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아..안녕하세요?

적월미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새글

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최근연재일 :
2024.07.01 19:21
연재수 :
591 회
조회수 :
121,796
추천수 :
296
글자수 :
3,660,341

작성
23.11.03 19:22
조회
241
추천
0
글자
13쪽

343. 죽은 땅의 낯선 손님

DUMMY

회색빛 세상.

저 먼 곳에 산이 보이지만.. 그마저도 온통 회색 모래가 뭉쳐서 만들어진 산처럼 보인다.

조금 묘한 느낌이 들지만, 지금으로서는 움직이는 것도 없고..

아무런 자원도 없기에 아무도 쓰지 않은

그런 죽은 땅 같은 느낌이 들었다.

“ 여긴 아무것도 없고... “

피렌은 이리저리 활을 움직여가며 스코프를 통해 아주 멀리까지 감시하고 있었지만..

다행히도 아무것도 없다고 판단한 뒤 옆에서 피렌을 지키기 위해 검을 빼 들고 주위를 경계하는 미야를 바라본다.

“ 음.. 좋아. 미야. 춘향이랑 합류하자. “

“ 네! “

아무래도 함선을 기준으로 360도 전방위에 수상한 것이 있는지 확인해봐야 했기에 춘향과 피렌은 한 구간을 중심으로 오른쪽과 왼쪽으로 찢어져서 주변을 탐색하기로 했다.

춘향은 ‘ 짐덩이는 나한테 붙이고 싶지 않으니 너가 데려가! ‘ 라며 미야를 멋대로 피렌에게 맡겼고 덕분에 조금 우울해져 버린 미야에게 스코프를 보는 동안 시야가 좁아지니 위험하지 않도록 주위를 잘 봐달라는 피렌의 부탁에 겨우 기분을 되돌려놓은 상태였다.

“ 저기.. 피렌님. “

“ 응? “

으음.. 기분을 되돌린 줄 알았는데 아직 마음에 담아두고 있던 걸까.

우물쭈물하는 미야가 입을 열었다 닫으며 말할지 말지 망설인다.

피렌은 그런 미야의 생각을 읽고 머리 위에 손을 얹어 쓰다듬어주었다.

“ 괜찮아. 춘향의 말은 생각할수록 손해니까 주의해. “

물론 춘향이 도움 되는 말도 많이 하기는 한다만 미야처럼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사람한테 그런 진지한 말을 할 리가 없으니 이 정도로 괜찮을 것이다.

만약 춘향이 하는 말 중에 필요한 말들이 있다면 그것은 피렌이나 아리나가 듣고 판단하면 될 문제다.

그렇게 생각해서 한 말인데.. 미야는 고개를 저었다.

“ 아니에요 피렌님. 그 정도는 저도 알고 있어요. “

생각할수록 손해라는 걸 알고 있다는 말을 저렇게 순수하게 말하니 조금 그랬지만 음.. 뭐. 춘향의 업보니까.

“ 그럼? “

“ 뭐랄까.. 춘향님께 저는 너무나도 심하게 어린애 취급당하는 느낌이랄까요..? 뭐.. 제가 지식이 부족한 건 알고 있지만.. 이제는 그런 인식을 바꾸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

피렌은 미야가 이런 고민을 하는 줄은 몰랐기에 살짝 당황스러우면서도 기특한 느낌도 든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상대가 춘향인 만큼 답은 없었다.

미야가 상담하고 있는 눈앞의 피렌조차도 가끔 춘향이 무시할 정도니까.

그나마 이렇게까지 나아진 이유라고 치면... ... ... 그러고 보니 어쩌다 보니 춘향이 피렌의 말을 들어주게 됐더라..?

“ 피렌님? “

“ 아.. 응 그래. 음.. 솔직히 지금 우리의 상대는 은하의 인도자도 있고, 고래사냥도 해야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붉은 눈도 상대해야 해. 그렇지? “

“ 그~.. 렇죠? “

언제 그렇게까지 많은 적을 만들었나 싶다가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했다.

“ 솔직히 말해서 우리 네이렌이 뭉쳐있는 한 그 어떤 상대도 두렵지 않아. 우린 강하니까. 그렇지? “

“ 그것도 그렇죠. “

이것 또한 옳은 말이다.

미야가 봐도 네이렌은 너무 강하다.

