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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해솔 님의 서재입니다.

이 능력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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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해솔
작품등록일 :
2023.05.10 11:54
최근연재일 :
2023.06.28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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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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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3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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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9화 - 운석 충돌의 날(2)

DUMMY

제 2 훈련장.



“합격이다 주환성. 좀 전에 건 실수지?”


가슴을 쓸어내린 함미화가 주환성에게 합격을 선언했다.


까맣게 그을린 링 바닥 시트에서 연기가 피어났다.


바로 귓가를 스쳐간 낙뢰에 함미화의 등뼈엔 아직까지도 소름이 남아있었다. 5cm만 옆으로 떨어졌어도 지금쯤 전기구이가 됐을 거란 생각에 몸서리가 쳐졌다.


‘···더 하다간 내가 죽겠는데?’’


지쳐서 쓰러질 법도 한데 주환성은 아직도 서 있었다.



“···하.”


털썩.


사납게 노려보던 눈이 스르르 풀린 주환성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감사합니다.”


주환성은 거칠어진 호흡을 몰아쉬었다. 생수병 하나를 건넨 함미화가 훈련실을 나간 후에도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하아···, 하아···.”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심장박동 소리가 귓가에 생생했다. 바닥에 축 늘어진 팔을 따라 주환성의 시선이 손가락 끝으로 옮겨졌다. 거뭇하게 타들어간 손가락이 보이자 그제야 화끈한 고통이 손끝을 아려왔다.


“으으···.”


달그락.


돌아간 줄 알았던 함미화가 어느새 구급약통을 들고 왔다. 링에 올라온 그녀가 널브러져 있다시피한 주환성의 앞에 쭈구려 앉아 손을 내밀었다.


“손.”


주환성이 멀뚱한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소온!”


그녀가 한쪽 눈썹을 치켜뜨며 재차 말하자 그제야 주환성은 덜덜 떨리는 팔을 들어 손을 내밀었다.


찍. 찌익.


“끄···으···.”


소독약이 들어있는 병을 물총처럼 쫙쫙 누르자 강한 물줄기가 손끝을 강타했다.


“처음 능력 사용할 땐 이렇게 제 몸 다치는 것도 모르고 하는 경우가 많아. 이제 차차 알아가겠지만.”


무뚝뚝한 그녀의 말투 속에 느껴지는 자상함이 주환성에겐 낯설었다.


“감사합니다.”


물끄러미 주환성을 바라본 함미화는 이내 픽 웃고는 구급통에서 연고와 밴드를 꺼냈다.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만 하네? 욕도 엄청 잘 한다던데?”


주환성이 동그랗게 눈을 떴다.


“···누가요?”

“무강이가.”


주환성의 눈썹이 잘게 씰룩였다.


“크큭. 에블린도 그랬어. 너 깨어난 날, 엄청 반항했다며?”


민망해진 그가 머쓱하게 입술을 말아 물었다.


“아무튼, 이제 동생 소원대로 파인더가 됐는데 기분이 어때?”


주환희의 얘기가 나오자 주환성의 고개가 푹 떨궈졌다.


“아직···, 모르겠어요. 실감도 안 나고···.”


손가락에 붙여지는 밴드를 보며 해사하게 웃던 주환희를 떠올렸다.


‘···좋아하겠지?’



***



다음 날.

주환성의 인사발령은 즉각적으로 이뤄졌다.


“자자! 모처럼 신입도 들어왔는데, 오늘 저녁에 환영회, 콜?”


그리고 급작스러운 강준수의 외침에 특능1부는 지금 모두 삼겹살집에 모여 앉았다.


떠들썩할 줄 알았던 회식은 묘하게 정적이 흘렀다. 이제 보니 강준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조용한 편이다. 그나마 함께 말을 받아주던 에블린이 아직 도착 전이라 더욱 조용했다.


딸랑.


방울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고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구석에 있는 우리를 발견한 에블린이 밝게 웃으며 다가왔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뛰어왔는지 볼이 발갛게 달아올라있었다.


“뭐야, 회복실에 사람도 없잖아?”

