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7
-잘라내기
자매는 실상 부모도 각각인데
끊어내기 너무 아팠다.
처마끝 빗물 받아서 밥쌀을 안치는
아우에게
펑펑 쏟아지는 지하수를 못 퍼다 주는
형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우 가슴에 박힌 못을
외진 곳에 달랑 두 집
둘은 무엇이든 나누었는데
형은 고마웠고 아우는 고까웠다
간섭 말라며 톡톡 내쏘는
아우의 말투엔 언제나
자존심 상하는 냄새가 났다.
아우의 위선을 순정인 줄로만
알았던 형은
천 갈래로 찢겨나갈 위기에서
신음조차 못내는 자존심을
삼차원 웃음으로 얼버무리는
아우를 알아채고 말았다.
그것이 잘못이었다.
형의 미천한 그림에 새겨진
아우의 숭고한 낙관
그것이 천추에 남을 한이었다.
형의 그 오만이 이제
둘 사이를 잘라내고 있다.
*그림 한 장을 제대로 완성시키지 못하는 아우가 딱하여 형은 자신의 그림을 아우에게 주었다. 그리고 형은, 자신의 그림에 새겨지는 아우의 낙관을 모른척했다. 하지만 그것이 원인이 되어 아우는 계속 위선을 일삼았고, 결국 그것이 병이 되어 둘은 갈라서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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