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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해솔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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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해솔
작품등록일 :
2023.05.10 11:54
최근연재일 :
2023.06.28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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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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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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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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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3화 - 크랙(1)

DUMMY

뷔이이이이.

푸욱.


“읏···, 뭐···?”


주환성의 주변을 요란스럽게 날아다니던 벌이 난데없이 팔뚝을 푹 찔러왔다.


‘내가···, 보이나?’


“우웁···.”


갑자기 오른 열감에 속이 메슥거리며 토기가 올라왔다.


“크크큭. 쫓아오는 걸 모를 줄 알았어?”


불쾌할 정도로 낮은 저음. 말투는 다르지만 분명 그 자다.


‘어떻게 안 거지?’


풀썩.


정신이 몽롱해진 주환성의 모습이 드러났다. 비틀거리던 그의 몸이 그대로 고꾸라졌다.


“우욱···.”


목구멍을 타고 넘어온 토기가 그대로 흘러나왔다. 점점 혼미해지는 정신을 가까스로 붙들고 그를 쳐다봤다. 재미있다는 듯 눈을 휘며 웃은 그가 손가락을 튕기며 소리를 냈다.


카가가가각.


‘이, X발!’


소름 끼치는 괴성을 지르며 까만 무언가가 저를 향해 기어 오고 있었다. 감겨가던 눈을 치켜뜨며 안간힘을 쓰려 해도 굳어가는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 들려오는 인기척에 그가 뒤를 돌아봤다.


‘최무강···?’


갑자기 나타난 최무강이 그를 보고는 얼어붙은 듯 굳어 있었다.


‘저 등신 같은 새끼가 뭐 하고 있는 거야!’


“큭···, 오랜만이네?”


‘···예전부터 아는 사이인가?’


“으윽···. 최, 최무강···!”


겨우 쥐어짜내듯 나온 주환성의 목소리가 지금의 최무강에게 들릴 리 만무했다.


“크크큭, 이 새끼는 파인더가 돼도 여전하네?”


그가 조롱 섞인 웃음을 뱉으며 천천히 최무강에게 다가갔다.



카가가가가각.


소름 끼치는 소리에 최무강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기억보다 조금 더 큰 까만송충이가 어디론가 기어가고 있었다.


“주환성?”


그제야 까만송충이가 향한 곳에 쓰러진 녀석이 보였다. 입가에 하얀 거품을 문채 내 쪽을 향한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쏘아보는 눈빛이···, 내게 욕을 하는 것만 같았다.


파앗.

퍽.


카가가가가각!


까만송충이가 그에게 빨간 입을 벌리기 직전 힘껏 발로 걷어찼다. 발에 닿는 물컹한 느낌에 최무강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내 시선을 내려 주환성을 바라봤다.


“뭐 하냐?”

“크···읍.”


입술을 바르르 떨고있는 녀석의 눈빛에서 여전히 욕이 느껴졌다. 그래도 새파란 낯빛을 보니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조금만 참아.”



서둘러 그를 향해 몸을 돌렸다.


루베인.


“네가 루베인이야?”


최무강의 목소리에서 더 이상의 떨림은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꽉 쥐어진 주먹만이 잘게 떨리고 있을 뿐이다.


“내가···, 이름을 말했던가?”


그는 고개를 갸웃하며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따악.


뷔이이이이.


루베인의 신호에 주변을 맴돌고 있던 벌이 내게 공격적으로 날아들었다. 아마도 벌은 빠르게 날아오고 있겠지만···, 내 눈에는 꽁무니의 침을 빼는 모습까지 느릿하게 보였다.


팟!


손날로 빠르게 내리쳐 바닥에 떨어진 벌을 지그시 눌러밟았다. 푸직 터지는 소리에 여유로웠던 루베인의 표정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가 한쪽 눈썹을 치켜 올린 채 입을 열었다.


“조금은 달라···. 커헉!”


퍼어억!


그의 쓸데없는 소리는 들을 필요가 없다. 그냥 뒈질 때까지 쳐 때리면 되는 거다.


“너랑 대화할 생각 없다.”