말도 안 되는 능력을 지닌 개성 넘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기에 미야는 아까보다도 더욱 확신을 갖고 말했다.

“ 우리가 지금 상대해야 할 적 중에서 가장 까다로운 적이 누군지 혹시 알고 있을까? 라티안이 말해줬나? “

“ 아.. 직접 말씀해주시지는 않았지만.. 다른 건 어떻게든 때려잡으면 되는데 붉은 눈은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셨어요. “

라티안다운 불평이었지만 라티안이 말한 대로다.

네이렌은 주로 서로 간에 뛰어난 연계로 멈추지 않는 공격을 퍼부어 상대를 압도하는 전술을 좋아한다.

한 명이 검을 휘둘러도 자세를 정비하는 그 타이밍에 다른 동료들이 딱 알맞게, 아슬하게, 정확하게 공격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붉은 눈의 경우에는 그런 모든 것들에 대한 움직임을 연산해서 최적의 루트와 행동으로 확실하게 방어해버린다.

심지어 마나를 활용해 상대했을 때 그 마나를 채집해 연구하고 자신이 쓸 수 있다고 판단해 버린다면 사용해버린다.

붉은 눈의 입장에서 마나라는 맛있는 변이 에너지를 본다면 당연히 노리려 할 것이고 만약 앨리스가 지닌 생명의 힘이 붉은 눈에게 들어간다면 이 세상은 끝장날 것이다.

“ 그래서 우리는 최대한 물리적인 공격으로 붉은 눈을 상대해야 하는데.. 우린 이미 마나로 사용하는 전투 방식이 너무 익숙해졌어. 하지만.. 미야. 너는 다르지. “

네이렌에서 유일하게 마나가 아닌 검을 들고 싸우는 사람.

지난번 함선에 쳐들어온 붉은 눈을 상대할 때도 앞장섰던 것은 미야였던 만큼 미야의 공격은 마나를 사용하지 않는 단순한 검술이었지만 그런 검술 덕분에 붉은 눈과 싸울 수 있었었다.

“ 그래서 앞으로 붉은 눈과 싸울 때는 미야 네가 활약해야 할 일이 많을 거다. 그때 춘향을 단단하게 뒷받침해준다면 분명 그 녀석도 널 어린애로 보지 않을 거야. “

음.

뭔가 미야가 했던 질문에 대한 답은 들었지만

그 이상으로 무서운 압박감을 느낄만한 말을 들은듯한 기분이다.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들보다도 앞서서 붉은 눈과 전투를 벌여야 한다니..

피렌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미야에게는 잔잔한 부담으로 다가왔다.

“ 잡담은 그만하고 춘향에게 가자. 그 녀석이 기다리고 있으면 분명 한 소리 들을.. “

“ 이미 왔거든? 뭐 하고 있길래 이렇게 늦어? 설마 꼬맹이를 건드린 건 아닐 테고? “

어라..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건 아닐 텐데 만나기로 했던 지점을 벗어나 춘향이 여기까지 왔다.

성격 참 급한 녀석이다.

“ 내가 너도 아니고 왜 애를 건드리냐. 어쨌든 거긴 이상 없었지? “

“ 아니? 엄청 문제가 됐는데? 그러니까 여기까지 왔지! 아니었으면 그냥 돌아갔어! “

음..? 생각해보니 춘향이라면 그냥 떠났겠구나 싶은 느낌도 들었다.

아?

그러면 여기까지 온 건.. 진짜 무슨 문제가 생긴 건가?

“ 그보다 이거 여기 여기! 여기 봐! “

춘향은 아무렇지 않게 피렌의 옆에 딱 달라붙어 활을 들고 어느 한 지점을 향한 뒤 피렌의 머리를 붙잡고 눈을 스코프에 가져다 댔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그 움직임에 피렌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이끌려 스코프를 바라보게 되었다.

굉장히 멀리 볼 수 있는 만큼 굉장히 세밀하게 조준하고 봐야 하는데 춘향은 이렇게 대충 아무렇게나 보여주는데도 감각 자체가 남달랐던지라 원하던 부분을 정확히 찍어서 보여주었다.

“ ..저게 뭐야. “

춘향이 보여주는 곳에는.. 확실하게 사람의 형태.. 라고 해야 할까?

그냥 사람의 형태가 아닌 무릎 꿇고 손을 든 채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듯한 느낌으로 마치 시간이 멈춘 듯이, 혹은 그런 조각상이 존재하듯이 가만히 멈춰있었다.

