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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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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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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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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0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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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20화 이단아는 달린다

DUMMY

120화 이단아는 달린다


제물포에 대한 소문이라는 말에 윤휴의 눈이 반짝 빛났다.


크게 흥미를 느껴서 어서 말하고 싶은 마음에 서둘러서 오긴 했다.


하지만 막상 상을 마주하여 하고픈 말을 꺼내고자 생각하니 여러모로 눈치가 보이고 주저가 되던 참이었다.


‘크흠. 진정하자.’


아무리 육조가 아니라고 해도 참상관, 그것도 조정의 실무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좌랑이라는 직함은 가볍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그는 당상에 미치지 못함에도 외조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제한적으로나마 당상의 특권, 상과 대면하여 말하는 권한을 허락받았다.


아직 그러한 이가 있다는 소리는 듣지 못하였으나 함부로 말하여 처신을 실수하면 대번 좋지 못한 소리 여럿 듣기 좋았다.


당장에 입이 움직이려는 걸 간신히 막은 윤휴는 최대한 점잖게 입을 열었다.


“오는 길에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잘 모르는 나라에서 찾아온 상인이 있다고 말입니다.”

‘쩝.’


막상 말하니 아쉬움이 감도는 게 영 성에 차지 않았다.


이런 윤휴의 마음


“전에 그대가 교역에 대해서 논하고 상소를 올렸던 걸 기억한다. 조선은 주변 모든 나라와 교유하여 그 중간에서 풍족함이 얻는 것이 가하다고 했었지.”

“......그러합니다.”


이전에 올린 상소를 언급하니 윤휴는 잠시 주저하다가 대답했다.


입은 여전히 근질근질하나 참아내는 이 모습을 송시열이나 윤선거가 보았다면 그간 타박하며 기회가 될 때마다 잔소리한 것이 효과를 보았다 여길 터였다.


그러나 이어지는 말에 윤휴는 더 참지 못했다.


“천하의 중심, 참으로 심금을 울리는 말이었다. 어쩌면 이번 일이 그로 이어지는 발걸음이 될 수도 있다 여긴다. 이미 좌승지를 보내긴 했으나 따로 세세한 것을 논할 이도 필요한 법. 한번 가보겠는가?”

“상께서 바라시며 또한 전에 소신들이 한 말입니다. 어찌 한때의 치기라며 물러나겠습니까. 명하신다면 기꺼이 맡겠습니다.”


윤휴는 귓가에 상당히 익숙한 두 사람의 목소리로 ‘그럴 줄 알았다 요놈아’라고 하는 말이 들렸다.


허나 이미 윤휴의 머릿속에 가득한 상상과 기대는 그런 것에 개의치 않았고, 그 말들은 그 가득한 상상과 기대를 이기지 못하고 한순간만 귓가에 머물다 그대로 흩어져 사라졌다.



***



“허참, 그래서 한동안 머문다고?”

“예. 좌승지 영감께서 돌아오시면 저도 아마 제물포로 가게 될 거 같습니다.”


윤휴의 말을 듣고 전처럼 제집 방을 내어준 김경여는 물끄러미 그를 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아니, 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 그런다.”

“무엇이 말입니까?”


이해가 되지 않을 일이 있을 법한 일이던가 싶어서 고개를 갸웃하니 김경여가 작게 웃었다.


“하하, 그래. 그러고 보니 넌 모르겠구나. 오늘 삼사에 소문이 돌았다.”


삼사에 소문이 돌았다고 하니 괜스레 등골이 시린 윤휴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는데, 그가 하는 걱정을 알았는지 김경여는 고개를 저었다.


“너에 대한 일이 아니다. 나쁜 일도 아니고. 아니지, 나쁜 일이려나? 흐음.”

“무슨 일인데 그렇게 뜸을 들이십니까. 이러다가 속이 타서 죽겠습니다.”

“젊은 놈이 보채기는.”


김경여는 이미 불혹을 넘겼고 윤휴는 이제 약관을 조금 넘겼으니 그의 타박은 일견 타당하게 보였다.