한 주먹에 날아간 루베인이 바닥에 떨어지기 무섭게 최무강은 그의 몸을 타고 쉬지 않고 주먹을 휘둘렀다.


퍼억. 퍽.

퍽.

물컹.


순간 주먹에 느껴지는 감촉이 달라졌다. 정신을 차리고 봤을 땐 그의 얼굴에서 물컹한 무언가가 흘러내렸다. 그리고 드러난 얼굴에 최무강의 동공이 커져갔다.


“···남도하?”


말캉한 점액질처럼 흘러내린 것은 더 이상 움직임이 없었다.


“쿨럭···.”


으드득.


그동안 나를 보며 수없이 비웃었을 생각이 들자 이가 갈렸다. 주먹을 다시 하늘 높이 올렸다.


“엄마!”


그때, 멀리서 어린아이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찾고 있던 그 아이일게 분명했다.


“엄마···!”


최무강이 잠시 주춤한 사이 루베인의 입꼬리는 올라갔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그의 손이 힘없이 튕겨졌다.


따악.


“이···, 이 X새끼가!”


콰직!


얼굴의 정중앙에 주먹을 내리꽂았다.


“멈춰! 새끼야!!!”


퍽.


“크큭···, 쿨럭. 지금 가지 않으면···, 쿨럭···. 저 애도 너 때문에 죽는 거야. 크크크큭.”


피범벅이 된 얼굴에 드러난 하얀 잇사이로 피가 새어 나왔다.


“이···! 젠장!”


아이의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자 최무강은 쥐고 있던 루베인의 멱살을 놓고 곧장 소리가 나던 곳으로 달려갔다.


“후우···.”


나무 틈에 숨어 몸을 떨며 울고 있는 아이가 보였다.


“네가 정수야?”


눈물 범벅이 된 아이가 최무강을 올려봤다. 히끅거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최무강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주변을 살폈다. 몬스터는 보이지 않았다.


‘속인 건가···?’


아이를 데리고 황급히 주환성에게 갔을 땐 당연히 루베인은 어디에도 없었다.



***




드르르륵.


비틀거리며 들어오는 남자의 눈빛은 분노에 휩싸여있었다.


“씨X새끼···! 그때 지 가족이랑 같이 죽여버렸어야 했는데···!”


‘루베인?’


진태일은 그의 얼굴에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봤다. 엉망으로 피투성이가 되었지만 제가 알고 있던 그의 얼굴이 아니었다.


‘얼굴을 바꾸고 있었나···.’


“엉망이군···.”

“닥쳐!”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며 서성거리던 그가 움직임을 멈췄다.


“···수정은?”


진태일이 턱으로 구석에 있는 탁자 위 상자를 가리켰다. 루베인이 다급히 탁자로 다가가자 상자가 스르륵 움직였다. 멈칫한 루베인이 고개를 천천히 돌려 진태일을 응시했다.


“뭐 하자는 거야?”

“왜 갑자기 서두르는 거지?”


루베인의 미간이 깊게 패였다. 못마땅한 얼굴로 한숨을 푹 쉬고는 입을 열었다.


“하···. 표미진이 어디까지 떠벌였을지 알 수도 없는데 서두르는게 낫지.”

“표미진은 네 계획을 몰랐을 텐데?”


진태일의 집요한 질문에 루베인의 목소리에 짜증섞여 나왔다.


“특능센터에서 뭔가 알아냈어. 미루다간 이도 저도 안 돼.”


잠시 침묵하던 진태일이 연한 살기를 띠며 입을 열었다.


“만약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널 죽이는 건 내가 될 거다.”


루베인의 입꼬리가 비스듬히 올라갔다.


‘할 수 있으면 해봐. 너도 이제 마지막이다.’


이내 상자를 채간 루베인이 수정을 확인했다.


“쳇. 고작 이것밖에 못 모았나? 쓸모없긴.”


너무도 작은 크기에 그는 혼잣말처럼 구시렁거리며 발걸음을 돌렸다.


“바로 올라가지.”



