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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해솔 님의 서재입니다.

이 능력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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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해솔
작품등록일 :
2023.05.10 11:54
최근연재일 :
2023.06.28 23:30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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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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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5,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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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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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2화 - 운석 충돌의 날(5)

DUMMY

추모행사가 시작됐다.


“···책임을 통감하며 우리는 절대 이 참사를 잊지 않을 것입니다.”


짝짝짝짝짝!


국무총리의 추모사가 끝나고 운석 충돌의 날 직후 참담했던 현장을 담은 영상이 틀어졌다. 영상의 중간쯤부터 희생자 가족석에서는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희생된 그들을 잊지 않기 위해 특수능력연구소에서는 수정의 연구에 매진하고 있음을···.”


매년 특수능력연구소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남인철은 마지막까지 마이크를 놓지 않았다. 다만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희생자 가족석이 아닌 기업인과 정치인들이었다.


“쳇.”


고까운 표정으로 보던 강준수가 고개를 홱 돌리고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했다.


“하아아아암.”

- 선배, 파리 들어가요.


관측탑 위에서 행사장을 내려다 본 김유미의 핀잔에 강준수는 멋쩍게 코를 쓱 매만졌다.


무탈하게 행사의 마지막 순서가 왔다. 희생자 가족들 중 대표로 나온 남자가 단상 위에 섰다. 그는 눈시울이 붉게 물든 채 가득 메워진 종이를 차분히 읽기 시작했다.


“흐···흠. 희생자 조덕희의 아들···, 김호윤입니다. 그날 희생됐던 376명···의 가족분들을 대표해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376명···.

시골 마을이었기에 파괴된 면적에 비하면 적다면 적은 수였다.

하지만 누구 하나 그렇게 죽어서는 안됐었다.


마이크를 타고 나오는 그의 차분한 목소리가 애처롭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것이 시발점이 되어 희생자 가족석은 흐느낌에서 울음바다가 되어갔다.


“···진상 규명을 위해 애써주시는 많은 분들과 잊지 않고 기억해 주시는 국민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저희 어머니···, 그리고 376명의 희생자 모두···.”


드드드드드드!


낭독을 하던 그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몸이 휘청였다.


“꺄아아아악!!!”

“으아악!”


별안간 흔들리는 대지에 여기저기 비명이 터져 나왔다.


“지진인가!?”

“다들 진정하세요!”


드드드드드드드!


대지를 울리는 진동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 갑옷풍뎅이에요!


탐지능력의 김유미가 관측탑에서 진동의 정체를 파악했다.

B급몬스터, 갑옷풍뎅이.


“뭐야?!”


푸슈슈슉.


땅바닥이 불쑥 솟아났다. 일렁거리던 흙에서 갑옷풍뎅이들이 드글드글 뿜어지듯 솟구쳤다.


[프로즌]


콰과가각.


강준수가 솟아오르는 입구를 얼음으로 틀어막았지만 이내 다른 쪽 땅바닥이 불쑥 튀어나왔다.


“하! 씨X!”


[프로즌]


강준수가 양손을 벌려 겨우 막고 있는 사이 사람들이 행사장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 총리님은?


무전기 너머로 조대영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 이미 요원들하고 빠져나갔어요! 남 이사님은 연구소로 대피하고 계십니다!

- 김유미는 계속 상황 보고해! 시민들 대피부터 시킨다.


끼요. 끼요. 끼요.

쿵쿵쿵쿵!


“하, 또 뭔 소리야?”


강준수가 얼음을 갉으며 뚫고 나오는 갑옷풍뎅이들을 겨우 막고 있을 때 익숙한 소리가 울렸다. SNS에서 한참 난리가 났었던 영상 속 소리.


“으아아아아! 파란토끼다!!!!”


파란토끼들에게 길이 막힌 사람들이 겁에 질려 우왕좌왕하며 흩어지기 시작했다.


“흩어지지 마세요!”


목이 터져라 외친 정민이 가까스로 실드막으로 모두를 에워쌌다.


