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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특급코끼리
작품등록일 :
2023.10.09 18:52
최근연재일 :
2024.01.30 21:00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1,829
추천수 :
7
글자수 :
312,961

작성
24.01.19 21:00
조회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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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52화-전환점(2)

DUMMY

“어디로, 얼마만큼의 재료를 가져 가시길래 아공간 가방이 필요하세요?”

“실비언에 계시는 분이 원래 이 가게 자리의 주인이셨어. 노점에서 음식 팔 때 내 음식 맛을 보시더니 놀랍다고 하시면서 돈은 한 푼 받지 않을 테니 지금 자리에서 장사해보라고 하더라. 대신 자신과 가족들은 이제 말라를 떠나니 자기가 있는 곳까지 와 요리를 해달라고 하셨지. 그래서 자주는 못 가겠지만 부르시면 언제든 가겠다고 했더니 3달에 한 번씩은 와달라고 웃으시면서 말씀하셨어.”


그러고 보니 사장이 1년에 4번은 경수 형님과 함께 사라졌지.


“하지만 초기엔 갈 때 마다 그분과 그분의 가족뿐만 아니라 그분에게 신세 지는 다른 분들까지 계셨어. 그래서 내가 준비한 재료가 언제나 모자랐지. 거기서 마련해준 자기들 밭에서 재배한 채소와 주변에서 잡은 몬스터 고기로 대체하긴 했는데 그것들로는 제대로 된 음식을 만들기 버거웠어. 그러다 너네 사장이 아공간 가방에 재료를 넣어가면 넉넉하게 가져갈 수 있을 거라며 나랑 2년 전부터 같이 실비언을 왔다갔다 했어.”


아공간 가방은 무한 공간 마법도 걸려있지만 시간 정지 마법도 걸려있다. 장시간 가방 안에 있는 물건의 상태를 가방에 넣었을 때의 변함없는 상태를 유지 시켜 주기 때문에 원래 상한 음식이 아니라면 음식은 변형되지 않는다.


난 경수 형님이 밀어주는 재료들을 가방에 넣으면서 가장 먼저 물어봤어야 했던 질문을 했다.


“근데 형님 실비언은 어디 있어요?”

“말라에서 남서쪽으로 쭉 내려가다 보면 나오는 사막 알지? 그곳으로 가기 전에 있는 도시야.”


테메이스 대륙에 사막이 있었어?


“진짜 들어본 적 없나 보네?”

“네!”


자랑은 아니었지만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해야지 어쩌겠나?


“사막 근처지만 사막 갈 일은 없으니까 괜한 걱정은 하지 말고.”


모든 재료들을 배낭에 다 넣고 나니 경수 형님이 짬뽕밥이랑 군만두를 만들어주셨다. 사양하지 않고 언제나 맛있게 다 먹고 나서 다음날을 준비했다.


****


“왔냐?”

“얘 바르자에 갈 때 봤던 애가 아니네요?”


해뜨기 전 사장과 경수 형님을 보기로 한 곳에 도착하니 거대한 매 한 마리가 있었다. 이전에도 두 마리를 봤지만 그들과는 다른 매였다.


“얘네들도 돌아가면서 오는가 보지.”


그냥 그런 갑다하고 넘어가는데 매를 보고 그대로 얼어붙은 경수 형님이 눈에 들어온다.


“한 마리씩 타고 가는 건 도저히 무리겠죠?”


매를 보고 패닉에 빠진 경수 형님을 보니 매등에서 벌어진 험난한 여정이 절로 상상되었다.


“네가 잘 좀 타일러서 같이 타고 가라.”

“야이 자식아! 이렇게까지 크다는 얘기는 없었잖아?”


어제 얘기 할 만큼 한 것 같은데...?


“이건 아니야! 이건 아니야!”


경수 형님이 사장의 멱살을 잡으며 현실 부정해봤자 출발 시간만 늦어질 뿐이다. 그냥 저 형님은 윈돌이 시켜 공중에 띄워 데리고 갈까?


“형님 빨리 타고 가야 고통스러운 시간이 짧아져요. 절 꽉 잡으시면 되니까 얼른 올라타세요.”


고통의 시간이 더 길어진다는 말에 경수 형님은 모든 걸 다 내려놓은 사람처럼 터덜터덜 매쪽으로 걸어간다.


“그럼 다녀 오겠습니다.”

“실례되는 행동 하지 않도록 조심해라.”

“으아아악!!”


그냥 날개짓만 하고 제자리에서 날아 올랐을 뿐인데 경수 형님은 기겁하며 나를 꽉 안았다.


“그러지 않으셔도 된다니까.”


