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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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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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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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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13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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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남북전쟁9

DUMMY

그건 분명 기근이라고 할 만했다.


이리저리 찢어지기는 했지만 그나마 간판 달고 운영하던 나라가 한순간에 빈사 상태에 빠질 만큼 치명적인 사건이었다. 하지만 이들을 더욱 골치 아프게 했던 건-


“기근인데 풍년이라니, 이게 무슨 개소리야!”


지금까지의 기근은 주로 자연에 의한 환경의 변화가 주원인이었다.


예를 들면 가뭄, 홍수, 혹은 황충 떼 등등···.


하지만 놀랍게도 이번 농사는 풍년이었다.


문제라면 쌀이나 밀 농사를 지은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지만, 아무튼 극소수의 농민들에 한정하자면 풍작이었다.


도저히 부정할 수 없는 진실에 힘이 쭉 빠진 그는 문득 의문이 들었다.


‘그럼 도대체 무슨 농사를 지었길래 나라가 이 꼴이 난 거지?’


“약초를 재배했답니다.”


“... 뭔초?”


“약초 말입니다. 요즘 나라가 이래저래 어지러우니 상인들이 두둑이 값을 치르고 약초를 사 가겠다고 제발 농사지어달라고 사정사정했답니다.”


“아, 머리야.”


약초값이 오른 건 맞다. 아무래도 시국이 시국이니까. 아니, 그래도 그렇지. 자기 먹을 방도는 찾아놓고 약초를 기르든 해야 할 거 아니야! 약초 그거 얼마나 뜯어먹겠다고! (물론 약초는 그렇게 먹으려고 기르는 게 아니다)


“이래서 천박한 상인들이란···. 아니 잠깐. 그럼 그놈들이 가진 쌀은 다 어디로 갔는데?”


중원의 단점이자 장점은 크다는 것. 근데 상인 중에 쌀 가진 상인들이 없다는 게 맞나?


“모릅니다. 이리저리 떠돌아다닐 수 있는 족속들인지라···. 아마 금은 등의 패물로 바꾸고 돌아다니지 않았을지.”


“... 썩을”


주전충은 두 숟가락이나 떴을 밥그릇을 거칠게 내려놓았다.


안타깝게도 밥그릇 내에는 밥알 한 톨 없었으며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 정도 식사하는 사람이면 지금 중원에서는 상위 1%라는 것이었다. 장하다, 주전충!


...


“어으, 춥다.”


“이 정도면야 딱 연해도 날씨 아니오?”


그는 몸을 파르르 떨며 솜옷을 질끈 동여맸다.


“후우... 망할. 이리 해서 만날 순 있소?”


“알려진 길로 하자면 이곳이 맞는데... 아, 저기 사람이 보이는군요.”


그가 가리킨 방향을 보자 과연, 말과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와 자신들을 둘러쌌다.


상황이 그렇게 되자 호위하던 발해군도 각자 무기를 꼬나쥐고 대형을 갖추며 수틀리면 언제라도 도망갈 준비를 마쳤다.


“네놈들은 무어냐!”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이들이 중국어로 물어왔다는 것이었다. 아직 발해의 외교관 중에 거란어를 숙지한 사람은 없었기에 하마터면 저게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어버버 하다가 끌려갈 뻔했다.


“우린 발해의 사신이오! 질랄부의 대인을 뵈러 왔소!”


그러자 그들도 이래저래 웅성대며 이 말이 진실인지를 알아보려 했으나 거짓이라기엔 너무도 명확한 깃발이 하나 올라왔다.


“저 깃발은...”


“알고 있나?”


“예, 발해군의 깃발이 맞습니다. 헌데, 이상하군요. 저 깃발은 발해왕의 근위대 깃발입니다.”


...?!


발해왕 근위대의 깃발?


그럼 발해왕이 여기에 있나?


발해왕은 고구려랑 박 터지게 싸우는 거 아니었나?


온갖 상념이 그의 머릿속에서 휘몰아쳤으나 한 가지는 확실했다.


우선, 저들은 손님이었다. 그것도 아마 귀한 손님이겠지.


“따라오시오! 질랄부까지 안내하겠소!”


