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수 키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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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뱅이는
지난 3월 초에 한 숫거와 두 암커의
염소를 사들였다
연못가에 무성히 자라
모기를 들끓게 하던 잡초들은 이제
쪽을 못 쓸 거라고
낫을 안 써도 절로 해결될 거라고
게으름뱅이는 벌쭉벌쭉 좋아했다.
첫날엔
팔손나무 연한 새 잎을 잘라먹었다.
다음날엔
측백 끄트머리 조롱조롱 매달린
금빛 새싹을 잘라먹었다.
울타리에 피어나는
개나리를 따먹더니 개나리 앞에
고개 팍 숙이고 조심스레 나온
콩의 떡잎
딱 한 송이 봉긋이 벌어진 모란꽃
연못 위에 처억 휘어져 하얀 꽃 피우는
초록 무성한 아기배 잎사귀
...............................
뜨락의 새순들만 잘라먹은 그것들은
텃밭으로 나가서 날마다
순 따먹기를 하는데
오이며 참외며 가지며
고구마 순이며 고추 순도 3백포기를
다 따먹었다.
저눔의 웬수들!
쌔가 만발이나 빠질 눔들!
게으름뱅이는 날마다 염소를 풀어놓곤
날마다 욕설을 리바이벌한다.
염소들은
날마다 귀한 잎들만 따먹고
잡풀은 무럭무럭 자랐다.
그리고 어느 날
배접해놓은 서예작품을
그것도 묵향 가득한 섬유질이라고
뜯어먹었는데...........
그 다음 이야기는 차마 적을 수가 없다.
게으름뱅이가
염소들을
어떻게 처치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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