일반 토끼와 비슷한 파란토끼는 흥분한 상태가 되면 온털이 파랗게 변한다. 일반 성인의 정강이 정도의 몸집이지만 엄청난 점프력은 어린아이를 압사시킬 정도의 위력이다.


쿵쿠우웅!


“꺄아아앗!”


콰직. 푸슉.


막 점프한 파란토끼가 순식간에 찌그러지며 허공에서 터졌다. 바닥에 주저앉아 눈을 질끈 감았던 여자가 눈을 뜨자 실드막 위로 파란피가 흘러내렸다.


쿵쿠우웅.

쿵쿵. 쿠우우웅.


더 흥분한 파란토끼들이 여기저기서 위협적인 점프로 사람들을 몰아세웠다.


콰직. 콰직.


파란토끼들은 점프하는 족족 하나씩 터져 죽어나가고 있었다. 어금니를 꽉 깨문 강준수가 조대영을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큽···, 미친 양반.”


입구가 틀어막히자 갑옷풍뎅이들이 흩어져 여러 길로 땅을 뚫기 시작했다. 이내 땅 여기저기가 굼실굼실 솟아오르고 있었다.


한계에 다다른 강준수의 코에서 코피가 주르륵 흘러나왔다.


“김유미, 몇 마리야?”

- 삼 사백 마리는 됩니다!

“사람들은?”

- 선배 주변 50m내론 없어요!


[아이스 그라운드]


김유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강준수는 바닥에 엎드려 양손을 땅에 붙였다.


꾸드드드드득!


강준수의 손바닥에서 퍼진 얼음이 땅 전체를 뒤덮었다. 순식간에 깊숙이까지 내려간 얼음이 땅속의 갑옷풍뎅이들을 한 번에 얼려버렸다.


“허억···, 허억···.”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강준수의 등에 누군가의 손이 올려졌다.


사아아아악.


“형, 조금만 참아요.”

“하아···, 그래.”


어느새 나타난 회복팀의 사빈이 강준수의 체력을 회복시키는 동안 빠져나간 몇 마리의 갑옷풍뎅이들은 사람들을 쫓았다.


화르륵!


“젠장!”


화력계의 이기훈이 쫓아가며 불꽃을 쏘고 있지만 빠르게 날아가는 갑옷풍뎅이와의 거리는 점점 벌어졌다.


사람들의 코앞까지 날아간 갑옷풍뎅이가 딱딱한 외피로 실드막을 쳐내기 시작했다.


[스피어]


정민이 갑옷풍뎅이들을 실드막으로 에워쌌다. 갇힌 갑옷풍뎅이들이 사방팔방으로 몸을 튕겨대자 실드막에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


“후우···, 후···.”


폐가 튀어나올 만큼 뛰어온 이기훈이 실드막에 생긴 구멍으로 화력을 불어넣었다.


화르르르륵.


후두둑. 투둑.


땅바닥 위로 까맣게 타버린 갑옷풍뎅이들이 떨어졌다.


“하아, 끝인가?”

“그런 것 같죠···?”

“잘했다.”


정민의 어깨를 툭툭 친 이기훈은 이내 무전으로 상황이 종료됐음을 알렸다.


부스스슷.


염기태의 눈에 입구로 몰려오는 시민들이 들어왔다. 내내 안절부절못하던 그는 그제야 깊게 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왔다···.”


조금 전까지 시민들의 안위를 외치던 정치인들과 기업인들은 진작에 개인 경호원과 무사히 벗어났다. 최무강도 안도의 숨을 내쉬려는데 몰려오는 사람들 뒤로 까만 무언가가 빠르게 움직였다.


“어? 저기···? 위험해요!!”


파밧.


까맣게 탄 갑옷풍뎅이 한 마리가 빠른 속도로 한 시민을 향했다.


‘늦겠어!’


허벅지 근육이 터질 듯 땅을 박차며 뛰고 있지만 이미 상당했던 거리를 좁힐 순 없었다.


피유우웅.

팍.


