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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월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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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최근연재일 :
2024.07.01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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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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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660,341

작성
23.10.27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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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336. 나는 쓰레기다

DUMMY

“ ....그런 일이 있을 리가 없잖아. “

아디나가 살벌한 눈빛으로 인도자를 바라보자 인도자는 조금 주춤거린다.

앨리스는..

아예 꽃잎에서 레이피어를 만들어 내 손에 쥐기까지 했다.

붉은 눈에 대해서는 분명 은하의 인도자들이 훨씬 더 잘 알고 있을 텐데도 네이렌이 가진 그 조그마한 붉은 눈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자는 것.

단순하게 생각하면 무조건 얻을 이득이 많은 거래라고 느껴진다.

하지만.

이 은하에서 벌어지는 온갖 정보들을 쥐고 그 정보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정보상마저도 붉은 눈에 대해서 모를 만큼 이 붉은 눈은 은하의 인도자라는 집단의 1급 비밀이었다.

즉, 이 붉은 눈에 대해 아는 사람들은 은하의 인도자뿐이다.

정보공유 따위 할 필요도 없이 그들만이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것이다.

“ 무슨 속셈이지? “

앨리스가 예리한 레이피어를 앞으로 내질러 인도자를 가리키자 아까보다도 훨씬 더 당황하는 모습이 보인다.

“ 무.. 무.. 무.. 무슨 속셈이냐니...?! 그런 건 없는데..!! 순수하게 그냥..! “

-피유우우우우우우..... 펑!!!!!!

여차하면 도망칠 것처럼 몸을 살며시 돌린 인도자를 붙잡으려고 하는 그 순간

등 뒤에서

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이곳 행성과 매우 어울리지 않는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불꽃 하나가 화려하게 폭발하며... 춘향의 장난스러운 얼굴이 폭죽으로 예쁘게 수 놓인다.

함선에 준비해둔 위급 상황에 모두에게 상황을 전파할 수 있는 폭죽이다.

“ ...가지고 있는 짐 다 버려도 돼. 얼른 달려!! “

“ 아리나 이리와! “

“ 이 짐덩이는 내가! “

이미 라티안은 짐을 멘 채로 빛을 두르고 달려나갔으며, 피렌은 짐을 버리고 아리나에게 손짓하자 춘향이 아리나를 공주님 안듯이 들고 바로 달려나간다.

인도자가 불렀다?

그런 건 관심 없다.

지금은 함선에 남아있는 윌리가 위급 상황이라고 알렸으니 모든 것을 버리고 복귀하는 것이 최고의 선택이다.




가장 먼저 출발한 덕분에 제일 먼저 함선에 도착한 라티안은 함선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당황해서 바라보기만 할 수밖에 없었다.

“ ...함선이... “

라티안이 바라보고 있는 네이렌의 함선은..

이미 화려하게 불타고 있는 바람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 뭐.. 뭐야..! 왜 이러는 거야?! 앨리스! 빨리 물! “

“ 꺅..! 살살 내려놔..! “

뒤늦게 온 춘향이 아리나를 내던지며 앨리스를 찾았지만..

앨리스는 고개를 젓는다.

“ ..이미 늦었어. “

지금은 함선보다..

그 안에 타고 있던 윌리가 더 중요하다.


그렇게 윌리를 찾기 위해 함선으로 향하려는 순간

화려하게 타오르는 함선의 앞에서 불길을 뚫고 한 사람이 나타난다.

“ ...벌써 올 줄 몰랐는데 말이지. “

“ 카이니씨..? “

함선이 폭발한 것을 보고 도와주러 온 것이라면 좋겠다만..

안타깝게도 그것은 아니라는 듯이 카이니는 윌리를 묶어둔 채로 끌고 와 마치 인질처럼 붙들고 있었다.

“ ....미안하다. 당했어. “

“ 다친 데는?! “

다행히.. 죽거나 하지는 않았다.

죽더라도 살리면 되기는 하지만.. 만약 시체가 흔적도 없이 타버린다면 그건 아무리 앨리스라도 불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카이니가 인질을 잡은 상황은 가장 최악의 상황은 아니게 된 것이다.

“ 그런 곳은 없.. 윽..! “

“ 잡담을 허락한 기억은 없는데. “

물론.. 그렇다고 지금이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말이다.

