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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해솔 님의 서재입니다.

이 능력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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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해솔
작품등록일 :
2023.05.10 11:54
최근연재일 :
2023.06.28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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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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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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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9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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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4화 - 그놈 목소리

DUMMY

자정이 넘은 시각 주환성의 눈이 스르르 떠졌다.

캄캄한 곳에서 눈을 뜨는 건 꽤나 익숙했고 자연스러웠다.


다만 이때까지 제가 지내던 곳과 다르다는 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딱딱한 바닥이 아닌 폭신한 침대에 누워있었고, 덮고 있는 이불의 감촉은 까슬거리는 것 없이 부드러웠다. 꿉꿉하거나 곰팡내도 없이 따뜻한 햇볕에 바짝 말린 듯 포근하기만 했다.


또 한 번 눈을 깜빡였다.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자 지금 있는 곳이 꽤 넓은 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방 안은 퀴퀴한 냄새 대신 상쾌한 공기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여긴···?”


주환성은 말이 튀어나오다 움찔하며 저도 모르게 눈썹이 찡그려졌다. 바짝 메마른 목구멍은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도 버거웠다.


침대 옆 테이블 위에 놓인 생수병과 컵을 본 주환성이 서둘러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잠시 멈칫했지만 당장 쩍쩍 갈라질 것 같은 목을 축이는 데 급급했다. 이렇게 둔 걸 보면 해칠 의도는 없을 테니.


꿀꺽 꿀꺽 꿀꺽.


“하아.”


병 째 들이킨 시원한 물이 목구멍을 타고 흐르자 조금 정신이 돌아오는 것 같았다. 정신이 돌아오자 머리에 붙어있는 성가신 줄들이 느껴졌다.


‘병원인가?’


주환성은 이곳까지 어떻게 왔는지 도무지 기억이 떠오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떠오르는 기억은 김치수가 홍주명을 찌르는 장면이었다.


‘주명이는···.’


번득 스치는 기억에 입고 있는 상의를 들춰 올렸다. 보기만 해도 께름직했던 살갗이 원래의 제 살색으로 돌아와 있었다. 얼기설기 꿰매졌던 봉합선도 깔끔하게 봉합된 채 거의 아물어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옆구리가 멀쩡하네?’


그 아래 홍주명에게 찔린 옆구리도 잘 꿰매진 자국만 있을 뿐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얼마나 정신을 잃었던 거지?”


머리에 붙은 줄들을 잡아떼고 침대에서 내려와 문을 향했다.


덜컹. 덜컹.


굳게 닫힌 문이 열리지 않았다.

순간 덜컥 겁이 난 주환성이 문을 두드렸다.


쾅! 쾅!


“문 열어! 여기 어디야!!”


쾅! 쾅!


“문···.”


삐리릭.

드르르륵.


부스스한 머리에 자다 깬 얼굴, 푸른 눈동자를 한 여자가 놀란 표정으로 보더니 이내 안도하듯 숨을 내쉬었다.


“일어났구나!”

“여기 어디야! ”


주환성은 갇혀 있다는 생각에 흥분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런 쌩쌩한 모습에 오히려 안심한 에블린의 얼굴은 희미한 미소가 감돌았다.


“일단 들어가서 앉자.”


흥분한 주환성을 겨우 달래 안으로 들어가 앉히고 빈 생수병 대신 냉장고에서 새 병을 꺼냈다. 주환성과 마주 앉은 에블린은 그의 얼굴과 몸을 눈으로 훑어 내렸다.


“여긴 특수능력센터야, 어떻게 오게 됐는지 기억나?”


흥분이 가득했던 주환성의 얼굴에 일순 당혹스러움이 묻어났다.


'특수능력센터···?


불길한 예감을 느낀 주환성의 시선이 아래로 떨궈졌다.


“몸은 좀 어떤 것 같아?”

“어떻게 온 건데요?”


주환성은 대답 대신 상황을 물었다.


“네 능력이 폭주했어.”


에블린이 주머니에서 꺼낸 휴대폰을 들어 사진을 보여줬다. 사진 속에는 포탄이 떨어진 것처럼 풍비박산 난 잔해들이 있었다. 사진 위의 기사 제목을 본 주환성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낙원동 일대, 폭주능력자에 의해 사라지다.]


“기억나니?”

“이게···, 제가 한 거라고요?”


천천히 고개를 젓는 주환성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더 확인해 봐야겠지만···. 명동에서 폭주하려는 널 근처에 있던 우리 파인더가 막았어.”

“······.”


주환성은 불쑥 겁을 먹은 표정으로 떨리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죽었어요···? 사람?”


돌아오는 답이 없었다.

주환성의 고개가 천천히 올라갔다.


애처로운 주환성의 눈빛에 에블린이 차마 입을 떼지 못하자 그의 눈썹이 순식간에 구겨졌다.


“흐···읍.”


