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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해솔 님의 서재입니다.

이 능력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류해솔
작품등록일 :
2023.05.10 11:54
최근연재일 :
2023.06.28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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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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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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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0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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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3화 - 죽은자는 말이 없다고?

DUMMY

“제 능력 알고 있었어요?”


조용한 차 안에서 적막을 깬 첫 질문이었다.


“아니, 발현되기 전엔 몰라.”

“그런데 어떻게 알고 온 거예요?”


강준수가 어떻게 알고 영안실로 찾아왔는지 궁금했다.


“그냥, 뉴스보고 믿어지지 않았으니까.”

“뉴스 보고 저인줄 알았어요?”

“설마해서 찾아봤지.”


그 이후로도 가끔 내가 잘 있는지 찾아봤었다고 한다.

민망했는지 그가 코를 찡그리며 웃음을 지었다.


“아저씨···.”

“야! 아저씨는 무슨, 형이라고 해.”


눈썹까지 구겨가며 말하기에 호칭을 고쳐 불렀다.


“형, 경찰인 줄 알았어요.”

“비슷하지, 나쁜 놈들 잡는 건.”

“형은 무슨 능력이에요?”

“나?”


대답 대신 한쪽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검지를 내 볼에 쿡 찔러 넣었다. 아찔할 정도로 차가운 느낌에 절로 뺨에 손이 올라갔다.


사라락.


손바닥 위로 떨어진 하얀 눈꽃 가루가 투명하게 녹아내렸다.


“결빙계?”

“···바로 아네?”


아직까지 능력자들에 대한 정보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나는 그 새끼를 이길 방법을 찾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며 정보를 수집해 왔다.


결빙계, 정신계, 화력계, 공간계, 강화계···. 따위로 분류되는 능력은 사용자에 따라 여러 가지로 발현된다고 한다.


몬스터를 조종한 걸 보면 그 새끼는 아마, 정신계일 거다.


“그···.”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망설이는 동안 강준수는 말없이 운전대에 손을 올린 채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아직도 흔적 못 찾았어요?”


여러 생각이 뒤죽박죽 한 채로 앞뒤 없이 튀어나와버린 말이었다. 나지막하게 긴 한숨을 뱉은 강준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흐음···. 아마도 변화계인 것 같아.”


‘변화계···?’


당황스러워하는 내 표정에 그가 말을 이었다.


“네 가족···. 이후로도 몇 번 있었던 건 알지?”

“···네.”

“목격자가 몇 명 있었는데 인상착의가 다 달랐어.”

“그럼, 얼굴을 바꾼다는 거예요?”

“그럴 거야.”

“몬스터를 조종한 건요?”

“그래서···, 다중능력자일 가능성이 높아.”


작은 희망이 생겼다 싶었는데 다중능력자라니···. 끝내 그 새끼를 찾지 못하게 될까 봐 불안했다.


끼이익.


“다 왔다.”


[낙원납골당]


“같이 가 줄까?”


물가에 애를 내놓는 듯 나를 보는 눈빛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혼자 다녀올게요.”


지그시 바라본 그가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어리 같은 것이 내려갔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발이 무거웠다. 떨어지지 않는 발을 천천히 옮겨 앞에 도착했지만 쉽게 고개가 들어지지 않았다.


고개만 들면 바로 보일 텐데.


“흐으읍. 후우···.”


크게 숨을 내쉬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마치, 어서 오라고 나를 향해 웃고 있는 것만 같았다.


너무 보고 싶었던, 그럼에도 차마 볼 수 없었던 가족들.


“아빠, 엄마, 예나야. 나 왔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4년 만에 만난 가족 앞에서 우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침도 삼키지 못할 만큼 목구멍이 조여왔다.


애써 힘을 주고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달싹이던 입술을 떼고 너무나 하고 싶었던 말을 꺼냈다.


“···사랑해 다들.”


토해내듯 터져 나온 말에 꾹 삼켰던 눈물도 흘러내렸다.

하지만 더 이상 괴롭지 않았다.


눈물이 마를 만큼 한참을 바라보고 있는데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최무강?”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귀신을 본 듯 입구에 굳어있는 안성호.

그 표정에 나도 놀랬지만 이내 피식 웃음이 났다.


놀랄 만도 하겠구나.


“최무강···?”

“벌써 잊었냐, 내 얼굴?”

“이···.”


한걸음에 다가와 내 얼굴을 빤히 보던 성호 작은 눈이 점점 더 동그래지고 있었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너 죽었다고···. 뉴스에도···.”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내가 그렇게 증오하던 능력자가 되었다고.


뒷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웃었다.


“나, 능력자 맞았나 봐. 다시 살아났어.”


