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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특급코끼리
작품등록일 :
2023.10.09 18:52
최근연재일 :
2024.01.30 21:00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1,760
추천수 :
7
글자수 :
312,961

작성
23.11.28 21:00
조회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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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4화-배송불가(1)

DUMMY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거예요?”

“잠이 들기 전처럼 세상을 여행해야지 얼마나 바뀌었나 예전과 비교하면서.”


말만 들으면 즐거운 일이겠지만 카르자님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리고 변화에 적응 해야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마지막 잔을 입에 털어 넣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어디로 가실 진 정하셨어요?”

“아니 남는 게 시간인데 목적지는 걷다 보면 나오게 되어있다.”


이럴 때 보면 무한에 가까운 수명을 가진 이들의 삶도 꼭 좋다고만 보기 어려운 것 같다.


“몸 조심하세요.”

“크크크 인간에게 그런 말 들으니 정말 내가 하찮은 존재가 된 것 같군.”

“앗! 죄송합니다. 전 얕잡아 보려고 한 말이...”

“알고 있어 농담이야.”


잠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가 올라왔다. 진짜 깜짝 놀랬네... 카르잔님은 당황한 나의 모습을 보며 호탕하게 웃고 여관에서 나갔고 나는 해가 뜰 때까지 방에서 시간을 떼우다 나왔다.


“멀리도 날아왔네...”


계속 날아다니느라 어느 나라 혹은 어느 지역에 와 있는지 몰랐고, 기절까지 한 상태로 여관에 들어왔기에 나가기 전 여관주인에게 물었더니 다행히 아토리 왕국과 나쁘지 않은 관계에 있는 나라에 와있었다. 다만 이곳에서 회사까지의 거리는 어마어마했다.


이번에도 최대한 빨리 집에 가고 싶어 윈돌이의 힘을 빌렸다. 그런데 이놈이 레오나르드와 함께 나는 걸 몇 번 했더니 마음에 들었는지 자기도 한 번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러다 떨어지면 난 바로 죽는데?”


소심하게 위험하다고 반대했지만 윈돌이는 떼쓰는 아이마냥 졸랐다. 윈돌이의 능력이 다양해질수록 나에게 큰 도움이 되기에 고민 좀 하고 허락했다. 이제까지 보지 못한 윈돌이의 기쁜 얼굴을 보니 거절을 했다면 엄청난 우울감에 빠졌을 것 같다.


“우어어어어~!!!”


용의 머리위에서 하늘을 나는 것과 나의 몸이 자연스럽게 날아다니는 건 차원이 달랐다. 온몸으로 바람이 갈라지는 것 같았다.


“윈돌아 이거 최고야!!”


내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자 윈돌이는 더욱 신나 속도를 높였다.


“어어 잠깐 잠깐!”


처음엔 기분이 좋았는데 빠른 속도에 몸을 가누지 못하자 멀미가 올라온다.


“자, 자, 우웩!!!”


신난 기분에 취한 윈돌이는 내가 멈춰달라는 신호를 보지 못했고 난 할 수 없이 폭격기가 폭탄을 투하하듯이 속에 있는 걸 날아다는 중에 시원하게 게워냈다.


그래도 멀미가 사라지지 않았고 내 상태가 이상하다고 느낀 윈돌이가 걱정하며 내려주었다.


“다음부턴 우욱!”


땅을 밟아도 멀미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아이고 머리야... 아이고 속아... 다음부턴 으... 천천히 속도 올리며 가자.”


윈돌이는 다시는 하지 말라는 말이 나올 까봐 걱정하는 눈치였다. 다음엔 조심하자는 말을 하니 내 주위를 쌩쌩 돌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하늘을 나는 게 그렇게 좋았나?


“앞으로 일하기가 아주 편해지겠네.”


한 번 협의 본 후에는 윈돌이가 나에게 맞는 속도를 측정해서 땅으로(?) 가는 것보다 빨리 회사에 도착했다.


”빨리 갔다 왔네?“


사장의 얼굴과 말투에 반가움이 가득했다.


”하지만 아주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엄살 피우긴...“


나는 내가 겪었던 일들을 차근차근 말해주었다. 사실 회사에 도착하기 전에 사장에게 어디까지 이야기 해줘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특히 정령왕이 나의 몸에 빙의 했었다는 걸 사장에게 어떻게 말해야 하나 싶었지만 정령왕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했다. 빛의 용을 가지고 간 하이퍼 베어를 만났다는 얘기도 뺐다. 다만 너무 순조롭게 일을 끝났다고 했다간 대륙 동쪽 끝에서 벌어진 난장판에 대한 이야기가 가까운 시일 내에 사장 귀에 들어갈 것이 뻔했기에 카르자님과 레오나르드 사이에 작은 투닥거림이 있었다고 말했다.