“응···, 연구부에 잠깐 볼 일이 있어서.”

“거긴 왜?”


에블린이 잠시 망설이는 사이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


“그 어미 쥬르칸 말이야···. 결국 죽었어.”

“아···.”


조용하던 분위기는 한층 더 고요해졌다. 저 땜에 가라앉은 분위기에 당황한 에블린이 다급히 화제를 돌렸다.


“환성아, 파인더 된 거 축하해!”

“감사합니다.”


주환성은 에블린의 축하에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함 팀장님도 고생 많았죠?”

“으으, 말도 마! 조절을 못 하니까, 마지막에 낙뢰 봤지? 나 진짜 죽는 줄 알았다고!”


에블린이 물꼬를 트자 함미화는 기다렸다는 듯 폭포수처럼 말을 쏟아냈다.


“크큭. 봤죠, 다 봤죠! 바로 굳던데요?”


어제 일을 떠올린 함미화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누님도 간만에 부장님 특훈 참석하시죠?”

“···뭐어?”


강준수의 장난 섞인 말에 함미화가 정색을 하며 눈을 치켜떴다.


“크크큭. 부장님이 무강이 특훈 시키잖아요, 매일.”

“정말이야?”


함미화의 고개가 내게 홱 돌려졌다.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 측은함이 묻어났다.


“크흠···. 지원과에서 부서에서 교육을 해줬으면 하던데···. ”


조대영이 낮게 목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부서에서요? 왜요?”

“···행사 준비로 당장 인력을 빼기 어려운 모양이야.”


조대영의 말이 끝나자 순식간에 정적이 흘렀다. 최무강과 주환성만 뺀 모두의 낯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벌써 그렇게 됐나?”


염기태가 적막을 깨며 조대영의 빈 잔에 소주를 따르자 조대영은 한 입에 털어 넘겼다. 씁쓸한 소주 때문인지 그의 얼굴이 일순 일그러졌다.


‘무슨 행사길래···.’


속으로 생각을 하던 찰나 작년 이맘때쯤 뉴스의 한 내용이 떠올랐다.


수많은 사상자를 낸 ‘운석 충돌의 날’ 이후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매년 열리는 추모행사였다. 정부에 반감정을 가진 능력자들이 테러를 일으켜 또다시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파인더들도 몇 명 죽었던 사건이었다.


조대영이 모여앉은 이들의 얼굴을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


“이번 행사는 전체 참석이다.”



***




“굳이 그날 이어야 하는 이유는?”


벽에 기대선 진태일이 소파에 앉아있는 루베인을 바라봤다.

헤드에 목을 기댄 루베인은 고개만 살짝 비틀어 입꼬리를 올려 물었다.


“왜? 겁이라도 나나 보지?”


루베인은 비아냥 섞인 말에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 진태일을 보며 비소를 지었다.


“큭, 재미없긴···.”

“작년 테러 때문에 경계가 심할 거다.”

“오히려 연구소 안은 허술하지. 웬만한 인력은 죄다 행사장으로 빠질 거야.”

“흠···, 우리만으로는 힘들다.”


진태일의 마뜩잖은 말투에도 루베인은 무시한 채 말을 이었다.


“넌 시킨 것만 잘 하면 돼. 나머진 내가 할 테니까.”

“···그럼 그날 보지.”


여전히 무감한 눈으로 바라보던 진태일이 벽에서 몸을 뗐다. 문을 향해 걸어가던 그가 우뚝 멈춰서 고개를 돌렸다.


“표미진은 어떻게 됐지?”

“도망갔어.”

“······.”


진태일의 눈빛에 의심이 깃들자 그 눈빛을 즐기기라도 하는 듯 루베인은 여유로운 웃음을 머금었다.


‘표미진이 그럴 배짱은 없을 텐데···.’


특별히 동료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함께 일을 처리하던 사람의 뒤를 치는 루베인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쾅.


진태일이 떠나고 루베인은 얼굴에 뒤집어쓰고 있던 슬라임을 거칠게 뜯어냈다. 막처럼 얇게 붙어있던 슬라임은 이내 공처럼 뭉쳐져 테이블 위를 돌아다녔다.


