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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특급코끼리
작품등록일 :
2023.10.09 18:52
최근연재일 :
2024.01.30 21:00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1,828
추천수 :
7
글자수 :
312,961

작성
24.01.23 21:00
조회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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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4화-전환점(4)

DUMMY

방으로 급하게 돌아와 혼자 머리를 식히려 침대에 가만히 누워 있었다.


똑똑똑


“네?”


갑자기 들린 노크 소리에 화가 담겨있는 약간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무슨 일 있냐?”


한마디였지만 말에 화가 담겨있다는 걸 느낀 경수 형님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들어온다.


“왜? 윈돌이가 말을 안 들어?”

“예 뭐...”


난 억지로 웃으며 화제를 돌린다.


“어쩐 일로 오셨어요?”

“일은 무슨 밥 먹을 시간 다 됐으니까 너도 나와서 먹어.”

“아! 네!”


경수 형님과 같이 방을 나와 식당으로 향했다.


“우와~”


아까 주방에서 나올 때 밖으로 나가는 문으로 바로 나와서 못 봤는데 식당의 크기도 어마어마하게 컸다. 하지만 내가 예상했던 긴 직사각형의 식탁은 보이지 않고 원형 식탁이 군데군데 있었다.


“저기 옆에 가서 앉아.”


하지만 넓은 식당에 걸맞지 않게 원형 식탁 하나에 모든 사람들의 식기가 놓여져 있었다.


“사람 많다고 하지 않았어요?”

“이번엔 손님들이 별로 없나봐.”


내 눈에 대충 보이는 식기에 맞춘 인원 수는 8명 정도였다.


“미안하지만 음식 좀 같이 날라 줄래?”

“네.”


보통 이런 건 집사나 하인들이 하지 않나? 경수 형님이 직접 대접하는 자리라 형님이 일일이 다 하시나?


“많이도 하셨네요.”


주방에 들어가니 요리 가짓수가 어림잡아 5~6가지는 있었다. 거기다 그릇에 담긴 면들을 보아하니 식사는 따로 준비해두셨다.


“중식을 좋아하시는 분이니 간만에 솜씨 좀 발휘해 봤다.”


주방을 이리저리 보는데 그래도 재료는 다 쓴 것 같지는 않았다. 경수 형님을 따라 요리들을 차례로 식탁에 갔다놓으니 달린트님과 그분의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식당으로 들어왔다.


“허허허 여전히 먹음직스럽군.”

“맛도 엄청 날 겁니다. 면 요리도 바로 가져 오겠습니다.”


나와 경수 형님이 짜장면과 짬뽕을 가져 오는 것으로 모든 음식을 식탁에 다 차렸다. 그리고 뒤늦게 누군가 오는데 앨러모스님이 그렇게 죽이고 싶어하던 엘프였다.


“하필리아님, 오늘은 실비언뿐만 아니라 대륙에서도 좀처럼 보기 드문 음식을 내놨는데 괜찮으시죠?”

“응 괜찮다.”


이름이 하필리아구나. 그런데 엘프들은 고기 들어간 이런 음식 안 먹지 않나?


“여기엔 고기가 많이 들어갔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내 의문을 마치 들은 듯 경수 형님이 곤란한 표정으로 묻는다. 잠깐? 저번에 말라에서 날 미행하던 엘프도 십룡성에서 요리를 먹었던 것 같은데?


“난 하프시온이나 포르사론의 엘프가 아니므로 그들의 규율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


그게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경수 형님은 자신의 음식을 거부하지 않는 다는 것만으로 안도하는 듯 보였다.


“자 그럼 모두들 드십시다.”


경수 형님은 자신이 담근 술이라며 향긋한 냄새가 나는 아주 독한 술을 달린트님과 그의 아들로 보이는 남자에게 권유했고 술을 마신 이들은 향과 맛이 아주 좋다며 흡족했다.


나도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마음껏 먹고 싶지만 옆옆 자리에 앉은 하필리아가 신경 쓰였다. 어째서 앨러모스님은 하필리아를 죽이고 싶어하는 거지?


“이전에도 많이 먹었던 음식이라 내키지 않은 거냐?”

“에?”


하필리아와 내 사이에 앉아 있던 경수 형님이 어느새 달린트님과 그 아들이 있는 자리 근처에 자리 잡으며 술을 주거니 받거니 했다. 그러다 보니 나와 하필리아 사이의 자리가 비어 그녀가 하는 말이 잘 들렸다.


