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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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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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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1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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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36화 그 사내는 악운을 타고났다

DUMMY

136화 그 사내는 악운을 타고났다


“저 이베리아 놈들, 대체 어디로 가는 거야?”


네덜란드 상인 피델베르트는 점점 이상한 방향으로 향하는 포르투갈 선박들을 보며 의아한 얼굴이 되었다.


바다에서 포르투갈 배들을 발견하고 긴장한 것도 잠시, 양측 숫자가 비슷했기에 무언의 합의로 전투를 벌이지 않기로 하고 일종의 불편한 동행을 하던 중이었다.


불쾌하고 짜증 나긴 하나 이대로 일본에 도착하면 저들이 쫓겨날 걸 생각하니 그 정도는 참아줄 수 있었다.


하지만 포르투갈 배들은 그를 비웃듯 갑자기 일본이 있는 방향과 다른 곳으로 방향을 틀고 점차 멀어져 가고 있었다.


“항해사!”

“예!”


피델베르트의 외침에 곧장 건장한 사내 하나가 빠르게 달려왔다.


다가온 그가 기합이 바짝 들어서 옆에 서니 피델베르트는 그를 힐끗 본 후 멀어져 가는 포르투갈 배들에 시선을 고정하며 물었다.


“저쪽으로 가면 어디지?”

“저쪽이요?”


피델베르트가 묻는 말에 시선을 그가 보는 쪽으로 준 항해사는 이내에 두 눈을 가늘게 뜨며 한참을 살펴보았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몇 번이고 몇십 번이고 본 해도가 그려지더니 그 위에는 먼저 그들이 탄 배가 놓이고 이어서 주변에 있는 네덜란드 배들이 놓였다.


이어서 지금 멀어져가는 포르투갈 배들이 놓이더니 머릿속에 그린 해도에서 배들이 각각 그 방향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빠르게 머릿속에서 배들이 움직이게 한 항해사는 이내에 어리둥절함을 감추지 못하고 중얼거렸다.


“저기엔 뭐가 없는데?”

“없다고? 명나라도?”

“어......저기로 계속 가면 아마 명나라가 아니라 타타르가 있는 곳에 도착할 겁니다.”

“타타르?”


항해사가 하는 말에 피델베르트는 눈살을 찌푸렸다.


타타르라 하면 유럽 사람들에게 있어서 경원의 대상이긴 하다.


하지만 네덜란드 사람, 특히나 그처럼 바다를 오가는 이들에게 있어서는 또 다른 고객이라 할 수도 있는 이들이었다.


‘이베리아 놈들이 설마 일본에서 쫓겨나서 타타르와 교역로를 뚫었나?’


한순간 든 생각에 피델베르트의 얼굴이 곤란함과 의아함으로 물들었다.


정말 그렇다면 아직 이 지역에서 포르투갈과 교역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뜻하는 것이기 곤란했다.


한편으로는 명나라가 지금 타타르와 자주 충돌하여 분위기가 험악함을 알고 있기에 그쪽에 많이 기대는 저들이 어떻게 연을 잡았을지 의문스러웠다.


“가서 저놈들이 향하는 방향 기록해둬.”

“알겠습니다.”


피델베르트의 지시에 항해사는 군말 없이 그러겠노라 대답했다.


그저 말뿐이 아닌지 항해사는 곧장 달려서 해도가 있는 선실로 향했다.


그가 멀어지는 발소리를 들으며 피델베르트는 코를 킁킁거렸다.


“냄새가 나. 돈 냄새가 말이지.”


여러 교역으로 다져진 피델베르트의 후각이, 감각 전체가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저 너머, 포르투갈 선박들이 향하는 곳에는 이득이 되는 일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이다.


‘정말 그렇다면 저 이베리아 머저리들에게는 아깝지.’



***



“안 따라오냐?”

“안 따라옵니다.”

“휴.”


통 큰 후원자 덕이 생각보다 이르게 다시 조선으로 항해할 수 있게 된 것은 좋았으나 그것도 잠시, 도중에 마주친 네덜란드 배들을 보고 바스쿠는 진심으로 기겁했다.


바다는 무법지대, 살아남은 놈의 말이 정의요 진실이 된다.