우여곡절 끝에 발해의 사신단은 겨우 질랄부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우선 머물 곳을 내어드릴 테니 그대들은 여독을 푸시오. 일을 논하는 것은 그 뒤에 합시다.”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사양할 상황도 아니었던지라 발해의 사신단은 감사합니다, 하고 각자 짐을 풀고 쉬었다. 아닌 게 아니라 이리저리 시선을 피하고자 움직였더니 말은 몰라도 사람은 확실히 지쳤던 탓이다.


그렇게 한 이틀을 쉬고 나서야 발해의 사신단은 비로소 그들이 만나고자 했던 인물을 만날 수 있었다.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대인. 저는 발해의 외교관 손낙염이라고 합니다.”


정중히 인사하는 그를 질랄부의 대인이자 거란 연맹군 총사령관인 야율아보기는 묘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으음, 먼 길 오느라 고생했소.”


키탄과 발해의 사이에는 특별한 관계가 없었다. 좋지도, 싫지도 않은 사이?


애초에 서로 직접적인 교류조차 없던 둘이었으니 미워하거나 좋아할 까닭도 없었다. 그리고 할 말도 특별히 없었고. 적어도 지금까진.


“그래, 발해의 사신께선 이 먼 곳까지 어인 일이오?”


“하하하, 새로운 벗을 찾기 위해 돌아다니는 데에 특별한 이유가 있겠습니까?”


“흐음··· 새로운 벗이라.”


“예, 대인. 이제 양국이 국경을 마주하게 될 텐데 서로 사이가 나쁘면 양국 신민들이 괜히 고통받을 것 아니겠습니까?”


야율아보기는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을 터뜨렸다. 지금 키탄은 빠르게 성장 중이긴 했지만, 동쪽으로의 성장은 없는 편이었다. 왜? 원 역사와는 다르게 고구려가 자신의 영역을 꽉 휘어잡고 있었으니까.


예전만 못할지 몰라도 고구려는 강한 나라였다. 위구르가 완전히 찢기고 토번도 찢겼다가 겨우 봉합되었고 당나라는 살아있는 시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이 상황에서 고구려는 감히 천하에서 제일 강하다! 를 주장해볼 수 있는 나라였다.


그런데 지금 눈앞의 외교관은 당당히 말하고 있었다. ‘우리가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물론 외교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여러 번 생각해야 한다지만 확신에 가득 찬 눈동자를 보니 적어도 저 외교관은 진심으로 그리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대단한 자신감이로군.”


“식사하는 데 긴장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답니까?”


“흐···. 흐하하하하하! 그래, 발해도 강한 나라니 그리 말할 만하오.”


어쨌건 그들도 유목민족, 저리 당당하고 패기 넘치는 모습을 좋아하면 좋아했지 싫어하진 않았다.


“과찬이십니다. 이곳 질랄부, 그리고 키탄의 전사들이야말로 그 예기가 엄정하고 든든하기가 태산과도 같으니 과연 천하에 두려울 것이 없으시겠습니다.”


서로 얼굴에 금칠을 해주며 분위기가 부드러워지자 손낙염은 슬슬 본격적인 일 이야기로 들어갈 때라는 것을 느꼈다.


“발해 국왕께서는 장차 키탄과의 관계가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을 저에게 강조하셨습니다. 하여 친교의 뜻으로 여러 선물을 준비했나니 부디 약소하지만 받아주시길 바랍니다.”


야율아보기가 그 목록을 대강 훑으니 과하지 않으면서도 대부분이 유용하게 쓸 만한 것들이라 흡족한 미소를 띠고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렇다면야 감사히 받겠소. 국왕께 내 감사한다고 전해 주시오.”


“허허, 그 말씀은 국왕께서 친히 보내신 선물을 확인하시고 하셔도 늦지 않을 듯싶습니다.”


야율아보기가 딱 봐도 아까의 것보다 훨씬 고급스러워 보이는 포장지를 뜯고 상자를 여니 안에 든 것은 편지 한 통과 검이었다.


“흠, 한번 뽑아 보아도 괜찮겠소?”


“이제 대인의 것인데 저에게 허락을 맡을 필요가 무에 있겠습니까?”


야율아보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잡이를 잡았다.


손잡이를 잡으니 손에 딱 달라붙으면서도 단단한 감촉이 느껴지는 것이 명검이라고 할 만했다. 물론 왕이 보냈다니 당연히 명검이겠지만 사실 검을 뽑지 않은 상태에서는 우아한 멋은 흐르지만, 얼핏 보기엔 수수하다고 느껴지는 탓이었다.


