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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특급코끼리
작품등록일 :
2023.10.09 18:52
최근연재일 :
2024.01.30 21:00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1,842
추천수 :
7
글자수 :
312,961

작성
24.01.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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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53화-전환점(3)

DUMMY

“알았어. 방으로 바로 가지 말고 어디까지 쫒아 오나 한 번 보자.”


난 방으로 가다 몸을 틀어 내일 또 돌아보자는 마음으로 미처 둘러보지 못한 곳까지 가기로 했다.


“어때 따라오고 있어?”


그런데 사라졌다고 윈돌이가 말했다.


“미행이 아니었나?”


한도하며 말하자 윈돌이가 분명 우리를 쫒아 온 누군가가 있었다고 목소리 높여 말했다.


“알았어 알았... 뭐?”


윈돌이는 지금 우리 앞에 있는 건물 기둥에 기대어 있는 인물을 가리키며 저자가 우리를 미행한 사람이라고 했다.


“저 옷차람과 분위기... 아오... 설마...”


아니나 다를까 후드를 쓰고 있었지만 그자가 우리쪽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아리따운 외모와 여성적인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엘프의 특징인 긴 귀를 확인할 수 없었지만 윈돌이와 나는 직감적으로 우리 앞에 있는 이는 여자 엘프라는 걸 알아차렸다.


달린트님이 보통 아닌 사람인 건 알겠지만 집에 엘프가 있다니? 설마 몰래 들어온 침입자인가?


“안심해. 난 달린트의 오랜 친구니까.”

“네?”


내가 싸울 기세로 나오는 걸 알아차린 엘프가 기둥에서 등을 떼고 내 쪽으로 오며 말했다.


“음식을 만들 인간으로는 안 보이는데?”


엘프가 냄새 맡는 시늉을 하더니 말한다.


“그분은 지금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습니다.”


불쾌함을 숨기지 않으며 대답했다.


“그런데 진짜 달린트님 손님 맞아요?”


워낙 의심스러웠기에 언성이 살짝 높아졌는데 엘프는 당황한 기색하나 보여주지 않았다.


“내가 널 따라다녀서 기분 나쁘지? 하지만 반대로 내 입장에선 나의 지인 집에 처음 온 네가 이곳저곳 둘러보는 걸 의심스럽게 생각하지 않을까?”

“어...?”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었다. 아무리 집이 크다고 해도 처음 온 남의 집을 집주인의 허락도 없이 돌아다니는 건 예의 없게 보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죄, 죄송합니다.”

“나한테 죄송할 건 없어. 너나 나나 서로가 의심하던 상황이었으니까 없던 일로 하자.”


엘프는 무표정하게 말했다. 으음... 이거 왠지 당한 것 같은데? 은근히 자존심 상한다.


“워낙 넓은 집이지만 길은 일방적으로 나있어 길 잃을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잘 보고 다녀.”


그러면서 엘프는 마치 윈돌이에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윈돌이 쪽을 보며 말했다. 이 엘프는 윈돌이가 설마 보이나?? 엘프는 자기 할 말을 끝내고 곧바로 등 돌려 갔다.


“어?”


그런데 갑자기 손이 제멋대로 움직인다. 아니 몸 전체가 엘프가 있는 쪽으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인다.


[야! 윈돌아 이거 네가 그러는 거야?]


머릿속으로 물었는데 윈돌이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어 자신과 상관없다고 했다. 엘프는 벌써 보이지도 않았고 나의 몸은 계속 멋대로 움직이려 했다.


[저 엘프를 빨리 죽여라!!]

“뭐?”


난 머릿속에 들리는 목소리가 윈돌이가 아님을 알았지만 그를 보았다. 윈돌이는 누구의 목소리인지 아는 듯 몹시 당황했다.


[어서 빨리 저 엘프를 죽여라!!]

“누구야 ㅆㅂ!”


그제야 멋대로 움직인 몸이 내 의지로 움직일 수 있었다.


[젠장! 어째서!]


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음성이었지만 누구의 목소리인지 짐작갔다. 갑자기 나타나 나의 몸을 조종할 수 있고 윈돌이도 쩔쩔매게 만드는 인물은 한 명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혹시... 앨러모스님?”

[그래.]


정령왕이 나타났다. 아니 왜?


“방금 그 엘프를 죽이라는 게 무슨 뜻이죠?”

[말 그대로다. 네가 방금 만난 엘프는 반드시 죽어야 한다.]

“이유는요?”

[그 엘프가 대륙에 위협을 가져다 줄 흉계를 꾸미고 있다.]

“어떤 계획인데요?”

[그건 나도 모른다.]