성호의 입이 벌어졌지만 소리는 나지 않았다. 턱 끝을 올려 닫아주자 손을 홱 뿌리친 성호가 다시 입을 벌렸다.


“다시 살아났다니? 죽었는데 다시 살아났다고?”

“앵무새도 아니고, 형 군대 간 사이에 바보가 됐냐?”


내 장난 섞인 말에 성호의 굳은 얼굴이 조금씩 풀어지고 있었다.

눈이 촉촉해진다 싶더니 이내 눈썹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했다.


“뭐냐···, 키도 큰 거야?”

“키?”


그러고 보니 시야의 고도가 미묘하게 달랐다. 성호가 성큼 내 앞에 서자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너···, 원래 이렇게 쬐깐했나?”

“이 새끼가···.”

“윽!”


방심한 내 옆구리가 성호의 팔꿈치에 가격 당했다.


“······.”


치긴 지가 쳐놓고 말없이 굳어있는 성호가 대뜸 팔을 뻗어 내 배와 가슴을 다급히 쓸어 만졌다.


“너 몸이 왜···.”


소름 끼쳤다. 성호의 팔을 휘어잡았다.


“왜 이래! 미친놈아!”

“뭐야 근육. 미친 건 너지! 아! 아악!”


비명소리에 깜짝 놀라 손을 놔줬다. 서둘러 성호의 손이 무사한지 살펴봤다.


‘후···, 큰일 날 뻔했다.’


성호의 손길이 스친 내 몸을 닦아내듯 비벼대는데 뭔가 어색한 질감이 느껴졌다.


그래, 어제도 뭔가 이상했어.

다시 살아났다는 생각에 미처 이상하다고 느끼지 못 한 걸까?


키야 재본 지 오래돼서 나도 모르게 컸을 수도 있겠지만.

근육은···, 말이 안 되지.


다시 한번 가슴을 더듬거렸다. 지금 손끝에 느껴지는 이 질감은 막 벤치프레스 100개를 끝낸 듯 성나있었다.


죽어라 단련했지만 쉽게 근육이 붙는 체질이 아니었던 탓에 깡말랐단 소리를 자주 들었던 나였다.


근육뿐만이 아니다. 천천히 기억을 더듬어 봤다.


렌즈를 끼지 않았음에도 잘 보이는 시력.

미친 듯 달려 거리, 그에 반해 안정된 호흡.

가볍게 피한 검은 그림자.

살짝 준 힘에 부러진 손목.


또 뭐 있냐···. 지금 기억나는 건 이 정도.


“그럼 강화계인가?”


차에 돌아와 턱을 붙잡고 골똘히 생각하는데 강준수가 불쑥 끼어들었다.

가느다랗게 뜬 눈으로 내 몸을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에블린 누나가 부활이라고 했는데, 부활은 무슨 계통이에요?”

“글쎄, 에블린도 난감해하던데?”

“에블린 누나가 누군데?”


우리 성호는 에블린이 누군지 가장 궁금하구나.


“특능센터 연구원인데, 성격이 좀···.”


강준수는 생각만 해도 싫은지 ‘으’하며 입꼬리를 아래로 쭉 내렸다.


“···엄청 미인이던데.”


지이잉. 지이잉.


강준수가 거치대에 놓인 휴대폰을 보고 양반은 못된다며 고개를 저었다. 터치하는 순간 스피커를 통해 날카로운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 야 강준수! 너 어디야!


강준수가 뒤로 고개를 돌려 성호에게 속삭였다.


‘이 사람이 에블린이야.’


“으, 시끄러. 왜?”

- 수신기는 왜 꺼놨어?

“안 껐는데···? 엇, 왜 꺼졌지?”

- 하여튼! 떴어 B급.


B급? 몬스터가 떴다는 건가?


“B급? 기태 형은?”

- 기태 오늘 지원 나갔잖아.

“아, 오늘이지? 알았어, 바로 갈게.”

- 딴 데 새지 말고 바로 가!


통화를 끝낸 강준수가 수신기를 켰다. 알림음이 연속해서 울려댔다. 곤란한 표정으로 그가 입술을 달싹거렸다.


“흐···. 어쩌지? 집엔 못 데려다주겠다.”

“괜찮아요.”

“내일 센터로 늦지 말고 와.”

“네.”


근처 버스정거장에 내려준 강준수는 차를 돌려 순식간에 사라졌다.


“저 형 혼자 B급을 잡을 수 있나 봐.”


성호의 중얼거리는 혼잣말에 나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펴길 반복했다.


‘나도···, 잡을 수 있을까?’


손끝부터 넘치는 생생한 에너지에 왠지 모르게 흥분되고 있었다.