“ 수상하지 수상하지?! 야! 너도 봐봐! “

“ 으앗..!? 네..! “

춘향은 피렌의 손에서 활을 완전히 빼앗아 미야의 눈에도 가져다 대며 그 수상한 사람의 형태를 보여준다.

확실히..

이곳에서는 보이지 않는.

성능이 미쳐 날뛰는 피렌의 스코프를 통해서 봐야지만 어렴풋이 보일만큼의 멀리 떨어진 곳에 사람의 형태가 있었다.

“ 저 정도 거리면 우리에게 다가올 것 같지는 않은데.. 그래도 신경 쓰이긴 하네. “

“ 물론 그대로 굳어버려서 죽은 녀석일 수도 있긴 한데 말이지?? 그만큼이나 움직임이 없기도 했지만 말이지???? 근데 불안한 건 불안한데 말이지?!!! “

얘가 왜 이렇게까지 호들갑이람..

이런 녀석이 아닌데 말이다.

“ 춘향. 너 오늘따라 조금 이상하다? 왜 그래? “

“ 여기서 보면 그냥 그런 느낌인데 가까이서 보면 진짜 아~~ 무것도 안 느껴져! 내 머리도, 내 마나도, 내 정신도 그냥 아무것도 없는 거라고 느껴! 그런데.. 우리가 봤을 때는 무언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잖아! 그런 수상한 존재가 뭐가 있었는지 기억 안 나??? “

에너지는 마나와 비슷한 식으로 활용되지만 둘은 확연히 다르다.

덕분에 네이렌은 그런 에너지를 탐지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시피 했고 오직 감각에 의한 생물의 기척으로 알아챘었다.

누가 오고 있다! 라고 특정 지을 수는 없지만..

누군가가 있다. 정도는 느낄 수 있었는데

지금 말한 손을 들고 있는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고 한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고 무한히 가만히 있을 수 있는 무언가.

“ ...붉은 눈..? “

“ 정답! 애기가 하는 말이 정확해! “

미야가 자신도 모르게 생각나는 대로 말하자 춘향이 정답이라는 듯이 미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마나를 가지고 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생물의 기척이 느껴지지도 않고.

오직 가만히 손만 들고 가만히 있는 것.

기계만이 그런 것이 가능하다.

“ 물론 가마아아아안히 있는 것으로 봐서 이미 죽어버린 붉은 눈일지도 몰라! 그래서 일단 너희에게 알리려고 온 거야! “

“ 흐음.. 너답지 않다? 평소라면 혼자서 싸우러 가버렸을 텐데. “

“ 날 뭐로 보고? 내가 멋대로 갔다가 내 검은 마나를 채집해서 도망치면 큰일이니까 그런 거지! 나도 저 녀석들이랑 몇 번 붙어보니까 확신했어! 저건 짜증 나! 상대하기 싫어! “

엇. 그것도 생각해보니 그렇다.

이거 참...

춘향도 그렇고 다르시도 그렇고..

요즘 따라 왜 이렇게 냉정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이렇게 주위 사람에 따라서 멋대로 생각해버리는지 모르겠다.

피렌은 정신 차리자는 의미로 자신의 머리를 한 대 톡 치고서는 모두에게 말한다.

“ 뭘 하든 아리나에게 보고하는 건 우선순위야. 상황에 따라서는 라티안을, 혹은 아디나를 포함해서 조사해야 할지도 모르니까. 일단 돌아가자. “





“ ..그거참... 반갑지 않은 소식이네.. “

돌아온 피렌과 춘향, 미야의 보고를 들은 아리나는 머리가 아픈지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아무도 없을 줄 알았던 이곳에서.

아무런 생명체도 느껴지지 않은 죽은 땅에서.

누군가 있다는 소식은 불안감만 고조시킬 뿐이었다.

심지어 그 정체가 붉은 눈일 가능성도 있다면 더더욱 심각하다.

“ 부서진 잔해가 이곳으로 날아왔을 확률은 없어? “

“ 겉으로 보기에는 부서진 듯한 느낌은 전혀 없었어. 우주에 아무런 이유도 없이 떠돌아다니다 이곳에 올 이유가 없기도 할 것 같은데. “

물론 그랬다면 춘향이 이렇게까지 심각하게 째려보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혹시나 싶은 생각에 말했던 건데.. 역시나 였나.