“그건 아닌데요...”


먼저 말 걸어 올 줄은 몰랐는데 해야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무턱대고 ’정령왕이 당신을 죽이라고 합니다‘라고 할 수도 없고 참.


“너희 세계가 부러워.”


갑자기?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지?


“이런 음식도 돈만 있으면 아무나 먹을 수 있다며?”

“네 뭐...”

“신분 차이도, 차별도 없는 세상...”


그런 게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아니 그런데 왜 그런 걸 말하는 거야? 그것보다 내가 대륙 출신이라는 걸 알고 있어?


“그렇게 놀라지 않아도 돼. 너희들이 그리 특별한 것도 아닌데 뭘.”


여전히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 없었다. 그녀에 대해 무언가를 얻어내야 하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에 속이 조금씩 타 들어갔다.


“대륙도 너희들 세상처럼 바뀔 수 있을까?”

“쉽진 않을 것 같네요 하하하.”


내가 답변하기 힘든 말만 하네 아직 짬뽕은 반도 못 먹었는데...


그나저나 영화나 만화에서 보면 보통 남들이 따르는 사상이나 규율에 반하는 생각을 가지는 사람들은 대부분 조직에서 위험인물로 찍히던데 하필리아님도 혹시 그런 인물 중 하나일까?


“그냥 생각만 해본 거야.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아도 돼.”

“아뇨 하하하 딱히...”


얼굴에 티가 났나? 귀신같이 알아 맞히네.


“새로운 시도는 잘 하지 않는데 음식이 맛있네 처음 먹어보는 맛이지만 괜찮아.”

“입에 맞으시니 다행이네요.”


요리를 한 사람은 벌써 술이 올라오는지 달린트님과 왁자지껄 떠들고 있었다. 술을 마신 사람들 중에 기분이 나빠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달린트님의 부인과 딸로 보이는 사람들은 술에 취한 남편과 아들에게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하필리아와 달린트님의 아내와 딸로 보이는 사람들은 식사가 끝나자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면서 사모님은 술자리를 가지는 세 사람에게 자리를 옮기라고 교양 있게 말씀하시곤 딸과 식당을 떠나셨다. 그 덕에 경수 형님의 눈치를 보던 나도 자리를 뜰 수 있었고 식당을 나가는 하필리아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어색하고 긴장감이 흘렀던 저녁 시간이 끝나고 난 내방으로 돌아와 앨러모스님을 찾았지만 그는 나의 부름에 답하지 않았다.


“삐졌나?”


일부러 긁는 말을 해보아도 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나보고 알아서 하라는 거겠지?”


푹신푹신한 침대에 누워 혼자 중얼거렸다. 혹시나 윈돌이에게 앨러모스님에게 지시 받거나 그 외에 들은 말 없냐고 물어봤지만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경수 형님과 내가 돌아가는 건 모레 아침이었다.


“그럼 내일 하루네...”


과감하게 물어볼지 아니면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지켜볼지 계획하고 고민해봤지만 이미 나의 답은 진즉에 정해져있었다.


난 다음날 아침을 먹고 난 후 하필리아를 찾아갔다.


“무슨 일이야?”


하필리아는 무표정으로 날 맞았다. 난 윈돌이에게 그녀의 주위를 산만하게 움직이라고 했다. 하필리아는 아주 짧은 순간에 살짝 눈동자를 굴리더니 나의 의도를 알아차린 듯 다시 나에게 눈을 돌렸다.


“정령이 보이시는 군요.”


하필리아의 몸이 살짝 움찔한 걸 놓치지 않았다.


“현재 엘프는 정령을 볼 수 있고 대화할 수 있는 엘프가 없다고 하던데. 어째서 당신 같은 분이 하프시온에 계시지 않는 거죠?”

“내가 너에게 답을 해줘야 하는 이유가 있나?”


분위기가 급속히 냉각된다.


“없습니다. 다만 정령들은 지금 오랜 동맹이나 다름 없었던 엘프들에게 많은 배신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심지어 자신들이 살고 있는 곳을 파괴하려고도 했으니까요.”

“새로운 성지로 삼을 땅 얘긴가?”

“네. 억?!!”


자연스럽게 나온 대답에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다. 어떻게 알았지? 아주 극소수만 알고 있는 건데? 4개국이 얽힌 땅이라 해도 한 자리에 있던 자들은 모두 각 나라의 최상부의 인물들이었다.


