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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특급코끼리
작품등록일 :
2023.10.09 18:52
최근연재일 :
2024.01.30 21:00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1,837
추천수 :
7
글자수 :
312,961

작성
24.01.3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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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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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9화-전환점(9)

DUMMY

하필리아는 병수를 방패로 쓰면서 주머니에서 씨앗 하나를 꺼냈다.


“난 네가 돌아 갈 수 있는 길은 열어 주었다.”

“닥처!!”

“흐어억!!”


하필리아가 옆구리에서 단검을 뽑으며 병수를 앞으로 밀처내자 상우가 그를 받았다. 그리고 하필리아는 다른 손에 쥐던 씨앗에 마력을 불어넣고 바닥에다 던졌고 씨앗은 곧바로 발아하며 엄청난 속도로 자라기 시작했다.


“저게 뭐야...?”


놀라운 속도로 자라면서 주위를 삼키는 식물은 점점 나무의 형태를 잡아갔다.


“병수가 우선이다!”


놀라운 광경에 잠시 넋을 잃었던 상우는 가이아의 말에 정신 차리고 움직였다.


“어서 내 등에 태워!”


계속해서 자라던 거대한 나무는 하필리아를 집어삼키고 이젠 상우와 가이아 또한 삼킬 것처럼 줄기들을 뻗었다. 줄기들이 더 가까이 오기 전에 상우는 병수를 가이아 등에 태우고 자신도 곧 올라탔고 가이아는 등에 두 인간을 태우자마자 쏟살 같이 숲을 빠져나왔다.


나뭇가지들은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자라다 공중에서 열린 포털에 하나둘씩 닿아 들어갔는데 오히려 포털들이 나뭇가지에 조종당해 점점 포털들이 한곳에 점점 모이더니 거대한 포털 한 개로 만들어졌다.


“포털이...??”


거대한 나뭇가지가 포털들을 합처 거대한 포털 하나로 만들었고 그 포털에 먹혀 거대한 나무를 삼키고 나서 거대한 포털 또한 사라지는 엄청난 광경을 상우는 목격했다.


땅울림이 멈추었지만 가이아는 병수와 상우를 등에 태운 채 엄청난 속도로 말라버린 숲을 빠져나왔다. 안전한 곳으로 피신했다고 생각한 둘은 병수의 상태를 살폈다. 가이아와 윈돌이가 그에게 회복 마법을 썼지만 피를 너무 많이 흘렸다. 가이아가 병수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고갯짓을 하자 상우는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조용히 울었다.


“새.... 끼.... 평소에 그렇게 투덜대더니 갈 때 되니까 울어주긴 하네...”


병수가 힘겹게 웃으며 말했지만 상우의 눈에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왜... 왜 오신 거예요?”


어째서 병수가 그 자리에 있었는지가 가장 궁금했다. 분명 자신은 어디로 간다고 목적지를 말한 적 없었다.


“넌 모르겠지만 병수는 항상 널 지켜보고 있었다.”

“왜요?”

“그게 병수의 일이었으니까.”

“사장님의 일?”


여전히 이해를 하지 못한 상우였다.


“내가.... 이세계로 온 이유는.... 널 지키기 위해서였어...”

“왜요? 왜 사장님이 절 지켜야 했는데요?”


울음과 함께 상우가 소리친다.


“나도 몰라... 그냥 시키니까 했어...”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시간이 따라주지 않았다. 그들에겐 곧 이별의 시간이 다가왔다.


“널 지켰으면 됐다.... 사실... 나도 삶에 큰 미련 없어...”

“사장님 우리 이러지 말고 병원 가요. 이제 다시 돌아갈 곳이 생겼으니까요.”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포털이 열렸다. 조금만 버티면 돌아가 병원에서 치료 받으면 그가 살아 날 수있을 거란 희망이 상우에겐 있었다.


“크크... 미첬냐 그 개 같은 곳을 다시 돌아가게?”


상우는 자세히 알지 못 하지만 병수의 삶도 녹녹치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자신과 같은 처지라는 걸 다시금 상기하게 되자 상우의 눈에서 잠시 멈추었던 눈물이 나왔다.


“가이아... 그동안 고마웠어...”