“ 에.. 그.. 미안해요... 근데.. 진짜 제 주시에는 걸리지 않았거든요..? 이런 적은 없었는데.. 저도 지금 당황스러워요.. “

다르시가 진심으로 사과하지만 뭐.. 다르시 탓은 아니다.

애초에 비어있는 행성을 찾는다는 것이 더욱 어려운 일이기도 하고

그나마 가까운 우주에서 그런 조건이 좋은 상황이 기적처럼 나타날 리도 없었기 때문이다.

손님은 오히려 네이렌 쪽이니까..

공격당한다고 해도 할 말 없다.

그렇다고 순순히 공격당할 생각은 없으니..

아리나는 라티안을 함께 보내려다 미야를 한번 보고서는 마음을 바꾼다.

“ 전위는 미야로 충분하고.. 미야를 지원해줄 사람만 있으면 되겠네. 앨리스로 데려가서 조사를 진행해줘. “

“ 그래. 미야만큼 적합한 사람은 없으니까. “

아리나와 피렌은 당연한 듯이 미야를 믿는다.

미야는 그 둘의 믿음에 보답하듯 눈빛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인다.

“ 네..! 열심히 할게요! “







아무것도 없는 이 땅에 낯선 손님이 찾아왔다.

분명.. 아무도 찾아올 수 없었는데 말이다.

아니 올 수는 있었지만 올 이유가 없었다.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 낯선 손님을 마주하기 위해 [ ]은 그들이 아슬하게 볼 수 있는 위치에서 무릎을 꿇고 손을 들었다.

왜 이런 행동을 했는가 하면

이것이 인간들의 항복 자세이기 때문이다.

“ ...[불안] 마주하자마자 공격할 가능성 농후. 이유.. .. .. .. .. .. “

이류를 찾기 위해 알고 있는 지식을 연산해보지만...

답은 하나다.

[ ]으로써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에.

최대한 늦게 낯선 손님들이 알아챌 수 있도록

얌전히 고개를 숙여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자신의 눈이 보이지 않도록 한다.


작가의말

헉.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적월미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63 354. 아이씨 진짜...! 23.11.14 242 0 16쪽
362 353. 함께하고싶은 마음 23.11.13 243 0 14쪽
361 352. 준비 23.11.12 243 0 13쪽
360 351. 정보의 끝자락에는 23.11.11 244 0 16쪽
359 350. 우리는 23.11.10 244 0 13쪽
358 349. 통성명 23.11.09 243 0 15쪽
357 348. 그래봤자 기계덩어리 23.11.08 244 0 13쪽
356 347. 정신 좀 차려라 23.11.07 241 0 13쪽
355 346. 새롭게 개척해나갈 길 23.11.06 243 0 13쪽
354 345. 기계도 인간도 같은 마음 23.11.05 241 0 14쪽
353 344. 푸른 눈의 장의사 23.11.04 241 0 13쪽
» 343. 죽은 땅의 낯선 손님 23.11.03 242 0 13쪽
351 342. 재정비 23.11.02 243 0 13쪽
350 341. 도마 위의 다르시 23.11.01 241 0 15쪽
349 340. 우주 미아 23.10.31 241 0 13쪽
348 339. 와씨 진짜 죽는 줄 알았네 23.10.30 242 0 15쪽
347 338. 진화의 개척자 23.10.29 244 0 14쪽
346 337. 범죄자의 끝 23.10.28 243 0 15쪽
345 336. 나는 쓰레기다 23.10.27 243 0 13쪽
344 335. 떠날 준비 23.10.26 243 0 15쪽
343 334.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른 23.10.25 243 0 14쪽
342 333. 숨은 범인을 찾아라 23.10.24 245 0 13쪽
341 332. 풀려가는 실타래 23.10.23 242 0 13쪽
340 331. 오해와 오해가 만나 생겨버린 오해 23.10.22 242 0 13쪽
339 330. 길잃은 우리 애를 찾습니다. 23.10.21 242 0 14쪽
338 329. 노예 해방을 위하여! 23.10.20 243 0 13쪽
337 328. 불법무기 23.10.19 244 0 13쪽
336 327. 돌팔이 소녀 23.10.18 244 0 13쪽
335 326.5 답도 없는 것들 23.10.17 246 0 14쪽
334 326. 범죄자의 행성 23.10.16 244 0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