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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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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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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5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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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용이 나뉘다9

DUMMY

“그래서 발해는 어찌할 거요?”


남조든, 북조든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숙제였다.


솔직한 말로 발해는 개입하려거든 언제든지 개입할 수 있지 않은가. 명분도, 그럴만한 실력도 갖추고 있으니.


그리고 둘 중 누가 이기던 발해랑은 어쨌건 관계를 유지해야 하지 않은가. 무턱대고 대립하기엔 양국은 너무 깊게 얽혔다.


‘그냥 이대로 흐지부지 넘어가면 좋겠는데···.’


‘그럴 리가 있나···.’


발해에겐 개입할만한 명분도, 실력도 있다. 하다못해 그 동기라도 없었으면 좋겠는데 개입할 동기도 충분하지 않은가.


친가니 뭐니 하는 문제는 일단 내려두더라도 일본 정도 체급이 되는 국가의 내전을 중재한다는 것 자체가 발해의 위신 상승에 큰 도움이 되는 일이다.


‘딱 봐도 자기 세력권 꾸리려고 하는데···.’


‘이런 좋은 기회를 마다할 리 있나···.’


문제는 어디의 편을 들지가 참 애매하다는 것.


단순히 생각하면 북조의 편을 들어야겠지만, 혈연관계인 건 남조도 똑같다. 그 거리만 살짝 멀 뿐.


“문제는 우리의 이권이 걸려있다는 건데”


그랬다.


발해가 개입하지 않고 있는 것은 순전히 일본 내의 여러 광산 덕분이었다.


이와미가 은광인 것은 이미 밝혀졌지만, 일본의 은 정련 기술은 처참한 수준이었고 발해도 그걸 알기에 뽀찌 좀 넣어주는 선에서 서로 암묵적인 합의로 발해는 이와미와 사도 등의 여러 금은광의 채굴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개입해버리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그나마 사도 금광이야 섬에 있고 북조에 붙어있으니 괜찮다고는 하지만 지금도 은이 나오는 이와미는 남조에 붙어있지 않은가.


“해군을 동원해 상륙을 하는 방법도 있다마는”


상륙만 해서 뭐 어쩌겠는가. 재빠르게 이와미 일대를 점령하고 지켜야 할 텐데.


“그랬다간 은퇴한 병력들과 장교들을 전부 불러들여서 다시 조직해야 할 판인데”


제아무리 행정력이 강한 발해라지만 그 병력을 다시 다 모으고 조직할 생각을 하면 머리가 아득해지는 것이 현실이었다. 차라리 처음부터 다시 뽑고 말지.


그걸 아는 재무부 장관은 아예 처음부터 중립을 선언하자고 못을 박았고 육군부는 ‘아, 이거 개입 대비해서 병력 제한을 조금만 더 풀죠?’라며 반짝이는 눈으로 정부만 바라보고 있었다.


외교부 장관은 ‘도대체 왜 내 임기 초반에 이런 일이 터지는 것이냐’며 투덜대면서도 정보원들과 대사관을 들들 볶으면서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고 심지어는 아예 우리가 땅 좀 먹자는 미친놈들도 있었다.


이렇게 발해는 계속 계산자를 가져다 대며 이리 재고 저리 재고, 남북조는 서로 고민을 하며 한동안 이 상황이 계속될 줄 알았지만 늘 그렇듯 사건은 어느 날 갑자기 터졌다.


역사를 보다 보면 이런 기록들이 있다.


‘약탈을 엄히 금하니 병사들의 군기가 엄정해지고 어쩌구 저쩌구’


까놓고 말해 헛소리다.


약탈은 병사들에게 가장 싸게 포상을 해주는 방법이다. 현대에도 전쟁범죄는 암암리에 일어나거늘 하물며 과거인데 어떨까.


다만 약탈을 금한다는 것이 완전히 의미가 없지는 않아서 약탈이 적당한 보호세 느낌이나 현지 징발 느낌으로 바뀌기는 한다. 잘 훈련된 군대에 한해서만.


현 시대 기준으로 잘 훈련된 발해군마저도 현지 징발을 하고 나중에 돌려주기는 한다지만 어쨌건 약탈이 아예 안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군표를 발행해도 그 전쟁통에 그게 100% 공정하게 이루어질 리가 없지 않은가.