“후, 답답해 뒈질 뻔했네···.”



***



“팀장님 어디 안 좋으세요?”


멍하게 창밖을 보던 함미화가 부르는 소리에 정민을 바라봤다.


“···아니? 무슨 말 했어?”

“아니요, 얼굴이 안 좋아 보여서요.”


어제 회식 후 모두의 표정이 안 좋았다. 정민은 작년 사건이 있었을 당시 특수능력센터에 입사 전이었다. 직접 겪진 않았지만 그때의 센터 분위기를 모르진 않았다.


“···죽을 뻔해서 그런가?”


툭 내뱉은 그녀의 말에 운전을 하던 정민이 동그란 눈을 뜨고 쳐다봤다. 함미화는 풋 소리를 내며 가라앉은 분위기를 애써 올렸다.


“크큭, 장난이야 임마.”

“재미없거든요?”


함미화에게 야속한 눈빛을 보내고는 정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봉두가 말한 데가 여기야?”


서울 외곽에서도 주택가들과 떨어진 곳이었다.


“네. 김치수가 혼자 움직인 날은 네비 기록을 꼭 지우는데, 한 번 안 지운 적이 있었대요. 그날 수정 거래를 하고 온 날이었구요.”


만에 하나를 대비한 이봉두가 외워둔 주소였다.


“그 새끼들은 서로 신뢰도 없는 데 어쩜 그렇게 똘똘 뭉쳐서 지낼까? 신기하단 말야.”


함미화는 인상을 구기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골목 으슥한 곳에 주차를 한 뒤 드문드문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확인하는 지루한 시간이 흘렀다.


“흐아아아아암.”

“···사람들이 진짜 안 다니네요.”

“이런 데는 귀신같이 잘 찾는다니까!.”


핸들에 붙여진 사진을 흘겨 본 함미화가 못마땅한 어투로 구시렁거렸다. 주환성이 고른 사진. 수정을 사갔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의 얼굴이었다.


두 사람은 이봉두가 말한 곳에 와서 이 사람이 나타나길 하염없이 기다리는 중이었다.


“으, 시원하게 아아 한 잔 사 올까요?”


정민이 좁은 차 안에서 기지개를 펴며 말했다.


“크흐, 그러자. 여기.”

“오늘은 제가 쏠게요.”


생긋 웃으며 내린 정민이 카페를 찾아 두리번거리고는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내 핸들로 시선을 돌린 함미화가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내 눈에 걸리기만 해.”



*



디디디디디딕.


테이블의 진동벨에 깜짝 놀란 정민이 빠르게 벨을 들고 픽업대로 갔다. 캐리어에 담긴 음료를 들고 카페를 나와 걸음을 서둘렀다.


“으, 벌써부터 덥네.”


‘···어?’


서두르던 정민은 천천히 속도를 줄였다. 낯익은 얼굴이 맞은편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남도하···?’


그들의 거리가 점점 좁혀지고 남도하가 정민의 곁을 스쳐갔다. 남도하가 지나친 뒤 3초를 세고 정민이 뒤를 돌아봤다.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남도하는 뒤로 돌아선 채 정민을 바라보고 있었다. 살짝 올라간 입꼬리에 그의 고개가 천천히 기울어졌다. 그의 가슴 안주머니에 쉬익 소리가 나고 있었다.


가슴팍에서 보내온 신호에 남도하는 지나친 사람을 돌아봤다.


‘실드라고···? 근데 저 새낀 왜 돌아보지?’


시선이 느껴졌는지 지나간 남자도 저를 돌아봤다. 그는 눈이 마주치자 놀란 듯 황급히 제 갈 길을 재촉했다.


‘실드···. 아깝지만 참아야지.’


계획을 위해 당분간 몸을 사려야 했다. 남도하는 아쉬운 입맛을 다시며 그의 얼굴을 머리에 새긴 뒤 걸음을 돌렸다.



*



달칵.


“땡큐-. 응? 왜 그래?”