최무강보다 늦게 출발했을 고수혁이 그를 제치고 달려갔다. 최무강의 눈에도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어느새 땅에 떨어진 까맣게 탄 갑옷풍뎅이는 그의 구두굽에서 파사삭 부서졌다.


“휘유. 늦을 뻔했네.”



***



“이, 이사님!”


3구역은 행사 동안 비어있을 연구소 주변이었다. 은하수는 몬스터가 출현했다는 무전에 경계를 가득 세우고 대기하던 중 행사장 쪽에서 다급하게 오는 남인철을 발견했다.


그는 혼이 빠진 얼굴로 은하수의 말도 못 들은 채 연구소로 들어갔다. 사라지는 그의 뒷모습에 은하수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한 그의 표정이 거슬렸다.


‘몬스터에 겁을 먹을 리가 없는데···.’


건물로 들어간 남인철은 곧장 수정연구실을 향했다.


복도 입구에서부터 쓰러진 가드들이 보였다. 남인철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마른침을 삼키고 걸음을 재촉했다.


달각.

스르르르륵.


수정연구실 안쪽, 유리창 너머의 분석실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저벅 저벅.


쾅!


“이,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유리창을 치며 고성을 지르는 남인철의 목소리엔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 건너편의 루베인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이내 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네 손가락이 필요했는데 마침 잘 왔네.”

“그게 무슨···, 크읍.”


온몸에 쥐가 난 듯 남인철의 몸이 점점 조여왔다.


루베인이 어딘가로 시선을 보내며 고개를 끄덕이자 남인철의 몸이 공중에 띄워져 계기판 앞으로 이동했다.


“멈춰!”


남인철을 뒤따라온 은하수가 총을 겨누며 소리쳤다. 예상치 못한 등장에 루베인이 시간을 확인하고는 눈썹을 찡그렸다.


하등 몬스터들이지만 그만큼 풀었으면 어느정도 시간을 끌어줄 거라 생각했다. 못마땅한 듯 그는 고개를 저었다.


“하···, 고작 이것밖에 못 버티나?”


따악.


루베인이 손끝을 튕기자 어둠 속에서 몬스터가 튀어나왔다. 거미처럼 생긴 몬스터가 빠른 걸음으로 곧장 은하수를 향해 돌진했다.


휘리릭.

쿵.


달려들던 거미가 바람에 휘날려 벽에 내쳐졌다.


“꽤 귀찮은 능력이군. 서둘러야겠어.”

“으윽···.”


루베인의 말에 남인철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의 손이 계기판 위의 버튼을 누르자 루베인 앞에 있던 유리관 문이 스르륵 열렸다.


‘혼자가 아니야? 어디 있는 거지?’


은하수가 연구소 내부를 빠르게 살폈지만 다른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다. 그녀가 서둘러 분석실로 향했다.


“크흡···.”


몸이 꼼짝하지 않았다.


‘염력이군.’


“은 부장! 저, 저자를 막게!”


바닥에 떨어진 남인철이 얼굴이 시뻘게질 정도로 소리쳤다.

거센 바람이 일며 그녀의 몸을 휘감았다. 옥죄던 염력을 끊어내고 거대한 바람을 유리창으로 날렸다.


콰가강!


폭풍 같은 바람이 유리창을 강타했다.


“제길···.”


실내에서 위력이 약해진 바람은 강화유리창을 깨트리지 못했다.

그녀가 날아드는 집기들을 막아내는 동안 루베인은 수정덩어리를 들고 나왔다.


“그, 그만둬! 아직 불안정해!”


남인철이 엎드린 채 그를 향해 소리쳤지만 루베인은 고개를 비스듬히 꺾으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상관없어, 이제.”


쿠광쾅!


폭발음과 함께 연구실의 천장이 무너져내렸다.


“박사님!”


은하수가 남인철에게 몸을 날려 떨어지는 돌들을 막아내는 사이 루베인은 유유히 연구소 밖으로 빠져나갔다. 어느새 그의 옆에 진태일이 함께 걸었다.


“이거면 된 건가?”

“일단은. 이쯤에서 헤어지지.”