***



- 5년 전 오늘, 잊을 수 없는 참극이 있었죠. 그 희생을 잊지 않기 위한 추모행사에서 난데없는 몬스터들의 습격이 있었습니다. 특수능력센터의 재빠른 진압으로 사상자는 없었지만 사전에 방지할 순 없었을까요? 현장에 있는 장형일 기자 만나보겠습니다.

- 네, 특수틍력연구소 단지 내 추모공원입니다.

- 장 기자, 현재 상황은 어떻죠?

- 네 오늘 오전에 있었던 추모행사 막바지에 몬스터들이 갑자기 습격해왔습니다. 습격한 몬스터는 갑옷풍뎅이 떼와 파란토끼 무리들이었는데요, 영상 먼저 보시죠.



“끄···.”


뉴스 소리에 남인철의 눈이 떠졌다. 정신이 들자 온몸에 격심한 고통이 느껴졌다.


“박사님! 정신이 드세요?”

“···에블린?”

“네, 저예요.”


잠시 멍하던 남인철의 눈이 번뜩 떠졌다.


“수정은?”

“아···, 그게.”

“수정은!”

“못 찾았어요. 연구실도 완전히···.”

“허어···.”


망연자실한 얼굴에 에블린이 달싹이던 입술을 열었다.


“은하수 부장님은 괜찮습니다.”

“아아···.”


돌무더기에 깔릴 뻔한 제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몸을 던지던 은하수의 모습이 뒤늦게 떠올랐다.


“그래···, 다행이군.”


남인철은 텅 빈 눈동자로 허공을 응시하며 말했다.


“박사님도 다행히 크게 다치신 곳은 없어요, 안정만 좀 취하면 될 거에요.”

“수정을 훔친 자는···? 잡았나?”


그의 질문에 답이 없자 남인철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에블린은 난처한 표정으로 시선을 내리며 말했다.


“···곧 국정원에서 사람이 올 거에요.”


침음을 흘린 남인철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곤 흘러나오는 뉴스로 시선을 돌렸다.


혼비백산한 시민들이 허겁지겁 도망가는 모습, 그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파인더들의 모습이었다.


시트를 움켜쥔 그가 꾹 다물었던 입을 열었다.


“조대영은 어디 있나?”

“1부는 아직 현장에 있어요.”

“전화 좀 연결해 주게···.”


에블린이 전화를 거는 동안 남인철은 올라오는 울컥함을 애써 눌러 내렸다.


‘···도하야.’



***



특수능력연구소 생활관.


수습을 위해 현장에 남은 특수능력 1부는 침울했다.


휴게실에 틀어진 뉴스에서는 오늘 사건이 집중적으로 보도되고 있었다.


- 몬스터 습격이 연구소를 공격하기 위한 테러범들의 양동 작전이었다는 말이 있는데요, 사실인가요?

- 실제로 몬스터들의 퇴치가 끝나갈 즘 특수능력연구소 건물에서 폭발음이 있었었습니다. 현재 연구소 측은 이 일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습니다.

- 최근 능력범죄자들이나 몬스터들의 행태가 점점···.



“으으으! 도대체가 모르겠네!”


강준수가 갑자기 머리를 쥐어뜯듯 긁어댔다.


“도하가···, 일가족 살인사건 범인이라니···.”


예전부터 남도하를 알고 지내왔던 그들의 얼굴은 허탈함이 가득했다.


“수정은 도대체 왜 훔쳐 간 거지?”


강준수는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연신 말을 쏟아뱉었다.


저벅. 저벅.


복도 끝에서 들려온 발소리가 모습을 나타냈다.


“환성아, 좀 어때?”

“괜찮아요 이제.”


아직까지 창백한 얼굴인 주환성은 조금만 늦었어도 위험할 뻔했다고 한다.


“그···, 괜찮냐?”


주환성은 내 물음에 대답 대신 눈썹을 구겨가며 쏘아봤다.


"···괜찮구나."



지이잉. 지이잉.


“그래, 남 이사님은?”


서둘러 전화를 받은 조대영의 목소리가 무겁게 가라앉고 있었다.


“···네 이사님. 아직···. ···알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조대영이 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남도하가 크랙을 열려고 한다.”