그러나 윤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지 바로 말을 꺼냈다.


“젊을수록 모르는 게 많으니 당연히 궁금함이 더 큰 법이 아니겠습니까.”

“딴에는 맞는 소리구나.”


윤휴가 하는 말에 씩 웃은 김경여는 더는 재지 않고 아는 바를 읊었다.


“오늘 대제학께서 상과 대담하셨다. 들어갈 때도 그러했지만 나올 때는 그렇게 사람 얼굴이 변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수심에 잠겨 있었다고 하더구나.”

“......제가 나간 후에 말입니까?”

“아니다. 들으니 네가 뵈러 가기 전이다.”


자신과 말을 나누기 전이라면 자신의 일이 그 화두로 올랐겠거니 생각하겠으나 그렇지 않다고 하니 솟았던 궁금함이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외려 배로 늘었다.


“나라에 큰일이라도 있답니까?”

“큰일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너와 관련이 있지.”

“예?”


관련이 없다고 여기자마자 관련이 있다고 하니 윤휴는 두 눈을 껌벅였다.


“이미 알 사람들은 아는 이야기인데, 대제학께서는 이번에 온 상선이 분쟁의 불씨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시는 듯하였다. 아니, 아니지.”


건너건너 전해 들은 사실을 떠올린 김경여는 말을 바꾸었다.


“몇몇 대신들께서 이 일에 관심이 있으신 거 같다.”

“고작 상선 하나에 말입니까?”


그 고작 상선 하나에 윤휴 역시 지대한 관심과 흥미를 품고 있음을 생각하면 그가 할 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윤휴가 품은 바와 별개로 일이라는 건 언제나 이렇게 시작됨을 잘 알고 있던 김경여는 그에게 충고했다.


“언제나 그렇듯, 계기가 크고 작음은 중요치 않아. 그런 일이 있었다가 중요한 거지. 그러니 괜한 일은 사리는 게 좋을 거다.”

“사리다니, 제게 무어라도 하시겠습니까.”

“세상사 모르는 일이다. 일단 나도 귀를 기울여보겠다만 조심해서 나쁠 거 없지.”

“흐음.”


그 말에 잠시 고민하던 윤휴는 이내에 김경여의 걱정을 무색하게 하는 말을 입에 담았다.


“대제학 대감은 어디에 사십니까?”



***



“허허, 상께서 이르신 말이 그른 것 하나 없구려.”


이식이 들은 바를 대사헌 김수현에게 이르니 그는 과연 그렇다는 얼굴로 고개를 주억였다.


“그걸로 다이십니까?”

“이미 거절하셨고 실지로 말이 하나하나 다 이치에 맞는데 늙은이가 뭐라고 나서겠소. 물론 할 일이 없는 건 아니지만 말이오.”


김수현이 하는 말에 이식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쉬이 들으실 거면 다음부터는 대사헌 영감께서 나서십쇼. 이 짓도 못 해먹을 일입니다.”

“아무렴 종2품 대사헌이 정2품 대제학보다 나설 수야 있겠소이까. 당장에 품계 차이 하나로 호칭이 갈리거늘 말이오.”


말이나 못 하면 밉지나 않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김수현의 말에 이식은 남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나보다 이십 년은 더 사신 분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원.’


품계를 논하지만 당장 삼사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 가운데 이식과 김반은 동년배라고 할 정도로 나이 차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식의 눈앞에 있는 김수현은 그보다 나이가 훨씬 많으니 고작 품계 하나로 나설 수 없다고 함은 그야말로 핑계로 들릴 따름이었다.


“명종대왕시절부터 사신 분이 그렇게 말해도 설득력이 없습니다.”

“하하. 그저 그분 치세 말엽에 태어난 것을 가지고 그리 말하나? 그리고 그러면 뭐 하는가? 내 학문이 부족하여 급제도 임관도 늦어 이러고 있는데 말이야.”


결국 이식이 참지 못하고 한마디 하니 김수현은 쓰게 웃었다.