“휴우~ 결국은 모든 일이 잘 끝났구나.”


약간의 양심이 가책이 느껴졌지만 보고를 다하고 나니 역시 정령왕에 대한 부분은 말하지 않길 잘한 것 같았다. 만약 이 인간이 나에게 엄청난 힘이 숨겨져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날 더 부려 먹을 궁리를 할 것이다 분명히!


“고생 많았다. 이번 주는 그냥 쭉 쉬어.”

“그래도 되요?”

“대륙 동쪽 끝... 그 어디냐? 하여튼 멀리까지 갔다며? 아무리 정령의 힘을 빌렸다고 해도 오는데 힘들었을 거 아냐? 일은 다음 주부터 나와도 되니까 걱정하지 말고.”


이 인간이 갑자기 왜 저래?


“뭘 그리 의심하는 눈빛으로 처다 보냐? 매번 자기만 굴린다고 지랄에 지랄을 떨 땐 언제고?”

“제가 뭘 그렇게 지, 아니 뭐시기를 했다고?”

“암튼 다음 주부터 보자.”


그러곤 사장은 곧바로 자기 업무를 봐야 한다고 나가라고 했다.


“쉬라고 했으니까...”


누군가 나를 붙잡기 전에 재빨리 회사를 나와 집으로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


“왜 그러세요?”

“저기 지나가는 사람... 혹시 엘프 아니예요?“

“엘프요?”


엘프라는 단어를 듣자 순간 과거의 안 좋은 기억이 떠올라 금새 단골 고객 손가락이 가르키는 곳을 보았다. 허나 그가 정확히 누구를 가르키는지 알기 힘들었다.


“어? 어디 갔지?”


손가락이 무안해진 고객이 계속 두리번 거리며 찾았지만 놓친 것 같았다.


“에이~ 엘프가 말라에 들어왔으면 벌써 여기저기서 난리났겠죠.”

“씀... 그렇겠죠? 잘못 봤나?”


단골이 실수를 인정하면서 엘프 얘기는 그렇게 넘어가는 듯 했다.


“간만에 이세계 중화요리를 먹으러 가볼까?”


오늘은 말라 내의 택배를 배송하는 날인 데다 탁송 건수까지 적어 일이 생각보다 일찍 끝났다. 그러다 보니 십룡성이 붐빌 시간도 지났다. 평소 점심 때나 저녁 때는 사람들이 엄청 몰리기 때문에 이전 세계의 음식이 그리우면 사람이 붐비는 시간대는 피해서 갔다.


“지금 시간대면 마음 편하게 먹을 수 있겠지?”


십룡성 근처로 가니 예상대로 식사 시간 때면 늘어서 있는 줄이 보이지 않았다.


“오~ 오랜만이야~”


주방장이자 사장님이신 경수 형님이 반갑게 맞아준다. 근데 저 저번 주에도 왔는데요?


“매번 먹는 걸로 줄까?”

“넵!”

“어서오세요~”


경수 형님은 방금 들어온 손님에게 반갑게 인사하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윈돌이는 자극적인 중국 요리의 냄새를 싫어했다. 그래서 원래 밖에서 홀로 놀고 있는데 이놈이 갑자기 가게 안으로 들어와 말을 걸었다.


“뭐?”


방금 들어온 손님에게서 인간이 아닌 다른 종족의 마력이 느껴진다고 했다. 다른 종족의 마력? 근데 윈돌이가 이종족의 마력을 느꼈다면 말라에 있는 마법사들도 느꼈을 텐데...?


“가까이 가서 확인해 볼까?”


윈돌이는 만약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라면 그땐 어떻게 하느냐며 물었다.


“그, 글쎄...”


아무런 대꾸를 할 수 없었다. 나도 가게를 둘러보는 척하며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얼굴 반을 가리는 로브를 쓰고 있었기에 남자인지 여자인지 확인하기도 힘들었다. 다만 덩치는 남자라고 하기엔 조금 작았다.


“흐음...”


점심을 기분 좋게 먹기 위해 왔는데 눈치 보면서 먹어야 하니 약간 화가 났다. 마침 가게 홀에 있는 손님은 나와 그 사람뿐이었다. 자리를 바꿔 그 사람을 잘 관찰할 수 있는 자리로 옮길까 고민했는데.


“자 음식 나왔습니다~”

“빠, 빨리 나왔네요 하하.”