이미 내 말은 들리지 않은 것 같았다. 매가 본격적으로 날기 시작하자 경수 형님은 날 쥐어짜듯 잡았다. 이번에 가는 실리언은 바르자보다 가깝다고 했으니 조금만 참으면 되겠지.


하늘을 날며 가고 있는데 경수 형님은 10분이 멀다 하고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며 징징댔다.


“한 번만 내려가자! 너무 추워서 그래! 오, 오줌! 그래 나 오줌 마려워!”


횡설수설 하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 대번에 거짓말인걸 알아차렸다. 전날 옷을 두껍게 입고 오라는 사장의 말을 실천한 그였다. 아무리 하늘이 춥다고 한들 그처럼 완전 무장했다면 추위도 물러갈 법도 했다.


“안 됩니다. 분명 내려가면 혼자 걸어가겠다고 난리 치실 거잖아요?”

“아, 아니야!!”


절대적으로 부정하는 거 보니 내 감이 맞네.


“사장님 말로는 3시간 정도면 도착한다고 했으니까 좀 더 참으세요. 아니면 그냥 주무시던가요?”

“여기서 어떻게 자냐? 안가! 안 내려가! 여기다 오줌싸도 난 몰라!”


만약 매 등에서 오줌 싸면 어떻게 될까? 바로 내려다 줄려나 아니면 화내면서 그냥 땅으로 떨어 뜨릴려나?


혼자 오만 상상을 하며 그가 제발 무리한 일을 하지 않길 바라며 난 천천히 비행을 즐겼다. 초반에 무서워하던 경수 형님도 어느새 내 등에 자신의 등을 맞대고 더는 우는 소리를 하지 않았다. 벌써 고소공포증을 이겨내셨나?


“이제 내려갈 때 됐데요.”

“그래...?”


윈돌이가 매와 대화하고 말해준 걸 전달했는데 의외로 담담한 목소리가 들렸다. 매는 우리를 도시 입구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다 내려주었다 그런데.


“다 왔ㅅ... 형님!!!”


매에서 내리려고 일어나는데 경수 형님이 입에 거품 문 채 쓰러져있었다. 설마 이 아저씨 정신력으로 버텼나?


“으...”


매를 보내고 근처 나무에 경수 형님을 앉혔다.


“괜찮으세요?”


전혀 안 괜찮아 보였지만 그가 정신을 차리게 계속 물었다.


“그만 좀 물어라 ㅆㅂ 머리 졸라 어지러운데 네 목소리 때문에 머리가 계속 울리잖아...”


다행히 조금씩 상태가 돌아오는 것 같았다. 그렇게 30분 정도 더 있으니 경수 형님이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정도로 나는 걸 싫어할 줄 몰랐어요.”

“분명 난 싫다고 말했는데 늬들이 말을 안 들어줬잖아!”


경수 형님이 말라에서의 일이 기억났는지 버럭했다. 아마 사장도 경수 형님의 고소공포증이 이 정도로 심각할 줄은 몰랐을 것 같다.


“남은 거리는 걸어서 갈 거지?”

“여기가 어딘지 아시겠어요? 실비언에서 먼 곳은 아니라고 하는데...”

“음... 좀 걸어보자. 새가 목적지를 제대로 인지하고 있었다면 적어도 실비언 근처엔 내려 주지 않았겠어?”


다행히 조금 걸어 숲길을 헤매다 보니 도로가 나왔다. 도로를 보자 이젠 길을 알겠다며 경수 형님이 앞장 섰고 난 따라갔다.


“엥?”

“왜? 와 본 적 있어?”

“아뇨 그게 아니라...”


도시라고 하기엔 너무 초라해 보여 나도 모르게 실망 해버렸다.


“작지만 사막 건너기 전 마지막 거점이라 없는 게 없는 도시야. 들어가자.”


도시 경계선 역할을 하는 성벽도 길어 보이지만 그 높이는 높지 않아 사람 둘이서 협동하면 쉽게 넘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통행증을 보여주십시오.”

“아 네!”


난 택배 길드원이라는 증명서를 보여주려는데 경수 형님의 신분 확인하던 병사가 갑자기 놀랜다.


“달린트님의 손님이셨군요!”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저 사람은 저의 일행입니다.”

“아 그러시군요~ 지나가십시오.”


이렇게 바로 통과 된다고? 경수 형님은 멍때리고 있는 나에게 빨리 오라고 손짓했다.


“누구 길래 초병들이 아무런 소리도 못하고 비켜줘요?”

“달린트님은 말라에서도 꽤 유명하신 분이셨지만 말라에서의 생활을 모두 정리하고 실비언으로 오실 때 꽤 많은 재물을 여기에 투자하셨거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도시에 갑자기 많은 돈을 들여왔으니 그때부터 실비언의 큰손이 되신 거지.”