부드러이 검을 뽑으니 마치 빛을 비추듯 예리한 예기가 사방에 넘쳐흐르고 검신에는 아름다운 무늬가 물결치듯이 흐르니 기본적으로 무인이던 그들은 탄성을 금치 못했다.


최근 들어 주문제작으로 몇 개만 만들어지고 있는 패턴 웰디드 방식의 다마스쿠스 검이었다. 사실 일반적인 검으로 쓴다면 총까지 나온 마당에 ‘굳이?’라는 말이 나오지만 이런 선물용의 검으로는 아주 탁월했다.


“... 아름다운 검이구려. 이름은 있소?”


“이제 대인의 검이니 대인께서 지어주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검이란 무인의 평생의 동반자이니 마땅히 대인께서 지으셔야지요.”


야율아보기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검의 이름을 정했다.


“유수검으로 하겠소. 많이 고민했으나 결국에는 이 이름이 가장 어울릴 듯하구려.”


“훌륭한 이름입니다.”


그 후 서로 친서를 주고받으니 분위기는 더욱 훈훈해졌다.


“대인.”


“?”


“양국이 새로 관계를 맺었으니 하나 제안드릴 것이 있습니다.”


“흐음. 말해 보시오.”


“최근 들어 중원에 큰 기근이 들었다는 것을 아시는지요.”


“모를 수가 없소, 덕분에 우리도 최근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오.”


딱히 숨길 사실도, 숨길 수도 없는 사실도 아니었기에 야율아보기는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아니, 약탈하러 갔는데 말 사룟값과 식사비가 더 나오는 약탈이 세상천지에 어디에 있는가.


그나마 자체적으로 농사를 짓기는 하지만 솔직히 말해 굉장히 모자랐다.


“하여 제안드립니다. 발해에 군마를 파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대신 값은 넉넉하게 쳐드리겠습니다.”


“흐음... 나쁘지 않은 제안이긴 하구려.”


발해가 정신이 박혀 있다면 쌀을 대금으로 할 테니 나쁘지 않았다.


어쨌건 이 상황이 계속되면 말이고 뭐고 잡아먹어야 할 형편이었으니 차라리 값 받고 파는 게 낫지.


“상등마 천 필을 구매하되 대금은 백미 이만 석과 그 외 곡식 십 육만 석을 일 년에 걸쳐 납부하려 합니다.”


“““!!!!!!!”””


백미는 그중 일부라고 해도 다 합하면 무려 십 팔만 석의 곡식이다. 한 달에 일만 오천 석씩 받을 테니 이 정도면 정말 어려운 상황 정도는 넘길 것이었다.


“고맙소, 이 우의는 잊지 않으리다.”


“하하하, 제값 주고 말을 구매하는 것뿐입니다.”


헛소리였다. 말이 모자라면 연해도에서 충분히 구할 수 있는 나라가 도대체 뭐하러 키탄에서 사겠는가?


그리고 아무리 상등마라고 해도 한 필에 스무 석에서 비싸 봐야 서른 석이면 넉넉하게 구할 것을 이 정도로 값을 올려친다는 것은 그냥 구색 맞추기에 불과했다.


“흐음, 그렇구려. 이토록 많은 곡식과 말이 움직이니 당분간 이를 관리하는데 주력해야겠소. 소중한 식량이니 조심히 다루어야지.”


이번 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소리에 손낙염은 빙그레 웃을 뿐이었다.


볼 장 다 봤으니 이제 한바탕 잔치가 벌어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좋은 분위기로 일이 진행되었기에 잔치 또한 신명 났다.


그리고 또한 자존심이 있지 않은가. 새로 사귄 친구가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은근히 도움을 주었으니 적어도 대접은 확실히 해야 했다.


“그대들도 말을 잘 다루겠으나 그래도 말마다 품종이, 특성이 다른 법이오. 내 친서를 전달할 겸 이를 도울 인원을 보내고 싶은데 괜찮겠소?”


“벗이 오는 기쁜 일을 어찌 괜찮지 않다고 하겠습니까?”


발해의 사신과 키탄의 사절단이 떠나고 한 며칠 되었을까? 발해와 고구려의 전투 소식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 후에 고구려의 사신이 그를 찾았다.


작가의말

약초도 많이 먹는다면 배부르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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