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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해솔 님의 서재입니다.

이 능력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류해솔
작품등록일 :
2023.05.10 11:54
최근연재일 :
2023.06.28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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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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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5,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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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1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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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5화 - 직접 못 와서 미안

DUMMY

“자, 자네···.”


귀신이라도 본 듯 김상희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병장 최무강!”

“그래, 최무강이. 이게 어떻게 된 건가?”

“그게···.”


똑똑.


노크 소리에 불쾌해진 김상희의 눈썹이 꿈틀댔다.


‘누구도 들이지 말라고 했건만···.’


눈을 흘기던 김상희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천천히 열린 문으로 처음 보는···. 아니, 최무강의 시체를 들쳐매고 나간 CCTV 속 남자가 서있었다.


“당신은···.”

“수고하십니다. 하하.”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자 최무강도 고개를 꺾어 열린 문을 바라봤다. 능글맞게 웃고 있는 강준수와 그 뒤에 똥 씹은 얼굴을 한 염기태가 보였다.


“형들이 여긴 왜 왔어요?”


드드드득,


자연스럽게 최무강의 곁으로 다가온 강준수가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어른으로서, 책임을 지러 왔지.”

“무슨 책임이요?”

“크흠···.”


김상희의 헛기침 소리에 최무강은 아차 싶었다.


“대대장님, 이분은 특수능력센터의 강준수 씨, 저분은 염기태 씨입니다!”


내가 소개하자 염기태가 내게 보여줬던 특수능력센터의 신분증을 꺼내 보였다. 김상희의 얼굴이 점점 더 굳어지고 있었다.


“특수능력센터에서 왜 오신 겁니까?”

“저희 때문에 무강이가 곤란해진 것 같아서요.”


그렇게까지 생각하진 못 했는데.

듣고 보니 이 사람들 진짜 대책이 없구나.


이제 알아챈 난 가느다란 눈으로 강준수를 흘긋 쳐다봤다. 눈이 마주친 강준수는 예의 그 느끼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염기태가 화려한 언변으로 상황 설명을 하는 동안 김상희의 얼굴은 수시로 변하고 있었다.


“하하, 능력자였다니···.”


강준수가 고개를 삐딱하게 꺾고 웃었다. 흠칫 놀란 염기태가 다급하게 입을 열려고 했지만 강준수가 더 빨랐다.


“문제 있습니까?”


날이 선 듯한 비아냥이 섞인 말투였다.


“큼. 시체가 갑자기 사라져서 얼마나 놀랐는지 아시오?”

“아주 조용하던데? 찾기는 했나 모르겠네?”

“이, 이 사람이!”


딱딱하게 굳은 입매를 애써 끌어올린 염기태가 강준수의 어깨를 콱 눌러 잡았다.


“대대장님.”


험악해질 것 같은 분위기에 대대장님을 불렀다. 그가 시선을 돌려 나를 바라본다.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 듯한 눈치였다.


“명일호 하사는 어디 있습니까?”

“흠···. 병원에 있네.”

“병원 말입니까?”


그 자식이 병원 갈 일이 뭐가 있지?


“그 일로 정신적 충격을 호소해서.”

“하!”


나도 모르게 한탄 섞인 한숨이 터져 나왔다.

부들부들 떨리는 주먹을 쥐고 대대장을 똑바로 쳐다봤다.


“우발적 총기 사고···, 아닙니다. 조준사격 당한 겁니다!”



내 말에 대대장의 입이 꾹 다물어졌다. 동공이 잘게 떨리고 있었다. 놀라움보다는 걸렸다는 눈빛, 수습할 일에 대한 불안감.


역시 다 알고 있었어.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입을 열었다.


“증거는 있나?”



***



지이이잉. 지이이잉.


“에이씨.”


침대에 누워 한참 게임을 하는 중 걸려온 전화에 명일호의 인상이 구겨졌다.


낯익은 번호였다.


“여보세요.”

- 통신보안, 상병 지형민.

“됐고, 왜?”

- 최무강 병장님 말입니다.


최무강 이름만 들어도 명일호의 이마에 핏대가 섰다.


“그 새끼 이름이 왜 나와?”

- 그게···.

“이 새끼가 헛소리하려고 전화했어!”

- 그, 지금, 부대에 있습니다!


툭.


들고 있던 전자담배가 시트 위로 떨어졌다.


“뭐?”

- 좀 전에 부대로 왔다고 지금···.

“미쳤어? 그 새끼 죽은 거 너도 봤잖아!”