주환성은 터져 나오는 신음 소리를 덜덜 떨리는 손으로 틀어막았다. 어느새 그의 볼에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낮은 한숨을 몰아쉰 에블린이 조심스레 주환성의 어깨를 토닥였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해 줄래?”



***



“으으···. 으으···.”


드드드드드드. 드드드드드드드.


안마의자에 누운 김치수의 입에서 연신 앓는 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다. 주환성의 능력이 폭발할 때 황급히 피하느라 받은 충격이 아직도 몸에 남아 있었다.


‘운이 좋았지, 완전 쑥대밭이 됐는데···.’


폭발의 충격에 날아가 기절한 뒤 정신을 차리고 현장으로 돌아갔을 땐 이미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초토화되어 있었다. 주환성과 가까이 있었던 홍주명의 시신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똑똑.


“들어와. 으으···.”


고개를 대충 꾸벅이며 한쪽 팔에 팔걸이를 한 사내가 들어왔다. 며칠 전부터 씩씩대고 다니던 이봉두가 잔뜩 흥분한 얼굴을 들이밀었다.


“형님! 최무강이요! 이 새끼가 제 팔 이렇게 만든 놈입니다.”


억울한 듯 칭얼거리는 이봉두의 말에 김치수의 한쪽 눈썹이 올라갔다.


“환성이 도와줬다는 새끼?”

“네, 그날 주환성 쫓을 때 저희를 막아선 놈이요!”

“하?”


기가 막혀 헛웃음이 나온 김치수가 무언가 떠오른 듯 눈을 부라렸다.


“파인더도 있었다며?”

“네.”

“일이 꼬일라니까 이상하게 흐르네···. 미행은?”

“막내가 새벽부터 가 있습니다.”


김치수의 눈이 빠르게 구르기 시작했다. 최무강이 사라져도 아무도 의심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치밀하게 준비를 해야 했다.


“그래서, 지시한 건?”

“준비는 다 끝났습니다.”



***



띠링.


[테스트 일정 안내드립니다.]


소파에 누워 게임을 하던 중 화면에 메시지가 떴다.


“오?”


하루 만에 온 연락에 재빨리 메시지를 확인했다.


“흠···, 이게 끝인가?”


종목에 대한 안내가 없었다.

전화해서 물어볼까 하다가 휴대폰을 소파에 던지고 그대로 바닥에 엎드렸다.


‘당장 내일이란 말이지?’


“스읍.”


숨을 들이 마시고 바로 팔굽혀펴기를 시작했다.


‘음···?’


이를 악물고 해도 겨우 50개를 넘겼던 기록이 순식간에 80개를 넘겨버렸다. 심지어 80개를 할 때까지 숨도 참은 채.


연달아 한 윗몸일으키기도 100개를 가뿐히 넘겼다. 호흡이 살짝 올라오긴 했지만 예전처럼 거칠게 몰아쉴 정도는 아니었다.


‘이렇게 쉽다고?’


고개가 절로 갸웃거렸다. 벌게진 얼굴로 헥헥 거리며 배를 움켜잡고 몸부림쳤던 흑역사가 떠올랐다.


이번엔 문에 설치해 놓은 철봉 앞에 섰다. 탈락을 안겨 준 종목인 만큼 크게 한번 숨을 내쉰 뒤 봉을 말아잡았다.


'눈높이가 달라지니 좀 어색한가?'


"흐읍. 엇?"


긴장한 호흡이 무색하리만치 너무나 가볍게 몸이 끌어 당겨졌다.

1개도 제대로 하지 못해 아등바등 매달리기만 했던 고난의 날들이 스쳐갔다.


“와 씨, 진짜 신기하네.”


여유가 생기자 턱걸이를 하면서도 딴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가령 강한 신체를 얻은 것을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까 라던가, 한 번 더 죽었다 살아나면 몸이 더 강해질까 라던가···.


'아니···, 그건 좀···.'


다시 살아날 때의 고통이 다시금 떠올랐다.

떠올리기만 했을 뿐인데도 절로 인상이 구겨지고 입꼬리가 내려간다.


“으···.”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갈 때 번득 머릿속에 그 목소리가 떠올랐다. 몸이 다시 살아나는 고통이 오기 직전, 귓가에 들렸던 중저음의 남자 목소리.


‘다시 살고 싶냐고 물었던가? 살려줄 가치가 있냐고 했나?’


기억을 더듬어 봐도 같은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 떠오르지 않았다.

잠시 눈알을 굴리다가 잔뜩 깐 목소리를 내뱉었다.


“누구냐 넌."


아무도 없는 집은 고요하고 적막했다.

아무도 없지만 혼자 얼굴이 달아올랐다.


“후우···.”


그러고 보니 명일호가 이대로 넘어갈 위인은 아닌데 왜 이렇게 잠잠하지?


혹시라도, 만에 하나라도 사과해올까 싶어 기껏 차단도 풀었건만 역시나 전화는 오지 않았다.