“지금은 손님이 적은 시간대니까 왜? 설마 내가 음식을 재탕했을까봐?”


큰일 날 소리를 경수 형님께서 하시길래 손사레치며 그건 아니라고 했다.


“그럼 맛있게 먹어~”


웃으며 다시 주방장으로 가는 사장님에게 가게에서 미행당하고 있다는 얘기는 할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그대로 자리에 앉아 시킨 짬뽕과 군만두를 먹기 시작했다. 입과 손은 음식에 향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관심은 의문의 사람에게로 향했다. 윈돌이도 힘든 중국집 음식 냄새를 이겨내고 내가 밥 먹는 동안 그 사람을 눈에서 놓치지 않았다. 근데 갑자기 윈돌이가 다급하게 말했다.


“뭐? 먼저 나간다고?”


나보다 늦게 들어왔지만 음식은 나와 같이 나왔었다. 그 사람은 그냥 군만두만 시켰나? 갑자기 생각이 많아진다. 나를 미행하러 왔다면 나보다 늦게 나가야 정상인데 먼저 나갔다? 설마 음식점에서 나가는 나를 다시 미행하기 위해 미리 나갔나?


나는 윈돌이에게 그 사람을 추격하라고 했는데 내말이 끝나기도 전에 가게를 나갔다. 마음이 살짝 초조했지만 짬뽕과 군만두를 남기는 건 예의가 아니기에 음식을 마저 비웠다.


“돈 여기에 놔뒀어요~!”


마지막 짬뽕 국물까지 싹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윈돌이가 가게로 들어왔다.


“설마 놓첬어?”


축 처진 윈돌이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미행할 사람을 놔두고 자취를 감추었다라...


“말라는 아토리 왕국의 수도야. 이런 저런 사람들이 모이는 곳니까 독특한 사람 중 한 명을 만났다고 생각하자.”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렇게 상황이 흘러가니 기분이 더 찜찜해졌다. 윈돌이 정도면 방금 나간 사람은 금방 찾을 수 있었을 텐데 놓첬다는 건 우리를 의식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이미 놓친 사람을 다시 찾기는 불가능한 일. 방금 있었던 일을 사장에게 보고 하기로 하고 회사로 돌아왔다.


“다녀왔습니다...”


나 역시 기분이 안 좋지만 회사 분위기도 처져있었다.


“뭐야? 왜 그래?”

“길드에서 안 받겠다고 계속 말했는데 무조건 여기서 일을 맡겨야 한다는 진상 손님이 오셔서 크로스님이 마스터 방에서 얘기 중이예요.”

“사장님은?”

“궁에서 호출이 있어서 자리를 비우셨어요.”


그것 참 희안한 일이네. 우리 길드도 진상 고객에 대한 어느 정도 매뉴얼이 있어 진상을 피운다고 한들 입구에서 다 정리가 될 텐데 크로스가 진상과 얘기하고 있다고?


“들어가서 얘기 한 번 해보시죠?”


직원 한 명이 날 콕 집어서 말하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직원이 날 처다 본다.


“내가 가서 뭐라고 해? 크로스 있다며?”

“아군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잖아요.”

“너희들은 뭔데? 적군이냐?”


날 팔아넘기려는 직원에게 말하니 주위를 보니 다들 내 눈을 피한다.


“우리는 형님만큼 경력이 안 되잖아요!”


그 한마디에 기죽어 있던 직원들이 용기 얻어 저마다 한마디씩 붙인다.


“형님은 우리 택배 기사들 중 에이스잖아요?”

“형님만큼 든든한 기사는 없죠.”

“형님처럼 마스터에게 개길 수 있는 길드원은 없잖아요?”

“이 새끼가...”


마지막 말 뱉은 직원을 째려보니 다른 직원들은 입을 틀어막고 웃고 그 직원은 나지막히 죄송하다고 했다. 직원들이 한 말 중에 틀린 말은 하나도 없는데 그래도 기분이 나빴다.

다른 직원들에게 등 떠밀리긴 했지만 안 되는 일은 단칼에 거절하는 크로스가 고전하고 있다니.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 왔나 얼굴이나 볼까?”


난 사장방을 노크했고 들어오라는 말이 들리기 전에 방문을 열었다.


“어?”


난 방문을 열자마자 고객을 봤는데 오늘 하루 종일 윈돌이가 수상하게 여겼던 사람과 인상착의가 비슷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윈돌이는 흥분하며 저 사람이 왜 여기에 있는지 나에게 따졌다. 그건 나도 궁금하거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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