- 진짭니다! 이 일병이 최 병장 소지품 들고 가는 것도 봤습니다.


‘어떻게 된 거지? 부검도 끝났는데···, 설마?’


“지금 갈 테니까 주시해.”

- 오신다고요?

“아끼는 부하 대원이 살아 돌아왔다는데 반겨줘야 하지 않겠어?”


명일호의 입꼬리가 올라가고 있었다.


‘재미있네?’


최무강이 쓰러지고 그의 주머니에서 휴대폰이 흘러나왔다. 평소 꾹꾹 눌러 참던 그가 정신을 놓고 달려들기에 뭔가 찜찜하다 싶었는데, 역시나 대화가 녹음되어 있었다. 깔끔하게 삭제해뒀으니 증거는 없었다.


멈춰있는 게임 화면을 끈 그가 서둘러 병실을 나섰다.


***



김상희의 눈동자는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이게 다 그 새끼 때문에···.’


명일호. 명성그룹의 3세. 게다가 외가는 국방부 전 장관이 있었다. 그런 놈이 굳이 직업군인이 돼서 온갖 하극상에 문제를 일으키고 다녔다. 그런 명일호가 이곳으로 옮겨온 날 김상희의 편안했던 군 생활은 끝나버렸다.


총기 사고가 있던 날, 명일호의 표정은 소름 끼칠 만큼 무덤덤했다. 그는 겁에 질린 김상희를 오히려 위로했다.


- 증거는 다 없앴으니까 걱정 마세요.


명일호의 말대로 수습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잘게 떨리던 주먹을 바로 쥐었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최무강과 눈을 맞춘 김상희가 말라붙은 입술을 힘겹게 떼어냈다.


“증거 있나?”


최무강은 부대원이 두고 간 파란색 소쿠리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김상희의 목울대가 꿀렁거리는 게 느껴졌다.


‘빨리 켜져라···.’


전원이 켜지자마자 최무강은 서둘러 파일을 열었다.


“······.”


휴대폰을 들고 점점 굳어지는 내 표정이 느껴졌다.


‘분명, 녹음을 했는데···.’


문을 여는 명일호의 얼굴을 보자마자 습관처럼 음성녹음을 실행했다. 전역 후 터뜨릴 생각이었다. 기록이 다 삭제되었다는 건 누군가가 고의로 지웠다는 건데.


“아니요. 누가 지웠네요.”


내 말에 강준수와 염기태의 고개가 자연스레 대대장에게 돌아갔다.


“말도 안 돼, 누가 그런 짓을 해···!”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면서도 얼굴은 창백했다.

대대장은 제가 감당할 수 없을 거란 불안함에 떨고 있었다.


“명일호 하사가···, 명성그룹이죠?”


염기태의 질문에 뜨끔한 김상희가 시선을 돌렸다.


“하여튼 빌어 붙는 새끼들은 어딜 가나 있다니까?”


쾅-!


노골적으로 쏘아붙이는 강준수의 말에 인상을 구긴 김상희가 책상을 내리쳤다.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 소리쳤다.


“증거가 없잖아, 증거가!”

“거 참, 증거 되게 좋아하시네?”


‘그래, 증거. 중요하지···. 그래서 녹음도 했던 건데.’


믿고 있던 녹음파일이 사라지자 바로잡을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무너졌다.


“그만 가자. 여기 더 있을 필요 없겠다.”


드르르륵.


강준수가 일어서며 내 어깨를 짚었다.


여전히 시선을 돌린 채 앉아 있는 김상희를 바라봤다. 꽉 쥐어진 주먹은 희게 질려있었다.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했다.


‘제 안위를 걱정하는 사람한테···, 잘못됐다고만 할 수 있을까?’


미간이 좁아졌다. 짧게 숨을 내쉬고 경례 대신 고개를 숙이고 나왔다.


***



주차장 밖에서 서성이던 성호가 나를 발견하고 달려왔다.


“추운데 왜 나와 있어?”

“걱정되니까!”


뒤에 오는 발소리에 고개를 빼꼼 내민 성호가 강준수를 알아봤다.


“엇, 안녕하세요.”

“응, 또 보네.”


다시 시선을 돌린 성호는 내 양손을 번갈아 봤다.


“소지품 챙긴다더니, 짐은 없어?”

“아···.”


그냥 나와 버렸네. 지갑은 챙겨야 하는데.


“여기 있어, 형이 갔다 올게.”

“감사합니다···.”


다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아주 조금은 동경했던 대대장의 그런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야, 무슨 일 있었어? 잘 안됐어?”