젊은 시절 부족함이 없다고 여긴 것이 무색하게 그가 처음으로 벼슬길에 나아간 것은 거의 불혹이 다되어서였다.


“대감마님, 바깥에 손님이 오셨습니다.”

“손님?”


그러던 이식의 종이 바깥에서 객이 있음을 알리니 김수현은 씁쓸함을 지웠다.


“대제학께서는 참으로 다망하시구만. 이 사람은 이만 일어나겠소이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아직 할 일에 대해 말씀하지 않으시지 않았습니까. 저를 궁금하게 하여 애태우실 작정이 아니시면 조금 더 머물러서 이야기를 들려주시지요.”


이식이 꺼낸 말에 김수현은 아직 그 일을 논하지 않았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런이런. 나이를 먹으니 이렇다니까. 허나 객을 맞음에서 내가 있음은 그러니 잠시 객방을 빌리겠소이다.”

“그러시지요.”


그 정도야 얼마든지 내어줄 수 있었기에 이식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아직 중요한 말을 듣지 못했음을 떠올린 이식은 김수현이 말한 나이 운운이 남 일이 아니라 느끼며 물었다.


“그러고 보니 누구라고 하더냐?”

“외조 좌랑 윤휴라는 분이 뵙기를 청하고 있습니다.”

“윤휴?”


기억에 있는 이름이었다.


“전에 신풍 부원군의 일로 논할 때에 마지막에 가세했던 그 유생이로구나. 외조에 들어갔다는 말은 들었지.”

“가장 파격적이던 그 친구? 호오.”


이식의 말에 김수현은 흥미가 동하는 듯 수염을 쓰다듬었다.


그는 잠시 그러더니 이식에게 말을 건넸다.


“대감, 내 마음이 바뀌었는데 염치 불고하고 함께 동석하여 이야기를 들어도 되겠소이까?”

“앞날이 기대되는 후배가 아닙니까. 얼마든지 그리하시지요.”


딱히 거절할 일이 아니라 여긴 이식은 그다지 고민하지 않고 그러라 했다.


이에 김수현은 자리를 고쳐 한쪽으로 물러났는데, 그가 자리를 잡고 기다리기 오래지 않아 객이 문 앞에 이르렀음을 알리듯 목소리가 들렸다.


“대감마님, 손님을 모셔 왔습니다.”

“안으로 뫼셔라.”

“예.”


장지가 열리며 그들이 보기에는 젊다 못해 어리게 느껴지는 윤휴가 얼굴을 내밀었다.


윤휴는 처음에는 당당했으나 이내에 안에 이식 말고도 다른 사람이 하나 더 있음을 알고 살짝 당황한 눈치였다.


“......대제학 이식 대감을 뵙습니다.”


머뭇거리던 윤휴는 일단 이식에게 인사를 올린 후 곧장 몸을 돌려서 김수현에게도 인사를 올렸다.


“대사헌 김수현 영감을 뵙습니다. 연차로 따지면 마땅히 대사헌께 먼저 인사드림이 옳으나 이곳은 대제학께서 사시는 곳이니 주인에게 먼저 인사드림이 옳다고 여겨 이리하였습니다.”

“객이 주인보다 나아서야 쓰나. 개의치 말게.”

“좌랑은 그쪽에 앉으시게.”


김수현이 하는 말에 질세라 이식이 바로 자리를 권했다.


그에 윤휴는 권하는 자리에 앉았다.


“그래, 외조에서 어쩐 일로 여길 찾아왔는가?”

“그, 소문을 들었습니다.”

“소문?”


소문을 들었다는 말에 이식을 고개를 갸웃거렸다.


혹시나 김수현은 알까 싶어서 고개를 돌리니 그 역시 딱히 짚이는 게 없는 눈치였다.


‘허참.’


낭설이든 풍문이든 삼사로 모이니 가장 소문에 밝다고 여겼던 그들이 모르는 소문이라 하니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무슨 소문을 말함인가?”

“제물포 일로 근심하신다 들었습니다.”