숫자로 꿀리진 않으나 그렇다고 함부로 전투를 개시하기에는 좋지 않았다.


이길지 말지는 반반에 오가는 교역으로 얻을 이득을 생각하면 거리낌이 있었다.


여기에 바스쿠는 그 성미가 약탈을 거부하진 않아도 그걸 우선할 정도는 아니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금 이 선단의 주인은 그가 아니었다.


혼자서 모든 걸 정할 권한과 책임이 있다고 하면 모를까 함께한 배들 다수가 그가 타고 있는 배를 제외하면 후원자가 모아준 셈이었다.


모으는데 바스쿠의 인맥이나 이번에 인삼으로 얻은 이득에 대한 이야기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많은 배가 보이게 된 것은 그보다 후원자의 힘이 더 컸다.


이런 상황에서 무작정 들이받는다는 건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휴, 운도 없지. 하필이면 이렇게 마주치냐.”

“오히려 운이 좋은 게 아닐까요.”


운 없음을 한탄하고 있자니 어느새 다가왔는지 시로타가 와서 말을 건넸다.


“운이 좋다고?”

“예.”

“......진심으로? 진짜? 정말로?”


몇 번이고 의구심을 담아 물으니 시라토는 이해한다고 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는 하지만 생각해보십쇼. 혹시 적당히 운이 좋아서 배가 두세 척 정도만 준비되면 바로 출발했겠죠?”

“아마도?”

앞서 말했듯, 모으기는 모았을 것이다.


이번에 인삼으로 적잖이 벌은 덕에 바스쿠는 마카오에서 여러 의미로 이름을 날렸다.


그리고 마카오에서 일본을 오가던 상인 여럿이 하릴없이 시간만 죽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바스쿠가 배를 넘기는 조건으로 같이 가자고 하면 누군가는 분명히 응했을 터였다.


그러니 시로타가 하는 말도 일리는 있지만 그렇다고 그게 어째서 운 좋음과 연결되는지 바스쿠는 여전히 알지 못했다.


“그럼 많아야 세 척으로 저들과 마주했을 거고, 아마도 저도 선장님도 그날이 숨 쉬는 마지막 날이었겠죠. 참으로 다행입니다.”


시로타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이마로 올렸다가 흠칫하며 그대로 머리 위까지 올려서 쓰다듬었다.


“커험, 아무튼 다행인 일이라 생각하죠. 그게 더 낫지 않습니까?”

“......속 편한 소리지만 부정할 수 없는 게 은근히 열받는데.”


뚱한 얼굴로 대답했으나 이제는 멀어져서 보이지도 않게 된 네덜란드 선박들을 떠올리니 바스쿠는 도무지 시로타의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이 빌어먹을 놈의 악운, 진짜 지긋지긋하다.’


이래서야 언제고 그를 부르는 호칭에 눈치 없다는 말이 아니라 불운이나 악운이 붙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바스쿠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것만은 사양이다, 그렇게 생각하나 세상사 가운데 정말 뜻대로 풀리지 않는 게 이런 거라는 걸 잘 알고 있는 바스쿠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래, 네 말대로라고 하자. 좋은 게 좋은 거겠지.”


정말 말한 것처럼 생각해서인지 아니면 이제는 지긋지긋한 네덜란드 놈들이 보이지 않게 된 덕인지 한결 가벼운 표정이 된 바스쿠는 근처에 있는 선원에게 명령했다.


“신호를 올려라. 귀빈께 놈들이 물러갔다고 알려드려.”



***



“화란 배들과 떨어진 모양입니다.”

“다행이군.”


다소 창백한 얼굴이 된 배태경이 하는 말에 장화는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이 환관은 대체 어떻게 이렇게 잘 버티는 거야?’


배를 탄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나 이번에 탄 배는 그가 그동안 탄 배랑 조금 느낌이 달랐기에 배태경은 뱃멀미에 시달리고 있었다.


반면 장화는 그런 것 하나도 없다는 태평한 신색이니 절로 궁금함이 차올랐다.


그러나 이내에 배태경의 속에서는 다른 생각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쓸데없는 일로 하사품을 망칠 수야 없지.”

‘......하사품?’


