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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특급코끼리
작품등록일 :
2023.10.09 18:52
최근연재일 :
2024.01.30 21:00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1,841
추천수 :
7
글자수 :
312,961

작성
24.01.3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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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60-전환전(10)(완)

DUMMY

‘문’ 혹은 ‘게이트’라고 불리는 지구와 통하는 포털이 계속 여기저기서 열리고 있는지 6개월이 지난 지금 난 여전히 택배길드에서 일하고 있다. 약간의 변화가 있긴 하지만.


“마스터? 상인길드장님이 찾아 오셨어요.”

“응 들어오시라고 해. 마실 것도 좀 가져다 주고.”

“네 알겠습니다.”


짬밥 있는 택배기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테메이스 대륙으로 넘어온 사장의 역할은 나를 지키는 일이었다. 나에게 위험한 일이 생기면 자기보다 나를 먼저 보호했기에 만약의 사태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했었다.


“바쁜데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마스터.”

“아닙니다 앉으세요.”


처음에는 우리와 같이 동업하던 사람들에게 예전 사장님과 비교 당하며 우습게 보이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 나 역시 사장 곁에서 일을 배우고 열심히 했기에 그들이 곧바로 나를 택배길드 마스터로 인정해주었다.


“이제 제법 마스터 다운데요?”

“놀리지 마라. 예전처럼 농땡이 피우면서 일하던 때가 정말 그립다.”


상인 길드장을 보내고 나서 곧바로 크로스가 들어온다. 대륙 곳곳에서 포털이 열렸기에 난 그가 마족이 대륙으로 넘어왔을 때보다 더 바쁜 시기를 보낼 줄 알았는데 의외로 길드 일을 더 많이 하고 있다.


“궁으로 안 들어가봐도 돼? 포털이 여기저기서 열리고 이방인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질텐데?”


아토리 왕국 뿐만 아니라 대륙의 온 나라들이 게이트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먼저 포털에 들어간 모험가들이 보고 온 지구의 모습은 이들에겐 말 그대로 신세계였다. 온갖 신문물을 접하고 온 모험가들은 지구의 모습을 동경하게 됐고 그것에 반해 지구로 넘어간 이들도 적지 않았다.


“딱히 별로요. 의외로 지구인들이 호전적으로 우리를 대해주고 있고 아직까지 무력 충돌에 의한 일도 없으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포털이 생겼다가 언제 사라질지 모르니까 큰 모험은 그쪽에서도 시도를 하지 않은 것 같아요.”

“하긴 언제 돌아갈지 모르는 상태로 대륙을 탐방하는 건 힘든 일이니까.”

“그런데 최근에 포털에 대한 안 좋은 소식이 전해져요.”

“어떤 안 좋은 일?”


설마 드디어 지구인들의 침공 조짐이 보이나?


“포털이 꼭 지구를 향해 열리는 게 아닌 것 같아요.”

“다른 세계와도 연결된 포털이 열리고 있어?”

“아뇨 다른 세계가 아니라... 흠...”


크로스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형님 혹시 던전이라는 걸 알고 계십니까?”

“아무리 내가 이쪽 지식이 약하다고 해도 그건 알고 있어. 마물을 생성하고 안에 고위급 마물을 처치하면 없어지는 동굴이잖아?”

“네. 그런데 그런 곳으로 열리는 포털이 종종 생기고 있어요.”

“그러면 오히려 좋은 거 아냐? 직접 찾아갈 필요 없이 던전이 알아서 찾아오는 거 잖아?”

“그렇긴 한데 문제는 꼭 우리 선에서 처리할 수 있는 던전 포털만 열리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우리 선에서 처리할 수 있는 던전? 던전에도 단계가 있어?”

“던전을 제거하기 위해 각 나라들은 모험가를 고용하기도 하지만 백성에게 위협되는 던전이 발견되면 군대를 파견할 때도 있어요. 그런데 간혹 모험가들도 군대도 토벌할 수 없는, 손을 댈 수 없는 던전들도 있습니다. 심지어 고대 때부터 내려 온 던전들도 있고요.”

“아주 위험한 곳들인데...”

“네 그런 고위험 던전들로 통하는 포털이 열리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저희도 골치가 아픈 거고요.”


도시 한복판에 던전이 열려 마물들이 쏟아져 나온다고 생각하면 되나? 끔찍한 일이네.


“어쩌면 앞으로는 나라에서 모험가를 육성해야 할 지도 모르겠구나.”

“이미 우리 왕국에서는 모집하고 있습니다.”


빠르네. 포털 정찰 병과를 창설한지도 얼마되지 않았는데 벌써 던전 포털에 대한 대비까지 하다니.