“ ..갑자기 왜 그러시는 거죠? 저희가 범인이 아니라는 건 아셨잖아요. “

“ 그래. 범인은 아니지.. “

카이니는 아주 침착하게..

침을 한번 삼키고

눈을 한번 감았다 뜨며

각오한 듯이 고개를 들고 모두를 바라본다.

“ 너희는 붉은 눈을 목격한 일반인이다. 살아있어서는 안 돼. “

아.. 정말..

자신이 직접 말하면서도 너무나도 혐오스럽다.

“ 아하~... 그래서. 우리를 이곳에서 처리하시겠다? “

물론 그렇게는 안 될 거라고 생각한다.

네이렌 전원이 이곳에 모여있으며, 상대는 카이니 한 명.

숨어있는 인도자들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솔직히 적수가 될까 라고 생각했을 때는 딱히 위협적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함선이 불타버린 건 창조를 통해 다시 만들어 내면 되고..

윌리를 인질로 삼아봤자 카이니까지 한 번에 베어내거나 카이니가 죽여도 다시 살려버리면 된다.

문제 될 건 하나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 지원군.. 불렀구나..? “

아마 앨리스의 말대로일 것이다.

카이니가 네이렌에게 식사를 권유한 이유.

그리고 바로 가려는 것을 막고 공방에 들르길 권유한 이유.

볼일이 끝나자마자 인도자 한 명이 타이밍 맞춰 네이렌을 붙잡으려고 했던 이유.

..그리고..

함선을 불태우고 윌리를 인질로 잡은 이유.

전부 외계에서 다른 은하의 인도자가 지원 올 때까지 시간을 버는 것이다.

“하아~... 처음부터 이 수를 생각하기는 했지만~... 그래서 쪼금은 빨리 움직이려고 하긴 했지만.. 설마설마했는데 진짜 이럴 줄 몰랐단 말이지..? “

춘향이 조금 분한 듯이 이를 살짝 악물고 자세를 잡는다.

“ ...미안하다.. 날 욕해도 뭐라 할 말 없다. 우리 행성의 사람들을 범죄자 취급하지 않고, 도와주고, 붉은 눈을 잡는 것을 도와준 너희에게 무한한 감사를 해도 모자라다. 그렇기에... 날 욕해라. 제발 날 욕해다오. 난 정말 쓰레기다. 있어서는 안 되는... 쓰레기다. “

스스로를 자책하는 말.

지금의 행동과 전혀 반대되는 말이지만 표정에서.

흐르는 눈물에서 그 말은 진심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 ...왜 그렇게까지 하시는 거죠? 인도자들의 규율이라는 것 때문인가요? “

“ ...그딴 건 아무런 필요 없어. 그냥.. 구실일 뿐이다. “

“ 야. 시간 없는데? 그냥 썰어버리면 안 돼? “

춘향이 급하게 튀어 나가려 하지만..

모르겠다.

이런 상황이라면 춘향의 말이 정답이겠지만..

아리나는 왠지 카이니의 말을 들어보고 싶은 느낌이 들었다.

“ ..카린. 아디나랑 피렌이랑 가서 함선을 창조해줘. “

“ 어.. 어? 응..! 알았어! 가자 얘들아! “

긴급상황인 만큼 마나를 활용한 힘도 최대한 사용하기로 정한다.

그리고.. 카이니를 바라본다.

“ 카이니씨. 은하의 인도자들이 정한 규율 같은 게 문제 되지 않는다면.. 저희를 이렇게 붙잡고 계실 필요도 없지 않나요? 당신 말씀대로 저희는 당신들을 도와준 사람인데요. “

아리나의 말에 틀린 부분은 없다.

카이니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반대로.. 네이렌은 카이니를 모른다.

“ ..너희는 아무것도 모른다... 더이상.. ‘ 평화 ‘ 는 끝났어... “

“ .. ‘ 평화 ‘ 요?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데요. “

평화가 끝났다..?

알 수 없는 말이다.

붉은 눈이 행성에 침투할 정도로 깊게 들어왔기 때문일까?

아니다.. 그런 일 때문이라면 은하의 인도자들끼리 해결할 문제지 이것을 네이렌에게 할 만한 말이 아니다.