진태일은 고개를 끄덕이고 먼저 밖으로 나갔다. 루베인은 그 자리에 잠시 멈춘 채 눈을 가늘게 떴다. 묘한 웃음을 진 그가 이내 걸음을 서둘렀다.




*




“정수야! 임정수!”


모두가 대피한 줄 알았던 행사장에선 8살 꼬맹이를 찾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 여자가 사색이 된 얼굴로 아이를 찾아 헤매고 있었다.


“어때?”

“으음, 없어요. 제 사정권 밖이에요.”


탐지능력의 김유미가 답답한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3구역도 아이는 못 봤어요. 일단 계속 찾을게요.”


함미화가 연구소 주변을 수색하며 무전을 했다.


“은 부장님, 주환성!”


응답없는 무전에 인상을 구길 때 연구소 건물이 흔들렸다.


“뭐, 뭐야?”



*



바사삿.


최무강도 아이를 찾기 위해 연구단지 주변을 수색하고 있었다. 귀에 들려오는 온갖 소리들에 머리가 욱신거렸지만 집중을 늦추지 않았다.


또다시 몬스터가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에 마음이 조급해졌다.


저벅. 저벅.


최무강의 눈썹이 꿈틀댔다.


‘···발소리? 두 개?’


다급한 발소리들 사이에 여유있는 발걸음과 조심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유난히 귀에 들어왔다. 최무강은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몸을 틀어 달렸다.


연구소 뒤편의 풀숲을 한참 지나 발소리를 따라잡았다.

우뚝 걸음을 멈춘 그가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그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소름 끼치는 위압감이 온몸을 덮어왔다.


곱상한 그의 얼굴에 미소가 머금어졌다. 저를 바라보는 눈이 이채를 띠며 뱀처럼 휘어지자 최무강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큭···.”


참지 못해 툭 튀어나온 그의 웃음소리가 저 멀리 아득하게 들려왔다.


“오랜만이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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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화 - 운석 충돌의 날(5) 23.06.22 21 1 12쪽
31 31화 - 운석 충돌의 날(4) 23.06.18 22 2 13쪽
30 30화 - 운석 충돌의 날(3) 23.06.15 24 2 12쪽
29 29화 - 운석 충돌의 날(2) 23.06.13 26 2 12쪽
28 28화 - 운석 충돌의 날(1) 23.06.11 33 2 13쪽
27 27화 - 남도하 or 루베인 (2) 23.06.10 34 2 12쪽
26 26화 - 남도하 or 루베인 (1) 23.06.08 34 2 12쪽
25 25화 - 몬스터(5) 23.06.07 34 3 12쪽
24 24화 - 몬스터(4) 23.06.06 36 1 12쪽
23 23화 - 몬스터(3) 23.06.05 33 2 12쪽
22 22화 - 몬스터(2) 23.06.03 41 2 12쪽
21 21화 - 몬스터(1) 23.06.02 38 3 12쪽
20 20화 - 행복흥신소(5) +2 23.05.30 40 1 12쪽
19 19화 - 행복흥신소(4) +2 23.05.29 43 2 12쪽
18 18화 - 행복흥신소(3) +1 23.05.29 41 2 12쪽
17 17화 - 행복흥신소(2) +2 23.05.26 45 2 12쪽
16 16화 - 행복흥신소(1) +4 23.05.23 45 3 11쪽
15 15화 - 무조건 한방 +2 23.05.22 52 3 12쪽
14 14화 - 그놈 목소리 +2 23.05.19 50 3 11쪽
13 13화 - 타락한 수정 +2 23.05.18 62 3 12쪽
12 12화 - 우리가 할 일 +2 23.05.17 57 5 12쪽
11 11화 - 수정이식 +2 23.05.16 59 5 12쪽
10 10화 - 주환성(2) +2 23.05.15 66 4 12쪽
9 09화 - 주환성(1) +2 23.05.14 76 7 13쪽
8 08화 - 황금알 +2 23.05.13 80 6 12쪽
7 07화 - 네가 살린 거야 +2 23.05.12 94 5 12쪽
6 06화 - 두 번째 +4 23.05.12 110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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