차에 올라탄 정민의 놀란 얼굴에 덩달아 놀란 함미화가 핸들의 사진에 눈이 갔다.


“본 거야?”

“아니요···, 남도하를 봤어요.”

“남도하? 도하?”

“네···.”


정민은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조금 전 마주친 남도하의 눈빛이 아직도 저를 쫓고 있는 것 같았다.



***



“흠···.”


한숨과 함께 구겨지는 인상을 피려는 듯 염기태의 손이 다급히 미간을 문질렀다.


그 모습에 괜히 긴장한 나와 주환성은 뻘쭘한 표정으로 나란히 서있었다.



어제 회식자리에서 급하게 우리의 교육 담당자가 정해졌다.


“간단하게라도 누가 할래?”


조대영이 물었고,


“제가 할게요.”


망설임 없는 자원에 못 미더운 눈빛들이 강준수를 바라봤다.


“왜? 왜요?”

“제가 할게요.”

“그래, 염 팀장이 하는 걸로 하지.”

“와···, 진짜 다들 이러기야?”


외면당한 강준수는 억울함을 토로했지만 결국 우리 앞에는 염기태가 서있었다. 짙은 신음을 뱉으며 태블릿을 보는 그의 표정은 어딘가 심각해 보였다.


염기태는 그들의 테스트 결과를 보고 있었다.


최무강 (M/ 21)

체력 : A

순발력 : A

전투력 : A

능력/전투력 : -

특이사항 : 근접 전투에 특화.


주환성 (M/ 21)

체력 : D

순발력 : B

전투력 : D

능력/전투력 : 자연계(번개)/ C

능력/전투력 : 심안계(투명화)/ -

특이사항 : 정신력 우수, 심안계 확인 불가.


서로의 주력이 정반대인 두 사람을 함께 교육하려니 난감했다.


‘준수가 하게 둘걸 그랬나···?’


말똥한 눈으로 저를 보는 두 사람의 시선이 느껴졌다. 염기태는 올라오는 한숨을 삼키며 애써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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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화 - 운석 충돌의 날(3) 23.06.15 24 2 12쪽
» 29화 - 운석 충돌의 날(2) 23.06.13 27 2 12쪽
28 28화 - 운석 충돌의 날(1) 23.06.11 33 2 13쪽
27 27화 - 남도하 or 루베인 (2) 23.06.10 34 2 12쪽
26 26화 - 남도하 or 루베인 (1) 23.06.08 34 2 12쪽
25 25화 - 몬스터(5) 23.06.07 35 3 12쪽
24 24화 - 몬스터(4) 23.06.06 36 1 12쪽
23 23화 - 몬스터(3) 23.06.05 33 2 12쪽
22 22화 - 몬스터(2) 23.06.03 41 2 12쪽
21 21화 - 몬스터(1) 23.06.02 38 3 12쪽
20 20화 - 행복흥신소(5) +2 23.05.30 41 1 12쪽
19 19화 - 행복흥신소(4) +2 23.05.29 44 2 12쪽
18 18화 - 행복흥신소(3) +1 23.05.29 41 2 12쪽
17 17화 - 행복흥신소(2) +2 23.05.26 45 2 12쪽
16 16화 - 행복흥신소(1) +4 23.05.23 45 3 11쪽
15 15화 - 무조건 한방 +2 23.05.22 52 3 12쪽
14 14화 - 그놈 목소리 +2 23.05.19 50 3 11쪽
13 13화 - 타락한 수정 +2 23.05.18 62 3 12쪽
12 12화 - 우리가 할 일 +2 23.05.17 57 5 12쪽
11 11화 - 수정이식 +2 23.05.16 60 5 12쪽
10 10화 - 주환성(2) +2 23.05.15 67 4 12쪽
9 09화 - 주환성(1) +2 23.05.14 76 7 13쪽
8 08화 - 황금알 +2 23.05.13 80 6 12쪽
7 07화 - 네가 살린 거야 +2 23.05.12 94 5 12쪽
6 06화 - 두 번째 +4 23.05.12 110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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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04화 - 가면 될 거 아니야 +2 23.05.11 123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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