“.....그거참.”


종종 듣는 이야기, 소문은 그 당사자가 가장 나중에 안다는 말을 실감한 이식은 고개를 흔들었다.


“감출 일은 아니니 말하지. 나는 물론이고 여기 대사헌께서도 그 일이 혹여 새로운 전쟁을 일으킬 불씨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였네.”


소문이 사실이라 말한 후 이식은 제가 들었던 말들을 덧붙였다.


“당장은 나라가 흔들리니 위험하다 여겨 상께 아뢰었더니 그래서야 언제고 똑같이 눈치 살필 뿐이라는 말을 들었지.”

“청나라를 걱정하시는 겁니까?”

“이 나라에 안 그런 사대부가 있다면 그건 아마도 정묘년 일이 있기 전부터 어디 심산유곡에 처박혀 책이나 읽으며 세상을 버린 이일 걸세.”

“전쟁을 걱정함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어찌하여 상선으로 인해 그런 일이 있을 거라 우려하셨는지 저로서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에 이식은 윤휴를 빤히 보더니 갑자기 툭 하고 말을 던졌다.


“자네, 혹시 이번 일에 뭐라도 맡았나?”


작가의말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kkatnip님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후원하신 기대에 응해 더욱 좋은 글을 쓰도록 정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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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150화 사이에 한 사람이면 충분하다 +3 23.03.04 611 29 11쪽
150 149화 돌아가고 싶은 사람들 +2 23.03.03 600 25 12쪽
149 148화 사람은 말보다 느리다 +1 23.03.02 633 29 14쪽
148 147화 남의 집 불씨 +1 23.03.01 641 33 13쪽
147 146화 미루고 돌리고 속이고 +1 23.02.28 651 31 15쪽
146 145화 같은 자리 다른 꿈 +4 23.02.27 656 34 15쪽
145 144화 지금은 조선 사람 +5 23.02.26 683 34 12쪽
144 143화 저들에게 물어주십쇼 +1 23.02.25 682 28 13쪽
143 142화 가장 큰 욕심 +2 23.02.24 660 30 12쪽
142 141화 나라를 옥죄는 족쇄 +1 23.02.23 711 42 14쪽
141 140화 받았다면 응당 보응해야 한다 +1 23.02.22 704 31 12쪽
140 139화 위와 아래가 아닌 이웃 +3 23.02.21 714 33 13쪽
139 138화 한쪽에만 좋은 이야기는 없다 +1 23.02.20 707 35 13쪽
138 137화 전과 다른 것은 +1 23.02.19 706 32 12쪽
137 136화 그 사내는 악운을 타고났다 +1 23.02.18 691 36 12쪽
136 135화 같은 자리에 있다고 같은 생각을 하진 않는다 +4 23.02.17 737 35 15쪽
135 134화 책임을 나누는 이유 23.02.16 739 36 12쪽
134 133화 욕심이 부른 인연 +1 23.02.15 750 40 13쪽
133 132화 화를 피한 곳에 있는 것 +3 23.02.14 766 34 12쪽
132 131화 닭이 먼저인가 알이 먼저인가 +3 23.02.13 742 34 13쪽
131 130화 위는 아래를 모른다 +2 23.02.12 786 39 12쪽
130 129화 때로는 작은 것이 믿음직하다 +2 23.02.11 785 39 12쪽
129 128화 천자의 어머니 +5 23.02.10 818 34 13쪽
128 127화 만민이 따라야 한다 +6 23.02.09 806 38 13쪽
127 126화 이 땅은 조선이다 +3 23.02.08 834 42 13쪽
126 125화 사람은 시작하며 그 뒤를 본다 +1 23.02.07 765 38 12쪽
125 124화 호가호위 +4 23.02.06 797 42 14쪽
124 123화 엘도라도 +5 23.02.05 783 42 13쪽
123 122화 원수는 동방에서 만난다 +6 23.02.03 784 44 12쪽
122 121화 보는 곳은 모두 같다 23.02.03 696 3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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