***



“흐음···. 그건 좀 곤란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아는 한 최초로 이식에 성공한 사례입니다.”

“그래도 그 자가 저지른 짓은···.”


긴급 소집된 간부 회의는 ‘주환성’을 두고 열띤 공방 중이다.


남인철이 주환성을 파인더로 스카우트하길 제안했다.


능력자를 파인더로 스카우트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주환성은 범죄조직에 속해 있었다. 또한 명동에서 폭주하기 전 낙원동에서 있었던 폭발이 그에 의한 것으로 잠정 결론이 났다.


명동에서의 폭주는 강준수에 의해 막을 수 있었지만 낙원동은 피해가 꽤 심각했다.


“낙원동은 아직 복구도 안 됐습니다. 시신도 아직 다 못 찾았는데···,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그게 어떻게 알려진단 말입니까?”

"안 알려진다 해도 그 자는 범죄조직에 있던 사람 아닙니까!"


모두가 한 마디씩 하고 있을 때 제일 먼저 화두를 던져 놓은 남인철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 공방이 이어질수록 그의 눈빛은 점점 가라앉고 있었다. 한 명씩 그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하며 회의실은 이내 정적이 흘렀다.


남인철의 단단히 굳어 있던 입매가 살짝 당겨지고 입술이 떼어졌다.


“저희가 몇 년간 연구한 성과보다, 저 한 사람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아십니까?”

“······.”


그의 말에 다들 침묵했다.

시선을 회피하는 자들을 하나하나 훑어 지나던 남인철의 시선이 멈춰 섰다.


“조대영 부장, 자네 생각은 어떤가?”


특수능력 1부 조대영.

출장 후 복귀하자마자 소집된 긴급회의에서 그는 회의 내내 입 한번 열지 않았다.


“아직 성급한 것 같습니다. 수사결과를 보고 결정하시죠.”


눈썹이 미세하게 찌푸려진 남인철이 눈을 흘겼다.


주환성의 범죄사실이 드러난다면 수정을 회수하고 감옥으로 보내야 한다. 남인철은 그전에 어떻게든 주환성을 붙들고 싶었다.


“에블릭 박사 말로는 강제 이식을 당한 것 같다던데?”

“본인은 그렇게 말했다고 하는데···, 증거는 아직 없습···.”

“그럼 1부에서 조사를 해보게.”


조대영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특수능력센터는 수사기관이 아니다. 수정과 능력 현상에 대한 연구가 주된 기관이다. 수사기관의 지원 요청을 받아 능력범죄자를 검거해 넘기거나 몬스터를 포획할 뿐.


“그건 수사기관에서···.”

“수정이식에 관한 조사라면 우리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남인철이 차분한 목소리로 또다시 조대영의 말을 끊었다.


‘어떻게든 파인더로 만들 생각이군.’


눈살을 찌푸린 조대영은 입을 닫았다.


“그럼 1부에서 맡는 걸로 하고···. 다른 내용 없으면 이만···.”

“박, 아니 이사님.”

“으음?”


회의를 끝내려는 데 내내 망설이던 특수능력 2부 은하수 부장이 입을 열었다.


“최근 몬스터들의 행태가 수상합니다.”


남인철의 한쪽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C급 몬스터가 사람들을 공격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이유는?”

“사체 분석 결과에 특이점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혹시 크랙에 변화가 있었는지 확인을···.”

“크랙은 문제없네.”


단호한 남인철의 말에 은하수 부장은 입술을 달싹거렸다.

크랙 연구를 전담하고 있는 남인철의 얼굴에 싸늘한 미소가 지어졌다.


"내 말이 못 미더운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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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화 - 몬스터(2) 23.06.03 41 2 12쪽
21 21화 - 몬스터(1) 23.06.02 3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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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화 - 행복흥신소(1) +4 23.05.23 45 3 11쪽
15 15화 - 무조건 한방 +2 23.05.22 52 3 12쪽
» 14화 - 그놈 목소리 +2 23.05.19 51 3 11쪽
13 13화 - 타락한 수정 +2 23.05.18 62 3 12쪽
12 12화 - 우리가 할 일 +2 23.05.17 58 5 12쪽
11 11화 - 수정이식 +2 23.05.16 60 5 12쪽
10 10화 - 주환성(2) +2 23.05.15 67 4 12쪽
9 09화 - 주환성(1) +2 23.05.14 76 7 13쪽
8 08화 - 황금알 +2 23.05.13 81 6 12쪽
7 07화 - 네가 살린 거야 +2 23.05.12 94 5 12쪽
6 06화 - 두 번째 +4 23.05.12 110 6 12쪽
5 05화 - 직접 못 와서 미안 +2 23.05.11 108 6 11쪽
4 04화 - 가면 될 거 아니야 +2 23.05.11 123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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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02화 - 부활 +2 23.05.10 222 7 12쪽
1 01화 - 아무일도 없었다 +3 23.05.10 326 7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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