***


집에 돌아와 불을 켜니 적막이 맴돈다. 한참을 비워둔 탓에 냉골이 된 집은 한층 더 차갑게 느껴졌다. 오랜만에 집에 오니 씁쓸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성호가 같이 온다 했을 때 말리지 말걸.


누구의 옷인지 모를 헐렁한 트레이닝복을 훌렁 벗어던지고 바로 화장실로 들어갔다.


“헐···.”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만지기만 했던 근육들이 하나하나 눈에 들어왔다. 얼이 빠진 얼굴로 위에서부터 아래로 지그재그로 꼼꼼히 훑어내렸다.


“이게 진짜 나라고?”


가슴근육에 이어 그 아래, 힘줄을 따라 명확하게 나눠진 식스팩이 보였다. 그 양옆을 탄탄히 받치고 있는 복사근, 그리고 그 아래···, 음?


중앙 부분에 시선이 닿았을 때 다시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남의 것을 보는 느낌에 황급히 시선을 돌려 샤워부스로 들어갔다. 천천히 고개를 숙여 흘끔 바라봤다.


‘···미친.’


샤워를 마치고 나와 다시 거울 앞에 섰다.


양팔을 들어 매끈한 팔뚝을 봤다.


그 새끼가 여기저기 뚫고 지지고 했던 흉터들이 사라져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확실히 알았다.

다시 살아나기만 한 게 아니란걸.


으드득.


소리가 나도록 손가락 끝부터 주먹을 말아 쥐었다.


언젠가 내게 소중한 사람이 생긴다면 다시 찾아오겠다고 했다.

그래서 스스로 고립된 생활을 해왔다.


성호야 뭐···, 논외로 치고.


언제 찾아올지 모를 불안감을 갖고 사는 것보다 이제 내가 먼저 그 새끼를 찾아도 되지 않을까?


대충 옷을 걸쳐 입고 라면을 끓여 책상 앞에 앉았다.


일단, 해결할 것부터 해결하자.


노트북을 열어 뉴스를 검색한 나는 인상이 와락 구겨졌다.


“총기사고오오?!”


대서특필이 되어도 모자랄 판에 내 죽음은 변방의 자투리처럼 ‘총기사고’로 묻혀있었다. 기사를 클릭한 순간 내 눈은 자칫하면 튀어나올 뻔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을 앓았던 정신병력까지 들먹이며 내 발작이 사고의 원인인 것처럼 안타까운 죽음으로 둔갑되어 있었다.


게다가 현장 부사관이 난사 사고를 막았다고?


“아오! 명일호. 이 빌어먹을 새끼!”


명일호. 대한민국 굴지의 기업 명성그룹의 또라이 3세.


패드립에 눈이 뒤집힌 내가 달려들자 흥분을 못 참고 소총을 갈겨 놓고···.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생각했겠지?”


일술을 잘근 짓씹으며 빠르게 눈을 굴렸다.


“이 새끼를 어떻게 조지지?”


***


다음 날.


강준수의 당부대로 늦지 않게 특수능력센터에 도착했다.


정문으로 들어가 곧장 안내데스크로 향했다. 다가오는 나를 발견한 데스크 직원이 부드러운 미소로 반겨줬다.


“어떻게 오셨어요?”

“강준수···씨, 만나러 왔는데요.”

“잠시만요.”


수화기를 내려놓은 그녀가 생긋 웃으며 잠시 대기하라고 알려줬다.

여러모로 특전사보다 여기가 확실히 낫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무강아! 이쪽으로 와.”


빨리도 내려왔네.


안내데스크 앞에 있는 나를 부르는 큰 목소리에 몸을 돌렸다.

보안 게이트 앞에서 이빨을 드러내고 웃는 강준수가 있었다.


“안녕하세요.”

“응, 어젠 잘 들어갔지?”

“네.”


빠르게 그의 몸을 훑어봤다. 다친 곳은 없어 보였다.


“어제, 안 다쳤어요?”

“어? 아, B급인데 뭐.”


그래도 B급이면 공격은 하지 않나?


어제도 생각했지만 느끼하게 웃는 강준수는 꽤 실력 있는 능력자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형.”


앞서가던 강준수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여기 입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여기? 센터?”

“네 여기요. 형처럼 되고 싶어요.”


생각지도 못한 듯 눈이 커진 강준수의 얼굴에 당혹스러움이 묻어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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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화 - 몬스터(2) 23.06.03 41 2 12쪽
21 21화 - 몬스터(1) 23.06.02 3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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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06화 - 두 번째 +4 23.05.12 110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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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04화 - 가면 될 거 아니야 +2 23.05.11 123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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