“응.”


가이아에겐 인간뿐만 아니라 자신보다 약하고 수명이 짧았던 친구들이 몇 명 있었지만 병수만큼 자신을 친숙하게 대하고 막 부리는 인간은 없었다. 하지만 살면서 한 번도 겪지 못한 유형의 인간인 병수는 불쾌함보단 오래 간만에 만난 친구같은 친숙함을 느끼게 했다.


“넌 이곳에서 열심히 살았고 많은 것들을 이루어 내고 지켰다. 편히 잠들어라 친구여.”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작별 인사를 하고 가이아는 자리를 벗어나 상우와 병수만의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회사는? 길드는 어쩌실 거예요? 해이즈는요? 다른 직원들은요?”

“네가... 있잖아...”

“전 회사 운영이니 길드 운영이니 못해요. 그러니까 빨리 좀 일어나봐요 제발....”


하지만 병수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사장님...? 사장님!!”


점점 차갑게 식어가는 병수의 몸을 흔들며 상우는 오열했다. 잘해주지 못한 후회도 병수를 죽게 만든 하필리아에 대한 분노도 담겨있지 않았다. 오직 자신의 소중한 사람이 이제 세상에 없다는 슬픔이,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슬픔이 있었다.


****


병수의 장례식이 끝나고 시간이 꽤 지났지만 상우는 택배 길드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병수의 죽음을 눈앞에서 본 상우의 상심이 가장 클 것임을 모두가 알기에 아무도 그에게 뭐라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도 상우가 돌아오지 않자 택배 길드원들은 조금씩 상우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했고 그들의 걱정이 모여 크로스에게 전달 되었다. 크로스도 걱정하고 있던 터라 그날 업무를 마치고 크로스는 상우 집을 방문했다.


“시간이 더 필요해.”


문을 열어 크로스를 마주하자마자 나온 말은 인사가 아니었다. 그가 무슨 말을 할지 예상한 듯 상우가 방어적인 말을 꺼내자 크로스는 오히려 손사레를 첬다.


“잘 계시는지 확인하러 온 거예요.”

“원래 세계로 도망간 건 아닌가 싶어 찾아온 건 아니고?”


공격적인 말에 크로스는 살짝 당황했지만 속으로 그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아닙니다. 정말 어떻게 계시는지 궁금해서 왔어요.”

“미안해...”

“아닙니다.”


상우는 곧바로 자신의 실례에 대해 사과했고 크로스는 좋게 받아들였다. 둘은 식탁에 앉아 본격적으로 얘기를 나누었다.


“포털이... 여기저기서 많이 생기고 있다고?”

“네... 군에선 아예 포털 정찰병과를 새로 만들어서 대처하고 있을 정도니까요.”


하필리아와 아도니스가 포털을 만들 후 대륙 곳곳에서 지구와 연결된 포털이 무작위로 생겨나고 있었다.


처음에는 테메이스 대륙인들도, 지구인들도 갑자기 생긴 포털에 공포감을 느껴 근처에도 가지 않았지만 호기심 많은 지구의 과학자들과 테메이스 대륙의 모험가들이 포털에 들어가면서 두 세계를 연결하는 수단이 생겼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지구인들 조심해. 그들도 여기 사람들이랑 다를 바 없는 인간들이야. 탐나는 것이 있으면 쉬운 방법으로 가지려 하고 테메이스 대륙이 자신들보다 약자라고 판단되면 물불 가리지 않고 뭐든 뺏으려 들 거야.”

“명심하겠습니다.”


상우의 무거운 이야기에 둘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무슨 얘기를 꺼내야 할까 고민하던 크로스에게 상우가 길드 얘기를 먼저 꺼냈다.


“조금만 생각을 추스르고 돌아갈게. 난 지구로 돌아지 않을 거니까.”

“정말 안 가셔도 괜찮겠어요?”


병수와 상우의 출신 비밀을 알고 있는 건 크로스와 해이즈 뿐이었다. 그들은 내심 상우가 다시 원래 세계로 돌아가지 않았을까 했다.


“거기서 벗어나서... 이곳으로 왔어. 다시 돌아가지 않을 이유는 이걸로 충분하지.”