“마스터가 해이즈에게 포털에 대한 연구를 부탁했다면서요?”


이게 본론이었나?


“응. 아직 포털에 대해 모르는 게 많으니까 포털 전문가인 해이즈에게 부탁했지.”

“단지 그것 뿐이세요?”


역시 크로스는 눈치가 빠르다. 입은 조심스럽게 물어보지만 눈은 반짝인다.


“우리 사업을 지구와 연결 시켜보려고.”

“지구랑 같이 사업을 한다고요?”

“엄밀히 말하면 지구를 상대로 사업을 벌이겠다는 거지.”

“이계인들을 상대로 사업을요...?”


크로스가 무엇을 상상했는지 모르겠지만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다.


“나 여기 오기 전에 지구에서도 택배 했었어. 거기서 배운 경험과 여기의 지식을 이용하면 우리는 아주 거상이 될지도 몰라!”


내가 희망을 잔뜩 품은 이야기를 웃으며 했지만 크로스의 얼굴은 풀어지지 않았다.


“실현 가능성이... 있을까요?”

“지금 당장은 못하지. 포털이 열리는 시기와 어느 정도 지속되는지 모르니까 포털에 대해 좀 더 알고 나서 시작해야지.”


크로스는 다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나의 말을 곰곰히 곱씹는 것 같았다.


“그때면 아토리 왕국의 힘이 많이 필요할 거야.”

“음... 마스터의 뜻은 알겠어요.”


크로스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내가 어떤 다른 생각을 품고 있을까봐 물어보러 온 거야?”


가볍게 물어봤는데 크로스는 내심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혹시... 이전 마스터의 죽음에 대한 부담감으로 다른 뜻이 있는가 해서요... 복수 같은 거요.”

“복수? 후~ 누구에게 복수를 해야 할까? 두 명의 엘프 중 하나는 뼛조각이 몸에 박힌 채 포털로 빨려 들어갔고 다른 엘프는 지가 뿌린 씨앗에 잡아먹혔는데 누구를 원망할까?”

“죄송해요. 아픈 기억을 끄집어냈네요.”


난 일부러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크흠! 내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전 마스터의 의지를 받아 길드를 번창시키는 거야. 그게 우리가 할 일이야.”


크로스가 알겠다며 방을 나간다. 아마 감정이 살짝 올라왔겠지. 사장의 장례식에서 한 번도 울지 않았던 놈이지만 내 직감으로는 혼자 있을 때 엄청나게 울었을 것이다. 왕족이니 남 앞에서 자신의 감정 조절하는 법을 배웠을 테니까.


크로스가 나가고 난 죽은 사장을 데리고 말라로 돌아오면서 가이아님과 나눴던 대화를 회상했다.


“하필리아가 발아시킨 나무... 아마 세계수일 거야.”

“세계수...?”

“마력을 생산하는 생명의 나무라 불리기도 하지. 원래는 대륙 모든 이들의 경외대상이었지만 지금은 하프시온에 있는 ‘매리브’만 남았다.”

“그런 중요한 나무의 씨앗을 어째서 하필리아가...”

“되도 않는 계획을 꾸민 자들이니 어떻게든 손에 넣었겠지. 그리고 이거 내 감인데. 아도니스와 하필리아... 어쩌면 이 둘은 아직 죽은 게 아닐 수도 있어.”


아도니스는 내 눈앞에서 포털에 빨려 들어간 걸 보았고 하필리아는 무지막지한 속도로 자라는 세계수의 뿌리에 잡아먹혔다. 직접 생사를 확인한 건 아니지만 거기서 빠져 나갈 수 있을 가능성은 없었다.


“아도니스는 그렇다 처도 하필리아는 엄청나게 큰 나무에 삼켜지다시피 빨려 들어갔어요.”

“세계수는 하필리아의 마력에 의해 발아해서 자라났어. 그렇기에 세계수가 하필리아를 집어 삼킨 건 아마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서일 거다.”


보호? 그럼 하필리아를??


“그 엘프는 끝까지 이기적인 행동을 했군요.”


가이아님의 말을 종합해보면 하필리아는 그 자리에서 도망치기 위해서 거대하고 신비로운 나무인 세계수를 심은 것이다. 정말 비겁함의 끝판 대장같다.


“복수... 할 수 있겠네요.”

“그래봤자 병수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복수가 끝난 뒤에 찾아오는 허무함은 그 어느 것보다 공허하다.”

“그건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한때 내가 이전 세계에서 가장 큰 복수가 용서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는데 대다수 사람들은 그 말을 인정하지 않았다. 나도 그랬고.


“병수는 과연 바랄까?”


복수를 다루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대사를 가이아님이 진지하게 했다.