장난하나? 순간 화가 났지만 참으며 다시 물어본다.


“설마 아무런 증거도 없이 그냥 심증으로 저보고 엘프를 죽이라고 한 겁니까?”

[내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분명 그 엘프는 어마어마한 일을 꾸미고 있다!]


대륙에서 엄청나게 찬양받고 놀라운 능력을 가진 정령들의 왕이라는 양반이 마치 어린애처럼 떼쓴다. 난 지금 상황이 너무 황당했다.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네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빨리 저 엘프를 쫒아 가서 죽여라!]

“본인이 직접 하세요. 저번처럼 절 기절시키고요.”

[아니 그럴 수가 없다.]

“급하다면서요? 용을 처리하실 때랑 지금이랑 다를 게 무엇입니까?”


속으론 내가 기절하지 않은 것이 문제냐고 묻고 싶었다.


[내가 직접 처리하려고 했지만 너의 몸이 나를 거부하고 있다.]


이건 또 뭔 소리야?


“전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요?”

[그 엘프가 무슨 짓을 해놓은 것이다. 이 저택에다.]

“말도 안 됩니다. 저 엘프가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알고 저택에다 무슨 짓을 해놨다는 겁니까?”


실비언으로 내가 온 건 온전히 사장이 바빠서였다. 전혀 계획적인 건 없었고 실비언으로 온다고 결정난 것도 하루전이었다. 달린트님 집에 누군가 나나 정령왕이 여기를 방문할 것을 대비해 결계나 마법을 첬다는 건 정말 바보 같은 발상이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중요한 건 그녀가 여기서 내 손발을 완전히 묶었다는 사실이다.]


처음 만나 하는 말이 너무 어이없고 직위(?)에 어울리지 않는 떼쓰기라니... 사장이나 경수 형님뿐만 아니라 가이아님까지 정령왕의 힘을 쓸 수 있다는 건 축복이라고 했는데 정말 그게 맞나?


[날 제어할 수 있는 마법진은 대륙에 존재하긴 하지만 일개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단순한 마법이 아니야. 게다가 분명 엄청난 마력이 사용되기에 한 명이 감당할 수 있는 마법도 아니다.]


나와 달리 앨러모스님은 너무 진지했다. 정말 그를 묶는 마법이 없었다면 내 몸을 조종해서 엘프를 죽이려던 의지가 진하게 느껴졌다.


“앨러모스님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마법이나 그 흔적을 찾아볼까요?”

[아니 네가 그 엘프를 찾아서 죽여라.]

“그런 거 말고요. 마땅한 이유가 없는데 왜 죽여야 합니까? 그리고 제가 그 엘프를 상대할 순 있고요?”


그녀가 엘프라는 걸 알아챘을 때 내가 이제까지 만났던 엘프들 보다 강할 것이라는 직감도 같이 느꼈다. 그냥 팔짱만 풀고 나와 윈돌이쪽으로 다가오는 데도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무조건 죽여라! 안 그러면 대륙에 엄청난 일이 닥칠 것이다.]

“싫습니다.”

[뭐?]


정령왕의 경악스러운 목소라와 함께 윈돌이의 아주 당황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뚜렷한 이유를 말씀해 주시지 않으면 따를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그 엘프로 인해서 대륙에 엄청난...]

“그런 추상적인 말씀 말고요. 구체적인 근거를 말해주세요. 도대체 그 엘프가 무엇 때문에 그런 일을 당해야 하는 겁니까? 개인적인 원한이나 누군가에게 의뢰를 받아서 죽이시려는 겁니까?”

[네놈이! 감히 날 뭘로 보고!]


목소리에서 정령왕이 분노가 느껴졌지만 이상하게 두렵지 않았다.


“그렇게 막무가내로 떼 쓸거면 알아서 하세요. 전 협조하지 않겠습니다.”

[내가 너에게 나의 힘을 거두어 가면 넌 그냥 이세계의 평범한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게 쉽게 줬다 뺐어갈 수 있는 힘이면 가져가십시오. 그리고 절 이리로 데리고 온 분이 앨러모스님이라면 아시리라 믿습니다. 전 원래 삶을 포기하려고 했던 놈이었다는 걸요.”

[크윽!]

“죽으려고 마음 먹었다 앨러모스님 덕분에 새 삶을 얻은 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전 삶보다 삶에 대한 애착이 강할 거라는 착각은 하지 마세요. 아직까지 여기서 죽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그렇다고 열심히 살아가고자하는 마음도 없습니다.”

[협박 한다는 말이 너의 목숨을 가지고 날 협박하는 것이냐?]

“이봐 댁도 사정이 있으니 남의 몸에 기생하고 있는 거 아냐?”