상우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상우의 웃는 모습을 보며 자신이 알던 사람이 아직 사라지지 않음을 느낀 크로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만간 길드에 한 번 들려 해이즈를 만나주세요. 마스터가 죽고 난 뒤 많이 불안해 하고 있어요.”

“나만 보면 잡아먹지 못해 안달난 애를? 네가 잘 다독여줘.”

“맛탕? 맞나요? 그걸 가져다 주기로 해놓고 오지 않는다며 눈에 보이면 죽인다는 말을 하긴 했어요.”


크로스가 하하 웃으며 살벌한 말을 한다.


“알았어. 곧 가져갈 테니까 죽이지는 말아달라고 전해줘.”

“네 그럼 가보겠습니다.”


크로스를 배웅하고 상우는 다시 의자에 앉아 고민했다. 이제 이세계에 있을 이유가 없어졌다. 그렇다고 다시 돌아갈 이유 또한 없다.


그러면서 상우는 지구인들의 대륙 침공이 시간 문제일거라 생각했다.


“분명 지구놈들은 이세계를 자기 입맛대로 바꾸려고 하겠지?”


테메이스 대륙에 지구인들의 구미가 당기는 무언가가 있으면 그들은 힘으로 대륙을 굴복하려고 할 것이다. 물론 대륙도 만만치 않게 반격할 테지만 그러면 전쟁의 무대가 대륙과 지구를 번갈아 가며 일어날 것이 뻔했다.


그는 다른 고민이 하나 더 있었는데 바로 앨러모스였다.


상우는 하필리아를 막기 위해 할 수없이 계약을 맺은 앨러모스와 집에 있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앨러모스는 자신의 힘을 상우의 의지대로 사용하기로 계약을 맺어 이제 자신은 직접적으로 대륙의 일에 관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급한대로 맺은 계약이지만... 하아~ 진짜 어떻게 해야 되냐...”


하필리아를 막기 위해 급하게 맺은 계약이지만 결국 막지 못했고 오히려 더 큰 문제를 만들어 버렸다.


문득 상우는 계약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으니 계약은 파지 되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물었다.


[계약은 계약이다.]

“하지만 난 약속을 지키지 못했어. 그런데도 너의 힘을 가지고 있으란 말이야?”

[하필리아를 막아야 한다는 전제가 있었지만 그건 계약자에 대한 내 기대였을 뿐 계약 조건이 아니었다.]

“그래도 난 네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도로 가져가라.”

[웃긴 인간이군. 네가 원래 살던 세계에선 그렇게 계약을 우숩게 뒤집을 수가 있나?]

“한쪽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그렇게 되지.”

[네가 계약을 어긴 건 없다. 그때 나 역시 하필리아를 막는 일이 중요했기에 널 이용했다. 우리는 서로가 원하는 것이 있었기에 계약을 맺었다. 그러므로 계약에 대해 더이상 의문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


상우는 앨러모스의 태도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넌 어째서 화를 내지 않는 거지? 내가 하찮은 인간이기에 화를 낼 가치도 없어서??”

[예언을 조금 다른 식으로 보기로 했다.]

“뭐?”

[분명 하필리아가 저지른 일은 대륙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말도 안 되는 것이다.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지. 하지만 내 꿈에 나온 불타는 곳이 대륙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네가 꿈에서 봤다는 곳이 지구일 수도 있다는 말이야?”


앨러모스의 침묵은 곧 상우의 말이 맞다는 것이었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하지?”

[그건 네가 생각해라. 난 너에게 내 모든 것을 넘겼으니.]


그 말을 끝으로 앨러모스와 대화를 할 수 없었다.


“이럴려고 나에게 모든 힘을 넘겼나...”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데 무책임하게 떠나 버린 앨러모스가 원망스러웠다.


포털타고 지구로 넘어 갈까하는 생각을 아주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곧바로 자신이 거기에서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았는지 금방 떠올라 곧바로 접었다. 무엇보다도 그곳엔 자신을 기다리는 이가 한 명도 없었다.


“하아... 모르겠다.”


시간은 많고 할 일은 없었다. 충분한 휴식을 가지며 상우는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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