물론 이번 일이 어떤 일인지는 그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하사품’이라는 말은 들을 때마다 어색함을 감추기 어려웠다.


실린 화물의 가치나 그런 것과는 전혀 별개의 이야기였다.


중요한 것은 어떤 것이 실려있고 어떤 것을 줄 것인지가 아니라 그것이 준비된 경로였다.


당장 배는 배태경 그가 바스쿠와 함께 마련한 셈이나 화물은 남경에서 준비되었다.


아니, 그걸 준비되었다고 말하자면 조금 어폐가 있다.


배에 실린 ‘하사품’, 화물들은 모두 남경 신료들의 사재에서 나왔으니 말이다.


“자칫하면 태자 전하의 고귀한 뜻에 더해 남경 사람들의 선의 역시 무산될 뻔하였으니 참으로 잘된 일일세.”


덜컹


그 순간, 쓸데없는 생각은 그쯤 해두라는 것처럼 배가 흔들렸다.


그러자 잠시 잊고 있었던 뱃멀미가 크게 올라오니 배태경이 곧장 입을 양손으로 부여잡았다.


“우웁!”

“저런, 이만 나가보게. 이곳에서 예의 차리고 있으면 진정될 속도 뒤집어질 테니.”

“가, 감사합니다.”


안쓰러운 듯 말을 건네는 장화의 말에 배태경은 아마 살아오면서 이렇게 진심이었던 적이 있었을까 싶은 진솔한 말을 내뱉고는 허둥지둥 선실을 나갔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장화는 배태경이 아예 나간 후 피식 웃었다.


“나는 좋으니 여정이 길어져도 상관없지만 저치는 곤경을 겪으니 빨리 끝나기를 바라겠군. 과연 하늘은 누구 편을 들어주려나?”


소소한 소일거리가 생겼다는 얼굴로 중얼거린 장화는 느긋하게 몸을 누였다.


어느 쪽이든 그에게는 나쁘지 않았다.


이 때문인지 하늘은 배태경의 손을 들어주었다.



***



“또 여기에 계셨습니까.”

“하하,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이렇습니다.”


제물포에서 가장 바다가 잘 보이는 자리에 서 있는 윤휴에게 누군가 말을 걸었다.


이에 윤휴가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며 몸을 돌리니 거기에는 벨테브레이가 있었다.


“이런, 괜히 말씀드렸던 모양입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이렇게나 바랄 줄 알았으면 듣지 말 것을 그랬습니다.”


윤휴는 벨테브레이의 말에 장난스레 동의하며 바다가 아닌 육지에 시선을 주었다.


이제는 전과 다르게 제법 구색을 갖춘 제물포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바라는 것도 그렇지만 아시지 않습니까.”


잠시 말을 멈추고 한양이 있는 방향을 본 윤휴는 진중하게 말을 이었다.


“상께서도 이 사람과 형님들을 믿고 이 제물포 외항을 위해 많은 걸 내어주셨다는 걸 말입니다.”


당장 나라 곳간에 여유가 없으니 신료들이 이곳을 꾸미는 일을 썩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상께서 앞으로 찾아올 이들을 위해 묵을 자리조차 없어서야 쓰겠느냐며 내수사에서 얼마고 내어서 이곳을 정비하도록 명했다.


덕분에 다행스럽게도 다음에 그들이 오기 전에 얼추 그 모양을 잡을 수 있었다.


벨테브레이의 조언에 따라 부족하나마 항구시설을 만들고 저들이 돌아다닐 수 있는 구역이나 숙소 등을 정했다.


이에 더해 아직 미완성이나 해안포대를 축조하였으며 훈련도감 별갑군 1개 초가 내려와서 근처를 지키게 되었다.


하물며 얼마 전에는 외조 좌랑으로서 당분간 이곳을 책임지라는 명을 듣기도 했다.


조선 내에서 그가 이번 일, 그러니까 교역하고 통하는 일에 전념할 수 있게 된 셈이었다.


갑자기 외조로 불려 가서 좌랑으로 벼락출세라는 말이 의심스럽게 과로했음에도 아주 나쁘진 않았다고, 오히려 일부나마 조선 바깥을 볼 수 있으니 좋다고 여기던 그다.


