아시아 지역을 통해 교류를 할 수 있다고는 해도 그 정도 거리를 안정적으로 항해하기란 굉장히 힘든 일이다. 가능은 하지만 도대체 몇 척이나 살아올지는 모르는 거니까.


“경들, 토번이 과연 당나라 견제의 축을 맡을 체급이 되나?”


당나라가 조각난 케이크 마냥 나뉘긴 했다. 근데 그건 토번도 비슷했던 걸로 아는데.


“쪼개진 당이라면 충분히 할만합니다. 그리고 지리적인 특성상 우호 관계를 만들어 나쁠 건 없지요. 한번 접견 정도는 해보심이 어떨지요.”


“뭐, 그러면 그 부분은 외교부 장관이 잘 좀 해 주게나.”


그 외에도 국무회의에서는 정말 다양한 안건들이 올라왔다. 솔직히 왕 노릇 한참 하면서도 ‘이런 게 올라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진짜 여기에 앉아 있으면 인간은 모두 다르다라는 말을 절절히 체감할 수 있다.


“그런데 일본이 이를 거절한 것은 정말 의외입니다만”


“뭐, 돈이 없다지 않나.”


일본의 예산 부족 역시 나름 유래가 깊었다. 애초에 저렇게 봉건제를 실시하면서 본인 영지에서조차 세금을 거두지 못하면 예산이 풍족할 리가 없지. 그런 와중에 북방 개척은 하겠답시고 저렇게 벼르면서 군을 동원하니 돈이 있을 리가 있나.


“일본의 제안은 수락하실 겁니까?”


“어차피 상단을 키우고 있다지 않나? 그러면 알아서 행정 관료 비슷한 것들은 나올 텐데”


“중앙 집권이 되지 못하니까요. 이미 산업복합체인 미르는 고사하고 발해의 이십 대 기업에도 미치지 못할 겁니다.”


하긴. 일본 전체만 놓고 보면 우리보다 인구가 많, 아니지? 이제는 우리가 인구가 더 많을 거다. 아무튼, 적지 않은 인구와 영토를 가지고 있지만 그 영토와 인구에 중앙의 영향이 미치는 부분은 그다지 크지 못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네 도 하나만 못할 거다.


“적당히 도와주기는 해야지. 근데, 우리가 도와도 별로 달라지는 것이 없을 텐데? 잘라낼 땐 잘라낼 줄도 알아야 왕 노릇을 해 먹는 건데”


자기네 사람이니 당연히 포용하는 것이 좋겠지만 그게 될 시기는 진작 지났다. 그것도 격차가 좀 나야 가능한 거지 제 몸뚱아리만한 세력을 포용한답시고 그 세력이 어이쿠 하면서 들어오지는 않을 테니.


작가의말

예산이 남아선 안 된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57 루이미너스
    작성일
    24.06.16 10:18
    No. 1

    재무부 : 예산이 왜 남아? 그럼 그만큼 왜 청구했어? 죽을래? 폐하 입에서 '다시'를 듣고 싶어!?!??

    지영 : 인력도 내꺼, 민심도 내꺼, 어? 막을거야? 신민구제인데?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3 몽쉘오리진
    작성일
    24.06.17 13:21
    No. 2

    윗 사람의 작은 한 마디가 아래로 내려오면 폭풍이 되는 건 인류의 유구한 전통이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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