아무튼 중요한 건 일본 내전이라고 해도 현지 징발 정도는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정도?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 보급에 진심인 발해군도 어차피 원정 나가면 현지 징발을 안 하고 배길 순 없다. 발해군이 괜히 유목민 출신 기병을 약탈 및 징발 훈련을 시키는 게 아니다.


하물며 일본군이랴. 그것도 몇천도 아니고 거의 십만 가까이 모여 있으니 보급 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했다.


그리고 그 인원 중 대다수는 그냥 아무렇게나 긁어모은 촌뜨기들이었다. 이들을 풀어 물건 좀 가져오라고 하니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은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이윽고 좀 높고 깔끔한 건물을 만나게 되었다.


“돌아가시오! 이곳은 발해의 대사관으로 엄연한 발해의 영토요!”


이 사실은 발-일 양국이 모두 동의한 사안이다. 당연히 이곳의 병력이야 이걸 일본군이 알 거로 생각해서 말을 했겠지만 아쉽게도 이들은 촌뜨기들. 그런 걸 알 리가 없었다.


안타깝게도 이 병사는 발해의 촌뜨기를 생각했겠지만, 글을 읽으면 세금을 깎아 주는데 눈이 멀어 전체 인구의 30% 정도가 간단한 글귀는 읽는 발해의 촌뜨기와 낫 놓고 ㄱ자도 모르는 일본의 촌뜨기가 같을 리가 있나.


이들이 보기엔 왜 자기들 땅에서 발핸지 뭐신지를 찾는지가 의아할 따름이었다.


그들이 주입받은 명령은 하나


“비켜! 덴노 헤이카께 공물을 바쳐야 한다!”


“뭔 헛소릴···! 이곳은 발해의 영토라니까!”


한 가지 더 안타까운 점이 있었다면 대사관을 지키는 병력은 나름 고학력자였다는 것이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 일단 기본적으로 외국어를 알아들어야 했고 협의를 했다지만 더 원론적으로 들어가면 상대국의 영토에 주둔하는 것이니 자신의 행동이 어떤 외교적 결과를 가져올지 최소한의 교육 정도는 받아야 했다.


그러니 이 두 집단은 애초에 서로를 이해하기 힘든 집단이었고 그게 화를 불렀다.


그렇게 때아닌 난투전이 대사관 앞에서 벌어지자 최 소장과 권 대사는 하던 회의도 집어치우고 이 상황을 중재하러 나섰다.


문제라면 이게 일본군 눈에는, 정확히 말하면 남조군 눈에는 감히 덴노에게 공물을 바치는 걸 거절하는 고위 귀족으로 보인다는 게 문제였고 발해군 중 일부는 어쨌건 상관이 왔으니 기대하는 눈길로 그들을 바라보았으며 그 빈틈을 무사도 정신이 가득한 어떤 병졸은 놓치지 않았다.


“헤이카의 적! 죽어라!”


“꺽, 끄륵”


진짜 천황이 어여삐 보았는지는 몰라도 그 병졸은 일생에 남을 깔끔한 칼질을 선보였고 발해군은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얼어붙었다.


하지만 당황도 잠시. 동료가 죽었다는 사실에 발해군은 광분했다.


“영욱아, 영욱아!!!”


“이 미친 새끼들 다 죽여!!!”


이들이 칼을 빼 들고 덤벼드니 일본군으로서도 확신이 설 수밖에 없지 않은가.


“적이다, 죽여라!!!”


“끼요오오옷!!!”


불행히도 발해군은 전투능력이 썩 좋지 못했다. 아니, 상식적으로 나름 일본의 정치는 안정되어 있었고 내전이 난다 하더라도 수도 한복판에 있는 대사관이 무슨 군사적 위협을 받겠는가.


그렇기에 이들은 그저 기초적인 훈련만을 수료했을 뿐이었고 그에 비해 일본군은 너무 많았다.


아무리 최영 소장이 소장이라고 할지라도 그 역시 칼질 잘해서 장군 자리를 땄다기보다는 지휘적 능력을 인정받은 것뿐이었으니 이런 상황에서는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렇게 그들은 최초로 발해군 대사와 장군을 포로로 사로잡는 위업을 달성하고 대사관을 박박 털은 뒤 당당히 본영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난데없이 적 장군을 잡았다기에 기쁜 마음으로 치하하러 온 후지와라노 다다히라는 평소 교분이 있던 권지현과 최영이 비참한 패잔병 꼬라지로 묶여 꿇려있는 것을 보고 허망하게 내뱉었다.