“ 우리 ‘ 평화 ‘ 는... 붉은 눈의 등장으로 도태되고 사라진다. 결국.. 남는 건 ‘ 진화 ‘ 뿐이야... “

점점 더 알 수 없는 말을 읊조리는 카이니의 눈이 조금씩 떨리는 것이 느껴진다.

카이니에게 붙잡혀있는 윌리는..

그 떨림이 온몸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윌리는 조심스레 눈만을 돌려 카이니를 바라보며 묻는다.

“ 이봐. 더 알아듣게 설명하라고. 평화가 끝난다는 게 무슨 말이냐? 붉은 눈 때문이냐? “

“ ...그 이상 파고들려고 하지 마라. “

“ 파고드는 게 아니지. 내가 지금 인질로 잡혀있잖냐. 내가 겪고 있는 일이라고. 네 녀석이, 은하의 인도자가 어떤 상황인지 알아야 내가 벗어나는데 가장 좋은 상황이잖냐. 난 합리적인 판단하에 질문하는 거야. “

윌리는 침착하게 자신이 벗어날 방법을 카이니에게 직접 물어본다.

인질로 붙잡혀있는 가운데 물어보는 것도 이상하지만..

답을 해주는 게 이상하지만..

카이니의 지금 심리 상태는 정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도박이었다.

“ ...평화의 주시자님께서 사라지셨다. 아마 진화놈들의 짓이겠지... 때맞춰 붉은 눈이 등장했으니.. 우린 이제 살아갈 수 없어.. 나는 살아남을 거다.. 이곳에서 죽을 수는 없다... 제대로 전면전이 벌어지기 전에 어떻게든... 어떻게든....! “

“ ‘ 진화 ‘ 로 넘어가겠다는 거냐? “

“ ..... “

윌리의 머릿속에서 계산이 끝났다.

카이니는 지금 붉은 눈과 관련이 있는 네이렌을 팔아넘겨 ‘ 평화 ‘ 의 인도자에서 ‘ 진화 ‘ 의 인도자로 갈아탈 생각인 것이다.

“ 네 녀석은.. 정보상이로군. “

“ 그래. 그렇기에 이 정도까지 알 수 있었지. 네 녀석이 진화로 바꾸는 데 있어서 공적이 필요하기 때문에 우릴 팔아넘기려는 것까지 다 눈치챘다. “

“ .... “

이렇게까지 알아버렸으면..

아니.. 인질을 잡은 순간부터 이미 돌이킬 수 없다.

흔들리던 카이니의 눈빛이 다시 또렷해진다.

그리고 윌리를 붙잡고 있는 손에 더욱더 힘이 들어간다.

“ 그러한 이유로.. 나는 너희들을 보내줄 수 없다. “

“ 재밌네... 아리나? 이제 해도 돼? “

춘향이 여전히 자세를 잡은 채로 묻자 아리나는 눈을 질끈 감는다.

뭐.. 어쩔 수 있나.

상대가 저렇게 확고하게 말하는데.

-츠즛... 츠츠즛...

“ ...그래. 시작해 라티안. 춘향. “

라티안이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빛으로 일곱 개의 검을 만들어 내고 달려나간다.

“ 참아라 윌! “

인질이 있으므로 일부러 빛을 두르고 달려나가지는 않았으며, 그대로 카이니를 향해..

윌리까지 베어버릴 생각으로 전부 위로 쳐들어 카이니를 향해 내려찍는다.

그 기세가 정확히 전달된 걸까.

카이니는 윌리를 앞세워 막는 것보다 손바닥에서 에너지를 응축시켜 길게 뽑아내 라티안의 검을 막는 데 사용한다.

-파지지지직...!!!!

“ ...네 녀석 버려졌나 본데? “

카이니는 라티안이 내려친 일곱 개의 검을 그대로 에너지로 묶어낸 뒤 바닥까지 줄을 길게 이어 붙여버린다.

하지만 라티안은 멈추지 않고 검을 전부 지워버린 뒤, 다시 새롭게 검을 뽑아내 이번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휘두른다.

그러자 카이니도 마찬가지로 몸을 틀어가며 억지로 에너지를 뽑아내 일곱 개의 검을 연속으로 막아낸다.

그렇게 오른쪽과 왼쪽을 공격하자

인질을 잡은 바람에 한 손만 사용할 수 있었던 카이니의 자세가 조금씩 흐트러지기 시작한다.