조대영의 말을 이해하기까지 짧은 침묵이 흘렀다. 가장 먼저 염기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래서 수정을?”

“수정의 에너지로 크랙을 닫을 수 있으니, 열 수도 있겠지.”


고개를 끄덕인 조대영의 얼굴에선 불안한 기색이 점점 짙어졌다.


“빨리 찾아야 해. 허튼짓 하기 전에.”



***



크랙 관측소 공사 부지.


시민들의 반대 시위로 공사가 중단되고 한참 방치되어 온 곳이다. 크랙과 가장 가까운 위치라고 선정된 부지 위에는 해괴한 철골조만 남아있었다.


그 철골조 꼭대기에서 남도하는 두 개의 수정덩어리를 나란히 바닥에 올려두고 고민에 빠져있었다.


‘뭘로 하지? 조금만 더 열리면 되는데···.’


연구소에서 가져온 수정보다 제가 모아온 수정이 확연히 컸다.


‘쓸데없이 커지면 곤란한데···. 그래도 그걸 불러오려면 역시 큰 게 낫겠지?’


이내 루베인은 조금 더 큰 수정덩어리를 들어 진태일에게 건넸다.


“시작해.”


진태일이 제 손바닥 위에 올려진 주먹보다 조금 더 큰 수정덩어리을 바라봤다. 이제 곧 제 손으로 크랙을 열어야 한다는 생각에 손이 떨려왔다.


눈을 감고 다시 만날 제 아이와 아내를 떠올렸다.


결심을 굳힌 진태일의 손에서 수정덩어리가 허공 위로 띄워졌다. 이윽고 점이 되어 보일 만큼 높게 올라간 수정은 시야에 보이지 않았다.


“···더 이상은 안 돼.”


진태일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입술을 짓씹으며 한계까지 버티고 있는 모습에 루베인이 짧게 한숨을 내쉬며 망원경을 내렸다.


‘아직 한참 남았는데···.’



“어쩔 수 없지, 터뜨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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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화 - 운석 충돌의 날(4) 23.06.18 23 2 13쪽
30 30화 - 운석 충돌의 날(3) 23.06.15 25 2 12쪽
29 29화 - 운석 충돌의 날(2) 23.06.13 27 2 12쪽
28 28화 - 운석 충돌의 날(1) 23.06.11 34 2 13쪽
27 27화 - 남도하 or 루베인 (2) 23.06.10 34 2 12쪽
26 26화 - 남도하 or 루베인 (1) 23.06.08 34 2 12쪽
25 25화 - 몬스터(5) 23.06.07 35 3 12쪽
24 24화 - 몬스터(4) 23.06.06 37 1 12쪽
23 23화 - 몬스터(3) 23.06.05 33 2 12쪽
22 22화 - 몬스터(2) 23.06.03 41 2 12쪽
21 21화 - 몬스터(1) 23.06.02 38 3 12쪽
20 20화 - 행복흥신소(5) +2 23.05.30 41 1 12쪽
19 19화 - 행복흥신소(4) +2 23.05.29 44 2 12쪽
18 18화 - 행복흥신소(3) +1 23.05.29 42 2 12쪽
17 17화 - 행복흥신소(2) +2 23.05.26 45 2 12쪽
16 16화 - 행복흥신소(1) +4 23.05.23 46 3 11쪽
15 15화 - 무조건 한방 +2 23.05.22 52 3 12쪽
14 14화 - 그놈 목소리 +2 23.05.19 51 3 11쪽
13 13화 - 타락한 수정 +2 23.05.18 62 3 12쪽
12 12화 - 우리가 할 일 +2 23.05.17 58 5 12쪽
11 11화 - 수정이식 +2 23.05.16 60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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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08화 - 황금알 +2 23.05.13 81 6 12쪽
7 07화 - 네가 살린 거야 +2 23.05.12 94 5 12쪽
6 06화 - 두 번째 +4 23.05.12 110 6 12쪽
5 05화 - 직접 못 와서 미안 +2 23.05.11 109 6 11쪽
4 04화 - 가면 될 거 아니야 +2 23.05.11 123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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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02화 - 부활 +2 23.05.10 222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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