“명일호가 다 삭제했어.”

“뭘?”

“그날 녹음한 거, 그동안 했던 것도, 싹 다.”


한숨을 푹 내쉬며 답답함에 괜히 뒷머리만 벅벅 긁어댔다. 그런 나를 성호가 안타깝게 바라봤다.


“최무강, 이거 병X이네.”


위로···, 하는 건가? 기죽지 말라고?


삐걱거리듯 성호를 향해 고개가 돌아갔다. 일자 눈이 된 성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 클라우드 연결해 놨잖아?”


순간 성호의 뒤에 후광이 비치고 있었다. 예쁘게 웃는(아마도 비웃음) 성호를 보고 나도 활짝 웃어 보였다.


“윽, 하지 마! 진짜 병X 된 거냐고!”


못 볼 걸 봤다는 듯.

혀를 내밀며 헛구역질하는 시늉도, 굵은 목소리로 빽빽 질러대는 소리도, 도망치며 차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모습도, 지금만큼은 모든 게 예뻐 보이는 마법.


저벅, 저벅.


“진짜네···.”


멀리서 재수 없는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혼자 중얼거리며 다가오는 남자. 명일호였다.


긴 다리로 금세 코앞까지 다가온 명일호의 한쪽 눈썹이 올라갔다. 그가 고개를 쭉 내밀어 내 얼굴을 훑어본다.


“최무강···. 진짜 살아났네?”

“무슨 짓이야!”


역겨운 얼굴을 마주할 수 없어 그의 양어깨를 밀쳐냈다.


“이거 봐. 넌 손이 먼저 나가나 봐?”


짧은 비웃음 뒤, 순식간에 싸늘한 눈빛으로 변했다. 그 눈으로 나를 관찰하듯 훑어봤다.


“뭔가, 달라졌는데?”


일부러 큰 옷을 입고 왔는데도 티가 나나보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당장 수습해.”

“뭐를? 아니, 근데 어떻게 살아난 거야?”

“알 거 없고.”


제턱을 쓸어 만지며 명일호가 나를 뚫을 기세로 집요하게 쳐다봤다.


“너, 능력 발현됐냐?”


‘하, 예리한 새끼.’


“너, 나한테 관심 있어요?”


피식 웃는다. 아니 아주 대 놓고 웃고 있다.


“크크크큭. 아, 이렇게 입을 잘 터는데 그동안 어떻게 참았어? 아깝네···.”


‘후···.’


도발에 넘어가지 말자. 부들부들 떨리는 주먹을 더 세게 쥐었다.

더 이상 명일호에게 휘말리면 안 된다.


“지금 대화로 해결할 생각 없습니까? 다음엔 법원에서 볼 텐데?”

“크크큭. 법원까지 갈 수 있겠어?”

“보면 알겠죠.”


한쪽 입꼬리를 올린 명일호가 잘해보라는 말을 남긴 뒤 제 차로 돌아갔다. 그가 부대를 나갈 때까지 나는 시선을 떼지 않았다.


‘왜 이렇게 찜찜하지?’


그의 마지막 웃음이 영 찜찜해 서둘러 성호가 세워둔 차로 발걸음을 돌렸다.


오싹.


순간 오싹한 기운이 전신을 휘감았다. 피부가 아려올 정도였다.

몸이 기억하고 있는 소름 끼치는 감각···.


저벅. 저벅.

발자국 소리가 점점 다가온다.


“그쪽이 최무강?”


차분한 목소리.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뻣뻣해진 고개를 돌렸다.


파앗.


가느다랗게 뜬 눈, 뱀 같은 눈동자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에 온몸이 조여 들고 있었다.


“읍···!”


그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물었을 텐데. 최무강이 맞나?”

“쟨 뭐야?”


그의 뒤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 여자는 그대로 나를 지나치려다 멈칫했다.


“아! 루베인이 전해달래.”


내 귀에 그녀가 속삭였다.


“직접 못 와서 미안하다고.”

“···뭐?”


머리가 새하얗게 멍해졌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지금 저 여자가 말한 루베인이 그 새끼라는 걸.


고개를 돌렸다. 여자의 시선이 향하는 방향을 확인했다. 그 끝에 꼼짝도 못 하고 굳어있는 성호가 있었다.


순간 뺨을 맞은 듯 정신이 돌아왔다.


‘아···, 안 돼!’


“윽···.”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안성호오오! 도망쳐어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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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화 - 몬스터(2) 23.06.03 41 2 12쪽
21 21화 - 몬스터(1) 23.06.02 3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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