“ 날 잊으면 안 되지? “

상대의 명백한 빈틈.

그 빈틈을 만든 라티안이 자세를 회복하는 동안 바로 옆에서 붉은 눈을 빛내며 춘향이 한 손 낫을 휘두른다.

“ 붉은 눈...! 큭..!! “

“ 크악...!!! “

춘향은 자세를 낮추고 라티안의 허리춤에서 그림자처럼 튀어나와 카이니의 팔과 윌리의 허리부터 배까지 완벽하게 베어내 버린다.

카이니의 피보다 윌리의 피가 더욱 격렬하게 솟구치는 가운데 윌리의 남은 어깨를 붙잡은 춘향이 그대로 뒤로 던져버린다.

“ 미야!! “

“ 네!! “

-파지지지직!!!

이미 앨리스에게 작전을 듣고 준비하고 있던 미야가 번개처럼 달려나가 윌리를 붙잡고 다시 돌아와 앨리스의 앞에 내려놓자 앨리스는 가볍게 꽃잎을 덮어 상처를 치유한다.

“ 이 자식들이...!! “

일찍이 짠 작전처럼 라티안도, 춘향도 그 즉시 물러나자 이번엔 아리나의 차례다.

-콰지지지지직!!!! 콰쾅!!!!!!!!!!!

그러나 아리나는 일부러 카이니의 앞에 번개를 떨어뜨려 다가오지 못하게 막는 용도로 번개를 사용했다.

“ ...더 다가온다면 다음번엔 당신의 머리 위로 떨어뜨릴 거에요. “

-파직..

번개라는 힘을 마음대로 조종하며..

빛 자체가 검처럼 뭉쳐져 휘두르는 공격에..

그림자처럼 이동해 검은 낫을 휘두르는 붉은 눈.

게다가 번개처럼 빠르게 이동하는 소녀에다가 저 수상한 꽃잎까지..

이 녀석들.. 대체 뭐 하는 녀석들인지 모르겠다.


“ 이 자식들... 아무리 큭..! 다친 걸 치료할 수 있다고 해도 그렇지.. 너무 과격한 거 아니냐...! “

윌이 치유되고 있는 와중에 머리만 돌려서 특히나 춘향에게 크게 한소리 한다.

그러나 춘향은 태연하게 웃으며 넘겨버리고 그나마 대꾸해준 것은 라티안이었다.

“ 윌! 금방 괜찮아질 거야! 내가 앞에서 든든하게 버텨줄 테니까 좀만 참으라고! “

...

정말..

윌리는 꽃잎이 덮고 있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그대로 손을 들어 이마를 짚었다.

“ 윌리라고 멍청아.. “


작가의말

허허... 이거 참..

쓰레기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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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1 352. 준비 23.11.12 243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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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8 349. 통성명 23.11.09 243 0 15쪽
357 348. 그래봤자 기계덩어리 23.11.08 243 0 13쪽
356 347. 정신 좀 차려라 23.11.07 241 0 13쪽
355 346. 새롭게 개척해나갈 길 23.11.06 243 0 13쪽
354 345. 기계도 인간도 같은 마음 23.11.05 241 0 14쪽
353 344. 푸른 눈의 장의사 23.11.04 24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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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1 342. 재정비 23.11.02 243 0 13쪽
350 341. 도마 위의 다르시 23.11.01 241 0 15쪽
349 340. 우주 미아 23.10.31 241 0 13쪽
348 339. 와씨 진짜 죽는 줄 알았네 23.10.30 242 0 15쪽
347 338. 진화의 개척자 23.10.29 243 0 14쪽
346 337. 범죄자의 끝 23.10.28 243 0 15쪽
» 336. 나는 쓰레기다 23.10.27 243 0 13쪽
344 335. 떠날 준비 23.10.26 243 0 15쪽
343 334.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른 23.10.25 243 0 14쪽
342 333. 숨은 범인을 찾아라 23.10.24 245 0 13쪽
341 332. 풀려가는 실타래 23.10.23 242 0 13쪽
340 331. 오해와 오해가 만나 생겨버린 오해 23.10.22 242 0 13쪽
339 330. 길잃은 우리 애를 찾습니다. 23.10.21 242 0 14쪽
338 329. 노예 해방을 위하여! 23.10.20 243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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