“조졌군”


이 소식이 발해에 전해지자 발해 정부는 말 그대로 뒤집어졌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당장 그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총리 각하, 우선 고정을-”


“고정! 하, 고정하게 생겼소? 이는 명백한 도발 행위요!!!”


“총리 각하의 말씀이 백번 옳습니다! 당연히 대응해야지요!!”


군부 쪽 인사들은 말 그대로 일본을 갈아 마시고 싶어 하는 게 뻔히 눈에 보였다. 발해 역사상 최초로 장군이 사로잡힌 사건이니 엄청난 수치를 느끼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예산을 관리하기 위해 부임한 최승우 같은 경우는 자신의 경력에 먹칠을 아주 제대로 했다고 느꼈으니 이런 반응이 이상하지 않고.


“전하, 유황, 구리 등 전략자원이 어디서 수입되는지를 생각해 주십시오. 이 책임을 물어야 하는 일은 당연하다지만 군사를 파견하는 것은 안 됩니다.”


“말 다했소, 재무부 장관? 그깟 돈 한 푼에 발해의 자존심을 다 팔아버릴 셈이오!”


“그깟 돈 한 푼이라니! 말 조심히 하시오! 막말로 일본산 구리와 유황이 끊기면 그 잘난 대포며, 화약은 도대체 뭘로 만들 거요!”


“하! 그들의 군사적 능력은 형편없소! 비축된 자원이 떨어지기 전에 이길 수 있소이다!”


“헛소리 마시오! 도박에서나 할 법한 짓을 발해군을 가지고 할 셈이요? 차라리 저 만화정이라도 가서 노시는 게 낫겠소!!”


“그만, 그만하십시오!!! 어전입니다, 어전!! 장관이며 총리며 하시는 분들이 도대체 뭐 하는 짓입니까!!”


내 최측근인 왕건이 소리를 높이며 중재하자 그제서야 회의실은 좀 진정을 되찾았다.


“뭐, 토할 건 다 토했으니 이제 좀 건설적인 이야기를 해 보는 것이 좋겠군. 외교부 장관, 지금 일본 대사를 데려오게.”


“예, 전하.”


“경들이 무슨 생각인지는 잘 들었으니 우선 일본 대사의 말을 듣고 나서 결정하도록 하겠네.”


신임 일본 대사 미나모토노 토오루가 땀을 줄줄 흘리며 도착하자 나는 보고서를 휙 던졌다.


“읽으시오.”


평시라면 굉장한 무례였겠지만, 지금으로선 이 정도면 정말 최대한도의 예의를 갖춰 준 셈이다.


“저, 전하. 그, 이건 그러니까 반, 반란군의 소행으로-”


“지금껏 발-일 양국은 백 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우호를 다져왔소.”


“그, 그렇ㅅ-”


“하지만 이번 일에 대해서는 실망을 금치 않을 수 없군. 내 궁금해서 묻네만 귀국은 현 동맹을 유지할 능력이 있소?”


내 말에 미나모토노 토오루 대사는 얼굴에 핏기가 싹 빠지더니 이내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완벽한 도게자를 선보였다.


“뭣”


“허?”


“무, 무슨!”


“...와”


나 저런 거 일본 눈나가 딱 달라붙는 양복 입고 하는 것만 봤는데. 진짜 왕 노릇 길게 하니까 온갖 걸 다 보는구나.

“양국의 우의를 봐서라도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주십시오!!!”


쾅! 쾅!!! 쾅!!!!!


어어, 그거 비싼 상이야. 그리고 책상에 피 묻히지 마!!


좌우의 관료들이 애써 말린 다음에야 나는 말을 할 수 있었다.


“후... 아국은 일본에 개입할 것이오.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순 없지.”


“...”


“하지만 그 개입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는 귀국이 하기 나름이겠지. 오가는 시간을 가늠해 정확히 두 달 주겠소. 두 달 안에 합리적인 해결법을 찾아 주셨으면 좋겠구려.”


그렇지 않으면 진짜 일본에 병력을 가져다 박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건 나도 싫어.




작가의말

주인공: 필리핀 좀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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