그러던 중에 나가지 않되 더 많은 바깥을 볼 수 있는 일을 이제 맡게 되었으니 이만한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좋아하는 것도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이 모든 은을 받고 제물포에서 일도 객이 없이 하루하루 보내고 있자니 영 마음이 편치 않았다.


“기다리며 가만히 앉아있기가 쉽지 않습니다.”


말하는 윤휴의 얼굴에는 걱정이 아니라 아쉬움이 진하게 드러났다.


오지 않으리라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늦게 옴을 아쉬워하는 얼굴에 벨테브레이는 혀를 내둘렀다.


“대단하십니다.”

“뭐가 말입니까?”


묻는 말에 어리둥절하게 되묻는 모습을 보고 벨테브레이는 괜히 심술이 들어서 대답지 않고 말을 돌렸다.


“별거 아닙니다. 그보다 외항 관사에 조정에서 사람이 와있습니다.”

“조정에서? 이런, 그걸 먼저 말씀해주시지 그랬습니까.”


사람이 왔다는 말에 윤휴는 곧바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를 따라 벨테브레이 역시 걸음을 옮기니 그들이 있던 자리에는 아무런 인기척이 남지 않았다.


그것을 기다렸다고 하듯 바다 멀리서 접근하는 점들이 있었으니, 윤휴가 알았다면 적잖이 아쉬워했을 일이었다.


작가의말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kkatnip님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후원하신 기대에 응해 더욱 좋은 글을 쓰도록 정진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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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150화 사이에 한 사람이면 충분하다 +3 23.03.04 611 29 11쪽
150 149화 돌아가고 싶은 사람들 +2 23.03.03 600 25 12쪽
149 148화 사람은 말보다 느리다 +1 23.03.02 633 29 14쪽
148 147화 남의 집 불씨 +1 23.03.01 641 33 13쪽
147 146화 미루고 돌리고 속이고 +1 23.02.28 651 31 15쪽
146 145화 같은 자리 다른 꿈 +4 23.02.27 656 34 15쪽
145 144화 지금은 조선 사람 +5 23.02.26 683 34 12쪽
144 143화 저들에게 물어주십쇼 +1 23.02.25 682 28 13쪽
143 142화 가장 큰 욕심 +2 23.02.24 660 30 12쪽
142 141화 나라를 옥죄는 족쇄 +1 23.02.23 711 42 14쪽
141 140화 받았다면 응당 보응해야 한다 +1 23.02.22 704 31 12쪽
140 139화 위와 아래가 아닌 이웃 +3 23.02.21 714 33 13쪽
139 138화 한쪽에만 좋은 이야기는 없다 +1 23.02.20 707 35 13쪽
138 137화 전과 다른 것은 +1 23.02.19 706 32 12쪽
» 136화 그 사내는 악운을 타고났다 +1 23.02.18 691 36 12쪽
136 135화 같은 자리에 있다고 같은 생각을 하진 않는다 +4 23.02.17 737 35 15쪽
135 134화 책임을 나누는 이유 23.02.16 739 36 12쪽
134 133화 욕심이 부른 인연 +1 23.02.15 750 40 13쪽
133 132화 화를 피한 곳에 있는 것 +3 23.02.14 766 34 12쪽
132 131화 닭이 먼저인가 알이 먼저인가 +3 23.02.13 742 34 13쪽
131 130화 위는 아래를 모른다 +2 23.02.12 786 39 12쪽
130 129화 때로는 작은 것이 믿음직하다 +2 23.02.11 785 39 12쪽
129 128화 천자의 어머니 +5 23.02.10 818 34 13쪽
128 127화 만민이 따라야 한다 +6 23.02.09 806 38 13쪽
127 126화 이 땅은 조선이다 +3 23.02.08 834 42 13쪽
126 125화 사람은 시작하며 그 뒤를 본다 +1 23.02.07 765 38 12쪽
125 124화 호가호위 +4 23.02.06 797 42 14쪽
124 123화 엘도라도 +5 23.02.05 783 42 13쪽
123 122화 원수는 동방에서 만난다 +6 23.02.03 784 44 12쪽
122 121화 보는 곳은 모두 같다 23.02.03 696 3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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