“아뇨 처음에는 바라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만약 절 설득시키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아시면 이왕 할 거 제대로 하라고 하셨을 겁니다.”


가이아님은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확실한 근거는 아니지만 오랫동안 살면서 다양한 현상을 본 가이아님의 직감이라면 맞을 확률이 높았다.


장례를 치루고 혼자 집에 있으며 잠시 잊고 있었던 두 엘프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포털로 빨려 들어가 사라졌지만 살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가이아님의 말이 머리에 계속 맴돌았다. 그들을 떠올릴 때마다 엄청난 분노가 느껴졌다. 사장이 본분을 다하고 죽었다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정신나간 엘프들 때문에 죽었다. 나를 지키기 위해 죽은 것이 아니라.


이전 세계의 나였다면 분했어도 어쩔 수 없다며 스스로 위로하고 나만의 삶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선 내가 마음 먹기에 달려있었다. 그렇게 난 쉬면서 한가지 목표를 세웠다.


“아도니스... 하필리아... 너희들은 내가 반드시 찾아내서 죽인다.”


택배 길드 마스터직을 수락한 이유도 이것이다. 시시각각 열리는 게이트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면 나 혼자 움직이는 것 보다 길드를 이용하고 크로스를 이용해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현 시점에서 게이트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인 해이즈의 도움이 필요했다.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사장을 마주한 해이즈는 세상이 멸망한 것처럼 그의 시신을 안고 울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해이즈가 두려워졌다. 그녀의 원망이 어떤 식으로 나에게 날아올지 몹시 불안했다. 아니 해이즈의 슬픔이 대륙을 향해 행여나 드녀가 돌발 행동을 하지 않을까 불안했다. 하지만 해이즈는 장례식이 끝나고 난 후 평소처럼 행동했다. 나에게도 어떠한 원망의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내가 집에만 있을 때 해이즈는 사장의 최후를 듣고 싶다며 찾아왔었다. 당시의 상황을 최대한 상세히 풀어 말해 주었을 때 해이즈는 무덤덤하게 듣기만 했다. 슬픔은 사장의 시신을 안고 울었을 때 모두 떨처낸 것처럼. 얘기를 다 들은 해이즈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나왔었다.


“길드 마스터, 네가 할거지?”


얘가 무슨 소리하나 싶어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니 평소에 날 보던 짜증 난 얼굴로 다시 말했다.


“길드 마스터 네가 해!”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어이없었지만 해이즈는 진심이었다. 내가 맡지 않으면 길드를 나가겠다는 말까지 할 정도였으니까. 내가 회사의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들어봐야 한다고 고사하려 했는데 이미 그녀는 모든 사람들의 동의 서명이 담긴 종이를 내밀며 다른 사람들도 날 마스터로 찍어놨다고 했다. 날 제외한 회사의 모든 사람들이 내가 사장이 되길 원했고 그렇게 난 택배 길드 마스터가 되었다. 그와 동시에 난 해이즈에게 포털에 대해 알아봐달라고 부탁했다. 해이즈는 기꺼이 동의해 주었다.


그렇게 반 강제로 난 아토리 왕국의 택배 길드 마스터가 되었다. 그전과 나의 삶은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근무시간이 많이 늘어났다는 것만 빼고. 아! 나를 대하는 윈돌이의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 예전보다 조금 더 깎듯하게 날 대한다고 해야 되나? 어쨌든 내가 정령왕의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해이즈와는 더 자주 이야기를 나눈다. 포털에 대해 알아야 할 것들이 많으니까. 해이즈도 무작위로 생겨나는 포털에 흥미를 많이 가지고 있는 터라 지하 센터에 있는 해이즈의 집에서 많은 얘기를 나눈다.


가끔은 해이즈뿐만 아니라 길드원들에게 죄책감을 느낀다. 길드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 개인적인 원한을 풀기 위해서 길드 마스터가 됐으니까. 크로스와 해이즈에겐 나의 목적을 말할 생각이다. 아니 어쩌면 그 둘은 이미 내마음을 알고 있을 지도 모른다. 아직도 난 마음을 숨기는 일이 서투니까.


“마스터 궁에서 연락왔어요. 당장 들어올 수 있냐고 하는데요?”

“응 알았어 갈게~”


거북했던 아토리 왕국의 왕족과의 면담도 이젠 평범한 일같이 느껴진다.


“이럴 땐 사진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테메이스 대륙엔 사진이라는 개념이 없다. 하지만 지구와 연결된 이상 곧 이곳에도 사진이라는 게 들어오겠지.


사장에 대한 그리움을 묻어두고 난 곧바로 방을 나와 궁으로 향한다.


작가의말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재미있는 작품으로 다시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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