“그런 분이 말라는 왜 떠나신 거예요?”

“자세한 건 모르겠는데 본인은 이제 은퇴를 해야 겠다며 말라를 떠나 신 걸로 알고 있어. 나이가 있으셨지만 은퇴할 나이는 또 아니어서 이런 저런 소문이 많았지만 정확한 건 나도 몰라.”


정치 싸움이나 파벌 싸움에서 밀렸나? 이건 말라로 돌아가면 크로스에게 한 번 물어봐야지.


실비언은 사막과 맞닿은 곳이라 그런지 약간 더웠다. 그렇다고 막 더워 땀이 쏟아지는 습한 기후는 아니었다. 햇빛도 내가 아는 사막의 햇빛이라고 하기엔 좀 약했다.


“사막 옆이라 해서 미친 듯이 더울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니네요?”

“나도 처음에 옷을 어떻게 입어야 고민했었는데 그리 고민할 필요가 없었어. 낯이라 햇빛이 강해서 그렇지 해가 지면 또 기온이 내려가는데 서늘한 정도야.”


역시 내가 아는 상식으로 이곳을 판단하기는 무리였다. 과학이 진리인 곳에서 마법은 상상 속에만 존재하니까.


“여기다.”

“우와~!”


마치 궁전 같은 곳에서 우리는 걸음을 멈추었다. 경수 형님은 문지기한테 우리가 누군지 알려주자 커다란 문 대신 옆에 있는 쪽문이 열리면서 거기로 들어오라고 했다.


“우리 제대로 찾아온 거 맞아요? 여기 왕이나 영주집에 들어온 게 아니고요?”


안내자가 들리지 않게 조용히 물었지만 경수 형님은 조용히 웃기만 했다.


“이번에도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반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달린트님.”


두 분은 웃으며 서로를 반가워했다. 달란트라는 사람은 노년의 남자였는데 수염도 길게 기르고 머리뿐만 아니라 옷차림도 매우 단정했다. 본인의 본래 나이보다 젊게 보여 정말 은퇴할 나이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이번엔 새로운 택배 기사님이 오셨군요.”

“상우라고 합니다. 마스터가 바빠 제가 대신 왔습니다.”

“바르자에서의 일은 저도 들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 바쁘실 테죠.”


우리 길드나 바르자에 크게 관심 없으면 알기 힘든 일인데...


“오늘 저녁부터 준비해 드릴까요?”

“이제 막 도착하셔서 피곤하지 않으십니까?”

“괜찮습니다. 제 몸을 거의 쓰지 않고 왔기 때문에 무리 없습니다.”


거짓말... 고소공포증 때문에 많이 힘들면서.


“상우야 주방으로 좀 올래?”

“네! 그럼 저도 이만 가보겠습니다.”


난 달린트님께 인사 후 경수 형님을 따라가며 조용히 물었다.


“저분 도대체 원래 뭐하시는 분이세요?”

“아토리 왕국에서 이름 있는 큰 상단을 꾸리셨던 분이라는 것 외에는 나도 자세히 몰라.”


큰 상인... 대륙의 정세가 중요한 직업이니까 곳곳에 자신의 사람들이 있으니 바르자에서 일어난 일을 알 수도 있겠네.


“요리할 때 도와드릴 거 없어요?”

“네가?”

“왜 그렇게 보세요? 그래도 이전 세계에선 할머니께서 집에 안 계실 때 저 혼자 밥 해 먹었어요.”

“그래? 근데 여기서는 나 혼자 충분해. 널 못 미더워서가 아니라 혼자서 충분히 가능해서 그래.”


다행이다. 예의상 해본 말인데 이렇게 넘어간다.


분주하게 식사 준비 중인 경수 형님을 뒤로하고 난 달린트님의 저택을 둘러보기로 했다.


“우와...”


돌아다니는 내내 엄청난 넓이에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어떻게 살면 이런 집에 살 수 있는 거야?”


집 크기뿐만 아니라 곳곳에 보이는 정원과 조형물들도 엄청 비싸게 보였다. 구경을 다 마치고 방으로 돌아가려는데 윈돌이가 누군가가 우리를 미행하고 있다고 했다.


“미행?? 이 집에서?”


아무리 넓은 집이지만 그 안에서 날 미행하다니. 그냥 달린트님의 자제가 신기한 손님을 몰래 쫒아 다는게 아닐까 했는데 윈돌이는 아이는 아니라고 했다.


“달린트님 집엔 그분의 손님들도 계신다고 했으니까.”


달린트님의 손님 중 누군가가 날 미행하고 있나? 그런데 왜? 또 불길한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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