“오래 여행하다 보면 여기저기 친구들이 많이 생기거든.”

“그래도 아주 극비 사항인데 그걸 알고 계시다니 정말 대단한 친구들을 두셨네요.”


당황함을 최대한 얼굴에서 지우려 했지만 나도 의식될 정도로 난 아주 어색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나에 대해 알고 싶은 것이 있다면 우선 정신 사나우니 정령을 좀 얌전히 시켰으면 좋겠는데.”


난 곧바로 윈돌이에게 이제 됐다고 말했고 윈돌이는 언제나처럼 내 왼쪽 어깨 위에 앉았다.


“정령을 부리는 인간... 정말 앨러모스님이 터무니 없는 짓을 벌였군.”

“그 분을 아세요?”

“직접 본 적은 없어. 다만 정령과 동고동락했던 우리 종족과 그는 아주 밀접한 관계였다는 것만 알고 있어.”

“그런데 왜 갑자기 정령들이 배신감을 느낄 정도로 그들을 멀리하게 됐죠?”

“시대의 흐름....이라고 착각하는 멍청이들 때문에 그렇게 됐다.”


하필리아는 슬픈 눈으로 내 어깨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 눈에는 무언가 할 말이 많은 것 같이 보였는데 미안하다라는 말은 반드시 들어있을 것 같았다.


‘만약 이 엘프가 하프시온으로 돌아가면 어쩌면 미오아 왕국이 광산으로 점찍은 땅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엘프를 영원히 그 땅에 대한 권리를 잃어버리게 하려고 미오아 왕국은 노력중이었다. 정령들 또한 엘프에 대한 적대감이 아주 강했기에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엘프를 완전히 몰아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우리 종족이 정령과 더불어 살아온 건 사실이야. 지금도 가끔 바람의 정령들이 나에게 말을 걸어 올 때가 있거든.”


바람의 정령이라는 말에 나도 윈돌이도 깜짝 놀랬다. 하긴 정령들이 모여 사는 땅도 봤는데 바람의 정령이 윈돌이 하나만 있는 게 오히려 이상하지.


“모든 엘프가 정령과 친한 건 아니야. 자연을 사랑하고 그들을 존중할 줄 아는 엘프만이 정령과 같이 지낼 수 있어. 하프시온에 처박혀 마법만 연구한다고 정령들과 얘기할 수 있을 거라는 건 아주 바보천치들이나 할 법만 생각이야.”


저건 종족을 걱정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동족에 대한 적개심이 강하네요.”

“난 내 종족을 위해 좋은 일은 하지 않을 거야.”

“그게 대륙을 돌아다니시는 이유인가요?”

“그것도 있지만 이젠 어디 한 곳에 머물 인내심이 없어.”

“아직 살날이 많으신 분이 그런 말씀을 하시니 좀 안타깝네요.”

“사실이니까.”


슬픈 말을 슬픔 없는 표정과 목소리로 말한다. 동족에 대한 증오와 삶에 대한 회의감. 이런 성향의 사람을 본 적 있다. 삶이 힘들지만 죽을 용기는 없기에 목적 없이 사는 사람들. 이들은 현재 삶을 유지하는 것 만해도 벅찬 자들이기에 모험할 용기를 갖는 것을 사치라 여긴다.


하필리아와 대화를 하고 나니 나는 더욱 더 앨러모스님이 이해 되지 않았다.


“저희는 내일 아침 일찍 떠납니다.”

“그렇군. 조심히 가라.”


여전히 무뚝뚝한 말투로 물어본다. 생각해 두었던 많은 질문들은 짧은 대화에서 느껴진 그녀의 지독한 고독함으로 인해 목구멍으로 삼켜졌다.


“네 편히 쉬다 가세요.”


그렇게 하필리아님과 만남을 마첬다. 이후부터 떠날 때까지 손님으로서의 과한 대접을 받고 나와 경수 형님은 아무 일 없이 말라로 돌아왔다. 말라로 돌아오고 나서도 앨러모스님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


“얼라리요?”


잊고 있었던 누군가가 날 찾아왔다고 해서 급하게 회사로 돌아왔는데 정말 의외의 인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만이예요!”


라니엘님이 반갑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그런데 어쩐 일로?”


난 자연스럽게 사장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도 모르는 일이야. 그냥 길드로 찾아와서 널 찾으셨어.”

“상우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니까요.”

“저에게요?”


미오아 왕국과 분쟁 중인 땅 얘기라면 여기서 하면 안 되는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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