[뭐? 기생?]


도발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말하다 보니 열 받아 나도 모르게 험한 단어가 나왔다.


“그게 아니면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내 직접 엘프를 처리하면 되잖아? 굳이 내 몸을 이용해 엘프를 처단해야 하는 이유가 뭔데? 그것도 말 못하지?”


허를 찔렸는지 앨러모스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이 인간, 아니 이 정령왕이라는 존재는 설마 내가 자신에게 반기를 들거라는 상상도 못했었나?


“일단은 나도 당신의 힘을 빌렸던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의는 다 할 거야. 다만 무턱대고 엘프를 죽이진 않을 거야. 내 나름대로 기준을 정해서 그 엘프가 죽어야 할 이유가 납득되면 그때 가서 당신의 바램을 실현 시키지.”


이번에도 답이 안 온다. 설마 다시 사라졌나?


“윈돌아 너네 대빵 다시 들어갔냐?”


윈돌이가 고개를 세차게 흔들기 전에 엘러모스의 음성이 머릿속에 울린다.


[알겠다. 그리고 명심해라. 오늘 일은 내가 반드시 잊지 않을 것이다.]

“그건 나도 모르겠고. 일단 지켜봅시다.”


이상하다. 왜 앨러모스라는 이 양반이 겁나지 않는 걸까? 그의 힘을 억제하는 마법이 저택에 뿌려지면서 그에 대한 두려움까지 사라지게 하는 마법이 걸렸나?


[이건 너나 날 위해서 해야 하는 일이 아니야! 세상을 위해서다!]

“그러니까 설명이 필요하다는 거잖아!!!”


답답함에 소리를 버럭 지른다.


“난 암살자나 살인자가 될 생각 없어. 심지어 그놈들도 자신이 받은 임무라던지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 움직이는데 난 그저 머릿속에서 울리는 목소리가 시켜서 누군가를 죽인 미친 놈은 되고 싶지 않아!”


도무지 접점이 보이지 않는다. 서로의 의견이 계속해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데 내말을 들은 정령왕의 침묵은 길어졌다.


[넌 내 말을 무시한 것에 대한 대가는 아주 클 것이다. 애석하게도 그 고통은 너보단 네 주위 사람들이 더 클 것이다.]

“협박이 약합니다.”

[아니 난 내가 본 걸 말한 것뿐이다.]


본 것? 그럼 미래를 봤다는 거야?


[이방인이여. 넌 지금 네 임무와 책임을 다하지 않겠다고 나에게 말했다.]

“아니죠. 확실히 하고 넘어갑시다. 난 내 의지로, 그리고 이전 세계든 현 세계든 당신과 대화 하는 게 이번이 처음이예요. 내가 여기에 온 이유도 듣지 못했고 듣고 싶지도 않아요. 다만 난 여기 억지로 왔어요! 당신이든, 여기에 존재하는 신이든 난 내 의지로, 내 입으로 당신들의 일에 협조하겠다고 말한 적이 단 한번도 없어요!”


날 여기로 이끈 누군가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앨러모스님에게 쏟아 부었다.


선택권이 없다. 이것이 이전 세계에서도 나에게 가장 슬프고 억울한 일이었다. 부모도 가정 환경도 내가 선택한 게 아니었다. 내가 그나마 선택한 건 이른 나이에 돈벌이에 뛰어 든 것과 내 목숨을 스스로 내던진 것이었다.


이곳으로 오게 된 것 또한 내 선택이 아니었다는 마음 한 켠에 묻어 두었던 분노가 정신과 몸을 지배했다. 화가 가라 앉지 않았다. 이곳에 와 이렇게까지 화가 머리끝까지 솟아 오른 건 처음이다. 윈돌이는 처음 보는 나의 분노에 어쩔 줄 몰라하며 구석에서 조용히 있었다.


[인간의 운명이란 원래...]

“이 망할 영혼 ㅅㄲ야 엘프를 죽여야 되면 네 손으로 직접 죽여. 그리고 죽이는 김에 나도 어디 한 번 죽여봐 이 비겁한 ㅅㄲ야.”


눈치 없이 자기 의견을 내비치는 정령왕에게 욕설이 절로 나왔다. 걸쭉한 나의 말에 윈돌이는 경악하며 날 말렸다.


[이곳이든 다른 곳이든 역시 인간의 손을 빌리는 건 잘못된 선택이었군.]


자조가 담긴 앨러모스의 음성을 끝으로 더 이상 그는 나에게 말을 걸어오지 않았다.


“하아~ ㅅㅂ.”


부정적인 감정이 머리를 어지럽히고 욕설이 입에서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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